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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

       

       

       

       

       “하아… 하아…”

       “후우……”

         

         

       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이다혜와 대치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등굣길에 우연히 나랑 시선을 마주한 이다혜.

         

       그녀가 무섭게 달려들길래 나는 일단 살아남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계속 쫓아오는 것 아니겠는가?

         

       덕분에 아침부터 광란의 추격전을 찍게 되었다.

         

       그리고 그 추격전의 백기를 먼저든 쪽은 당연히 나였다.

         

       현재 나는 전력 질주로 인해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데 어째 저쪽은 반대로 태연한 얼굴이었다.

         

       하긴…….

       보통 안무 연습을 몇 시간 동안 이어서 하는 이다혜랑 나랑은 체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지.

         

         

       “이제 도망은 다 치셨어요?”

         

         

       그때 이다혜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

         

         

       그러곤 다짜고짜 나를 벽으로 밀쳤다.

         

       나는 이다혜의 박력 있는 그 행동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 음…….

         

       역시 외국 피가 섞여서 그런지 조금 과감하긴 하네.

         

       이윽고, 바로 근처에서 나랑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게 된 이다혜는 천천히 입을 열며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아기자기한 분홍색 케이스로 감싸진 휴대폰.

         

       이건 누가 봐도 이다혜의 휴대폰이었다.

         

       근데 이걸 왜 나한테……?

         

         

       “번호.”

       “……번호?”

         

         

       설마 그렇게 맹렬하게 나를 쫓아온 이유가 고작 내 번호를 따기 위해서였다고?

         

         

       “네. 좋은 말 할 때 연락처 내놓으세요.”

       “갑자기?”

       “갑자기요?!”

         

         

       뭔가 억울함이 가득한 것 같은 이다혜의 표정.

         

       여기서 입을 잘못 놀리다간 진짜 큰일 날 것 같아서 나는 서둘러 그녀의 휴대폰에 내 번호부터 찍었다.

         

         

       “제대로 입력한 거 맞죠?”

       “뭐… 혹시 모르니까 전화 한번 걸어주세요.”

       “후, 됐어요. 그쪽을 믿으니까 그냥 넘어갈게요.”

       “아니, 저도 그쪽 번호 없으니까 전화 걸어달라고요.”

       “아.”

         

         

       그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는 듯 이다혜는 얼굴을 붉히며 내게 전화를 걸었다.

         

       참고로 나는 지금 휴대폰을 두 개 소지하고 있다.

         

       하나는 원래 내 휴대폰, 또 하나는 스튜디오엔믹스에서 제공해준 927 작가용 휴대폰.

         

       당연히 이다혜에게 가르쳐준 번호는 원래 내 휴대폰 쪽이었다.

         

         

       “그나저나 유학은 어떠셨어요?”

       “유학……?”

         

         

       갑자기 웬 뜬금없는 유학?

         

         

       “전에 그쪽이 유학 갔다고 대표님이 말 하셔서요.”

       

         

       아하.

         

       백준영 대표님이 나 없다고 막 저지른 말이구나?

         

       문제는 이제 이 상황 어떻게 할 건데.

         

       생전 한 번도 해외로 나가본 적이 없는 몸인데.

         

         

       “어…. 일단 나쁘지는 않았죠?”

       “그래요? 근데 어디로 유학 갔어요? 대표님이 계속 천국이라는 말만 하셔서요.”

         

       

       쓰으읍…….

         

       이건 또 뭔 개소리냐.

         

       내 신변을 보호해주기 그곳으로 보내셨는지 진짜 죽이고 싶어서 그곳으로 보냈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것보다 저희 빨리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어딜요?”

       “한빛예고 강당이요. 첫날부터 지각하게요?”

         

         

       한빛예고의 신입생은 모두 강당에서 진행하는 입학식에 참여해야 한다.

         

       방금의 추격전으로 길을 반대로 되돌아와서 지금부터라도 빠르게 가지 않으면 첫날부터 지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참고로 입학식이 끝나면 곧바로 사전에 배정된 반으로 이동하면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1학년 2반.

         

       운 좋게 차무식도 같은 반이다.

       

         

       “어라? 저도 1학년 2반인데.”

         

         

       ……?

         

       근데 얘는 왜 또 같은 반이냐.

         

         

         

       ***

         

         

         

       이다혜와 돌아가는 길에 자연스레 말을 놓게 되었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같은 반이 됐는데 언제까지 존댓말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야, 서은우!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잖아.”

         

         

       신입생으로 가득 찬 강당 안에 도착하니 차무식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다혜와는 강당에 들어서기 전에 헤어졌다.

         

       듣기로는 한빛예고에 입학한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나 역시도 눈앞에 차무식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중간에 헤어지게 되었다.

       

         

       “미안. 우연히 등굣길에 지인을 만나서.”

       “그 지인이라는 게 혹시 방금 추격전을 펼쳤던 여자애는 아니지?”

       “어… 맞는데.”

       “아니, 그 여자애 누가 봐도 홍련의 이다혜잖아. 대세 아이돌이랑 너랑 어떻게 아는 사이인데?”

         

         

       조금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사실 녀석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애초에 평범한 중학생이 대세 아이돌인 이다혜랑 면식이 있는 게 이상한 거니까.

         

       같은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나왔다는 변명도 눈앞의 차무식에겐 당연히 통하지 않는다.

         

         

       “내가 927 작가니까. 플라이 하이 제작과정에서 어느 정도 친분이 쌓였어.”

         

         

       그렇기에 굳이 정면 돌파를 택했다.

         

       솔직히 차무식 정도면 내가 927 작가인 것을 밝혀도 전혀 상관없다. 애초에 이전에도 내가 녀석에게 927 작가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장난식으로 넘어갔었지.

         

         

       “하… 또 927 작가 호소인 등장 했네. 그냥 남자답게 이유를 말해주기 싫다고 말해 새갸. 내가 이해 못 해줄 놈도 아니고.”

         

         

       그래. 딱 지금처럼.

         

       내가 그 정도로 927 작가랑 매치가 안 되나……?

         

       이건 내 입장에서도 상당히 억울한 일이다.

         

       기껏 진실을 밝혀도 돌아오는 것은 광대 취급.

         

       이럴 거면 다음부터는 그냥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야, 근데 설마 너한테 문자로 집착했다는 여자애가 이다혜냐?”

       “그건 아니야.”

       “휴… 다행이다. 하긴, 저런 미인이 너한테 집착할 이유가 없긴 하지.”

         

         

       갑자기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하는 차무식.

         

       음….

       외모만 놓고 보면 이다혜랑 동등하거나 그 이상인 미인인데……

       지금 상황에서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그래서? 문자 건은 대충 어떻게 됐음.”

       “그냥 걱정하지 말라는 느낌으로 보냈어.”

       “설마 그게 끝?”

       “아니, 당연히 그 앞에 추가로 더 적긴 했지.”

         

         

       나는 설소영에게 보냈던 문자를 떠올렸다.

         

       적다 보니 조금 장문의 내용이 되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그녀에게 보냈던 문자 중에 가장 길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제가 깜빡 잠에 들어서 답장을 못 드렸네요. 절대 소영 씨 문자랑 전화를 무시하려고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그리고 제 은퇴 건 때문에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테니까요. 아, 참고로 이거 소영 씨한테만 특별히 알려 드리는 거예요.]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온다.

         

       마지막 줄에 적었던 것처럼 이제 이 사실은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그녀밖에 없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당연히 나랑 가까운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엔믹스 측에도 이 사실을 알릴 생각은 없었다.

         

       그쪽도 927 작가가 등장한 이후로 내 의존증이 생긴 건 팩트니까.

         

       내가 그들의 메인이 되는 것은 환영이지만, 그렇다고 내 작품만 계속 만들라는 소리는 아니었다.

         

         

       지이이이잉-

         

         

       그때였다.

         

       927 작가용 휴대폰에서 진동이 한번 울렸다.

         

       아마 설소영에게서 답장이 온 듯했다.

         

         

       [다행이에요. 정말로…….]

         

         

       내가 직접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것은 아니어서 확언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오해가 풀린 모양.

         

       그나저나 한창 바쁠 시기인데 용케 답장을 보내왔네?

         

       솔직히 오후쯤은 돼서야 겨우 답장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꽃같은 커플의 1화는 지금 이 시각부터 시작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등굣길부터 이벤트가 열린다.

         

       영광고등학교는 대한민국의 상위 1프로들만 다닐 수 있는 말 그대로 한국 최고의 귀족 학교.

         

       그중에서도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군림하고 있는 남학생이 4명 있는데 원작에선 그들을 묶어 S4(Sunshine 4)라고도 불렀다.

         

       오우, 근데 어떻게 사람 별명에 저런 걸 갖다 붙이냐. 솔직히 닭살이 절로 돋을 지경.

         

       뭐… 옛날에 봤던 드라마는 보통 그런 맛으로 보는 거였지만.

         

       어쨌든 꽃같은 커플 1화의 첫 시작은 설소영과 S4 중 한 사람의 첫 만남을 그렸다.

         

       첫 등교부터 학생들의 수많은 시선 속에 지친 설소영은 잠시 바람이라도 쐬기 위해 영광고등학교에 갖춰져 있는 정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뜬금없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미남, ‘정지훈’과 마주하게 되고 정지훈은 그녀에게 S4의 리더를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다.

         

       여기서 S4의 리더는 설소영에게 첫눈에 반한 인물인데 후에 그곳으로 전학 간 박하준과 설소영을 두고 경쟁을 펼치게 된다.

         

       흠….

         

       근데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어지럽네.

         

         

       [아, 아. 곧 입학식이 진행될 예정이니 잠시만 정숙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때 강당의 단상 쪽에서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윽고 입시 실기 시험에서 봤던 익숙한 사람이 단상 위에 등장했다.

         

         

       [신입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이사장직과 교장직을 동시에 겸임하고 있는 송하율이라고 합니다.]

         

         

       송하율.

         

       한빛예고의 이사장인 그녀가 등장하자 조금 어수선했던 강당 안이 단번에 침묵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입학식의 순서는 보통의 학교와 마찬가지로 평범했다.

         

       국민의례를 시작해 신입생의 입학 선서.

         

       신입생 선서는 신입생 대표가 나와서 학교에서 미리 준비한 선서문을 낭독하는 절차다.

         

       여기서 신입생 대표를 뽑는 기준은 학교마다 매우 다양한데 1반에서 1번을 배정받은 학생이나, 학생들의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배정해서 가장 앞에 오는 운 나쁜 학생이 하기도 한다.

         

       허나, 한빛예고의 경우에는 이전 학교의 성적이나 수상기록, 실기 시험의 평가를 종합해 가장 우수한 학생이 선서를 한다.

         

       그렇기에 나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단상 위를 바라보았다.

         

       흔히 수석 입학생이라고 불리는 입학식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조금 궁금했으니까.

         

       솔직히 이럴 때는 내가 927 작가라는 사실이 안 밝혀져서 참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렇게 시선이 몰리는 자리는 영 성격에 안 맞는다.

         

       그래. 굳이 예를 들자면 저 자리는 이다혜나 설소영 같은 인물이 제격이겠지.

         

         

       [신입생 대표 나와주세요.]

         

         

       송하율의 부름과 함께 어두운 단상의 커튼 뒤에서 서서히 신입생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입생 대표의 등장에 주위에 있던 학생들의 반응이 영 심상치 않았다.

         

       누구는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고, 누구는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벙찐 얼굴로 단상 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 역시도 다른 학생들과 반응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굳이 고르자면 아마 후자이려나…….

         

         

       [신입생 여러분들은 신입생 대표, 설소영 학생의 낭독을 따라 해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차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아니.

         

       이다혜는 그렇다 치고 쟤는 왜 또 여기에 있는 건데?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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