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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

   아 맞다. 이것도 있었지?

   

   내가 소울 아카데미에 입학하려고 발악한 가장 큰 이유가 이건데 방금 전에 너무 큰 일이 일어나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메시지 창을 읽으면서도 난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허접 주신이 시스템과 관련 있는 걸 생각해보면 이것도 허접 주신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잖아.

   

   자기 사도가 되었는데 퀘스트 시스템 하나를 준 쪼잔한 놈이 첫 퀘스트를 클리어 했다고 뭐 대단한 걸 주겠어?

   

   [‘감정’스킬이 해금됩니다.]

   [새로운 메인 퀘스트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개방됩니다.]

   

   뭐?

   

   아니 잠깐만.

   

   뭐?!

   

   새 퀘스트는 그리 놀랍지 않다.

   

   입학시험으로 퀘스트가 끝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감정. 감정은 다르다.

   

   감정 스킬은 게임에서도 존재하던 스킬이다.

   

   소울 아카데미는 다소 과할 정도로 리얼함을 추구하던 게임이라서 아이템의 설명이 거짓말인 경우가 있거든.

   

   이걸로 NPC가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고.

   

   그 때 필요한 게 ‘감정’ 스킬이다.

   

   이 스킬의 숙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아이템의 진가를 알아내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실제로 소울 아카데미의 아이템 중에선 감정 스킬 만렙을 찍어야만 찾아낼 수 있는 종결 급 아이템도 있었다.

   

   근데 이 스킬이 현실에선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 거지?

   

   게임을 할 때는 아이템 위에 마우스를 올리면 자동으로 적용이 됐었는데 말이야.

   

   스킬을 확인하기 위해 루엘의 메이스를 꺼내어 살펴보았지만 무언가 느낌이 오지 않았다.

   

   내 다른 스킬들은 발동될 때 무언가 느낌이 딱 하고 왔었는데.

   

   아직 숙련도가 낮아서 그런 걸까? 아님 다른 발동 방법이 있나?

   

   나는 여타 다른 웹소설에서 그랬던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서 루엘의 메이스를 바라보면서 ‘감정’이라고 되뇌었다.

   

   그러자 내 앞에 새로이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루엘의 메이스]

   [성기사 루엘이 사용하던 메이스입니다. 신성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이런 식이구나?

   

   이제 막 스킬을 습득했기에 숙련도가 낮아서 설명이 제대로 나오진 않지만 이거야 노가다를 하면 되는 거고.

   

   대박이다.

   

   허접 주신!

   

   드디어 나한테 필요한 걸 주는구나?!

   

   진작에 이랬으면 내가 널 허접 주신이라 부를 일도 없었을 거 아냐!

   

   좋아. 기분이다!

   

   이제부터는 뒤에다 님자를 붙여 줄게!

   

   허접 주신님!

   

   감사합니다!

   

   가장 필요하다 생각했던 스킬 중 하나를 얻었더니 방금 전까지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이나마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이제 퀘스트를 확인할 차례인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기말고사까지 소울 아카데미의 학생 중 두 사람의 호감도를 70이상으로 올리십시오]

   [보상 : ???]

   [실패시 : GAME OVER]

   

   네?

   

   순간 내가 눈으로 본 게 맞나 싶어서 마른 세수를 한 후에 다시 퀘스트 창을 보았다.

   

   그런다고 현실이 달라질 리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허접 주신님.

   

   방금 전에 님 자를 붙여드렸는데 다시 빼야 할 것 같네요.

   

   아니다. 님자만 빼면 님이라는 단어가 서운할 테니 다른 것도 같이 뺄게요.

   

   야! 허접! 이걸 어떻게 깨라고 만든 거냐?!

   

   호감도 70?! 그게 되겠냐고!

   

   소울 아카데미에는 호감도 시스템이 존재한다.

   

   공략 가능 NPC들과 같이 활동을 한다거나 NPC관련 퀘스트를 진행한다거나 선물을 준다거나 해서 호감도를 높이고 더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다.

   

   스토리에 별 관심이 없어도 호감도를 신경 써야 하는 게 이게 있으면 같은 파티를 했을 때 능력치가 더 증가하거든.

   

   뭐 그건 지금 중요한 사안이 아니니까 넘기고.

   

   호감도의 수치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아무런 감정도 없는 초면일 때가 40이다.

   

   이 아래로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사이가 안 좋아지고 여기서 더 높으면 높아질수록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럼 지금 퀘스트에서 말하는 호감도 70이라는 수치가 어떤 수치냐?

   

   서로를 친밀한 친구로 생각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소위 말하는 찐친.

   

   서로의 속사정은 아무런 부담 없이 말할 수 있는 사이 말이다.

   

   게임을 할 적에는 그리 올리기 어려운 수치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내가 다른 누군가와 그런 사이가 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지금 소울 아카데미에서 생활을 하면서 친구 한 명을 사귈 수 있을지 말지가 의문스러운 상황인데 반 년 안에 찐친 두 명을 사귀라고?!

   

   말이 되는 걸 시켜.

   

   차라리 고난이도 던전을 클리어 하라는 퀘스트를 주던가!

   

   그거라면 내가 어떻게든 몸을 비틀어서 해 볼게!

   

   그렇지만 이건 아니잖아!

   

   허접. 너 너무 악질이야.

   

   루시의 몸으로 소울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것도 더럽게 힘든 일이었는데 그 산을 넘었더니 더 높은 산을 내놓으면 어쩌란 거야.

   

   그냥 넌 내가 뒈지는 걸 보고 싶은 거지? 그렇지?

   

   사도는 무슨 놈의 빌어먹을 사도야.

   

   그냥 잔뜩 괴롭혀서 발악하고 싶은 걸 보고 싶은 거잖아.

   

   여자아이가 발악하다 우는 걸 보고 싶은 거냐고 이 사디 주신.

   

   절대로. 절대로 네가 바라는 대로 되진 않을 거야.

   

   기대해.

   

   네가 어떤 고난을 주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거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버텨서 살아남은 다음에 네 멱을 따러 가줄게.

   

   너는 네가 신이라고 안심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야.

   

   소울 아카데미에서는 신도 얼마든 죽일 수 있거든?

   

   반드시 날 괴롭혔던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다.

   

   조금이나마 나아졌던 기분이 다시금 나락으로 떨어졌다.

   

   어중간하게 괜찮아졌다 다시 낙하하는 바람에 충격이 더 크게 다가왔다.

   

   속으로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고 말겠다 결심을 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문제가 뭐냐고?

   

   모든 것이 문제였다.

   

   이전에 루시가 쌓아 온 평판 때문에 모두가 나를 개망나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메스가키 스킬 때문에 반 강제로 어그로를 끌어야 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의 호감도를 볼 수 없는 것도.

   

   생각해보면 문제가 뭐냐는 물음은 잘못되었다.

   

   이 경우엔 오히려 문제가 아닌 게 뭐냐고 물어봐야 했다. 그걸 찾는 게 더 빠를 테니까.

   

   전 캐릭터의 호감도 작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는 당연히 외우고 있다.

   

   난 소울 아카데미의 고인물이니까.

   

   그렇지만. 그으렇지만.

   

   빌어먹을 허접 루시.

   

   빌어먹을 허접 메스가키 스킬!

   

   “알른 영애.”

   

   날 부르는 소리에 손을 내리고 얼굴을 들자 정색을 하고 있는 조이의 얼굴이 보였다.

   

   평소 자신과 함께 다니는 추종자들도 떨어트리고 혼자 말을 걸러온 걸 보면 진짜 열이 받은 것 같은데.

   

   “불쌍 왕자라니. 도대체 뭔가요?”

   

   아. 그 부분이야?

   

   그래. 조이는 아서랑도 어릴 적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니까.

   

   내가 불쌍 왕자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면 따지러 올 만 하지.

   

   “3왕자님의 사정을 알고서 한 말인가요?”

   

   알지.

   

   조이 네가 아서에 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나보다 더 잘 알진 못할 걸.

   

   소울 아카데미의 캐릭터들이 모두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온 건 아니다.

   

   조이처럼 티 하나 없이 살아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행 포르노를 찍고 있는 몇 명이 캐릭터들도 존재한다.

   

   아서는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출생의 비밀.

   

   어머니의 죽음.

   

   가족의 무시.

   

   왕궁의 뒷담화.

   

   여러 불행에 시달린 끝에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함을 추구하게 된 아서는 소울 아카데미에서 가장 불행한 캐릭터 중 하나일거다.

   

   그리고 난 그런 사람을 불쌍왕자라고 불러 버렸다.

   

   앞으로도 그렇게 불러야 할 테고.

   

   ‘아뇨. 몰랐어요.’

   “얼빵 영애. 제가 불쌍 왕자님에 대해 알아야 하나요?”

   

   다 알고 있지만 난 당당히 모른다고 대답했다.

   

   알고서 그랬다고 한다면 난 진짜 수습 불가능한 쓰레기가 되어버린다고!

   

   “몰랐다면 왜 3왕자님을 그렇게 부르는 거죠?”

   

   ‘그냥요.’

   “불쌍하게 생기셨기에 그렇게 부르는 것 뿐인데요? 당신이 얼빵하게 생겨서 그렇게 부르는 것처럼.”

   

   내가 당당히 이야기를 하자 조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내가 악의를 가진 게 아니란 건 믿어주는 구나?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번에 던전에서 구해준 덕분에 나라는 인간을 그리 나쁘게 생각하지 않나보네.

   

   그렇지만 그녀의 말을 들어줄 순 없었다.

   

   나도 마음같아선 아서를 불쌍왕자라고 부르고 싶지 않단 말야!

   

   ‘왜요?’

   “왜 그래야 하죠. 얼빵영애?”

   

   “그건… 말 못해요.”

   

   그렇겠지.

   

   아서의 사정은 본인이 직접 말해주는 게 아니라면 남이 말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내가 왜냐는 질문을 던진 것도 이런 대답을 바라서다.

   

   이래야 뻔뻔하게 나갈 수 있잖아.

   

   ‘이유를 알려주시지 않는다면…’

   “그래요? 그럼 전 그냥 계속 불쌍왕자라고 부르겠어요.”

   

   “아니.”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얼빵 영애.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등을 돌리고 떠나가자 뒤 편에서 조이가 화를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만 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호감도 작을 해야 하는데 호감도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니.

   

   내가 눈물이 많지 않은 사람인데 눈물이 나려고 그러네.

   

   <축복 때문에 고생이 많구나.>

   ‘그러게요. 진짜 할아버지라도 있어서 다행이에요.’

   

   터놓고 말을 할 사람이 있단 사실이 이렇게나 고마울 줄은 몰랐다.

   

   <아르마디께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그거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어허. 신께 그거라니.>

   ‘지금 그 신 때문에 제 목이 날아가게 생겼거든요?!’

   

   아서가 계승권도 뒷배도 없는 녀석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지.

   

   만약에 2왕자나 1왕자한테 비슷한 소리를 지껄였어봐.

   

   불경죄로 붙잡혀 갔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잠깐만. 소울 아카데미에 지금 2왕자가 재학중이지 않던가?

   

   만약에 그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을 별명으로 부른다면…

   

   안 돼. 절대로 안 돼.

   

   되도록 피해 다니자.

   

   2학년 교실 쪽엔 접근도 하지 말아야겠네.

   

   *

   

   내가 배정된 소울 아카데미의 1학년 A반의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대개는 경계 혹은 꺼림이었다.

   

   쟤가 나랑 같은 반이라고? 같은 시선 말이다.

   

   이러다가 자리 배정해서 내 옆에 앉는 사람이 울음을 터트리는 거 아닌가 몰라.

   

   개 중에는 그나마 종류가 다른 시선도 있었다.

   

   온갖 험한 말을 듣고도 말을 걸어주시는 성녀님이야 당연히 눈웃음을 지어주었고,

   

   3왕자 같은 경우엔 대놓고 적의를 담아서 나를 노려보는 중이었으며,

   

   조이의 추종자들은 나를 바라보면서 미간을 찌푸린 채 무어라 수군거리고 있었다.

   

   저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들리진 않지만 내용은 짐작된다.

   

   조이에게 얼빵 영애라는 무례한 별명을 붙인 나에 대한 성토일 것이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다들 호감도가 바닥을 치는 게 눈에 훤했다.

   

   “저기.”

   

   와아. 진짜로 막막한데?

   

   어디서부터 수습을 해야 하는 걸까.

   

   일단 게임 속에서 호감도 작을 하기 쉬웠던 캐릭터 둘을 골라서.

   

   <여아야. 뒤에서 네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구나.>

   

   ‘저한테요?’

   

   할배의 말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나보다 약간 큰 키를 지닌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검은 색의 머리카락을 뒤로 묶어 넘긴 그녀는 붉은 색의 무심한 눈동자로 가만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왕국의 차기 검성.

   

   프레이 켄트가 왜 나한테 말을 걸려는 거지?

   

   나 얘는 좀 그런데?

   

   “너 나랑 싸워보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로부터 시작하는 호감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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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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