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5

       두두두두두!

       

       “비상!”

       

       덜컥!

       

       “비상! 비상이야! 유리몬! 진짜 비상!”

       

       히어로 아카데미 학생회.

       

       달리 총학생회라 불리는, 학생회가 통째로 사용하는 5층 건물에 소란이 들이쳤다.

       

       “응? 유리? 한유리?”

       

       소란의 주인공은 송수아였다. 한유리의 절친한 친구이자, 아카데미 내에서 학생회장실 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열 수 있는 몇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어디갔지?”

       

       평소라면 회장실을 지키고 있을 친구가 보이지 않자 송수아는 어울리지 않게 미간을 찡그렸다. 일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 

       

       당시엔 빌런 ‘꿈을 걷는자’가 수백, 수천에 달하는 학생들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만들었고.

       

       “비상, 진짜 비상인데 도대체 어디에 간 거야…….”

       

       송수아는 파리해진 안색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꾹.

       

       그리고 서둘러 한유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이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

       

       역시 전화가 먹통이다. 송수아가 이 기묘한 이변을 알아챈 것은 불과 몇십분 전의 일. 평소처럼 임혜성에게 전화를 걸던 순간, 통신이 마비된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쿠구궁-!

       

       “어, 엄마야!”

       

       송수아가 지금 당장 무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순간, 저 바깥에서 커다란 소음이 들려왔다. 소음과 함께 느껴지는 진동은 분명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났다는 걸 의미했는데…….

       

       벌컥!

       

       대뜸 학생회장실 문이 열리며 양하나가 등장했다.

       

       “서기님!”

       “응? 하나몬!”

       “긴급입니다. 현재 아카데미 부지 내에 동시다발적인 게이트가 소환되고 있습니다!”

       “그 말은……!”

       “네. 수많은 몬스터가 거리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평소 깨발랄한 성격의 송수아지만, 지금 순간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만큼 <뇌전검> 양하나가 전달한 사실이 충격적인 덕분이었다.

       

       게이트 그리고 몬스터.

       

       평시엔 달에 한번, 제주도의 외곽에서나 발생하던 그것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니!

       

       “이건 우연이 아니야.”

       

       잘게 떨리는 목소리로, 송수아는 현상황을 짚었다.

       

       일전에도 게이트가 아카데미 부지 내에서 발생했었다. 한번은 D등급 학생들의 기숙사가 몰려있는 주거지구에서, 또 한번은 승천전이 개최된 스타디움 인근의 상업지구에서.

       

       “서기님?”

       “학생회의 지휘는 하나에게 맡길게. 나는 급하게 만날 사람이 있어.”

       “지, 지휘라뇨? 너무 갑작스러운…….”

       “유리가 사라졌어.”

       “네? 사라졌다는 게?”

       “설명은 나중에. 나는 이번 일로 급하게 만날 사람이 있으니, 서둘러 움직여줘.”

       “……알겠어요. 말씀대로 설명은 나중에 듣겠습니다.”

       

       상황을 모름에도 <뇌전검>은 경직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저벅저벅 회장실을 나갔는데, 그 모습을 본 송수아는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여장부.’

       

       양하나를 보면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양양가의 일원이자, 언제나 곧고 흔들리지 않는 눈을 한 사람. 만약 한유리가 없다면 바로 저 아이가 회장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까.

       

       도리도리.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고개를 휘휘저어 잡생각을 털어낸 송수아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D등급 주거지구. 임혜성의 기숙사가 자리한 곳이었다.

       

       * * *

       

       쿵! 쿠구구궁!

       

       기괴한 생김새의 괴수가 허물어진다. 놈의 가슴팍에는 성인 남성이 통과할만한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시나리오 스케일 한번 더럽게 커졌네.”

       

       몬스터 하나가 생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낮게 내뱉었다.

       

       ‘수어사이드’ 사태는 원작에서 그다지 큰 사건은 아니었다. 학생회를 지휘하는 <여왕>이자 <재창조>의 한유리의 집요한 추적 끝에 간단히 사건이 종결되는 느낌.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그저 뒷골목의 끄나풀이 아닌, 거대기업 ‘일성’이 악역이다. 자연히 사건의 스케일 자체가 이전과 비교해 지나칠 정도로 거대해진 것이다.

       

       “흐하하하! 이거야. 이거라고!”

       

       몬스터 하나를 쓰러트린 <신속>이 감탄을 터뜨렸다.

       

       미안하지만, 검술의 ‘검’도 모르던 이전과 흡사하게 체술의 ‘체’도 모르는 한심한 전투. 하지만 녀석은 뭐가 그리 신나는 건지 쉬지 않고 탄성을 흘리고 있었다.

       

       “좋아하지 마라. 그러다 훅 가는 거야.”

       “음! 그건 충분히 공감가는 조언이군.”

       

       ……왠지 라이벌이 아니라 내가 스승이 된 기분이구만.

       

       아무튼.

       

       옥상에서 <신속>의 꼴깝을 구경하던 도중 이변이 발생했다.

       

       삽시간에 도시 곳곳에 게이트가 발생하며, 수많은 몬스터가 끝도 없이 거리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푸화악! 쿵! 쩌어억!

       

       “이 더러운 몬스터 자식들! 여기가 어디라고!”

       “죽어! 죽어! 죽어!”

       “망치 나가신다!”

       

       콰아앙! 퍼버벙!

       

       불행 중 다행이라면 게이트에서 소환된 몬스터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히어로 아카데미에 거주중인 인구의 절대다수는 능력을 개발하고 연마하는 히어로 지망생들. 자연히 허섭스레기 같은 몬스터는 단독으로 격파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들이었다.

       

       다만.

       

       고오오오.

       

       문제가 하나 있었다. 도심 곳곳…… 그러니까 지상에 펼쳐진 수많은 게이트가 아닌, 아카데미 상공에 거대한 흑색의 게이트가 불길한 소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설마 그거냐.’

       

       <히사있>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는 제법 종이 많은 편이다.

       

       고블린이나 오크 같은 판타지 세계관 속 괴물도 있고, 어지간한 덤프 트럭보다 거대한 이무기 같은 녀석도 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은 게이트는 색깔과 발산하는 파장으로 등급의 측정이 가능하다는 건데…….

       

       “……저건 최고 등급 같은데?”

       

       검은색의 창공에 나타난 게이트. 그 규모부터 일반적인 게이트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거대한 그것은 분명 최고 등급, 10등급의 ‘종말급’ 몬스터의 존재를 의미했다.

       

       “으하하! 새롭게 태어난 <신속>의 힘을 목도하라!”

       

       촤아악!

       

       내 고민을 모르는 <신속>은 만화 속 등장인물 같은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이 멍청한 녀석아. 잡몹 사냥에 열 올리지 말고 하늘을 보라고.

       

       “어이.”

       “……?”

       

       나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스스로 그리 판단을 내리던 순간,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민이 깊어 보이는데? <현상거절>.”

       

       덥수룩한 검은 머리칼에 은테 안경. 조금은 마른듯한 체격에 반듯한 인상. 평범한 학생처럼 보이지만, 깊은 눈빛 속에 지독한 ‘절대자’의 권태가 깃든 남자.

       

       “<원소술사>.”

       

       Z급 히어로, 랭커.

       

       그 랭커 중에서도 힘의 끝을 알 수 없는, 인류의 수호자인 녀석이 대뜸 내 앞에 나타났다.

       

       “인사를 할 시간은 없는 것 같다. 너도 저게 뭔지 아는 것 같으니.”

       

       나지막히 중얼거린 <원소술사>는 손가락을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하늘이었다.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이, 아카데미 상공에 발생한 검은색 게이트를 말하는 거겠지.

       

       “영문을 알 수가 없네.”

       “그게 무슨 소리지?”

       “지금 상황은 매우 갑작스러운데, 너는 마치 모든 걸 알고있다는 것처럼 보여서.”

       

       나는 갑작스러운 불청객을 반길 만큼이나 자비로운 녀석이 아니었다.

       

       일전에 <신속>이 찾아왔을 때처럼, 상대를 이긴다는 확신이 없다는 사실이 기인한 반응일 수도 있겠다.

       

       Z급 1위, 히어로 아카데미 4학년.

       <원소술사> 이성혁.

       

       현대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마법사’.

       

       “너무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으면 좋겠군. 나는 너와 싸울 생각은 없으니까.”

       

       스윽.

       

       안경을 고쳐쓴 원소술사는 느긋하게 읊조렸다.

       

       나와 대립할 생각이 없다라. 그렇다면 어째서, 뜬금 없이 내 앞에 나타났다는 말인가.

       

       “나는 예전부터 경고해왔다.”

       “……뭘?”

       “<창조>의 힘이 가진 위험을. 너는 그녀와 제법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으니 알겠지. <재창조>라는 이명은 그저 말장난에 불과해. 그저 떠올리는 것, 상상한 것을 실제로 만드는 힘은 인류의 축복이자 재앙이지.”

       

       무게 가득한 원소술사의 말에 왜인지 입이 다물어졌다.

       

       안다. 그렇기에 한유리가 <히사있>의 중역이며, 인류 수호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랭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것 아닌가.

       

       뭐, 물론 <원소술사>나 <페이즈 체인저>같은 거물들이 존재했지만, 아무래도 <히사있>에서 가장 불철주야 발로 뛰는 사람은 <재창조>와 <성녀>니까.

       

       “대강 이해한 모양이군.”

       

       굳은 내 얼굴을 확인한 <원소술사>는 느긋한 걸음으로 주변을 빙 걸었다.

       

       그리고.

       

       “이 세계는 뒤틀렸다. 그리 설명할 수밖에 없어. 도대체 무엇이 ‘일성’에게 힘이 집중되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그는 내겐 지독할 정도로 꺼름칙한 소리를 내뱉었다. 짐작하면 내가 일전에 언급한 가능성. 그러니까 ‘개연성’을 위해서 일성이 수어사이드 사태를 주도했던 걸 말하는 것 같은데…….

       

       ‘등장인물이 ‘이야기’의 흐름을 의식하고 있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원소술사> 이성혁, 녀석은 제 4의 벽을 두드리는 캐릭터가 되어 현상황에 의문을 표하고 있던 것이다.

       

       휘오오오-!

       

       우습게도 상황은 나를 멍하니 있게 두지 않았다.

       

       대뜸 이성혁에게 무어라 질문을 던지려는 순간, 매서운 겨울 바람이 공간을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눈, 눈이라.”

       

       미미하게 미소를 띤 이성혁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의 말마따나 하늘에선 갑작스레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슬슬 날씨가 풀리던 걸 떠올리면, 황당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다.

       

       “슬슬 모이기 시작하는군.”

       

       그리 중얼거린 <원소술사> 이성혁은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당신…….”

       

       그곳엔 평소의 모습과 전혀 다른, 차가운 북풍한설 같은 얼굴을 한 송수아가 서 있었다.

       

       “뭐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방문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