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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

       뭔가 세 달 같았던 사흘이 지났다. 그리고 데우스는 다시 한번 영웅이 되었다.

       두 번째 악마를 격퇴한 자. 그 샤벨조차 뛰어넘을 괴물 신입생. 무조건 1학년 대표.

       

         

       “뭔가 계속 보니 이제 조금씩 덜 무서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지? 어이, 데우스! 조금 있다가 같이….”

         

       

       라고 호기롭게 다가서던 1학년생들은 바로 ‘안 되겠다.’ 하고 몸을 돌렸다.

       아무리 악마를 물리친 영웅이라고 해도. 친하게 지내기만 해도 무조건 이득이라고 해도.

       당최 저 사람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얼굴은 도통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미 저 덩치에서 서늘한 위압감이 드는 것으로도 충분한 상황인데.

       항시 무표정인 터라 감정 표현을 조금만 해도 그게 전부 다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최근 들어서 다른 선배들을 무슨 쥐 잡듯 굴리기까지 하니 안 무서울 수가 없다!

         

       결국 보다 못한 요람의 교사들까지 나서서 그를 도와주려고 했다.

       

         

       “데우스! 자. 나 봐! 무표정 말고. 웃어! 스마일! 자, 나처럼 입 꼬리 올리고… 으겍.”

       

         

       데우스에게 웃음을 알려주려던 티아마트는 꿈틀거리는 그의 입술을 보자 바로 포기했다.

       저건 사람의 미소가 아니라 괴물이 사냥감 잡아먹기 전에 짓는, 뭐 그런 모습 같았기에.

       차라리 안 웃는 게 나을 지경이다. 웃으면 더 무섭다. 농담 하나 안 보태고, 정말로.

         

       

       “나처럼 선글라스라도 쓰는 건 어떤가. 눈매가 사나워서 그럴 수도 있으니까.”

       

         

       우락부락한 몸에 맞지 않는 사슴 눈망울을 지녀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헌터 선생.

       그 조언이 나름 합리적이라 생각하여 그에게서 받은 선글라스를 한번 써보기도 했다.

       

         

       “…데우스 학생.”

        “예. 선생님.”

       “음. 그냥, 벗도록. 미안하네.”

         

       

       차라리 평소 모습이 낫다. 적어도 그건 이제 적응이 되었거든.

       요람 안에서 저러고 있으면 누가 봐도 어디 요원이 잠입한 모양새이지 않나.

       그것도 보통의 요원이 아니라 살인 면허를 받은 암살 특화 요원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성공한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데우스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나 자꾸 멀리 하는 이유가 검은머리 외국인이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거잖아!’

       

         

       검은머리는 야만인 속성을 지녀서 일부러 무시라도 하는 줄 알았다.

       영웅 소리를 듣든 말든, 같은 이능력자든 뭐든 고깝게 여기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다 아니란다. 그냥, 단순하게. 생긴 게 무서워서.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아서.

         

       

       ‘두려움이란 미지에서 오는 감정이니까. 지금이야 생긴 게 무섭다고 하지만. 덩치가 무슨 괴물 같아서 두렵다지만 그것도 길어봤자 반년이면 다 사라지겠지!’

         

       

       뭐가 되었든 검머외만 아니면 되지. 그건 어떻게 못 하는 거잖아.

       염색을 하네 마네 했지만 정말로 금발태닝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게 데우스가 조금씩 즐거워지는 요람 생활을 즐기고 있을 무렵.

       

         

       “흐이이익!”

       

         

       같이 복귀한 학생회장 네페르티는, 그 영웅이자 괴물에게 힘껏 굴려지고 있었다.

       

         

       “후, 후배님! 진짜 이러기 있어요!? 적당히 한다고 했잖아요!”

        “이게 적당히 하는 겁니다.”

        “뭐가 적당히라는 건데요!!”

       

         

       연무장에 쳐둔 결계가 깨지기 일보 직전이다. 어쩌면 벌써 어디 한 곳 깨졌을 수도 있다.

       그 증거로 이미 요람 관계자들과 결계 계열 이능력자들이 집합하여 데우스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뭐라고 하지는 못한다. 이제 와서 훈련을 말리기엔 데우스의 입지가 너무 커졌다.

       이미 요람에서 악마를 격살한 영웅인데. 이미 여러 요람의 학생들을 구한 장한 청년인데.

       거기서 더 나아가 공작령에까지 빚을 지워두면서 악마를 또 상대하기까지 했다.

         

       기껏해야 요람 1학년. 여전히 게이트 실전 경험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대신 악마와의 전투 경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 샤벨조차도 아직 경험이 없다.

       따라서 데우스는 요람 신입생이면서, 동시에 악마 전투의 대가라는 소리.

       

         

       “요람 1학년 데우스 학생에 대한 최대치의 훈련 자율권을 보장토록 하고 이후 학생들에게 대對 악마 전술을 가르칠 때는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것.”

         

       

       이능성과 교육성 두 곳에서 요람으로 내려온 통지서였다.

       심지어 장관이 보낸 것도 아니다. 이 명령의 가장 위에는 자그마치 황실이 있다.

       허니 훈련 와중에 결계를 깨트리든 말든 절대로 뭐라 할 수가 없다.

       

         

       ―콰앙!!

         

       

       “흐아아아악!!”

       

         

       간발의 차로 데우스의 주먹을 피한 네페르티가 허우적거리며 바닥을 뒹군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녀의 신체 어느 한 곳이 깔끔하게 지워졌을지도 모르겠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회장님. 제가 말씀드린 건 이런 게 아닙니다.”

       “으으으! 진짜! 나더러 뭘 어쩌라고요?!”

        “말씀드렸습니다. 공격이나 방어를 하는 게 아니라 자버프. 그러니까 회장님의 바람을 강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바람, 혹은 기류를 형성해야 한다고요.”

         

       

       그게 말처럼 쉽냐고! 후배님은 바람 계열 이능이 아니니 쉽게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당사자는 아니라니까?! 갑자기 발로 글씨 쓰고 포크랑 나이프 쥐라고 하면 되겠냐?!

         

       …라고 있는 힘껏 소리를 높여 항의하고 싶었던 네페르티.

       하지만 곧 데우스가 자신을 돕고자 저러는 걸 다시 한번 깨닫고서 어떻게든 그 비슷한 무언가라도 해보려고 노력한다.

         

       

       ‘버…프. 자기, 버프. 그러니까, 기술 강화.’

       

         

       처음 듣는 단어. 그리고 처음 보는 개념. 하지만,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그럴싸하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지금의 자신이 일으키는 바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일곱 가지 바람 말고 다른 무언가를 사용해도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악마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 기껏해야 살짝 베이고 쓸리는 상처 정도가 전부일 거다.

         

       노력이 부족해서, 혹은 이능이나 체력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그냥 약해서 그렇다. 애당초 바람 자체가 지니는 파괴력에 한계가 있다.

       데우스는 그걸 단순하게 ‘더 강하게 만들자.’ 라고 제안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런 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제까지는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발명과 발견은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말처럼 굳이 강력한 이유가 없었다.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강력함보다 변화무쌍한 바람이 더 필요했다.

       혼란만 야기해도 빈틈이 절로 드러나고 거기서 약점을 노리면 끝.

       네페르티 본인이 겪었던 거의 모든 전투가 그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악마는 다르다. 굳이 그녀의 혼란 야기에 당해줄 이유가 없다.

       무시하면 된다. 어차피 맞아도 이렇다 할 데미지가 없음을 안다.

       이러니 변화무쌍이고 뭐고 그냥 몇 대 맞아주면 그만이었다.

         

       

       ‘내 바람을 더욱 강하게. 단순히 공격을 할 때 강하게 만들어서 날리는 게 아니라, 상시 모든 순간에 그 강화를 적용한다. 공격은 물론이고 회피에서도. 심지어, 아주 사소한 움직임을 보일 때조차 그렇게 해야 한다….’

         

       

       쉽지는 않다. 당연하다. 애당초 바람이란 속성은 절대 한 자리에 머무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는 날리면 그만. 휘몰아치면 끝이었지만 이제는 그 바람을 강하게 틀어쥐고서 자신을 중심으로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

         

       처음 가져보는 개념이다. 한 번도 상상한 적이 없는 기술이다.

       이걸 하루 이틀 걸려서 해낼 수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겠지.

         

       

       “아직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회장님. 이러시면 저도 좀 더 엄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닛!!”

       

         

       그런데. 그런데!! 아무래도 이 후배님은 정말 그런 거 같다!

       하루나 이틀은 아니어도 최대한 빨리 진행시키려 한다! 강제로 쑤셔 넣어서라도!

       

         

       ―콰직!!

         

       기어코 데우스의 주먹이 결계를 깨부수고 그 뒤에 있던 연무장 벽에 박힌다.

       그 광경에 네페르티는 ‘히익!’ 하고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거 엄청 단단한 벽 아니야?! 무슨 찰흙처럼 저렇게 쑥 들어갈 수가 있어?!’

       

         

       이 후배는 진심이다. 진심으로 자신을 도우려고 한다.

       그런데 어째 그 진심 안에, 진심으로 자신을 죽일 수도 있겠다 싶다.

       문득, 아빠가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네페르티였다.

         

       하지만 그녀는 알까. 이미 데우스가 그 공작에게서 암묵적 합의를 받았음을.

       

         

       *

         

       

       ―냐앙!

         

       손을 뻗자 냉큼 냥냥펀치로 절대 거부하는 고양이.

       그에 데우스는 침음을 흘리고선 볼을 긁적거렸다.

         

       

       “미안, 미안. 죠죠. 요 근래 내가 좀 많이 바빴어.”

       

         

       ―냐아아앙!!

         

       “그래도 밥은 안 굶었을 거 아냐. 유리시아가 밥 챙겨주지 않아?”

         

       

       ―…냐앙

         

       “내가 알기론 고양이 간식까지 사서 주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런데도 이렇게 불만이 많다면 유리시아한테 말해서 간식 주지 말라고 한다?”

         

       

       ―냐아아아앙!!

         

       이거, 이거. 사람 말 다 알아듣는 느낌인데. 죠죠, 너 굉장히 수상해?

       평소와 같이 오늘도 죠죠와 함께 두 손으로 장난을 치고 있을 무렵이었다.

         

       

       “데우스?”

       

         

       고개를 돌려보니 낯익은 얼굴이 앞에 서있는 게 보였다.

       

         

       “카사르, 부회장님?”

        “기억해주니 영광이네. 얼른 파견대실로 가봐. 루시엘 선배님이 후배님을 찾아.”

       “루시엘, 선배님이요.”

         

       

       루시엘이 자신을 찾는다. 역시, 아무래도. 다음 사건의 시작인 모양이지?

         

       

       ―냐앙

         

       품에서 죠죠를 내려둔 데우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

         

       

       제 앞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카사르가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떤다.

         

       

       “그, 데우스 후배님.”

        “예. 선배님.”

        “미안한데, 조금만 옆으로 서주면 안 될까?”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게 정확하게 내 앞에 서있으니 당장이라도 날 죽일 것 같아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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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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