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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

       파지직―!

         

       사방팔방 퍼져나가는 푸른빛의 광원이 눈앞을 어지럽힌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어깨를 돌리고 몸을 풀었다.

         

       싸움에 있어 긴장감이란,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것.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고.

         

       이것도 어느 정도 적당히 털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좋아 스트레칭은 끝이고…’

         

       어디 보자…

       뒤통수가 계속 따가운데.

       힐끗 시선을 돌린다.

         

       아닌 척 나를 주시하던 여교수가 이번에는 숨길 생각도 없이 지그시 쳐다본다.

         

       으음, 대체 왜 저리 보는 건지 모르겠네.

         

       그나마 의심될만한 건.

         

       ‘설마, 유세하 이 새끼…’

         

       사, 사고 치거나…

       아니면 헤어진…

       저, 전 여친인가?

         

       너무 어이없는 생각이지만, 나의 부족한 상상력으로는 이게 한계였다.

         

       그리고 꽤 근거 없는 헛소리라고 보기도 어려운 게, 어찌 되었든 생긴 게 이렇지 않은가?

         

       나는 별 신경 쓰지 않지만, 여기저기서 말이 나올 만큼 얼굴값을 하는 놈이라는 말씀.

         

       ‘고스라’ 에서도 ‘만나고 헤어진 여자 많을 것 같지 않냐?’라는 커뮤니티 추측 글이 꽤 자주 올라왔었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중 한 명이 아카데미 교수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절로 눈앞이 캄캄해지겠다만, 우선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였다.

         

       ‘온다.’

         

       소환을 마친 푸른빛이 완전히 사그라든다.

         

       등장한 것은……

         

       ‘뭐야 거북이?’

         

       2족 보행의 거북이.

       팔다리는 굵직한 근육으로 가득 차 있었고.

       여기에 기사처럼 건틀릿과 철제 부츠를 신고 있었다.

         

       왼팔에는 둥그런 버클러를.

       오른손에는 서양식 칼로 추정되는 금속무기가 달려있었다.

         

       “터틀터틀!”

         

       터틀터틀 이 지랄.

         

       아무튼, 기억에 있는 괴수이다.

         

       <터틀 나이트>.

       ‘수중 계통’ 타입의 F~D급 보스종이다.

         

       등급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배운 스킬과 장비가 랜덤하게 변하기 때문.

         

       형태를 보아하니 서양식 검술을 기반으로 하는 것 같은데.

         

       여튼, 이 새끼가 대체 왜 나온 거지?

         

       ‘당연히 메탈 라이노 시리즈인 줄 알았는데?’

         

       고민하던 찰나, 내가 최근에 만난 비린내 나는 녀석을 떠올랐다.

         

       ‘아, 설마 토주원 때문에!?’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이쯤에서 잡생각을 끊었다.

         

       재바르게 다가온 녀석이 품에 있던 칼을 꺼내 일직선의 찌르기를 선사하였으니까.

         

       나 또한 [자라의 장검]을 뽑아 대응하였다.

         

       카각!

         

       녀석의 찌르기와 [자라의 장검]이 격돌하며 사방으로 불꽃을 튀었다.

         

       퍼져나가는 공방.

         

       카각-! 나는 장검을 비스듬하게 들며, 녀석의 공격을 옆으로 흘려보냈다.

         

       자연스럽게 놈의 빈틈이 드러나며 공격할 기회를 얻었다.

         

       재빠르게 판단하였다.

         

       ‘검술을 이용해서 타격하는 건 무리.’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빈틈을 노리기에는, 현재 내 솜씨가 너무 형편없었다.

         

       ‘그렇다면.’

         

       가장 원초적인 것으로 간다.

         

       손을 움켜쥔다.

       다리를 지탱하며 허리에 특유의 회전력을 부여.

       원래 세상에서 수도 없이 갈겼던 주먹을 재현하였다.

         

       [‘격투’가 발동됩니다.]

       [주먹, 다리를 이용한 체술에 위력 보정이 붙습니다.]

       [너클, 각반 등의 무기에도 보정을 받습니다.]

         

       3레벨의 ‘노멀(Normal)’ 등급 능력.

       [격투]의 보정을 받은 주먹이 푸른빛을 내뿜으며 작렬한다.

         

       탕―!

         

       “…오.”

       “터틀!”

         

       이 녀석. 제법이다.

         

       꽤 좋은 레프트훅이었는데, 그것을 방패를 이용해 노련하게 막아냈다.

         

       생각보다 실전 경험이 있는 건가?

         

       나는 쉬지 않고 녀석의 방패를 주먹으로 두들겼다.

         

       그러자 좋은 소식이 머릿속을 울렸다.

         

       [믿을 수 없는 격투의 기술이 이미 당신의 몸에 새겨져 있습니다.]

       [놀라운 숙련도는 곧 주먹에 단단한 의지를 세깁니다.]

       [‘격투’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내구가 1 상승합니다.]

         

       ‘…오.’

         

       생각 이상으로 빠른 성장이었다.

       원래라면 이리 빨리 오를 리가 없는데.

         

       ‘터틀나이트가 생각보다 세서 그런가?’

         

       아마 이 녀석 못해도 D급 상위권은 될 것으로 추측했다.

         

       직후, 다시 한번 녀석의 찌르기가 들어온다.

       허리를 숙이며 거리를 벌린다.

       그러자 민첩하게 쫓아오는 터틀나이트.

         

       거북이라 느릴 거라는 생각은 녀석에게 통하지 않았다.

       이것은 놈이 펼치는 검술도 마찬가지였다.

       바람을 가르며 치명적인 곳을 노리는 안정적인 찌르기.

         

       나는 검면을 비스듬하게 세워, 요리조리 흘리며 녀석을 관찰하였다.

         

       ‘버클러는 통째 쇠로 만들었구나. 검의 형태는…에스터크. 자세히 보니 팔다리 이음새마다 갑주가 있잖아? 이거 무턱대고 공격하다가는 역으로 퉁겨지겠네.’

         

       터틀나이트의 찌르기는 마구잡이로 슉슉하는 그런 시정잡배의 기술하고는 급이 달랐다.

         

       제대로 된 발놀림과 속도.

       여기에 안정적인 힘을 결합한 서양식 찌르기를 기반으로 한 [검법]이었다.

         

       계속해서 싸우던 찰나.

       나의 녀석의 손 주위에 ‘적색 신호’가 켜지는 걸 감지했다.

         

       [‘미증유의 감’이 위기를 경고합니다.]

         

       지금까지의 찌르기와 큰 차이가 없는 모션이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직감하였다.

         

       저건, 스킬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녀석의 찌르기는 포크처럼 2갈래로 나누어진다.

       여기서 한 번 더 갈라져 삼지창처럼 3개의 타격점을 동시에 노리며 들어왔다.

         

       다행히 미리 간파하였던 덕분에 피해를 보지 않았다.

         

       ‘쉽지 않네.’

         

       녀석은 계속해서 ‘찌르기’를 사용하였다.

         

       저 [스킬].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마력 소모가 극도로 적은 모양이다.

         

       위력이 높지 않은 대신, 평타 처럼 사용할 만큼의 적은 소모량.

         

       그것에 힘입은 터틀나이트는 계속해서 [3연 찌르기]를 사용하며 나를 몰아붙였다.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터틀 나이트는 방패에도 신경을 집중하였다.

         

       아까부터 내가 공격하려면 방패에 마력을 모으는 게.

       아마 므냥이처럼 [방어계통]의 스킬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카운터] 타입이겠지.’

         

       녀석의 전법은 빠르게 파악했다.

         

       마력 소모가 적은 찌르기를 바탕으로 선공권을 가져가며.

       그것에 화난 상대의 공격을 방패를 이용해 되받아친다.

         

       안정적인 로우리스크, 그리고 하이 리턴을 가져오는 검사의 정석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직감하였다.

         

       이거 두 달 전이었으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졌을 거라고.

         

       하지만 나도 므냥이랑 함께 두 달 동안 놀라운 성장을 보인 몸이다.

         

       겨우, 이 정도 위기에 질 생각 따위 추호도 없었다.

         

       우선 녀석과 맞붙는 걸 포기하고 뒤로 물러섰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더욱더 몰아붙이는 터틀나이트.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녀석의 표정에 미묘한 금이 가기 시작한다.

         

       휙-!

       휙-!

       휙-!

         

       녀석의 찌르기는 단 한 대도 나를 스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건 간단하다.

         

       내가 저 거북이보다 빠르기 때문에.

         

       [‘메스토의 돋보기’를 발동합니다.]

       [에픽(Epic) 등급의 특성입니다.]

       [오랫동안 고성에 머물렀던 뱀파이어 백작의 음흉한 관음증이 펼쳐집니다.]

       [상대가 비린내 나는 거북이라는 점에서 실망합니다.

         

       ―――――――――――――――

       ◉터틀나이트.

       [근력:17] [마력:15]

       [속도:17] [정신:5]

       [내구:17] [신성:-10]

       ―――――――――――――――

         

       역시 예상대로 근력, 속도, 내구 모두 안정적인 밸런스 타입.

         

       수치도 17이나 되었다.

         

       ‘…이거 기연은 당연한 거고, 표독주에게 [둔기], [지구력] 못 가져왔으면 졌을지도 모르겠는데?’

         

       능력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 토주원처럼 [빠른 발] 특성이 있을 거다.

         

       하지만 나 또한 [민첩성]이라는 속도에 관련된 특성이 있다.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능력이 그 힘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나는 칼자루에 손을 올린 채 계속해서 놈과 거리를 벌리며 지켜보았다.

         

       정확하게는 터틀나이트의 찌르기를 말이다.

         

       ‘과연 나름의 리듬이 있구나.’

         

       미세한 박자.

       검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도 몇 번 쓰면서 느낀 게 있다.

       모든 [검법]에는 그 나름대로 고유한 흐름이 있다는 것을.

         

       므냥이 또한 단검을 다룰 때 본인만의 리듬이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이것을 간파하는 순간, 상대의 행동을 어느 정도 예측하기 편하다는 소리이기도 하였다.

         

       물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무슨 예지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걸 간파하냐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바로 [미증유의 감].

         

       나의 예측대로 곧 녀석의 리듬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찌르기보다 더더욱 강한 마력이 뭉쳐진다.

         

       아까까지와는 다른 스킬을 쓸려는 것을 간파하였다.

         

       [‘터틀나이트’가 ‘관통 찌르기’를 사용합니다.]

         

       훨씬 더 빠르고 날카로운 섬광이 다가온다.

       나는 녀석의 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허리를 숙이며 완벽한 타이밍으로 회피하였다.

         

       “…무슨!?”

       “와, 씨. 방금 봤냐?”

       “…설마, 미리 간파한 건가?”

         

       놀란 관중들의 소리가 들려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보다 더욱 놀란 녀석이 눈앞에 보이니까.

         

       “터틀?!”

         

       터틀나이트의 눈동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흘린다.

         

       지금까지 묵묵히 버터 내던 녀석의 의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위기를 벗어나면, 반드시 기회가 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

         

       내가 괜히 멋 내려고, 녀석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게 아니다.

         

       가장 최적의 상황, 최적의 거리, 최적의 기회를 포착한다.

         

       “…후우.”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푸른빛의 마력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며 팔을 타고 흘러넘친다.

         

       나는 그대로 녀석을 향해 일직선의 검극을 펼쳤다.

         

       [‘검의 노래’가 발동됩니다. 발도류 스킬의 최종 위력이 100% 증가합니다.]

       [‘류참(流斬)’이 발동됩니다.]

       [‘저돌맹진(P)’ 효과가 추가됩니다. ‘돌진’이 부여되며 물리 데미지 20%, 속도가 20% 증가합니다.]

         

       승리를 확신하였다.

         

       그래서 그랬던 걸까.

         

       예상치 못한 변수에 눈을 크게 떴다.

         

       바로 방패.

       정말 재수 없게도 [류참]이 타격한 것은 녀석의 방패였다.

       놈이 알고 막은 것은 아니다.

       그저 허둥지둥거리다, 우연히 방패의 끝자락에 재수 없게 검이 걸린 것이다.

         

       ‘…이런 씨발!’

         

       단숨에 잘려나가는 방패.

       동시에 녀석의 목덜미에 류참이 박히지만, 덕분에 위력이 팍 줄었다.

         

       “…터, 틀!”

         

       가래가 끓는 목소리와 함께 놈이 에스터크를 뒤로 당긴다.

         

       이대로는 당한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 감돌았다.

         

       ‘하는 수 없지.’

         

       내가 빙의되고 나서 처음 [류참]을 펼칠 때 말고는 쓰지 않았던 그 힘.

         

       나로서는 대충 잡기술이라고 여기는 그것을 아주 조금이지만 의식하고 끌어내었다.

         

       화아악―!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살기.

         

       살의는 곧 [류참]에 스며들었고, 기술의 위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주었다.

         

       [‘검의 노래’가 소유자의 불가사의한 재능에 반응합니다.]

       [최종 위력이 160%로 증가합니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운명의 별 중 하나가 당신의 손에서 발휘됩니다.]

       [흉살(凶殺)의 별입니다.]

         

       슈컥―!

         

       나는 마침내, 터틀 나이트의 목을 떨구는 데 성공하였다.

         

         

       * * *

         

         

       여기저기 환호성과 박수를 받는 유세하.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변에 인사를 하는 그를, 두 명의 교수가 묵묵히 바라보았다.

         

       작게 손뼉을 쳐주던 노파의 여교수.

       봉미춘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팽진아.”

       “네, 봉미춘 교수님.”

       “…처음에는 어리석은 의심이라고 생각했다만, 과연 그렇구나. 네가 그리 의심할만해.”

         

       돌처럼 굳어진 봉미춘의 말에, 옆에 있던 팽진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저 아이는…위험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저런 힘은 본 적이 없습니다. 필시…<실버백>의 가죽에 남았던 무언가도 저것을 기반으로 둔 힘이겠지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제가 나서려 합니다.”

         

       그 말에 봉미춘은 흠칫 놀란 표정으로 팽진아를 바라보았다.

         

       이내 자신의 옛 제자가 진심이라는 걸 알고 나지막이 탄식했다.

         

       “…알 거로 생각하지만, 손속에 사정을 두어라. 아직 그 무엇도 확실히 된 건 없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외람됩니다만…-”

         

       “-다른 교수들의 설득이라며 나에게 맡겨라. 내가 말한 것에는 의미가 있다고 여겨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말을 마친 팽진아.

       그녀는 허리춤의 검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당당히 유세하를 향해 걸어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맞다 오늘도 연참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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