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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

       

       

       “···아아, 어떡하죠.”

       

       [뭐가요?]

       

       “작가님도 아시잖아요. 위버멘쉬.”

       

       [아···. 그러네요. 줄여야 한다고 하셨지···.]

       

       “하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위버멘쉬, 이 녀석들을 네 명까지 줄여야 하는데.

       

       ···어떻게 줄여야 하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방학식이라고.

       

       딱 네 명.

       

       네 명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도로시, 유시우, 아멜리아, 그리고 나.

       

       한 명당 하나씩 맡으면 최고일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방학식에 습격은 일어나는 거죠?”

       

       [네! 그럴 예정이에요! 으음, 그래도 빌런들을 얼마나 강하게 할지는 미정이에요.]

       

       “흠···.”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애초에 종업식 이전에 다 죽여버리는 게 맞는 걸까?

       

       

       “작가님. 그 녀석들 말고 다른 빌런들은 생각해두신 게 있나요?”

       

       [아뇨?]

       

       “···.”

       

       

       내가 괜히 물어봤구나.

       

       작가님이 별생각 없다는 건 여태 잘 알고 있었는데.

       

       작가님이 이렇게 말해도 빌런은 추가될 수밖에 없다.

       

       빌런 집단의 수가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가지치기를 하기는 했지만, 이제야 겨우 1학년의 절반.

       

       전개를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애물을 만들어야 한다.

       

       이전에도 말했듯, 아카데미 소설은 시련을 부여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장르니까.

       

       물론 저 녀석들을 어떻게든 살려두면 써먹을 수야 있겠지만, 그러면 작가님의 독자들이 난리를 피워대겠지.

       

       왜 적을 죽이지 않고 살려보냈냐고.

       

       만약 그렇게 불탔을 때 작가님의 정신력이 멀쩡할까?

       

       ···나는 부정적이었다. 내가 여태껏 보아온 작가님은 그런 걸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고민하지 말고 저번처럼 그냥 다 죽여버리면 안 될까요?]

       

       “그게 말처럼 쉬우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텐데요.”

       

       

       작가님은 그때처럼 내가 다 죽여버리고 나오면 문제가 없지 않으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사람들의 눈과 귀는 아라크네라는 빌런 집단에 쏠려있었으니까.

       

       

       “이하율 수사관, 죽여도 되나요?”

       

       [으, 많이 아까운데···. 빌런을 추격하는 수사관, 멋있는데···. 꼬, 꼭 죽여야만 하나요?]

       

       

       이거 봐.

       

       작가님은 수사관을 죽이기 싫어했다. 아마 자기 취향에 딱 맞는다던가 그런 거겠지.

       

       뭐, 이해는 할 수 있어. 언제나 꽂히는 건 있기 마련이니까.

       

       ···문제는, 이하율 수사관이 방해가 될 것 같다는 거다.

       

       죽이는 게 제일 빠른데 말이야. 어차피 메인 스토리에도 등장하지 않는, 고작해야 조연.

       

       인형극에 올라오지 못하는 녀석들을 내가 신경 써줄 필요는 없었지만···.

       

       작가님이 아끼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다르지. 굳이 내가 죽여야 한다고 작가님께 말해도 의미는 없다.

       

       어떻게든 제거한다고 해도 작가님과의 사이가 엄청나게 틀어질 거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순식간에 소름이 끼쳐와 더 이상의 생각을 그만두었다.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어느샌가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던 연락처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전화 받았습니다.]

       

       “저에요.”

       

       [아르테 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우당탕.

       

       휴대폰 너머에서 그런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잘못 건 거 아니지?

       

       휴대폰을 들어 다시 한번 연락처를 확인해보았다.

       

       맞는데? 협회 간부.

       

       

       “성능 확실하네요.”

       

       [에헴! 이게 다 제가 유능한 덕분이죠!]

       

       “···.”

       

       

       유, 유능···?

       

       아니, 유능한 건 맞지.

       

       협회의 높으신 분이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오는 이유가 작가님 때문이니까.

       

       이하율 수사관이 귀찮아져 집어넣은 설정. ‘아라크네는 협회의 내부에 깊게 침투해 있다.’

       

       그냥 대충 집어넣은 설정이었는데, 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네.

       

       

       [말씀해주십시오. 저희는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빌런들을 모두 숙청하실 생각입니까?]

       

       “···아, 그건 아니에요. 잠깐 궁금한 게 있어서.”

       

       [그, 그렇습니까. 무엇이든지 물어봐 주십시오!]

       

       

       뭐야, 이놈들?

       

       아라크네의 끄나풀, 협회의 배신자라는 설정일 텐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숨소리는 한 개가 아니다. 여러 명이야. 방금 데려온 건가.

       

       한 명 뿐일 줄 알았는데, 뭐가 이렇게 많아?

       

       ···떠봐야겠네. 설정 탓에 비어버린 배경이 자연스럽게 바뀐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기분이 묘하네요. 빌런을 싫어하는 협회가, 이렇게 빌런과 대화를 나누다니.”

       

       [···빌런이라니요.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하지만 협회에서 빌런으로 지정했잖아요? 빌런 조직, 아라크네. 상당히 위험함.”

       

       [그것은 협회로서 어쩔 수 없는 행위지만, 저희는 조직을 그저 빌런 조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마치 자랑스럽다는 듯 자연스럽게 높아져 갔다.

       

       

       [사회의 시스템은 빌런들을 죽일 수 없습니다. 법이 그러니까요. 그로 인해 시민들은 고통받고, 범죄자는 잡혀도 평생 감옥에서 썩어나갈 뿐!

       

       심지어 대부분은 사법 거래로 인해 밖으로 나갈 기회마저 주어집니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하나로!]

       

       

       “···그랬죠. 대부분은 실패하고 전장에서 죽지만요.”

       

       

       [사회의 쓰레기들에게는 인권 따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자식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저버렸어요! 남의 권리를 해쳤으면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꼴이 웃기지 않습니까?

       

       저희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놈들이 인권이라는 걸 가져야만 합니까?! 그 자식들은 인간이 아니야!

       

       ···하지만 법은 그들을 처벌하지 못하고, 시민들의 고통은 날로 늘어만 갔겠죠. 아라크네가 없었더라면!]

       

       

       후우, 후우···.

       

       흥분에 찬 목소리에 전화기의 너머에 잠깐의 소란이 일더니, 목소리가 바뀌었다.

       

       이번에도 꽤 나이가 있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간부까지 올라갔으니 당연한가.

       

       

       [그렇기에 저희는 당신들을 지지하는 겁니다, 아라크네.

       

       법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개선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적어도 마수들이 모두 처치되기 전까지는 그렇겠죠.

       

       스스로 사회의 청소부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쳐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니 말씀하십시오. 무엇을 원하시는 거죠?]

       

       

       ···아하.

       

       대충 이해했다.

       

       ‘아라크네와 협회가 긴밀한 관계다.’ 라는 설정을 메꾸기 위해, 협회의 높으신 분들이 빌런을 싫어한다는 설정이 된 모양이다.

       

       협회는 빌런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힐 일이 많으니까, 이런저런 더러운 꼴을 많이 보아왔겠지.

       

       그렇기에 협회에 오래 몸담은 높으신 분들일수록 빌런을 혐오한다. ···그렇게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그런 간부들에게 아라크네는 청소부. 더러운 도시를 깨끗하게 씻겨주는 청소부일 테고.

       

       

       “아라크네를 쫓던 수사관. 이하율 수사관은 지금 뭘 하고 있나요?”

       

       [그 자라면 현재 휴가를 떠났습니다. 업무를 외압에 중지당하면 충격이 크니까요. 푹 쉬고 있을 겁니다.]

       

       “흐음···.”

       

       

       쉬기는 무슨.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어도 계속해서 의심스러워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쉽게 외압에 굴할 것 같지는 않았다. 협회를 등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를 쫓겠지.

       

       그런 귀찮은 거머리를 죽일 수도 없고, 내쫓을 수도 없다면···.

       

        다른 쪽에 붙여버리면 되잖아?

       

       

       “복귀시키세요. 아라크네가 나타났다, 너희 힘이 필요하다고.”

       

       [네? 그게 무슨···.]

       

       “위버멘쉬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인원은 잔존 세력의 절반. 간부는 넷.”

       

       [···!]

       

       

       사실 거짓말이다.

       

       

       위치는 무슨,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지만 걱정할 건 없었다. 이 세상은 작가님의 인형극. 작가님에게 부탁하면 그만이다.

       

       인형극 뒤의 소품이 너무 많다면 적당히 개수를 조정해야 하니까.

       

       

       “그들의 목적은 아카데미 내부에 숨겨진 어떤 물건의 탈취에요.”

       

       [그렇다는 건···.]

       

       “언젠가는 아카데미에 습격할 예정이겠죠. 목표가 그거니까.”

       

       [···경비를 강화하겠습니다.]

       

       “그만두세요. 언제 습격할지 알고? 너무 경계심을 높이면 오히려 갈피를 잡기 힘들어요.”

       

       

       거짓말이다.

       

       사실 언제 습격하고, 인원은 몇 명인지 전부 알고 있다.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방학식 날에 습격을 감행한다.

       

       ···하지만 그걸 말해줄 의무는 없지. 유시우가 시련을 겪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겪어야 하는 사건이니까.

       

       무대 위에 올라가지도 못하는 인형들은 그저 지켜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들이 불안하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할 정도로만 숫자를 줄여놓고, 나머지는···.”

       

       [···알겠습니다. 필요한 희생이군요.]

       

       “그런 셈이죠.”

       

       [말씀드린 부분은 금방 해결하겠습니다. 그럼.]

       

       “잘부탁해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더 이상 이야기할 건 없었으니까.

       

       

       “아아, 이거 참···. 힘드네요!”

       

       [머, 멋있었어요! 악의 조직을 뒤에서 쓸어버리는, 멋있는 악당!]

       

       “멋있기는 무슨···. 저는 악당도 아니고, 악의 조직도 아니거든요?”

       

       

       작가님의 헛소리를 대충 넘겼다.

       

       내가 무슨 악의 조직이야?

       

       비밀 결사면 몰라도.

       

       ···그나저나, 기대되는데.

       

       협회에 오래 있을수록 빌런에 대한 혐오가 깊어진다니.

       

       과연 수사관은 빌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 누구보다 직접적으로, 빌런이 무슨 짓을 벌이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아온 사람이다.

       

       어쩌면 작가님의 말대로 굳이 죽일 필요는 없겠네.

       

       기분이 좋아졌다.

       

       

       

       ***

       

       

       

       “···미친.”

       

       “히, 히엑···. 무, 무릎 꿇고 빌어서 다행이다···!”

       

       

       라이라와 스피라는 기겁했다.

       

       자신이 들은 게 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너, 너랑 나랑 같은 거 들은 거 맞지?”

       

       “주인님이 협회랑 연관이 있다···?”

       

       “미친···. 제대로 들었네.”

       

       

       모든 걸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르테가 협회의 고위층에게 명령하는 건 똑똑히 들었어.

       

       게다가, 뭐?

       

       

       “위버멘쉬의 절반이 사라질 거라니···.”

       

       “···.”

       

       

       라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썩은 동아줄을 붙잡았지만 금방 끊겨서 다행이었다.

       

       만약 동아줄을 부여잡고 계속 올라갔다면 무슨 꼴이 되었을지.

       

       큐브 스테이크 될 뻔했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 맞다.

    어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깜빡했던것 하나!

    이모티콘 러프가 도착햇서요! 와아!

    작가님(저 아님)이 좆경을 끼고있더군요···. 당장 지워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좆경 컷!

    그리고 작가님 꿀밤때리는 콘은 작가님이 꿀밤맞고 울고있는 콘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미 맞고 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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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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