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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

       

       “야.”

       

       “예, 크리스님…”

       

       “가면 밥은 주냐?”

       

       “무..물론입니다.”

       

       알루어드가 내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캥기는 일이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이단이라고 잡아가는데 밥 주는 거 확실해?”

       

       “교단은 그런 식으로 심문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 뭐 화형을 시킨다거나 그런 건 없고?”

       

       “이단으로 판명이 되면…하지만 크리스님은 이단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거야 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어쨌든 밥은 준 다니 다행이었다.

       

       “고문도 없는 거 맞지?”

       

       “당연합니다!” 

       

       “가두지도 않고?”

       

       “그건…”

       

       성기사들이 성안으로 들어오고 이틀 동안 나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덕분에 간단하게나마 제사를 치르는 것이 가능했다.

       

       영혼이 한둘이 아니라 또 쉴 시간은 없었지만.

       

       “다같이 바쁘기는 했지.”

       

       어찌 되었든 지금은 나를 찾아온 잡놈들에게 끌려가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 형식이 내 예상과는 달라 조금 얼떨떨했다.

       

       “영감님은 왜 오셨나요?”

       

       “당분간 못 볼지도 모르는데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마음 같아선 따라 가고 싶네만…”

       

       영감님들은 지원군이 올 때까지 이곳을 지켜야 하니, 함께 하지는 못할 것이다.

       

       같이 다닐 때는 든든했는데, 떨어지려고 하니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다 뭔가요?”

       

       “환송식을 위해 모인 사람들일세.”

       

       남작령의 안쪽에 교단으로 가는 워프마법진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가는 길에 병사들이 쫙 깔렸있었다.

       

       성벽에 있는 병사들 빼고는 전부가 온 것 같았다.

       

       영감님들이 성기사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준비 한 것이 이런 것일 줄이야···.

       

       “이런 상황일수록 병사들의 사기가 중요하네.”

       

       “이거랑 사기랑 무슨 관련이 있나요?”

       

       “원래 영웅은 존재만으로 사기에 영향을 끼치는 법이지.”

       

       “….?”

       

       알 수가 없는 말이었다.

       

       영감이 나에게 바짝 붙어 은밀하게 속삭였다.

       

       “자네의 뒤에는 우리가 있음을 잊지 말게나.”

       

       “…예?”

       

       “출발하지.”

       

       파라몬 영감이 말에 올라타 앞장을 서고, 세레나가 내 옆으로 바짝 붙어섰다.

       

       “참나…”

       

       이단을 끌고 가는 현장 치고는 느낌이 많이 이상했다.

       

       일단 나의 상태 부터가 아주 편안하다.

       

       묶이지도 않았고, 위협을 받지도 않는다.

       

       그냥 성기사들에게 둘러싸여 마법진까지 걸어가는 것이다.

       

       “…이게 맞아?”

       

       처음에는 이단 심문관이라는 자가 와서 나를 묶으라 지시 했었다.

       

       하지만 시도조차 못하고 끝이 나 버렸다.

       

       영감님들이 제국을 들먹이며 위협을 하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다.

       

       솔직히 파라몬 영감이 칼을 쥐고 협박하는데 누가 안 듣겠는가.

       

       “죄인을 압송하라.”

       

       다우논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단 심판관.

       

       다우논이 명령을 하자 내 주위를 둘러싼 성기사들이 걷기 시작했다.

       

       위협적인 기세를 펄펄 풍기며.

       

       “으음…”

       

       저벅 –

       

       저벅 –

       

       갑옷이 만들어 내는 소리와 발소리가 울리고 삼엄한 경계의 기색이 느껴졌다.

       

       “…크리스, 불편하면 말하세요.”

       

       “나 지금 굉장히 편해.”

       

       내 옆에 꼭 붙은 세레나가 연신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훑었다.

       

       원래는 나만 끌려가는 것이었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며 세레나가 따라 붙었다.

       

       저들이 따로 제지를 하지 않는 걸로 봐선 느낌이 좋지는 않지만···.

       

       저벅 –

       

       고작 몇 발짝 움직이지도 않았을 때.

       

       병사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성자님께서 행차하신다!!”

       

       “와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었다.

       

       “이거…내 생각이랑 너무 다른데?”

       

       손이 묶여서 끌려 갈 줄 알았는데···.

       

       이건 진짜로 성자가 행차하는 그림이었다.

       

       성기사와 사제들에게 둘러싸여 거리를 행진하다니.

       

       함성이 얼마나 큰지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다우논 이라는 놈은 그게 또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감히, 성자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는가! 성기사들은 무엇을 하느냐!”

       

       다우논의 한마디에 성기사들이 기세를 흘리며 병사들을 훑었다.

       

       움찔.

       

       “불경스러운 말을 하는 자들은 즉시 체포하겠다.”

       

       서늘하게 터져 나오는 고압적인 말투.

       

       병사들 사이로 정적이 내려앉았다.

       

       “거참, 지친 사람들한테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다우논의 날카로운 눈이 나에게로 향했다.

       

       지금 나랑 눈을 마주치기가 힘들 텐데···.

       

       움찔.

       

       역시나 살짝 놀라는 다우논.

       

       눈빛이 얼마나 더러운지 내 눈이 썩어버릴 지경이었다.

       

       “머릿속에 욕심이 그득그득하네. 아저씨 신관 맞아요?”

       

       “뭐라?”

       

       “팔자는 좋게 태어난 거 같은데… 욕심 때문에 다 그르치게 생겼네.”

       

       “허, 주제도 모르고 기세가 등등하구나.”

       

       눈빛에 멸시가 기본으로 깔려 있었다.

       

       아마, 영감님들이 없었다면 대놓고 평민이라 무시를 했을 것이다.

       

       지금도 굉장히 고압적인 태도였으니까.

       

       “어디 심문을 받으면서도 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

       

       심문?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알루어드를 째려봤다.

       

       “야, 고문 안 한다며?”

       

       “….”

       

       “저 아저씨 말하는 거 보면 무조건 할 거 같은데?”

       

       “…그럴 일 없습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없기는 개뿔.

       

       이미 나를 향한 적의가 가득했다.

       

       솔직히 좀 억울하다.

       

       본 적도 없는 저놈들이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런다는 말인가.

       

       “하여튼…팔자가 너무 꼬였어…”

       

       세레나가 얼굴을 굳히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

       

       “저들이 만약… 크리스님께 위해를 가한다면…”

       

       “음? 아, 괜찮아.”

       

       세레나에게 걱정이 가득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보니 여차하면 다 뒤집어 엎을 기세였다.

       

       “고생길은 있는데, 다치는 건 없어. 아직 재수가 좋아.”

       

       “…”

       

       난 지금 운기가 탁 트여 있는 상태다.

       

       신빨 최상.

       

       운기도 최상.

       

       굉장히 좋은 상태라는 것이다.

       

       점사도 평소보다 훨씬 예리하고 정확했다.

       

       굳이 방울을 흔들지 않아도 어느 정도 감이 잡힐 만큼.

       

       나는 알루어드를 한번 훑으며 피식 웃었다.

       

       “진짜 말 안 듣는 놈이네.”

       

       “…예?”

       

       자꾸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개구쟁이.

       

       다른 놈들을 보면 화가 나는 반면에, 알루어드는 어린아이를 보는 느낌이다.

       

       중요한 건 이게 내 감정이 아니라는 것.

       

       심지어는 내 몸주신이 내려보내는 공수도 아니었다.

       

       짚이는 것이 있다면···.

       

       “일리아님이 노인의 모습으로 묘사가 된다고?”

       

       “예, 맞습니다. 일리아님께서는 대지의 자애를 품고 계시기 때문이죠.”

       

       “어떤 모습이신데?”

       

       “주로 할아버지의 모습을 한 동상이 많습니다.”

       

       “흐음…”

       

       할아버지의 모습이라···.

       

       고민하는 나를 보며 알루어드가 설명을 덧붙였다.

       

       “신과 마주한 사람은 성자와 성녀 밖에는 없을 겁니다. 그분들의 말을 토대로 동상들을 만들었으니까요.”

       

       “혹시, 할머니는 없냐?”

       

       내 물음에 알루어드가 웃음을 지었다.

       

       “신의 형상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섬기는 모습으로 발걸음을 하신다고 하시죠.”

       

       말을 하는 동안 짓고 있는 웃음이 제법 신관 다웠다.

       

       이런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만큼.

       

       “잘 배웠네.”

       

       “…예?”

       

       “인상도 좋고, 태도도 바르고…”

       

       그런데 왜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들까?

       

       흠칫.

       

       내 시선을 피하는 게 상당히 수상하다.

       

       눈이 무서워서 못 마주치는 게 아니라 숨기는 것이 있는 느낌.

       

       또 그걸 보는 나는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공수도 아니고…”

       

       “…”

       

       “…음?”

       

       계속 걸어가다 보니 내 주위로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주변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내 앞으로는 기사단이 도열해 있었다.

       

       마법진으로 향하는 곳에 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파라몬 영감이 눈짓을 하자 기사들이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쿵 –

       

       쿵 –

       

       굳게 쥔 검.

       

       정렬된 자세.

       

       마치 경의를 표하듯 그 행동이 지속되었다.

       

       내가 그 앞으로 도착할때까지.

       

       곧,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기사단!”

       

       채앵 –

       

       “검례!”

       

       도열해 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하늘로 치켜세웠다.

       

       그리고 만들어진 그림은 정말로.

       

       “허…”

       

       영웅의 환송식이었다.

       

       신관들의 호위를 받으며 기사단 사이를 걸어가는 내 모습.

       

       이걸 보고 있는 병사들에게서 또 한 번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

       

       “성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병사들의 사기가 어쩌고 하더니···.

       

       영감들이 나를 아주 잘 써먹고 있지 않은가.

       

       주변에 있는 성기사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걸었다.

       

       다우논의 얼굴은 이미 시뻘개져 터지기 직전이었다.

       

       “같잖은 수작을 부리는 군. 신의 뜻도 모르는 것들이…”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클로셀 영감이 그곳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영감님.

       

       머릿속으로 클로셀 영감의 목소리가 울렸다.

       

       [크리스, 잘 들리는가?]

       

       “…?”

       

       [자네 옆에 있는 교황 후보에게 정식으로 요청을 받았다네.]

       

       알루어드가 무언가를 했단 말인가?

       

       역시나 아까 느꼈던 게 맞았다.

       

       [워프를 하는 즉시, 몸을 보호하게. 작은 전투가 있을 예정이니.]

       

       전투?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교황파 측에서 자네의 신병을 확보할걸세.]

       

       이 말을 끝으로 영감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마법진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성기사들이 멈춰섰다.

       

       파라몬 영감이 말에서 내려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잠깐 할 말이 있네.”

       

       “…”

       

       못마땅한 기색으로 비켜서는 성기사들.

       

       영감이 나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자네가 세운 공을 황실에 보고했네.”

       

       “황실이요…?”

       

       “아무 신경 쓰지 말고 자네 할 일을 하시게나. 정치는 우리가 할 테니.”

       

       내 주위로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귀띔이라도 미리 해 줄 것이지···.

       

       조금이라도 쉬라는 영감님들의 배려가 분명할 것이다.

       

       제법 나를 많이 챙겨 주는 영감들이니 말이다.

       

       “교단에 도착하는 즉시 죄인을 포박하도록.”

       

       다우논이 기사들에게 명령을 하며 마법진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내가 자리를 잡자 바짝 붙는 알루어드.

       

       미묘한 미소를 띄며 검을 굳게 잡고 있었다.

       

       스으으 –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

       

       나는 볼 수 있었다.

       

       검을 뽑아 드는 알루어드의 모습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조만간 연재 시간을 고정 해 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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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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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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