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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

       

       

       

       

       

       55화. 피어나다 ( 1 )

       

       

       

       

       

       “돌격ㅡ! 전군 돌격하라!”

       

       황금빛으로 물든 무기를 들고, 제국의 군대가 전진했다. 멀리서 보자면 태양빛의 호밀밭이 검은 물결과 맞서는 형태였으니. 

       

       제국의 병사들은 역병의 파도를 종이처럼 베어 갈랐다.

       

       

       ㅡ찌이익!!

       

       ㅡ찌직!!

       

       

       옅은 금빛이 깃든 칼과 창은 역병쥐의 두터운 가죽을 손쉽게 갈랐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듯했던 몸은 활력이 차올랐고, 마르지 않는 힘이 솟아났다.

       

       

       “황제 폐하께서 신의 선택을 받으셨다!!”

       

       “신께서 제국을 보우하신다!!”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 끝까지 치솟아올랐다. 그들의 뒤에는 신에게 선택받은 황제가 있고, 무기에는 찬란한 기적이 깃들어 있다.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내지르는 창에 역병쥐의 두개골이 터져 나가고, 칼을 휘두르자 역병쥐의 뱃가죽이 갈라졌다.

       

       일방적인 학살의 시간이 이어졌다. 거대한 파도 같은 역병쥐의 무리가 덮쳐왔지만, 제국의 군대는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다.

       

       끝없는 파도처럼 몰려드는 역병쥐의 떼는, 그들에 비하면 한 줌도 안 되는 병사들에게 죽어 갔다. 그렇게 해가 저무는 순간까지 일방적인 학살의 순간이 계속됐다.

       

       어스름한 해가 지평선에 주황색의 반원을 걸칠 때 즈음, 더 이상 하수도에서 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최후의 발악인 마냥 끝도 없이 몰려든 역병쥐들의 공격, 하지만 병사들은 끝끝내 모든 역병쥐들을 물리쳤다.

       

       

       “하아ㅡ 하ㅡ”

       

       “… 해치… 웠ㅡ 읍?!”

       

       “야아!! 누가 저 새끼 주둥이 좀 막아봐!”

       

       ” 너 이 새끼, 내가 그 말! 하지! 말랬지!!”

       

       “악!! 아악!! 아파!! 미, 미안!! 악!!”

       

       

       한구석에서 긴장이 풀린 병사들이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몇몇 병사들은 쥐의 사체를 질질 끌며 대로를 정리했다.

       

       

       ㅡ파츠츠츳

       

       

       황제의 왕홀에서 눈부시게 뿜어져 나가던 황금빛은 깜빡깜빡 점멸하다가, 픽ㅡ하고 꺼져 버렸다.

       

       카이사르는 당황하지 않았다. 왕홀은 제 역할을 다 한 것이니, 때가 되면 다시금 그 힘을 보일 것이다.

       

       

       “폐하, 경하드립니다!”

       

       “대승, 대승입니다!!”

       

       

       온몸을 쥐의 피로 적신 기사들이 카이사르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황제에게 승리의 영광을 바치는 것이다. 카이사르는 엄숙한 표정으로 그들의 고생을 치하했다.

       

       

       “그대들의 공이 크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저 간악한 마귀들의 어미를 토막 내지 않으면,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닐터!”

       

       

       카이사르는 부릅뜬 눈으로 쥐의 사체를 노려봤다. 대충 치웠는데도 작은 동산의 높이로 쌓여 가는 사체들. 저 역겨운 마귀들과 끝장을 봐야 한다.

       

       

       “이만큼의 숫자가 밖으로 나왔다면, 녀석들의 둥지는 텅 비었을 것이다. 빠른 시일내에 이 더러운 마귀들의 어미를 토막치고 불에 태워야 한다!”

       

       “맞습니다 폐하!! 역겨운 마귀의 어미를 저의 칼로 잡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저 또한 폐하의 칼로서 함께 하겠습니다!”

       

       

       카이사르의 말에 격정적으로 외치는 기사들. 그들 또한 이 지긋지긋한 역병쥐들의 어미를 보고 싶었다.

       

       만나면 반갑다고 눈에다가 칼부터 꽂아주고 시작하리라.

       

       눈에서 불꽃이 튀는 기사들. 카이사르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데모닉을 찾았다.

       왕홀의 힘 덕분인지, 병사들은 오랜 시간 싸웠음에도 체력의 손실이 커 보이지 않았다.

       

       역병쥐의 어미를 놔두면 얼마나 새끼를 낳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속전속결로 몰아붙일 생각이었다.

       

       

       “데모닉경, 잠시 이쪽으로 오게.”

       

       “아, 폐하.”

       

       

       옷에 묻은 피를 문지르던 데모닉이 카이사르에게 다가왔다. 그 뒤에서 붉은 머리카락을 찰랑이는 케니스가 졸졸 따라왔다.

       마치 제 부모를 따라다니는 새끼 오리 같은 모습에 카이사르는 작게 미소 지었다.

       

       

       “데모닉경의 따님께서 아주 용맹하시더군.”

       

       “예? 어, 그 폐하? 제 딸이라면…?”

       

       “음? 케니스경이 그대의 딸이 아니었나? 눈빛이 영락없는 아비의 눈이었는데? 아니라면 짐이 실례했군.”

       

       “어, 그으… 맞긴 합니다만 그것이ㅡ”

       

       

       데모닉의 눈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표정은 무뚝뚝한 그대로이면서, 눈동자만 갈피를 못 잡고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그 뒤에 있는 케니스도 눈동자가 이곳저곳을 돌며 요동쳤다. 카이사르는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짐작했다.

       

       

       ‘… 어지간히 어색한 부녀 사이인 모양이군.’

       

       

       타인의 가족 사정에 끼어들어서 좋은 꼴은 못 보리라. 카이사르는 끝을 모르고 헤엄치는 데모닉의 눈동자를 바로잡을 겸, 헛기침을 크게 했다.

       

       

       “ㅡ크흠!”

       

       “아! 시, 실례했습니다 폐하.”

       

       “아니야, 내가 괜한 말을 했군. 아무튼 데모닉경, 지금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짐이 보기에는 쥐들의 둥지를 박멸하려면, 지금이 매우 적기라고 생각하네만.”

       

       

       정신을 차힌 데모닉이 날카로운 팔라딘의 눈으로 카이사르를 바라봤다. 어설픈 아버지에서 냉철한 팔라딘으로 돌아온 데모닉.

       

       

       “… 나쁘지 않습니다. 말씀대로 많은 수의 쥐들이 한 번에 둥지를 빠져나왔고, 병사와 기사들의 체력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보급품을 넉넉하게 챙긴 후에 돌입한다면…”

       

       “음,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기사단장들과 해 보게.”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는 데모닉. 카이사르의 뒤에 있던 기사단장들이 데모닉에게 다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보급품과 물자 분배, 하수도의 지도와 프리가의 탐색 등등…

       

       카이사르는 이어지는 대화에 관심을 끊었다. 그는 큰 그림을 제시하는 자였지, 세세한 것은 밑에 있는 신하들이 할 일이었다.

       

       

       “후ㅡ 약간 피곤하군.”

       

       

       한 병사가 발 빠르게 깨끗한 의자를 찾아와 카이사르에게 바쳤다.

       

       

       “하… 좀 살겠구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끓어오르던 전투의 흥분은 가라앉고, 흥분이 가신 자리에는 피로가 몰려왔다.

       

       전투 후의 뒷정리로 부산한 대로. 병사들이 사체를 옮기며 시끌시끌 떠드는 소리가 가득했다.

       

       그때, 대로와 연결된 작은 골목에서 갑주끼리 부딪히며 철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데모닉의 뒤에서 멍때리던 케니스가 먼저 반응했다. 재빨리 신검을 뽑아 들고, 골목길의 그림자를 향해 겨눴다.

       

       

       ㅡ철그덕 ㅡ철걱

       

       

       두터운 갑주끼리 부딪히며 나는 소리. 그림자가 드리운 골목길에서 까만 갑주가 서서히 나타났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까마귀 가면.

       

       5호였다.

       

       

       “… 5호? 도대체 지금까지 어디에서…”

       

       “… 환자들…”

       

       “네? 환자들이요?”

       

       “… 악마… 환자들… 시간…바,다…”

       

       

       더듬더듬 말을 하던 5호는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어둑한 그림자에서 벗어난 갑주를 보니, 새까만 피가 가득 묻어 있었다.

       

       

       “5호! 5호!”

       

       

       득달같이 달려간 케니스. 이윽고 5호의 손에 들린 주머니를 발견했다. 5호는 아직 피가 뚝뚝 떨어지는 주머니를 꽉 붙잡고 있었다.

       

       

       “여기 환자가 있습니다!! 급한 환자가 있어요!!”

       

       

       케니스의 외침에 저 멀리서 의원들이 부리나케 튀어왔다. 의원들이 낑낑거리며 5호의 갑주를 벗겼고, 보다 못한 케니스가 손으로 갑주의 이음새를 툭툭 치자 우수수하고 부서졌다.

       

       몸에 딱 달라붙는 재질의 내의가 5호의 봉긋한 가슴에 착 붙어있었다. 작게 오르내리는 가슴팍. 케니스는 급히 천을 찢어서 5호의 가슴팍을 가렸다.

       

       

       ‘여자였어?!’

       

       

       서둘러 5호를 살펴보는 의원을 뒤로하고, 케니스는 5호가 들고 있던 주머니를 조심스레 열었다.

       

       

       “… 이건.”

       

       

       머리가 들어 있었다.

       죽기 전까지 고통을 받았는지, 끔찍한 표정의 머리. 이건…

       

       

       “악마의 머리구나.”

       

       “히얏!”

       

       

       어느새 뒤로 다가온 데모닉의 말에 폴짝 뛰어오른 케니스. 데모닉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아… 미안하구나. 그렇게 놀랄줄은…”

       

       “어, 어어… 아니예요. 괜찮아요…”

       

       

       어색한 침묵이 둘의 사이를 채웠다. 프리가가 있었다면 답답함에 가슴을 쳤을 상황. 데모닉이 먼저 어색한 분위기를 끊었다.

       

       

       “그보다 그 주머니를 좀 보자꾸나.”

       

       “아, 네.”

       

       “이건…”

       

       

       데모닉의 눈이 악마의 머리 이곳저곳을 훑었다.

       

       

       “뿔의 크기를 보면 중급 악마 정도 되겠구나. 음…”

       

       “뿔이요?”

       

       “그래, 이 뿔을 보면 알 수 있지. 악마들은 힘의 크기에 따라 뿔의 크기가 달라지거든. 보면 이놈은 뿔의 끝이 살짝 말려 있고, 크기도 꽤 크지? 이건 상급으로 넘어가기 직전인 놈이라는 뜻이다.”

       

       “와아ㅡ 몰랐어요.”

       

       

       케니스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데모닉은 난생처음 받아보는 딸의 선망어린 시선에 흥이 나기 시작했다.

       

       

       “후후,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 나중 가면 너도 다 배우게 될 거란다. 물론 몇 가지는 경험으로 배워야겠지만.”

       

       “대단해요…”

       

       “그리고 여기 목의 상처를 보면ㅡ”

       

       

       케니스의 칭찬은 데모닉을 춤추게 만들었다. 그렇게 부녀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악마의 머리를 사이에 두고 화목한 시간을 가졌다.

       

       5호가 깨어났다는 말을 전할 때까지 화기애애한 시간이 이어졌다.

       

       

       

       

       

       ************

       

       

       

       

       

       

       “쓰읍ㅡ”

       

       

       기분 탓인지 빨갛게 부어오른 이마를 살살 문질렀다. 어젯밤 꿈에서 웬 여자가 나와서 망치를 휘두르는 꿈을 꿨는데… 너무 실감 나는 꿈이여서 아직도 이마가 아파 온다.

       

       

       “뭔 개꿈도 그런 개꿈이…”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살살 문지른다. 오늘은 다행히 일도 별로 없고, 월급날이라 그런지 사무실 분위기가 느슨하다.

       

       

       ‘… 내가 그렇게나 레이드 못 돌린 거에 한이 맺혔나?’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하던데. 전날 레이드 못 돌린 게 그렇게 기억에 남았나?

       

       그치만 별수 있나.

       

       

       ‘아직 황제한테 뭘 줄지 못 정했는걸.’

       

       

       황제하면 떠오르는 무기는 많다. 게임에 나오는 황제처럼 불타는 대검도 있고, 쌍검으로 갈라지는 검도 있다.

       

       검에 한정하지 않으면 더 많다. 큰 망치로 적의 뚝배기를 부숴도 되고, 아니면 불이 뿜어져 나오는 전기톱도 좋다.

       

       황제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고민이 되는 것이다. 성기사, 야만 전사는 딱 떠오르는 무기가 있어서 고민을 별로 안 했는데. 

       

       오히려 황제는 떠오르는 이미지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음ㅡ 그냥 불타는 대검을 줘? 너무 뻔하지 않나…? 아니면 망치? 하, 뭘 줘야 잘 줬다고 소문이 날까.”

       

       

       점점 깊어지는 고민. 핸드폰이 가볍게 진동하며 고민을 끊었다.

       

       

       ㅡ우웅 

       

       “오, 월급.”

       

       

       통장에 들어온 월급을 확인하고, 파티션 너머로 슬쩍 눈치를 본다. 부장님은 오늘 쉬는 날이라 안 오셨고, 나머지 사람들도 핸드폰을 하고 있다.

       

       열심히 곁눈질해가며 게임을 켰다. 루팡짓하면서 웹서핑 하는 거랑 게임을 하는 건 천지 차이. 걸리면 욕 좀 먹을 것이다.

       

       

       ‘욕 좀 먹지 뭐.’

       

       

       빨리 황제에게 줄 무기를 찾아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린다. 자연스럽게 상점의 재화 충전 쪽으로 들어갔다.

       

       

       ‘우선 10만원만 쓸까?’

       

       

       가볍게 10만원부터 충전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아니, 저 오늘 처음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정기후원은 작가에게 알림이 오지 않습니다!!! 세상에!! 그래서 급히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두 분께서 정기후원을 해주셨는데 제가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악!!!!
    노벨 또 너야?? 떡볶이 두 달 압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감사인사를 드리겠습니다!!!!

    – ‘백승한_512’님!!! 두 번의 정기후원을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아악!!!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랜절 박겠습니다!!!! 죄송하고 사랑합니다!!!

    – ‘신선우’님!!!! 한 번의 정기후원을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으아아악!!!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아악!!!! 죄송하고 사랑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노인정휠체어도둑’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언제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악!!!! 사!!! 랑합니다!!!!!

    – ‘임쑹’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내용이 돌아버렸다니!!!! 저는 독자님의 칭찬에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지금 5연속 헤드스핀 돌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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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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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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