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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0

       

        

        

        

        

        

        

        

       “슬슬 센트럴 파크에도 단풍이 드네요. 이제 몇 주만 더 있으면 또 눈 펑펑 내리겠어요.”

        

       “그러게나 말이에요.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눈이 내릴까요?”

        

       “글쎄요. 앞으로 프로게이머 생활 계속 하게 되면…은퇴하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못 보낼 것 같네요, 히히.”

        

        

        

        다크 존, 센트럴 파크 HQ.

        

        실로 오래간만에 게임에 발을 들이자마자 다이스가 아주 대놓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그건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 같은 게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벼려낸 칼 중에서도 가장 날카로운 칼이었으니, 되려 앞으로 그 정도는 해줘야만 하지 않을까.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하모니가 피식 웃었다. 그러나 딱히 더 말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앞으로 민아도 비슷한 길을 걸어가게 되려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나중에는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못한 지 N년이 되었다는 게 일종의 훈장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 말하자마자 이어지는 말.

        

        

        

       “그건 생각도 못 했는데, 뭔가 되게…로맨틱하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표현할지를 모르겠네요. 단순히 본선에 몇 번 나가봤다는 단순한 표현보다는 훨씬 예쁠지도.”

        

       “그럼 다이스는 이번 년까지 하면 뉴욕에서의 세 번째 크리스마스겠네요. 근데 생각해보니 작년에는 신년에 귀국했고…뭐라 표현하든 간에 비슷비슷할 것 같고.”

        

        “히히. 아쉽겠지만 앞으로는 뉴욕에서의 크리스마스를 더 많이 보게 되겠네요.”

        

        

        

        그리 말함과 동시에 힐끔.

        

        점차 말소리가 줄어들고, 이어 조용해지더니, 뒤쪽에서 뭔가 좀…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산뜻한 외형의 미소녀에게 시선이 쏠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분위기가 싸해졌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되려 반쯤은 의도적으로 놀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평소와는 다르게 내려가있는 눈꼬리. 분홍색 브릿지가 들어가있는 찰랑이는 연청색 머리카락. 머리에 꽂은 작은 나비 모양 브로치, 그리고 어깨에 붙어있는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말살 난이도 클리어 패치까지.

        

        우리의 영원한 샌드백…아니, 감초인 카토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나요, 카토 씨?”

        

       “…저 같은 허접에겐 너무 먼 이야기라서 그만.”

        

       “그럴 리가 있나요. 우로보로스 작전까지 같이 한 사람이 허접이라뇨. 너무 겸손이 과도하시네요.”

        

       “그런 말로 달래보려고 해도 소용없거든요!”

        

        

        

        카토가 빼액 하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과거 출국 전에 카토에게 잠깐 얼굴을 비추고 – 정확하게 말하자면 새로운 인커젼이 출시되면 같이 하자고 정중하게 요청을 한 것에 가깝다 – 갔었지. 이제 때가 왔고, 카토를 신규 인커젼에 데리고 갈 시간이 도래했다.

        

        물론 본인은 꽤…표정이 영 좋지 못하긴 한데. 귀국한 후 집에서 방송을 켰을 때 아주 오만가지 도네이션이 날아들더라. 그 중에서는 내가 한국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닥에 벌러덩 누워서 밍기적거리는 영상이 제일 많았다.

        

        아주…불쌍하긴 하더라. 크라잉캣이 자동으로 생각났었지.

        

        

        

       “그치만 카토 씨, 딱히 이거 아니면 할 일도 없잖아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운명에 순응하세요.”

        

       “…할 일이 없다는 게 유진 씨에게 붙들린다는 선택지를 고른다는 뜻은 아니라니까요.”

        

       “하지만 카토 씨가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크흑….”

        

        

        

        아니, 내가 무슨 망태 할아버지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상처받지 않겠니?

        

        대충 그런 눈으로 민아와 예린이를 슬그머니 쳐다보자 둘 다 은근슬쩍 내 눈치를 보긴 했지만…이미 늦었다. 당연하게도 그 두 명을 기다리는 것은 코브라 트위스트였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두 명분의 아바타는 팔다리가 기괴하게 꺾인 채 새로 리스폰을 기다리게 되었다.

        

        두 명을 깔끔하게 손봐준 후, 기합이 있는 대로 들어간 카토에게 덧붙였다.

        

        

        

       “어차피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오늘 막 나온 인커젼이니, 일단 들이박아본 다음 모자란 게 있으면 그때그때 채워나가면 될 테니까요. 게다가 지난 번에 말살 난이도까지 같이 한 마당에 뭐가 두렵다고 그래요?”

        

       “인커젼이 두려운 게 아니라 선생님이 두렵거든요.”

        

       “…첫 만남이 조금…그렇긴 했는데.”

        

        

        

        낚싯줄로 목조르기라니, 조금…너무하긴 했지.

        

        솔직히 말하자면, 과거의 행적 중에서는 약간 너무했다 싶은 게 한두 개 있긴 했다. 특히나 이 사람과 얽힌 건 더 그랬다. 낚싯줄로 묶은 후 헤드샷, 혹은 단검 투척으로 머리에 머리장식 만들어주기, 절벽으로 자동차째로 밀어버리기….

        

        음, 많이 미안하긴 하네.

        

        다행히도 이렇게 무서워하는 사람의 앞에서는 구태여 설득이나 정정 같은 걸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한 마디 정도만 해주면 되었으니까.

        

        

        

       “좌우지간, 제가 뭐…카토 씨를 항상 고통의 구렁텅이로 이끌려고 하는 건 아니예요. 만약 그랬더라면 출국 전에 찾아가지도 않았곘죠.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잖아요? 카토 씨도 그럴 거고.”

        

       “…그, 그렇죠?”

        

       “좀 그런 말이긴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고생에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는 거예요. 물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곧 있으면 만나게 될 메카 비얌들은 충분히 그에 대한 예시가 될 수 있겠죠. 만약 카토가 저랑 함께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고….”

        

        

        

        요컨대 이런 것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옛날부터 자아냈던 인연의 궤적이 이런 형태로라도 계속해서 교차하지 않았다면 카토는…나랑 같이 다니는 일은 없었겠지. 하지만 반대로 보자면, 그렇게라도 만났으니 결국 이 지점까지 올 수 있었던 거고.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어깨에 붙어있는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 말살 난이도 견장이었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도 있는 것처럼, 이번에 나와 함께 하면 카토 역시도 평범하게 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었다.

        

        

        오늘 확인하러 갈 것도 바로 그러한 결과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였고.

        

        

        

       “모 트레저헌터 영화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험난한 모험 이후에는 귀중한 보물이 존재하기 마련이죠. 저는 카토에게 그걸 증명했고, 이 정도면 충분히 속아넘어갈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

        

       “한 번 그 결실을 만나러 가보죠.”

        

        

        

        넘어온다, 넘어온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HP가 0으로 수렴했던 두 명이 다시금 내 쪽을 향해 걸어왔고, 나는 카토의 팔을 잡은 뒤, 다크 존에서 일종의 텔레포트 허브 역할을 하는 헬리포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하늘에서 헬리콥터 한 대가 굉음을 터뜨리며 착륙하고, 사이드 도어가 열리며 네 명이 탑승할만한 크기의 공간이 확보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감았다 뜬 순간 보이기 시작하는 새로운 전진기지. 컷신이 시작되고 새로운 퀘스트가 UI 측면에 십수 개씩 떠오른다. 헬리콥터가 착륙하고 바닥에 델타 홀로그램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저 멀리 메인 로비까지 이어진 홀로그램의 길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연신 감탄을 터뜨리는 다이스와 하모니와는 별개로, 목적지를 향해 계속해서 걸어나간다.

        

        천장과 바닥에서 뻗어나간 홀로그램 맵을 뒤로 한 채 수많은 유저들이 모여있는 로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그 순간 주변에 있는 유저들이 싸그리 사라지며 – 그 사이에서 청록색, 청색으로 발광하는 두 쌍의 눈동자가 우리의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자연스럽게 로렌티나가 있는 방향을 향했고, 이어 덧붙였다.

        

        

        

       “여기 영업하나요?”

        

       “저런. 아쉽게도 아직 안 한답니다.”

        

       “이젠 해야 할 걸요.”

        

        

        

        그리고 몇 마디를 더 나눈 순간 카토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콜사인 카토그래퍼…확인.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냈습니까? 이런 흙먼지 투성이인 동네에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조금 아쉽지만,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됐단 것 자체가 또다시 해야 할 일이 생겼단 거겠죠.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와서 다행입니다.”

        

       “아, 어. 반가워요. 오랜만이네요.”

        

       “뭐야. 옛날에는 진한테 엄청 까불고 다니지 않았어? 난 그랬던 것 같은데…아무튼 반가워. 오랜만에 다시 보네. 주인이랑 같이 온 거지?”

        

        

        

        그와 동시에 진과 레인 둘 다…카토의 몸과 허리에 꼬리를 돌돌 감았다.

        

        저게 도대체 뭔 광경일까. 카토의 입은 도통 다물릴 생각도 없었고, 두 명은 그런 당사자를 카운터 반대편에 앉혀놓은 다음 팔짱을 꼈다.

        

        꼼짝없이 두 명 사이에 갇혀버린 카토가 금방이라도 행복사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다이스와 하모니가 무지막지하게 부럽다는 얼굴로 울부짖는 사이, 철딱서니가 제로로 수렴하는 우리 두 메카 막내들이 한 마디씩을 더 보탰다.

        

        

        

       “인질을 확보했습니다. 원활한 작전 수행을 위해 팀원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아키타입 30분 대여권을 요구합니다.”

        

       “난 1시간이야. 안 가져오면 카토는 압수할 거야.”

        

       “…환장하겠네요, 진짜.”

        

        

        

        이게 도대체 뭔 상황이야.

        

        

        

        

        

        

        

        

        

        

       “이, 이게 바로 그 고생에 따른 대가…히히….”

        

        

        

       -와 카토쉑 부러워 뒤지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헌신에대한보답!헌신에대한보답!헌신에대한보답!헌신에대한보답!헌신에대한보답!헌신에대한보답!헌신에대한보답!헌신에대한보답!헌신에대한보답!

       -이새1끼 아까 비얌앞에서 투덜거리던 새기 맞냐? 진짜 속물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메카비얌사이에 낑겨있는데 어케 속물이 안되냐고 ㅋㅋ

       -갈!!!!자고로 비얌에대한신앙을잃는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게 신앙일까.

        

        방금 전까지 존재했던 의문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카토의 머릿속에는 어느덧 비얌 신앙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흔한 일상이었다.

        

        

        

        

        

        

        

        

        

        

        

        

        

        

        

        

        

        

        

        

        

        

       “몇 개월 전 사바나에서 정기적으로 보내지던 연락이 끊겼고, 도시에서 보관하고 있던 수많은 희귀 금속과 자원들이 모조리 아르테미스의 공장 속으로 빨려들어갔지. 그것도 모자라 기존에 이카루스가 파악하지 못했던 새로운 UES가 눈을 떴고.”

        

       “아르테미스의 수뇌부 자체는 캐나다 북부에서 벌어졌던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를 통해 완전히 축출되었습니다. 하지만 본 기체가 직접 네트워크 파편에 접속하여 확인한 결과 데드맨 스위치가 발동, 여전히 남아있는 예비 데이터센터로 명령이 이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적은 사바나 전체를 요새화했고, 그것도 모자라 사바나와 이어진 도로를 따라 존재하는 여러 소규모 마을들을 전진기지로 통째로 개조했지. 맵에 표기된 붉은 점들은 바로 이러한 요새화된 초소와 마을을 표기하고 있는 거야.”

        

        

        

        그 붉은 점이 좀 많은데.

        

        그런 말이 튀어나오려다가 말았다. 처음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나왔답시고 좋아라 하는 메카 막내들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는 ‘이번에는’ 저 두 명이 저쪽 세상에서 실제로 저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뭐어, 그래도.

        

        아무튼 다시 본제로 돌아와서. 붉은 점으로 표기했다기엔 좀 심각하게 많았다. 점끼리 겹친 탓에 붉은 영역으로 보이는 곳도 있었다. 마치 사바나를 중심으로 뭉개진 적색 동심원을 보는 듯한 모양이었다.

        

        하모니와 다이스, 카토는 꽤 멍한 표정을 지은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확인한 두 메카 유진이 꼬리를 팔랑팔랑 흔들며 황급히 덧붙였다.

        

        

        

       “무, 물론. 당연하겠지만 여기 모여있는 네 명만 간다는 건 당연히 아니야. 원한다면 그리 할 수도 있긴 하지만, 이곳에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고작 네 명만 보내겠어?”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최소 3명 가량의 오퍼레이터가 해내야만 하는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번 전역은 말 그대로 순수한 힘싸움이 될 것입니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오퍼레이터 집단에게는 잘 어울리는 무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치곤 화력지원이 좀 모자란 게 아닌가요?”

        

       “좋은 지적이야.”

        

        

        

       -레인냔 준내기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브리핑하는거보니 또 생각보다 잘어울리네 ㅋㅋ

       -와 추가대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다른사람들이랑 대사 너무 차이나는거 아니냐? 질문도 할수있네

       -카토쉑 저기 도대체 왜껴있냐고 십새기야!!!!!!!!

        

        

        

        그 말대로.

        

        손을 휘저은 레인이 여러 개의 슬라이드를 허공에 띄웠고, 거기에는 상당히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 그러나 그들 중 대부분은 X 표시가 떠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로비로 오기 전 주변을 둘러보았다면 알겠지만, 이 기지에는 기본적인 것들을 제외하면 기지에 걸맞는 화력을 투사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가 없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수송 문제?”

        

       “정답입니다. 훌륭하군요. 여러분들을 이곳까지 수송한 헬리콥터가 초저공 비행에 광학미채, 스텔스 기능까지 작동시킨 끝에 힘겹게 도착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이유도 있겠죠.”

        

       “미사일 포대 같은 게 사방에 깔린 거 아닐까? 나 영화에서 그런 거 많이 봤어.”

        

       “카토 정답. 똑똑하네. 다들 부가 설명 없이도 바로바로 알아차려줘서 좋네.”

        

        

        

       -와 뭐임???

       -이새기 며칠전에 런던해즈폴른 보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근데 얘 왜이렇게 대답잘하냐 ㅋㅋ 진짜 예습같은거 해온거아니냐?

       -팩트)그렇게 안보여도 이새기는 비얌한테 생각보다 많이 교습받고 우로보로스 작전까지 참여했다

       -하도 얻어터지니까 잘 알지 그럼 ㅋㅋㅋ 카토가 죠스바로 보이냐?????????

        

        

        

        대충 그림이 잡힌다.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자재야 뭐…육로로 운반하는 게 당연한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중으로 운반하는 게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니다. 지형을 무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특히나 더더욱 그랬고.

        

        거기다 6년이나 이어진 전쟁으로 도로도 철로도 싸그리 박살났는데 재래식 병기를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까. 결국 답은 한정되어있었다. 공군. 다크 존 세계관에서 드론이 상당히 보편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운반 드론이건 헬리콥터건 초대형 수송기건 간에, 날아다니는 것들에게 무조건 적용되는 약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미사일을 처맞으면 박살난다는 것이었다.

        

        

        

       “지대공 미사일 포대, 레일건 사이트…위에 보이는 X 표시는 저런 것들 때문에 현 시점에서 봉인된 지원이야. 보다시피 건십 포격, 중거리 탄도탄, 재래식 포격을 통한 화력지원, EMP, 대거 팀에 의한 원격조종기 운용…적 방공망을 어느 정도 무력화할수록 가능한 게 늘어가겠지.”

        

       “저 옆에 레일건 포격 지원이라는 게 신경쓰이는데…저건 우리가 쓸 수 있는 지원인가요?”

        

       “그렇습니다. 노스웨스트 플로리다에 설치된 레일건 포대 3문, 반물질 캐니스터를 포함한 초소형 미사일을 발사 가능합니다. 하지만 재충전까지 필요한 시간이 길고, 적 레일건 포대를 부수지 않으면 캐니스터가 공중에서 요격당할 겁니다.”

        

        

        

        확실히 그렇긴 하겠네.

        

        반물질은 극소량으로도 엄청난 파괴력을 발생시킬 수 있지만, 물질에 닿는 순간 쌍소멸을 일으킨다는 점으로 인해 캐니스터가 박살나는 순간 다른 캐니스터도 연쇄폭발하겠지. 아마 그렇게 된다면 공중에서 불꽃놀이만 하는 꼴이 될 것이었다.

        

        불붙은 당나귀 작전에서는 EC-130U 및 일일이 막아내기 힘든 숫자의 미사일을 쏟아부어 주변을 갈아엎다시피 해서 방공망을 통째로 으깨버렸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단 말이지.

        

        그리하여 결론만 보자면 다음과 같았는데-

        

        

        

       “작전구역까지 가기 위해 필수적인 이송 차량 정도가 지금 기지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이겠군요.”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죽지 않는 언데드를 모집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진과 레인이 가지고 있는 화력 정도면 작전 진행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아쉽게도-”

        

        

        

       ───쿠웅!

        

        

        

        그와 동시에 갑작스럽게 귓가에 들려오는…폭음.

        

        그 순간 레인은 손을 휘저었고, 건물 안에 앉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벽 전체가 투명해지며 바깥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지를 둘러싸는 형태로 허공에 펼쳐진 일종의 실드 배리어. 그것이 날아온 무언가와 부딪혀 발생한 폭발의 여파가 기지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방어하고 있었다.

        

        

        

       “저와 레인의 본체는 현재 실드 배리어를 생성하는 제네레이터에 동력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함부로 밖을 나다닐 수는 없을 것 같군요.”

        

       “그렇군요.”

        

        

        

        드르륵!

        

        그와 동시에 나는 의자에서 일어섰고, 레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내게 여러 데이터를 전달했다. 방금 포격의 궤도와 그것을 통해 역산한 적의 위치.

        

        사바나에 있는 무인 포대들이 슬금슬금 기어나와 기지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은…간단하지 않은가.

        

        

        

       “간단한 브리핑 이후 즉각 출발하죠. 무기고와 브리핑 룸의 위치는…이미 다 보내놨군요. 타이밍도 못 맞추고 폭죽놀이를 시도하는 친구들을 고철더미로 만드는 게 첫 번째 미션이겠어요.”

        

       “함께 가지 못해 미안합니다, 아키타입.”

        

       “나도 나가고 싶은데…아쉽게도 그건 어렵겠네. 미안해, 주인.”

        

       “본분을 다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아쉬움을 토로할 수는 없죠. 이따 봅시다.”

        

        

        

        그와 동시에 기지 전체에 있는 인원들을 대상으로 갱신되는 첫 번째 미션.

        

        다들 지정된 장소로 헐레벌떡 향하고, 정보를 공유받은 하모니와 다이스, 카토가 방문을 호다닥 열고는 로비 건너편에 있는 무기고로 우다다 뛰어가는 사이, 나는 손목을 한 번 손가락으로 톡 하고 두드렸다.

        

        그 순간 눈 앞의 시야가 완전히 분해되듯 새로이 재구성된다.

        

        

        아무도 없는 주변과 평화롭기까지 한 하늘, 눈 앞에 다시 보이는 로비와 유유자적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진, 레인, 그리고 마브까지.

        

        이들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덧붙였다.

        

        

        

       “첫 단추는 잘 꿴 것 같네요. 고생했어요.”

        

       “고생은 뭐…우리가 한 것도 아니고. 주인이 앞으로 할 게 고생이지.”

        

       “고생도 고생 나름이지요. 나중에 시간 나면 다시 봅시다.”

        

        

        

        다시 접혀들어가듯 눈 앞을 덮는 화면과 함께, 나는 한창 무장에 열을 올리고 있을 팀원들이 있는 무기고로 향했다.

        

        신규 인커젼의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코가 꿰여버린 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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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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