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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0

    <550 – 상대적 난이도(2)>

     

    응애 뱀파이어라니, 이런 굴욕적인 일이!!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해병>이라면 일격에 성벽을 터뜨리며 남자력을 호소했겠지만, 외형에 맞는 컨셉플레이로 응애력을 호소하는 내게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더욱 분통이 치밀었다.

     

    “왜, 왜 제가 응애 뱀파이어인데요?”

    “아직 어린 뱀피라서 박쥐비행마법도 못 배웠잖니. 배웠으면 성벽의 공격 마법을 받지 않는 박쥐비행마법으로 올라왔지. 100세 미만의 어린 뱀피들은 공격마법대상이 아닌 건 당연히 알고 있지?”

    “그런 트리거가 있었다니!!”

    “저런. 기초교육도 이수하지 못한 20세 미만의 진짜 찐으로 어린 뱀피구나. 피 좀 마실래?”

     

    피주머니를 내밀길래 덥썩 받고 쭉쭉 빨아마셨다.

    분하지만 식품도감은 채워야지!

     

    “어이구 어이구, 잘 마신다. 완전 응애네. 이 높은 성벽을 기어 올라오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해하지 말아요! 이 정도는 저한테 별것도 아니라서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요!”

    “그래그래. 하나도 힘들지 않아서 피주머니를 단숨에 원샷했지.”

    “이, 이건… 그, 그냥 목이 말랐을 뿐이에요!”

    “그래그래. 힘을 쓰지 않으면 목이 마르지도 않는 뱀파이어지만 갑자기 목이 말랐을 수도 있지.”

    “씨잉. 진짠데…!”

     

    억울함에 눈물이 나오려고 하자 뱀파이어 경비병의 뒤통수를 근처를 날아다니던 박쥐 한 마리가 퍽 소리가 나게 내리쳤다.

    억하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경비병의 뒤로 박쥐가 날개로 제 몸을 감싸더니 펑 하는 연기와 함께 성인여성의 형상을 이루었다.

     

    “클라인. 순찰하라니까 다 큰 뱀파이어가 뱀피는 왜 울리고 그래?”

    “아니 니가 봐봐. 애가 정말 귀여우니까 그러지.”

    “흥, 웃기고 자빠졌어. 얘, 뱀피야. 너 이름이 뭐니?”

    “오크노디요. 그리고 저 뱀피 아니에요!”

    “그럼 니가 다 큰 뱀파이어니? 딱 봐도 뱀피인데 헛소리하지 마.”

     

    허리를 꽉 조이는 코르셋드레스를 입은 뱀파이어 언니가 허리를 숙이며 내 이마에 딱밤을 놓으려 했다.

    이마를 붙잡고 냉큼 뒷걸음질을 쳐서 피하자 귀여워 죽겠다며 피식 웃는 꼴에 괜히 화가 났다.

     

    “뱀파이어도 아니에요!”

    “가만 보니 중2병이 쌔게 왔구나? 질풍노도의 20대만 되면 그렇게 뱀피들이 자기는 뱀파이어를 초월한 초월종이라고 손발 뒤틀리는 소릴 하더라니.”

    “전 인간이에요!”

    “그래, 인간을 자칭하는 뱀피 오크노디야. 몇 가지 물음에 순순히 답하면 널 인간으로 인정해줄게.”

    “언니는 누군데 절 평가하고 인정하고 그래요?”

    “성문지기 레스터. 그럼 첫 번째 질문이야. 네 주변을 위성처럼 날아다니는 피를 머금은 투명모기들은 누구 거니?”

    “제거요!”

    “그 모기 나 줄 수 있니?”

    “씁. 남의 거 탐내지 말아요! 내가 얼마나 열심히 키우고 마개조했는데!”

     

    레스터 언니는 선홍빛이 감도는 혓바닥처럼 탐스러운 손가락으로 내 배낭배낭을 쿡 찌르며 물었다.

     

    “그럼 두 번째 질문이야. 피주머니를 가지고 있니?”

    “물론이죠! 혈마법의 매개체인걸요.”

    “그 피주머니는 나 줄 수 있니?”

    “미쳤어요? 어떻게 그런 심한 소리를 해요! 뱀파이어면 피주머니의 중요성도 잘 알면서. 가축의 잡스러운 피라면 모를까, 전투직 클래스의 순도 높은 피는 특히 귀하잖아요!”

    “그럼 마지막 세 번째 질문이야. 남자애들한테 인기는 많은 편이니?”

    “나름요?”

    “여자애들한테는?”

    “그럭저럭?”

    “어른들한테는?”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질문 끝이야.”

    “누가 봐도 인간이죠?”

     

    레스터 언니는 기가 막힌다며 코웃음을 쳤다.

     

    “누가 봐도 뱀파이어지. 모기를 키우고 피주머니를 가지고 있고 매력도 뛰어난데 모기와 피주머니의 중요성도 전부 알고 있는데 뱀피가 어떻게 뱀파이어족이 아닐 수가 있겠니?”

     

    어?

    그런가…?

     

    “그, 그러면 뱀피가 아니라 뱀파이어일 수도 있겠네요!”

    “그건 또 아니지. 박쥐비행도 모르고 성문의 공격마법연령제한도 모르는 미숙한 지식수준에 모습도 아이의 모습을 지녔는데 어떻게 너가 뱀파이어니? 어른이면서 아이 흉내 내는 가성비충도 있지만 네 피냄새는 젊고 건강해서 어린 티가 난단다.”

     

    시종장 할아버지가 근처 화살탑에서 허허 웃으며 말했다.

     

    “꼭 두 살 먹은 애기처럼 피 냄새가 싱싱하지는 않습니까?”

    “맞아. 처음 냄새를 맡자마자 뱀피인 걸 바로 알아차렸는데 저런 귀여운 자기부정이나 하고 말이지, 애가 왜 저렇게 귀여운지 몰라. 응? 잠깐만, 근데 누구…”

    “짐의 시종장이니라.”

     

    황제의 등장과 동시에 압도적인 침묵이 성벽 위를 지배했다.

    그것은 너무 거대한 그림자가 머리 위로 드리워서 개미가 인간의 발을 천지를 잇는 거대한 기둥처럼 올려다보는 막막함과 같았다.

    수능포기자에게 1문제나 틀려서 자살시도를 하는 가채점만점자의 오열이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현상과 같았다.

    만만하게 얕보던 남자의 바지춤에서 딱총이 아닌 거대포신이 나타나는 충격과 같았다.

    공기조차 거대한 마력 반응에 짓눌려 정체된 침묵의 너머, 레스터 언니가 덜덜 떨었다.

     

    “?”

     

    자신이 왜 떨고 있는지, 어째서 떨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기에 더욱 두려워하는 언니.

    남자 뱀파이어 클라인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던 레스터를 간신히 지탱했다.

     

    “맙소사. 수백 년을 살아온 이 오래되고 강력한 피의 냄새… 엘더 뱀파이어십니까?”

    “그것이 그대에게는 생의 기로에서 마지막으로 던질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인가?”

    “아, 아닙니다.”

     

    매력과 지배의 종족 뱀파이어조차도 절대적인 공포 앞에 무릎을 꿇고 복종의 자세를 취할 정도로 굉장한 기운을 발산하는 황제님.

    황제의 시선이 내게 닿자 옷에 묻었던 성벽의 돌 부스러기가 저절로 떨어져 나갔다.

     

    “아까 이런 말을 했었지. 뱀파이어 부모는 피농장에 산다고.”

     

    황제가 아주 재미있어 죽겠다는 감정을 꾹 누르며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짐은 대륙이라는 농장을 경영해왔노라. 언더월드 너머, 광활한 지상이 모두 짐의 것이며 지상종 모두가 짐에게 혈세를 바쳐가며 그 목숨을 연명할 것을 국법으로 허락받았으니, 그런 의미에서는 짐도 뱀파이어라 자칭할 수 있겠구나.”

     

    뱀파이어들의 눈에 커다란 충격이 감돌았다.

    언더월드의 너머.

    광활한 대지 모두가 한 사람의 농장이라고?

     

    “드림랜드… 온 세상의 모든 피주머니들을 정복한 지배자라니, 꿈의 왕국의 주인이 현세에 실존했다니 가히 현인신이 따로 없군요!”

     

    인간이 지성을 개화하지 못하고 일개 미물에 불과했던 시절, 전설처럼 전해지던 세상의 지배종으로 군림했던 뱀파이어들의 뱀파이어왕국.

    전성기의 전설조차도 감히 세계정복은 언어도단이었거늘, 지상에는 그것을 실현한 뱀파이어가 이미 존재했었다니!

    뱀파이어들의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뱀파이어 레스터, 데이워커에게 문안인사를 올립니다.”

    “뱀파이어 클라인, 데이워커에게 문안인사를 올립니다.”

    “되었다. 고개를 들라.”

     

    정말 신기한 일이다.

    황제는 뱀파이어가 아닌데 어떻게 뱀파이어 취급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혁명가의 구슬림이나 협박이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의 수제자도 홀딱 넘어가게 했던 것처럼 선황도 <언어기능>을 사용하고 있을까?

     

    “데이워커의 행차를 방해하여 죄송합니다. 당대 일족의 왕께서는 지상으로 행차를 나가셨으므로 고성지대에 만날 분이 계시거든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대의 충언이 비루한 목숨을 살렸음을 평생 영광으로 여겨야 할지어다.”

     

    덕담을 건네는 것처럼 근엄한 목소리로 진상스러운 멘트를 친 황제.

    그가 앞장서서 길을 열었다.

    악성 민원인 뺨치는 진상력에 내심 혀를 휘둘렀지만 덕분에 응애뱀피취급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내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이 찌푸려져 있었다.

    정확히는 그 시선이 내 배낭배낭에 닿았다.

     

    “그 가방을 벗지 않으면 평생 하찮은 미물들에게 작은 것이라며 우습게 보인다. 재단의 아이여, 성장을 두려워하지 마라.”

    “어쩔 수 없어요! 약캐는 페널티를 하나로 몰아서 받는 게 정석이니까요.”

     

    응애캐릭은 근력이 낮다.

    신체도 작고 당연히 전투에는 불리하다.

    몸에 저장할 수 있는 마나 그릇의 용적도 적다.

    이러니 잔재주에 의지할 수밖에.

    게다가 올힘빌드는 신체가 클수록 유리하지만 테크니컬한 만능마검사 빌드는 작을수록 유리하다.

     

    “빨리 고서박물관이나 가요!”

    “레스터, 클라인. 짐의 아이에게 봉사할 기회를 허락하노라.”

    “맡겨주십시오.”

    “속죄의 기회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뱀파이어들은 자기네 성소를 털러 가는 우리들의 길안내를 맡았다.

    선황이 황궁을 떠나 돌아다니는 루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보통 아카데미로 쳐들어가는 루트임을 감안하면 이건 고인물인 나도 처음 겪은 이벤트.

    황제가 뱀파이어를 만나면 이런 신기한 상호작용도 열리는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황녀전하에게도 다시금 용서를 구합니다.”

    “괜찮아요!”

     

    확정가챠권 한 장이면 응애뱀피취급도 충분히 참아줄 수 있다.

    한 달이 뭐야?

    평생 뱀피 취급 받아도 인정이지.

    확정가챠권 같은 치트키를 노리고 지상에서 언더월드로 침공하는 세력도 없지는 않겠지만 알짜배기를 먼저 털었으니, 누가 될지는 몰라도 언더월드 침략군의 주축이 될 세력은 이번엔 본전 건지긴 글렀다.

    남은 것도 알뜰살뜰 다 털면 뭐라도 이득이 있기는 하겠는데… 뱀파이어 왕까지 뛰쳐나간 지상에서 쉽게 이득을 볼 수 있을까?

    뭐, 뒤처질 사람들을 걱정해줄 의리는 없지.

    선황이 없고 황태자도 살해당한 제국은 매스각키의 나라가 되었다는데, 갓 황제가 된 매스각키의 말을 듣는 군벌이 얼마나 있겠어?

    제 멋대로 날뛰는 것들이 공적 세우겠다고 달려와서 줄줄이 깨지는 거야 오히려 매스각키의 황권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어줄 거다.

    결과적으로 뱀파이어들의 아지트를 터는 짓은 나뿐만 아니라 매스각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

     

    ‘베프끼리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선심을 베풀기로 마음먹었던 나는 잠시 멈칫했다.

    매스각키는 베프인가?

    이번 여정을 보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즈앙도 베프인데?

    지금도 함께 하는 걸 보면 맞기는 하지.

     

    베스트 프랜드Best Friend.

    최고의 친구.

     

    최고가 둘이나 있을 수 있는 건가?

    그럴 리가.

    베프는 한 명밖에 될 수 없다.

     

    ‘헉! 둘 중 하나는 베프가 아니야!’

     

    성소에 들어가기 전에 그보다 더 중요한 고민이 엄습해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양손의 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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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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