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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1

       *** ***

         

       칠봉객잔.

         

       칠봉객잔은 객잔업 종사자들에게 있어 살아있는 전설이자 목표 그 자체였다.

         

       낙양의 성루보다도 더욱더 크고 높이 솟은 칠봉객잔의 전각은 천 명이 넘는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시설이었다. 보통 세인들이 경험해 본 큰 객잔이라는 것들이 보통 백 명도 수용하지 못하는 크기임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였다.

         

       그런데 그런 전각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일곱 개가 ㄷ 자 모양으로 늘어선 곳이 바로 칠봉객잔이었다. 칠봉객잔의 전각보다 높은 건물은 분명 낙양에 있으나 크고 거대한 전각들이 늘어선 그 존재감은 건물의 숲인 낙양에 솟아난 일곱 개의 산봉오리나 마찬가지였다.

         

       “일곱 개의 거대 숙소 그리고 음식을 파는 식당 건물까지 총 여덟 개의 건물이 구(口) 모양으로 펼쳐진 곳이 바로 칠봉객잔이라 할 수 있겠소.”

         

       “예, 칠봉객잔의 위명에 대해서 들어는 봤습니다만. 어째서 칠봉객잔에 잠재적 동지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칠봉객잔은 현재 낙양에 있는 번듯한 객잔 중에 최악의 선택이기 때문이오. 그러니 낙양에 걸음조차 해 보지 않은 어수룩한 이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거요.”

         

       “아니, 어째서입니까? 칠봉객잔은 유명한 객잔이니 아무리 그래도 기본은 할 것 아닙니까?”

         

       “평시라면 그럭저럭 괜찮을 것이오. 하지만 지금 낙양의 상황은 좀 특수하고 그에 더해 칠봉객잔의 특수성을 따진다면 칠봉객잔은 최악의 객잔이 되오.”

         

       장이는 칠봉객잔의 단점을 입에 담았다.

         

       “우선, 칠봉객잔은 음식 맛이 없소.”

         

       늘 객잔이 가득 차진 않겠지만 그래도 기본으로 천 단위의 사람을 수용하는 칠봉객잔이다. 그렇다면 그런 칠봉객잔의 요리는 어떨까.

         

       그 많은 이들에게 하나하나 주문을 받고 그때마다 요리를 만들어 낼 수는 없었으니 대량 조리가 될 수밖에 없었고 이 대량 조리야말로 숙수의 실력과 무관하게 맛의 품질저하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원인이었다.

         

       중원인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요리 방식은 무엇인가?

         

       바로 볶는 것이다.

         

       그런데 근력에 의존해 냄비를 흔들고 재료를 섞어줘야 하는 볶음 요리는 대량 조리가 불가능했으니 다 찌거나 삶는 방식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으니 맛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었다.

         

       “음식 맛이 없는 객잔은 매력이 없지. 그렇기에 칠봉객잔은 다른 수단으로 떨어진 매력을 채우기로 했으니 바로 볼거리요.”

         

       여덟 채의 건물이 감싸고 있는 무대. 그 무대 위에서는 음식을 맛보고 찌푸려진 손님의 인상을 펴줄 수준 높은 공연들이 열린다.

         

       천하의 중심인 낙양에서도 그 재주를 인정받은 예인들을 초청하여 펼치는 공연. 그러한 볼거리를 객잔에 투숙하는 것만으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칠봉객잔만의 장점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장점인 공연은 선보여지지 않을 것이오. 아마 그냥 평범한 악인이나 한 두 사람 불러 음악으로 때우려 들것이오.”

         

       “아니, 어째서입니까? 수많은 이들이 각지에서 몰려들었으니 칠봉객잔의 이름을 더욱 떨칠 기회가 아닙니까?”

         

       “경쟁자가 없는데 무엇하러 그리 홍보에 열을 올리겠소.”

         

       이래서 독점이 무서운 것이다.

         

       낙양에서 이름난 예인들의 공연비는 비싸다. 그리고 예인들을 불러 공연을 열고도 흑자를 볼 수 있는 객잔은 규모가 거대한 칠봉객잔뿐이었다.

         

       적수가 없으니 투자보다는 절약에 눈이 갈 터. 특히 오늘 같은 날은 금명월의 발표를 듣고자 몰려든 이들로 객잔의 만석이 확정된 상황인데 무엇하러 돈을 투자해 공연을 벌인단 말인가.

         

       “그리고 이는 기회요.”

         

       공연이 없거나 공연이 벌어지더라도 대단치 않은 음악 정도나 울리고 있을 칠봉객잔의 무대.

         

       “무대가 비었다면 입담을 무기로 무대에 오를 기회라도 잡을 수 있지 않겠소.”

         

       가능성은 충분했다.

         

       비록 장이가 전문적인 재담꾼은 아니었지만 장이가 논할 이야기는 그래도 빈 무대나 평범한 악사보다는 흥미로울 테니까.

         

       만약 무대에 오를 수만 있다면, 단번에 오천이 넘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리라!

         

       부푼 기대를 품고 칠봉객잔에 도착한 장이.

         

       객잔의 무대에서는 그의 예상대로 그다지 대단치 않아 보이는 악공 둘이 연주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으니 장이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경비를 서고 있는 무사에게 달려갔다.

         

       장이는 자신을 재담꾼이라 소개하며 무대에 올라 오늘 듣고 본 것을 담화로 풀어보겠다고 말했고 그 말은 순조롭게 칠봉객잔의 총관에게까지 전달되었으나.

         

       “불가.”

         

       일은 장이의 생각대로만 풀리지 않았다.

         

       “정말 자신이 있습니다. 투숙객들이 관심을 보일 주제가 아니겠습니까?”

         

       “칠봉객잔의 무대는 아무나 오를 수 있는게 아닐세.”

         

       이름 없는 예인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태도가 돌변한 총관. 장이의 예상과는 많이 다른 태도였으니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어차피 대단치 않은 예인을 불렀다면 가장 화제가 될 법한 주제를 들고온 담화꾼을 무대에 올려 줄 법도 한 일 아니겠는가.

         

       “총관님. 기회를 한 번만 주시지요. 어차피 시간만 때울 요량으로 부르신 악공들의 시간을 비우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 아닙니까.”

         

       “어허! 자네 큰일 날 소리를 입에 담는구만! 칠봉객잔은 늘 엄정하게 공연자들을 선발하거늘 어찌 그리 함부로 말하는가!”

         

       장이는 역정을 내며 호통을 치는 총관의 모습에 그 의도를 깨달았다.

         

       오늘 칠봉객잔에서 대단치 않은 예인을 무대에 올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총관이 혹시나 괜찮은 예인이 찾아왔다면 무대에 올려볼까 싶어 장이를 부른 것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대단치 않은 예인을 무대에 올린 사실과 그 사실을 인정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장이는 완전 무명의 예인이었다.

         

       그런데 무명 예인을 무대에 올려버린다면 지금 무대에 올라가있는 악공들이 그저 화제성 있는 소문을 들고 온 무명 예인보다도 못하다는 사실을 객잔 측에서 인정해버리는 꼴 아니겠는가.

         

       “경비! 이자들을 끌어내라!”

         

       거기까기 생각이 미친 장이는 어깨에서 힘이 쭉 빠졌다. 실력도 명성도 없는 주제에 소재 하나만 믿고 무작정 부딪혔으니 무대에 오른다는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셈이었다.

         

       어깨가 떡 벌어진 경비무인들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장이는 문득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죽립사내가 다가오는 경비인들을 피해 물러서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괜히 경거망동한 자신 때문에 함께 봉변을 당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잠깐!”

         

       장이가 그리 생각하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을 때였다.

         

       죽립 사내가 딱 멈추며 양 팔을 뻗었다. 시선을 빨아들이는 단호한 외침과 함께 뻗어진 양 손의 모습에 잠시 주춤한 경비무사들. 그 모습을 본 총관이 재차 호통쳤다.

         

       “뭣들 하느냐! 빨리 끌어내지…!”

         

       총관의 호통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죽립 사내의 뻗어진 손이 교차하는 순간 양 손에 은자가 하나씩 끼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간적으로 의식이 빼앗길 수밖에 없는 변화.

         

       그 변화를 목격한 경비무사들과 총관 그리고 장이의 머릿속에는 이런 의문이 피어올랐다.

         

       어떻게?

         

       그냥 느리게 교차한 것도 아니고 눈 한번 깜짝할 새조차 없을 정도로 신속한 동작이었는데 그 사이에 어떻게 손바닥도 아니고 손가락 사이에 은자가 끼워져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합!”

         

       그리고 기합성과 함께 교차되었던 죽립 사내의 팔이 다시 앞으로 펼쳐졌을 때 그들은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두 개!

         

       양손의 검지와 중지 사이. 그리고 중지와 약지 사이에 은자가 끼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무공 동작처럼 빠르게 손을 휘저었는데 어찌 그 사이에 은자가 그것도 양손에 또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장이는 물론이고 칠봉객잔에서 근무하며 온갖 예인들의 기예를 눈에 담아온 총관이나 경비무인들조차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기술이었다.

         

       죽립 사내의 손이 천천히 가슴 쪽으로 당겨졌다. 교차하려는 듯이 천천히 굽혀지는 양 손을 보면서 네 사람은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뜨며 사내의 손을 주시했다. 지금까지 팔이 교차되는 순간 은자가 추가되었으니 이번에도 팔이 교차하는 순간 은자가 추가되겠지.

         

       이번에도 과연 약지와 소지 사이에 은자가 추가될 것인가.

         

       두 손이 느릿하게 교차하는 순간 네 사람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채 돌려지지 않은 손 사이에 끼어 있는 세 개의 은자를 목격하고는 저도 모르게 탄식을 흘렸다.

         

       “하하, 어떻습니까?”

         

       총관은 죽립 사내의 물음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헛기침을 했다. 그제야 넋을 놓고 구경했던 재주를 부린 이를 무명이라면서 쫓아내려 했던 자신의 행동을 자각했기 때문이었다.

         

       사내는 자연스럽게 포권을 해 보이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이대로는 쫓겨날 것 같아 변변치 않은 재주를 부렸습니다.”

         

       “크흠.”

         

       민망함에 헛기침을 하던 총관은 뒤늦게 사내가 포권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한번 입을 떡 벌렸다.

         

       대체 언제.

         

       손가락 사이에 끼워놓았던 여섯 개의 은자는 대체 어느 순간에 사라지고 두 손의 손가락이 모두 자유로워졌단 말인가.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한 가지 재주만으로는 공연의 가부를 결정할 수 없겠지요. 괜찮으시다면 몇 개의 재주를 더 펼쳐 보이고 싶은데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앉으시게.”

         

       잠시 후.

       

       칠봉객잔의 무대에서는 특별공연이 준비되기 시작했다.

         

       *** ***

         

       “쓰으읍.”

         

       봉팔은 싸구려 화주를 마시며 흘러내리는 침을 삼치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 쓴맛을 가리고자 소채를 집어 입에 넣었지만 맥아리 하나 없이 흐믈흐물 늘어진 식감에 더욱더 화딱지만 날 뿐이었다.

         

       열살배기 조카도 소채를 기름에 볶아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거늘 대체 숙수라는 자는 뭐 하는 놈이기에 음식을 이따위로 만든단 말인가.

         

       귀에 들리는 음악은 또 왜이리 궁상맞은지.

         

       칠봉객잔의 공연은 수준이 높다고 정평이 나 있다 들었는데 봉팔의 귀에 닿는 음악들은 제 고향에서 빌어먹던 이들과 하등 다를바가 없어 보였다.

         

       오늘 하루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군.

         

       봉팔은 우울한 안색으로 술잔을 비우며 그렇게 생각했다. 금명월이 낙양에서 감찰어사 의혹을 해명한다는 소문을 접해듣고 겨우 시일에 맞추어 낙양에 도착했거늘.

         

       포고대에서 들은 소식은 봉팔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금명월이 진짜로 혁기린이었고 또한 황실의 적통인 유야 공주였다니? 그야말로 상상조차 해 보지 못한 결론에 봉팔은 그저 멍하니 금명월의 말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충격에 충격을 받고 겨우 객잔으로 터덜터덜 돌아왔거늘…겨우 돌아온 객잔에서는 마음을 추스르기는커녕 사방에서 금명월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으니 더욱더 마음이 심란해졌다.

         

       그 와중에 안주는 형편없고 공연도 별볼일 없었으니 봉팔의 기분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그런 기분을 달래고자 안주도 없이 술을 목구멍으로 넘기던 봉팔은 문득 궁상맞은 음악이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어느새 죽립을 눌러 쓴 사내가 올라 있었다.

         

       “안녕하시오! 강호의 동도 여러분! 이제부터 본인이 재주를 좀 보이겠소!”

         

       봉팔은 사내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죽립을 쓴 예인이라니?

         

       예인에게 명성이란 전부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어떻게든 자신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어하는 이들이 예인이었거늘 어째서 저자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얼굴을 가렸을까.

         

       그 특이함에 호기심이 동했다.

         

       이제부터 좀 공연 다운 공연이 펼쳐지려나. 봉팔과 같은 생각을 한 이들이 적지 않은지 근처에서 금명월에 대해 열변을 토해내던 이들도, 객실에서 쉬고 있던 이들도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은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죽립을 쓴 사내가 잔 세 개를 던지고 받았기 때문이었다.

         

       물건을 던지고 받는 것은 시골 장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그야말로 흔해 빠진 볼거리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고작 세 개의 물건을 던지고 받는다니? 그 정도는 아이도 조금만 연습하면 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지 않은가.

         

       “우우!”

         

       “때려치워라!”

         

       순식간에 칠봉객잔에는 야유가 휘몰아쳤다. 누군가는 야유 대신 욕설을 입에 담았으나 죽립 사내는 조금도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양 재주를 이어나가다가 야유소리가 가라앉을 때를 노려 입을 열었다.

         

       “하하하! 이 재주가 볼품없어 보이신다면 어디 목잔을 던져 주시지요! 내 몇 개가 날아올지라도 모두 받아내 보일 테니 말이오.”

         

       “그렇다면 받아라!”

         

       얼큰하게 취한 이가 무대를 향해 목잔을 던졌다. 거리가 거리인 만큼 사내에게 닿기는커녕 넓은 무대 위를 데구르르 구를 뿐이었으나 죽립 사내는 직접 걸음을 옮겨서 목잔을 차 올렸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이 무대를 향해 목잔들을 던졌다. 사내는 무대 위로 올라간 목잔들을 하나하나 차올렸고 사내의 손에 허공을 노니는 목잔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탄성은 조금씩 커져갔다.

         

       “저 많은 목잔을 자유롭게 다루면서도 여유롭게 걷다니 대단해!”

         

       “같은 재주라도 이리 다르다니 역시 낙양의 예인이야!”

         

       수십 개의 목잔이 복잡한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수놓았고 사내는 떨어진 목잔을 차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무대를 누비면서도 조금의 위태로움 없이 계속해서 목잔을 추가했다.

         

       이제는 사내의 머리 위로 노니는 목잔이 몇 개인지도 모를 지경이 되었을 때, 사내가 잔을 하나 차올리며 외쳤다.

         

       “이십 개요!”

         

       그 말은 들은 누구가가 무대로 가까이 다가가 잔을 던지며 외쳤다.

         

       “어디 몇 개까지 가능한지 봅시다!”

         

       죽립 사내는 자신을 항해 날아오는 목잔을 발로 쳐서 받아내며 외쳤다.

         

       “하하하! 좋소! 스물 한개요!”

         

       사람들이 목잔을 들고 하나 둘 무대로 접근했다. 사내는 뒤에 눈이라도 달렸는지 사발팔방에서 던져지는 목잔을 기가 막히게 발로 받아냈다. 손으로는 목잔을 돌리고 발로는 목잔을 받아내는 신기에 목잔이 하나하나 추가될 때마다 절로 탄성이 튀어나왔다.

         

       “서른 개요!”

         

       “마흔 개요!”

         

       이제는 실패가 보고 싶은 것인지 동시다발적으로 던져지는 목잔들. 빙글빙글 돌며 잔을 받아내는 사내를 보며 봉팔은 술잔을 비우는 것도 잊고 몰입했다.

         

       이윽고 사내에게는 위기가 찾아왔다.

         

       앞뒤에서 동시에 잔이 던져진 것이다.

         

       도무지 한 발로는 두 잔을 모두 받아낼 수 없는 상황.

         

       과연 사내는 어떤 식으로 이 위기를 타파할 것인가.

         

       “앗!”

         

       사내의 대응은 놀라웠다. 쏟아지는 잔을 받아내기 위해 동시에 양 발을 사용한 것이다.

         

       즉 뛰어올랐다.

         

       “이야!!”

         

       “대단하다!”

         

       그러면서도 잔을 돌리는 손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으니 순식간에 추가된 두 개의 잔을 받아내며 사내가 외쳤다.

         

       “오십 개요!”

         

       와아아아아!!

         

       긴 환호성을 즐기며 잔을 돌리던 사내가 하나 둘 잔을 내려놓았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바닥에 오십 개의 잔을 늘어놓은 채 포권을 해 보이는 사내의 모습에 봉팔은 가슴에서 우러나온 감탄을 담아 박수를 쳤다.

         

       “캬! 이게 공연이지!”

         

       “역시 칠봉객잔의 공연이 이름 높은 건 다 이유가 있었구만!”

         

       쏟아지는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으며 사방으로 포권을 해 보인 죽립 사내가 객잔 건물에 뚫린 창문으로 공연을 구경하던 이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앞으로 펼쳐진 공연은 가까이서 보셔야 더 재미있을 겁니다!”

         

       그 말 한마디에 건물에서는 우르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떼지어 몰려오는 소리에 식당에 자리잡고 있던 봉팔은 눈앞의 소채와 화주를 번갈아 보다가 미련없이 무대 앞으로 달려나갔다.

         

       끔찍한 안주와 함께하는 싸구려 술보다는 저 사내의 공연을 가까이서 보는 일이 훨씬 더 가치있어 보였으니까.

         

       각 전각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사내의 손이 하늘로 뻗었다.

       

       

       

       그 손에는 어느새 끼워진 은자가 번쩍이고 있었으니.

         

       칠봉객잔의 전설로 남을 무대가 그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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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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