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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1

    <551 – 상대적 난이도(3)>

     

    오크노디가 진정한 베프는 누구인지 고민하는 사이, 지상에서는 범위마법이 거듭 연구소를 덮치며 거대한 마나폭발이 일어났다.

    마력잔해물이 폭발하며 수만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일시에 죽었으나 연기 너머에서 거대한 <연기고래>가 울부짖자 마법사들의 마력이 마구 끓어올랐다.

     

    “크허억!!”

    “마, 마력폭주가…!!”

     

    사색이 된 마법사들이 급히 물러섰다.

    깨달음이 깊은 이들은 그나마 마나를 추스를 수라도 있었지, 파괴력만 앞세우며 성장에 급급했던 자들은 예외없이 모두 마나하트가 폭주했다.

    마나회로를 질주하며 제멋대로 일어난 마법은 마법사들의 몸을 집어삼켜 그 몸을 매개로 파괴마법의 강렬한 효용을 증명했다.

     

    <전기폭풍>

    <대지진>

    <노심용해爐心鎔解>

     

    백색마탑의 뇌기마법.

    황색마탑의 대지마법.

    적색마탑의 화염마법.

     

    감당할 수 없는 대마법이 몬스터들을 갈아버리던 위력을 고스란히 같은 마법사들이 소속된 진영 한복판에서 터뜨렸다.

     

    “황색마탑은 멸망 직전까지 무너지겠군요. 하필이면 탑주라는 자가 자멸해버리다니.”

    “후후. 우리 딸아이가 아카데미에서 격장지계를 벌여 난장판을 만들어놓은 마탑이군요.”

     

    이 딸바보는 재단의 충실한 수족이던 오색마탑 중 하나가 개박살이 나고도 딸자랑이 하고 싶을까.

    기가 막혀서 쳐다보는 비서실장의 시선에도 이사장은 아랑곳 않고 웃었다.

    하기야 그들에겐 남의 일이긴 했다.

    지금 전장에서 싸우는 이들은 오색마탑.

    이들을 동원한 와이히엠하이 재단은 상공에 둥둥 떠다니는 비공정에서 남의 일처럼 일의 경과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니까.

     

    “하지만 적색마탑도 손실을 간과하기 어렵군요. 적색마탑의 최대파벌이던 작렬학파의 고수들은 위력을 중시하는 자. 그런 이들이 대거 죽었습니다.”

    “그 또한 우리 딸아이가 아끼는 적염학파와 비주류 연합학파를 궁지에 몰았던 적이었지요. 참으로 공교롭지 않습니까? 하하하.”

    “이사장님은 아끼던 패들이 사라지는 것보다 따님의 성장을 더욱 기뻐하시는군요.”

    “인류가 쇠퇴기에 접어들면 부모만 못한 자식이 절망감을 느끼며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치를 거스르며 재능을 뽐내는 아이를 어찌 기특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사장님도 농담이 과하시군요. 이 정도는 아직 재단의 진가라고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습니까.”

    “하하. 그렇기는 합니다. <제국십구강>의 투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니까요.”

     

    한때 수도에서 오크노디를 궁지에 몰았던 제국십구강, 그중 오색마탑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강자들이 놀랍게도 이 자리에 몸소 나타났다.

     

    어린 시절, 재단의 지원으로 내단을 복용한 자.

    재단 출신 고수를 스승으로 둔 자.

    재단의 도움으로 가족이 병마를 이겨낸 자.

     

    온갖 형태로 재단에 은혜를 입거나 약점이 생긴 이들은 감히 재단의 부름을 거역할 수 없었다.

    설령 재단의 부름이 아니었어도 지상을, 제국을 지키기 위해 언더월드의 가공스러운 군단에 맞서는 것은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일이다.

     

    “기의 소모가 심하군.”

    “기본내성이 아주 높아.”

    “대체 지하에 어떤 대마력을 발산하는 마도구가 숨어있기에 하등한 미물조차 마법저항이 강하지?”

     

    뒤늦게 합류한 고수들은 단번에 언더월드 몬스터들의 이상성을 눈치챘다.

    급기야 그 성질로부터 모종의 사실을 도출했다.

     

    -지하세계에는 이 세상 모든 마법을 저지할 수 있는 봉인구가 있다.

    -지저의 상위종 몬스터를 사냥하여 그 신체로 마도구를 제작한다면 시전자를 마법반발로부터 지켜주는 마도구를 만들 수 있다.

    -마력폭주로부터 안전한 마법방어구는 1위계 위의 마법 난사를 허락한다. 이거 히트 아닌가?

     

    고위계 마법사들이 대거 쓰러지자 저위계 마법사와 마나석을 갈아버리다시피 하며 마법의 융단폭격을 퍼부어 전선을 지하로 밀어붙이는 오색마탑.

    그 틈을 타서 재단의 조종대로 움직이는 강자들이 네임드 개체들을 토벌하며 지하에 발을 들여 입성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혼란에 편승하는 이들도 소수나마 존재했다.

    가령 방어마도구를 둘둘 뒤집어쓴 혁명군 수뇌부나 어중칠검이.

     

     

    * * *

     

     

    천장에서 흙더미가 부스스 떨어졌다.

    지상이 굉장히 요란하네!

    요즘 뉴비들은 화끈하게 전쟁루트에 돌입하는구나?

    전쟁세대의 주역 아스타로트가 등장해서 NPC들도 과격해지고 그러나?

    그럼 더 서둘러야겠다며 고서박물관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건 곤란하군.”

     

    박물관을 본 황제가 걸음을 멈췄다.

     

    “거기서 머하세요?”

    “이 박물관에는 역장이 펼쳐져있다. 단련된 재능의 총합수치가 일정수치를 돌파한 현인신급 존재는 진입할 수 없는 <종족의 성소>의 결계와 같지.”

    “후후후. 소신에게도 이 너머는 미지의 공간이군요. 참으로 아쉽게 되었습니다.”

     

    황제와 시종장이 동시에 걸음을 멈추었다.

     

    “역시 태양 아래의 모든 땅을 정복한 드림랜드의 주인이시군.”

    “진정한 현인신은 성소의 종족신과 견줄만한 강자이니 신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지.”

     

    클라인과 레스터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를 인식했지만 시종장이 저기에 끼는 건 엉뚱하게 들렸다.

    현인신 급의 기능총합수치를 지녀서 문제가 되는데 시종장이 들어갈 수 없다면, 시종장도 황제만큼 엄청나게 많은 기능을 지녔다는 뜻이 아닌가.

    그런 기능을 지니고 뭐 때문에 황제의 시종장 노릇에 안주하는 걸까.

    생각할수록 정말 이상한 일이다.

     

    “잘됐네.”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자 즈앙이 당당하게 고서박물관 안에 들어왔다. 황제와 시종장을 바라보는 즈앙의 눈에는 우월감이 또렷이 비쳤다.

     

    “빨리 가자, 뱀피노디.”

    “씽. 뱀피 아니다!”

    “알았어 뱀피야.”

     

    주먹을 들고 즈앙을 쫓아 달려 들어가다가 덜컥 함정을 밟았다.

    천장에서 제어수갑과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제어창살이 내려왔다.

    함정탐지에 도가 튼 내 눈을 속일 정도로 대단한 함정이라니, 이건 정말 보통 함정이 아니다.

    아무래도 여길 지나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덕분에 즈앙과는 갈라지게 되었다.

     

    “오크노디. 괜찮아?”

    “즈앙이야말로 조심해! 출구를 못 찾겠으면 가만히 있어. 구하러 갈게!”

     

    위험한 곳에서 너무 놀았다고 반성하며 즈앙을 구할 샛길을 찾아 맵을 헤매기 시작했다.

    뱀파이어들이 파수꾼으로 부리는 속성모기나 흡혈거머리, 블러디골렘 등이 고서박물관을 순찰했지만, 뱀피취급이라 그런지 아무도 공격하질 않았다.

    은신도 풀고 그냥 여유롭게 최단거리로 맵을 가로지르며 이동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치에서 그림자가 발목을 잡았다.

     

    꽈당탕탕.

     

    “으앙. 누가 발목 잡았어!”

    “나란다.”

    “헉. 브론즈 교수님?”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을 만나러 사라진 줄 알았던 어린이 브론즈 교수님이 내 그림자에서 부스스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왔다.

    순간 나는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함을 느끼고 몸서리를 쳤다.

     

    “교수님이 왜 여기 계세요? 설마 언더월드를 개척한 저의 탐험 실력을 보고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려고 그러시는 건 아니죠?”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니?”

    “정말요?”

    “나라의 주인을 훔친 도둑인 오크노디 1년생은 이미 대륙십대도적에 이름을 올릴 자격이 있단다. 당장이라도 교수의 자리에 오를만한 실적을 거두었거늘, 어찌 그대를 대학원생으로 둘까?”

    “헉! 저 교수 해요?”

    “물론 바로는 어렵겠지. 하지만 아카데미에 돌아가면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기다릴 거란다.”

    “그럼 진짜 왜 오셨어요? 헉, 알았다. 세계의 위기를 감지하고 종말루트를 막으러 오신 거죠?”

    “언더월드의 강력한 몬스터들을 보니 세계가 위험해보이기는 하는데 아쉽게도 본관을 움직이게 만든 이유는 그것이 아니다.”

    “그럼요?”

     

    브론즈 교수님이 어른스러운 웃음을 입가에 머금으며 말했다.

     

    “디스트로이어 교수에게 특별한 부탁을 받았거든.”

    “헉. 설마 교수님이 유언을?!”

     

    교수님 상태가 많이 아야 했는데.

    결국 혁명가와의 대결에서 무리하며 입었던 부상을 견디지 못하고 돌아가신 건가!

     

    “들어보겠니?”

    “들을래요!”

     

    어떤 심각한 이야기가 나오든 놀라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지만, 내 결심은 반만 적중했다.

    심각한 이야기는 맞았다.

    그런데 교수님의 이야기는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심각했다.

     

     

    * * *

     

     

    브론즈 교수는 대륙십대도적의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정의도둑이다.

    그녀는 의적으로서 지금껏 수많은 악인으로부터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할 물건을 도둑질했다.

     

    한번은 황제의 사면령을 훔쳐 세계 제일의 거물들이 제국대뇌옥을 탈출하여 기프트 아카데미의 교수가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또 한번은 유일신 소페미아의 분노를 사 밤이 찾아오지 않는 도시에 떠오른 인공태양을 훔쳐 도시에 밤이라는 안식을 허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브론즈 교수가 노리는 가장 탐이 나는 보물은 따로 있었다.

     

    “전대용사들은 왜 자식을 낳지 않았지?”

     

    세상을 가장 이롭게 만들 수 있는 용사들이 그 뜻을 물려받을 자식을 낳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의롭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오래 전부터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

    용사의 씨를 도둑질하자고.

    목표는 기프트 아카데미에 머무르며 소재지가 명확히 밝혀진 전대용사 디스트로이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정의로운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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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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