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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2

       

       

       

       

       “뭐 하는 거야…?”

       

       아침 댓바람에 수련을 끝낸 구령화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보며 한 말이다.

       

       “뭔데?”

       

       구령화는 옆에 하품을 하고 있는 제 오라비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구양천이 눈곱을 대충 떼어내며 말을 뱉어낸다.

       

       “보면 몰라? 비무하잖아.”

       “아니, 그러니까….”

       

       그걸 왜 갑자기 지금 하고 있냐고.

       구령화는 묻고 싶은 말을 꾸욱 참아냈다.

       

       그것 외에도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였기 때문이다.

       

       ‘뭐야 진짜?’

       

       제멋대로 부풀려는 볼을 억지로 제어하며 구령화가 눈을 좁혔다.

       계곡이 흐르는 자갈밭 위로. 두 청년이 마주 보고 서 있다.

       

       한쪽은 화산파를 상징하는 흰 무복을 입은 멀끔한 청년이었고.

       

       다른 쪽은 어디서 주워 입은 것 같은 낡은 무복을 입은 창백한 피부의 청년이었다.

       구령화가 듣기론 오라비의 지인이라 하며, 제 사질이 아는 이라고 했다.

       

       ‘곤륜파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

       

       구령화로선 잘 모를 일이었다.

       곤륜파의 도인을 본 적도 없다지만, 저 청년은 도인이라 하기엔 상당히 이질적이었으니까.

       

       ‘뭔가…서늘해.’

       

       차갑고 날카롭다.

       

       청년을 본 구령화가 가진 인상이 그것이었다.

       

       “진짜 저 두 사람이 비무를 해?”

       “하니까 저기 서 있겠지.”

       

       구양천 특유의 싸가지 없는 말투가 구령화의 귀를 거슬리게 했다.

       

       ‘이 오빠가 진짜.’

       

       수십 통 보낸 편지에 답장 한 번 보내지 않더니.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건데도 태도가 이랬다.

       

       ‘그렇게 사이가 좋진 않았다지만. 좀 너무하지 않아?’

       

       남매 사이가 그리 돈독했던 건 옛날 옛적이었으니.

       다소 어색하고 불편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걸 풀어보고자 구령화도 나름 노력한 부분이었다.

       한데, 이 인간이 이리 나오면 구령화로서도 화가나는 부분이다.

       

       이를 느끼면서도 구령화는 분노를 꾸역꾸역 참아냈다.

       

       당장은 이런 걸 표출할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구령화는 못난 제 오빠를 보며 말을 물었다.

       

       “저 사람이 정말, 영풍 사질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들었다. 이 비무에서 저 창백한 청년이 승리할 경우.

       자신들이 왜 무당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려주겠다 했다고 말이다.

       

       이를 들은 구령화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야 했다.

       

       ‘말도 안 돼.’

       

       딱 봐도 상대는 영풍 또래의 무인.

       심지어 키가 큰 걸 제외한다면 근육도 빈약해 보였다.

       

       잘 먹지 못하고 다녔는지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육체.

       그런 사람이 과연 영풍을 이길 수 있을까?

       

       ‘그럴 리 없어.’

       

       구령화는 단언했다.

       그럴 수 없다고 말이다.

       

       다른 이라면 모를까, 영풍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영풍이 누구인가.

       

       화산파의 최연소 매화검수이자.

       현재 화산 제일 기재라 평가받는 천재다.

       

       더불어, 이젠 그분의 ‘기연’까지 얻어낸 이상.

       영풍은 더 빠른 속도로 날아오를 것임이 확실시된 상황.

       

       그런 영풍을 이길 수 있는 또래의 후기지수?

       구령화가 보기에는 없었다.

       

       ‘아니….’

       

       생각을 하면서 구령화는 옆을 쳐다봤다. 

       거기엔 또 하품이나 하는 구양천이 있었는데.

       

       “…”

       

       구령화가 보기엔 아니지만, 영풍이 생각하길 자신보다 뛰어나다 보는 이가 한 명은 더 있는 것 같기는 했다.

       

       그게 저 인간이다.

       

       ‘…왜…?’

       

       누가 자기 얘기를 한다는 걸 느꼈는지.

       구양천이 찌푸린 표정으로 제 귀를 열심히 파고 있다.

       

       그 모습이 어지간히 볼품이 없었다.

       

       ‘…대체 왜?’

       

       구령화는 나름 구양천에게 관심이 많았기에, 지난 날 구양천이 벌인 일과 소문에 대해 알고 있었다.

       

       용봉지회를 제패하고 용의 이름을 받아낸 진룡.

       

       이후 최연소 절정이란 별칭을 얻은 직후.

       신룡관에서 벌어졌던 참혹한 사건, 거기서 사파의 고수를 막아내며 참살을 끊어낸 영웅.

       

       그리하여 새로 받게 된 소염라라는 별호까지.

       

       당시 구양천의 이름은 중원에 떠들썩할만큼 퍼져 있었다.

       단지, 소문의 내용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뿐이다.

       

       심지어 핏줄인 구령화까지 말이다.

       최연소 절정 이후 구양천을 따라다닌 별명이 무엇인지 아는가?

       

       ‘최연소 화경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

       

       정말 소문이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말이었다.

       

       아무리 핏줄이라도 넘어갈 얘기가 있고 아닌 게 있다.

       구령화도 엄연히 무인이었기에, 저 소문들이 얼마나 얼토당토 없는 얘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인간이 그럴 리 없잖아.’

       

       화산에서 봤을 당시.

       구령화는 구양천이 어느 정도 사건을 해결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직접적으로 전투를 벌이는 걸 본 적은 없다.

       그저 절정 무인을 기적처럼 이겨냈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그냥, 마냥 망나니 같은 인간이 아니었구나.

       재능이란 걸 가지고는 있구나.

       

       그리 보고 있을 뿐이건만.

       그런 구령화와 달리, 영풍은 구양천을 달리 보는 것 같았다.

       

       용봉지회를 제패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도.

       

       ‘역시, 구 소협이야.’

       

       최연소 절정이란 소문이 퍼졌을 때도.

       

       ‘역시…구 소협이야!’

       

       신룡관 사고 이후 화산파로 돌아왔을 때도.

       

       ‘…역시…. 구 소협이었어….’

       

       저게 영풍이 입에 달고 살던 단어였다.

       

       경지가 올랐을 때도.

       검에 담긴 매화가 점차 화려해질 때도.

       

       영풍이 보는 곳은 오로지 한 곳이었다.

       

       누군가를 이기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닿고 싶어서.

       

       영풍의 눈은 머나먼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구령화는 그게 구양천이라 생각했으나.

       

       왜 영풍이 구양천을 그렇게 보고 있는지는 모를 따름이다.

       

       아무튼.

       

       그런 영풍과 비무를 할 상대라면, 당연히 구양천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듣도보도 못한 상대와 저러고 있으니, 구령화로선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왜, 쟤가 질 것 같아?”

       “…”

       

       구양천의 물음에 구령화는 대답을 꺼내지 않았으나.

       이는 긍정이었다.

       

       그 반응에 구양천은 살짝 웃었다.

       그걸 본 구령화의 미간이 좁혀진다.

       

       “왜 웃어?”

       “아니, 당연한 반응이다 싶어서.”

       

       구양천도 지금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근데 일단 지켜봐.”

       

       구양천의 눈은 여느 때와 똑같았다.

       

       “마냥 예상대로 가진 않을 것 같으니까.”

       

       그런 반응에.

       구령화는 다시 시선을 두 사람에게로 천천히 움직였다.

       

       

       

       

       *

       

       

       

       

       쏴아아아-!

       

       계곡 주변으로 퍼지는 폭포 소리.

       은은히 불어오는 바람과 천천히 움직이는 구름.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영풍은 정면을 바라봤다.

       

       검을 든 청년이 보인다.

       

       산발인 머리칼에, 창백한 피부가 인상적이다.

       기력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몸짓.

       

       그런 청년을 보며 영풍이 살짝 시선을 옮긴다.

       

       구양천이 있는 방향이었다.

       그는 특유의 눈매를 뽐내며 두 사람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십니까.’

       

       그를 보며 영풍이 생각한다.

       대체 구양천은 무슨 생각일까.

       

       어째서 자신과 성 도장을 붙게 만든 걸까.

       

       혹, 자신과 붙기엔 아직 부족하다 생각한 걸까. 이를 떠올리며 영풍이 쓰게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

       

       영풍은 구양천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간신히 존재감을 조금 느낄 수 있을 뿐.

       구양천의 경지를 파악할 수는 없었다.

       

       이 말은, 구양천의 경지가 영풍보다 현저히 높은 곳에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도 그랬으나, 구양천은 그때보다 훨씬 높은 하늘로 올라가 있는 느낌이다.

       

       그러한 사실이.

       

       ‘역시.’

       

       영풍은 되레 반갑게 느껴졌다.

       

       자신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 하면, 그는 더 앞에 있다.

       심지어 속력을 높여 더 빠르게, 더 멀리 가고는 했다.

       

       그걸 보며 영풍은 따라가고자 악착같이 움직였다.

       

       처음 봤을 때.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우쳐준 이가 바로 구양천이다.

       

       벽을 만들고 있던 오만함을 부숴주었고.

       자신에게 멈추지 않을 목표를 세워준 이였다.

       

       쉴 새 없이 달릴 수 있는 목표 말이다.

       

       그런 만큼.

       

       ‘조금은 가까이 가지 않았을까 싶었건만.’

       

       아쉽게도 아직은 멀었구나. 이런 생각이 절로 들 따름이다.

       

       ‘…그분의 기운을 받고도 말이지.’

       

       위대한 분의 의(意)를 이었거늘. 여전히 부족하다니.

       

       ‘도대체 어디까지 가시려는 겁니까.’

       

       영풍은 그런 구양천이 신기했다.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 어찌 저런 속도로 앞서갈 수 있는 걸까.

       

       영풍이 조금이라도 오만에 빠져 어깨 좀 들려고 하면.

       구양천이 와서 짓눌러 주는 느낌이다.

       

       지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반가운 건, 영풍 또한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일까.

       그걸 떠올리고 있으니, 살짝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항상 구양천은 자신만의 뜻이 있었으니.

       이번에도 그렇겠지.

       

       못내 구양천과 비무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성율과 붙게 했다는 은근한 불만이 있었지만.

       

       영풍은 구양천을 믿었고.

       상대를 향해 검을 들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성 도장.”

       “…”

       

       영풍의 말에 성율은 가만히 검을 들 뿐이다.

       대답은 없다.

       

       더불어 불안한 기운이 가득 느껴진다.

       

       그걸 보며 영풍은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뭘까.’

       

       어찌 저리 나풀거리는 걸까.

       알 수 없었다. 

       

       하나, 방심은 하지 않는다.

       

       구양천이 구태여 성율과 붙게 했다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자라고 판단했다.

       

       “시작하십쇼.”

       

       목소리가 떨어진다.

       

       영풍은 즉시 내기를 터트렸다.

       

       후우우욱-! 단전을 시작으로 어마어마한 도기가 터져 나온다.

       이내 육신을 뚫고 사방에 뿜어지기 시작했다.

       

       ‘끄으…!’

       

       주변을 삼키는 도기를 느끼며 영풍이 속으로 침음을 삼킨다.

       

       너무 강했다.

       

       도기는 제어하지 못할 만큼 거대한 양이었고.

       하물며 거칠기까지 했다.

       

       ‘꽃잎이 들끓는다.’

       

       감상은 그러하다.

       

       나풀거리며 부드럽기만 했던 매화잎에 거침이 뒤섞인다.

       

       완벽하게 제어하는 건 무리다.

       

       영풍은 간신히 도기를 몸에 휘감으며 발산하는 양을 조절할 뿐이었다.

       

       쿵-!

       

       사뿐히 내디뎌야 할 보법은 무게가 실린다.

       

       그대로.

       

       쿠우웅-!

       

       영풍이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오.”

       

       그런 영풍을 본 구양천이 작게 감탄을 내비쳤다.

       

       쉬이이익-! 

       

       허공을 가르는 검날에 막강한 도기가 휘감겨있다.

       

       ‘부드럽네.’

       

       영풍은 저 검을 휘두르며 진땀을 내고 있었지만.

       구양천이 보기엔 감상이 달랐다.

       

       화산의 검로에는 사뿐함과 부드러움이 있다.

       

       꽃잎이 흩날리듯이.

       매화검법이라 칭한 만큼, 산뜻한 느낌이 가득하다.

       

       손꼽히게 아름다운 검법.

       중원의 이들이 화산의 검을 보며 붙이는 말이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사람들은 모르지.’

       

       정작 거기 담긴 뜻을 대부분의 사람은 모른다.

       

       ‘검로가 부드럽다는 건, 다르게 말해 힘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고.’

       

       그런 힘을 주기 힘든 검에, 검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날카로움을 담는다는 건.

       얼마나 세밀한 조절이 필요로 한지.

       

       대부분은 모를 것이다.

       

       또한.

       

       ‘화산의 무인들이 육체적으로 뛰어난 이유도 그거지.’

       

       과거, 화산파를 찾았을 무렵.

       말도 안 되는 근력 수련과 단단한 육체를 지니고 있어 놀란 적이 있었다.

       

       지금은 알고 있다.

       

       ‘저 검을 제대로 쓰기 위해선, 강제적으로 필요한 몸이야.’

       

       화산의 검은 고도의 세심함이 담겨야 한다.

       그걸 조절하기 위해선 육체에 오는 부담을 견뎌야 하며.

       

       그리 부드러운 검을 쓰기 위해선 단단한 하체 또한 지니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해야만.

       

       쉬이이익-!

       

       화산의 검을 제대로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영풍의 검이 허공을 가른다.

       육체에서 퍼진 도기는 검과 맞물려 휘날리는데.

       

       그 모습은 마치 꽃잎이 흩날리는 것과 같다.

       그걸 보며 구양천이 웃었다.

       

       ‘질이 다르네.’

       

       처음 만났을 무렵.

       간신히 매화를 피워내던 영풍.

       

       그런 영풍이 지금은 만개화를 피우고 있었다.

       

       당시 보여주던 얕은 꽃잎이 아니라.

       진정한 매화검수들이 보여주는 진짜배기 꽃잎이었다.

       

       화아악-!

       

       기운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쉽지만.

       그걸 감안해도 엄청난 모습이었다.

       

       ‘영풍도 이미 벗어났군.’

       

       후기지수의 영역에서. 그 또한 벗어난 것이리라.

       내가 보기에, 영풍의 저런 모습이 제대로 중원에 퍼지게 되면.

       

       검룡(劍龍)이라는 이름을 넘겨도 될 것 같았다.

       

       그리되면 아마.

       

       ‘딱 십 년 정도면, 검왕 자리도 넘볼 수 있겠는데.’

       

       어쩌면 그보다 빠를지 모르겠다.

       영풍은 그 정도로 재능을 꽃피우고 있었다.

       

       ‘전생과는 다르지.’

       

       내가 보기에 전생과 좋은 쪽으로 변한 몇 안 되는 인물이 영풍이리라.

       

       스스로의 재능에 짓눌려 몰락하던 천재는 사라지고.

       재능에 막히지 않고 길을 찾아낸 영풍.

       

       영풍의 그러한 모습은 꽃잎과 함께 빛이 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런 영풍의 상대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깡-!

       

       검끼리 부딪치는 소리.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어어?”

       

       동시에 구양천의 옆에서 놀란 소리가 들렸다.

       

       구령화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깡-! 끼기긱-!

       제일 기재라 불리며 후기지수 영역을 벗어난 영풍의 검을.

       

       “저게…무슨…?”

       

       성율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도. 나름 검왕(劍王) 후보 출신이라고.’

       

       검후의 별호를 훗날 마검후가 가져갔었다고 한다면.

       검왕의 자리는 전생에 가져간 이가 없었다.

       

       마검후가 제 아비였던 창천검왕을 죽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던 탓이다.

       그 탓에 검왕의 자리는 공석으로 되어 있었지만.

       

       후보라 할 사람은 나름 있던 편이었다.

       당시 화산이 멸문하며 영풍 또한 사라졌기에 후보에는 없었으나.

       

       검마(劍魔)는 다르다.

       

       놈은 검왕 후보에 올라 있던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다만, 마검후처럼 사대세가중 한 곳을 홀로 부숴버린 전적이나, 강함을 보일 부분이 적었기에 끝내 오르진 못했지만.

       

       아마 올랐더라면 마검후와 비슷하게 마검왕(魔劍王)같은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을까.

       

       ‘조금 빈집털이 같은 감이 없잖아 있긴 한데.’

       

       검을 사용하는 고수의 대부분이 죽었던 만큼.

       검왕이라 불리기 애매한 위치기는 했다.

       

       아무렴 그렇다고 한들.

       

       ‘어쨌든 후보까진 올랐다는 거잖아.’

       

       검왕의 이름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마인이라 해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이는 검마의 가치가 어느 정도는 있다는 뜻이고.

       그걸 성율은 증명하듯.

       

       깡-! 깡-!

       

       어린 검마는 개화한 영풍에 맞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영풍의 검로를 비틀어 흐트러트리거나.

       

       쉬이익-!

       

       조금의 빈틈을 보이면 헤집어 들어가기까지 했다.

       

       ‘육체 차이를 흐름으로 넘기고 있다.’

       

       근력이나 신체적인 부분에서 성율이 영풍보다 딸린다.

       그런 차이를 성율은.

       

       끼리릭-!

       

       검면을 이용해 영풍의 공격을 흘리는 방식으로 무마하고 있었다.

       이를 직접 경험하는 영풍의 표정에서도 변화가 이른다.

       

       ‘뭐지?’

       

       검을 내지르면, 이미 성율이 움직여 검로를 흔들어버린다.

       

       살짝이라도 비틀린 검 끝은 힘을 잃어버리고. 원하는 경로에서 이탈한다.

       이를 무마하려 보법을 내디디지만.

       

       탁-!

       

       “…!”

       

       영풍이 움직인 즉시, 성율 또한 맞춰 발끝을 움직였다.

       

       거리가 좁혀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다.

       영풍은 이 상황에 이질감을 느껴야 했다.

       

       성율의 경지가 예상보다 훨씬 높다.

       기연을 얻은 영풍과 비슷한 수준.

       

       이에 대해서도 영풍은 상당히 놀라야 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곤륜의 검이 느껴지질 않아.’

       

       성율의 검에서 곤륜파의 검로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곳 특유의 느낌이 분명히 있어야 하건만.

       

       성율의 검에는 그런 게 없었다.

       

       쉬익-! 깡-!

       

       검날이 맞부딪히며 소리와 내기가 터져나간다.

       

       지닌 힘이 다르기에, 성율의 몸이 더 크게 흔들렸다.

       

       그때를 영풍은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자세를 낮췄다.

       

       검을 바꿔잡는다. 검날로 벨 순 없었기에, 검면으로 때려야 했다.

       

       그대로 영풍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는데.

       

       “…!”

       

       순간 성율의 눈빛이 달라지더니. 속도를 높여 검을 움직였다.

       

       반동으로 제어하지 못할 육신일 텐데.

       성율은 이를 잡아내곤 억지로 팔을 움직인다.

       

       그러한 공격치곤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빠르다.

       

       쉬이이이익-!

       

       ‘이런!’

       

       그런 기괴한 움직임에 영풍 또한 검로를 틀었다.

       성율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성율의 검은 이상하리만큼 빨랐다. 

       

       피하기 어려울 만큼 말이다.

       

       원래 힘을 숨기고 있었나? 영풍은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그때.

       

       [멈춰.]

       “…!”

       

       성율의 귓가에 구양천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순간, 성율의 검로가 더뎌진다.

       

       이내 영풍이 그곳으로 검을 휘둘렀고. 

       

       끼기기긱-! 검날이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파앙-! 공격을 서로 흘려내며 거리를 벌렸다.

       

       “후우…후….”

       

       영풍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듯 호흡을 고르며 성율을 쳐다봤다.

       성율은 아까와 같이 서 있는 상태로 제 볼을 만지고 있었는데.

       

       주르륵.

       

       뺨에서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영풍의 검기에 베인 모양이다.

       

       “…”

       

       정작 성율은 상처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뭔가에 놀란 듯 눈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 성율을 보며 영풍이 물었다.

       

       “…성 도장.”

       

       부름에 성율이 영풍을 쳐다본다.

       

       “왜, 마지막에 속도를 줄이셨습니까?”

       

       줄이지 않았으면 영풍이 당했을지 모를 공격, 그때 속도를 줄인 성율에게 영풍은 이유를 물었고.

       

       이에 성율은.

       

       “…죽일…까 봐서요.”

       

       자신도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죽이려 했던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죽이려 한 걸 멈춘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영풍은 알 수 없었지만.

       

       “…후….”

       

       휙-!

       

       잡고 있던 검을 검집에 넣으며 말을 뱉을 따름이다.

       

       “…졌습니다.”

       

       패배를 시인하는 표정은 다소 마음에 들어 보이진 않으나, 조금은 시원해 보였다.

       

       “…세상에는 여전히 제가 모르는 이들이 많고, 또한 저는 갈 길이 먼 것 같네요. 제게 이걸 보여주고자 하신 거겠지요? 구 소협.”

       

       영풍은 역시 구양천이 뜻이 있었구나 싶었다.

       

       “…예…? 아, 예…. 그렇…그렇죠.”

       

       이를 멀찍이서 들은 구양천은 정작 뭔 소린가 싶었지만 말이다.

       

       ‘뭐라는 거야?’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구태여 부정하진 않기로 했다.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아서였다.

       

       ‘저걸 이기네.’

       

       구양천도 이번 일은 좀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마냥 성율이 밀려서 질 거라 예상하진 않았지만.

       영풍을 이길 거라고 보지는 않았었다.

       

       ‘그냥 뭘 좀 시험해보려고 한 건데 말이야.’

       

       영풍을 이용해 뭘 좀 알아보려고 했던 건데.

       이걸 이렇게 풀어나갈 줄은 몰랐다.

       

       ‘영풍이 성율보다 약하진 않아.’

       

       성율이 예상보다 강한 건 맞으나.

       영풍이 그보다 약하진 않았다.

       

       단지, 기운을 수습하지 못해 제대로 힘을 보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 전부 수습한 다음 성율과 다시 붙게 된다면.

       

       ‘영풍이 이기겠지.’

       

       객관적으로 볼 땐 그럴 것 같았다.

       

       ‘그건 별로 중요하진 않고.’

       

       구양천은 지금의 승패보단 성율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놀란 듯 황색 안구를 크게 키운 성율.

       놈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구양천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걸 보며 웃었다.

       

       ‘이게 되네.’

       

       성율이 비무 도중 천살성의 힘을 사용하려 했을 무렵.

       구양천은 성율에게 뭔가를 시도했다.

       

       이에 성율의 몸을 지배하려던 천살성이 짓눌러 막혀버렸다.

       

       그걸 볼 때 구양천은 나쁘지 않은 수확이라 판단했다.

       

       물론, 아직은 더 시험해봐야 할 일이지만.

       

       아무래도.

       

       ‘저놈, 써먹을 수 있겠는데?’

       

       구양천은 검마의 천살성을 짓누를 방법을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

       

       

       

       그렇게 비무가 끝나고 점심이 됐을 무렵.

       계곡에서 성율 놈이 잡아 온 물고기를 구워 먹으려던 찰나.

       

       나는 영풍이 뱉은 말을 듣고 벙찐 표정을 지어야 했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비무의 약조대로 어찌 두 사람이 무당으로 향하는지 그 이유를 듣고자 하였는데.

       영풍이 꺼낸 말은 참으로 개떡 같은 얘기였다.

       

       벙찐 듯 물고기를 들고 굳은 나를 보며 영풍이 말했다.

       

       “…제가….”

       

       혹, 누구라도 들을까 상당히 조심스럽게 내게 뱉은 말은.

       

       “…아무래도 화산선검의 후인이 된 것 같습니다.”

       “…?”

       

       나로선 도무지 이해되질 않는 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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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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