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552

       

        

        

        

        

        

        

        

       “무엇이든지 해체하고 자재로 삼아 다시금 세력을 불려나가는 존재들은 여러 대중 매체에서 나온 적 있죠. 대개 그런 경우에는 머리에 총알을 꽂아넣든 미니건으로 걸레짝으로 만들든 전부 미봉책일 뿐이에요.”

        

       “그래서 반물질을 가져오셨다고요?”

        

       “실제로 보내줄 거라고는 생각 안 했긴 하지만, 기왕 받았으면 잘 써먹어야죠. 그렇지 않겠어요? 게다가 저런 걸 교두보에 짱박아놨다가 모종의 이유로 폭발이라도 하면…글쎄요. 그닥 유쾌한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겠죠?”

        

        

        

        

       -잠깐 안 본 사이에 또 혼자서 이상한 짓들 하고 계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

       -기어코 부엉이눈나를 끌고오셨군요 정말이지 끝이 없습니다

       -리빙포인트)이 사람들은 방금 전 반물질폭탄을 수령받고 또 테러리스트 짓을 하러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또야? 미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루클렛 교두보로부터 대략 13km 남동쪽으로 떨어진 숲.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이카루스 기어에 의해 거둬지고, 인간이라면 아무리 자세히 보려고 시도해도 절대로 볼 수 없는 족적 정도만이 남는다. 광학미채로 인해 야간투시경으로도 볼 수 없으며, 열감지로도 식별 불가능한 다섯 명의 유저들이 어딘가를 향해 시시각각 이동 중인 것이었다.

        

        직접 입을 열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통해 구현한 글자가 인컴 내에서 보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의 귀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입을 열어 말하는 것은 주변 공기의 흐름과 온도를 변동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더 선호되는 방식이었다.

        

        하모니와 다이스, 카토가 능숙하게 이를 듣고, 대답을 하는 건 내가 진즉 이들에게 이러한 방법을 가르쳐놨기 때문이었다. 올리비아는 뭐…그 반대지. 나한테 이런 걸 알려준 사람이니까.

        

        

        주변에는 계속해서 아르테미스 무인기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마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수많은 센서까지 포함하면 우리들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여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카루스 기어는 이러한 센서가 얼마만큼의 감지 범위를 지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지나갈 수 있는지를 아주 잘 알려주었다.

        

        어쩌면 치트키라고 할 수도 있겠지. 물론 그에 대해 반박할 생각은 없었다. 이카루스 기어의 개발 목적이 바로 그거였으니까.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들이 물질적으로, 혹은 비물질적으로 방어를 받고 있는 지역에 침투하여 사보타주를 확실히 저지를 수 있게끔 해야만 했으니까.

        

        그리고 막상 그런 기능이 있다고 한들 유저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말짱 꽝이지.

        

        

        주변을 확인하던 올리비아가 덧붙였다.

        

        

        

       “어디 보자, HVT가 어디 있을까아….”

        

       “…평지라 그런지 진짜 어둡네요. SUAV를 가져오긴 했는데, 그런 거 던지는 순간 큰일나겠죠?”

        

       “그렇지. 적이 인간이라면 몰라도, 저 친구들은 사방팔방에 센서를 박아놓고 어디서 뭐가 나타나는지를 하나같이 감시하고 있을 테니까…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유용해지는 사소한 팁 몇 개가 있지. 드론 없이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거든.”

        

       “…설마 이것도 저희가 들으면 안 되는 정보라든가 그런 건지.”

        

       “후후, 눈치가 빠르네. 대충 그런 게 있다고 생각만 하고 있어.”

        

        

        

       -이젠 스트리밍 와중에도 약을 올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이미 하와이에서 잔뜩 했던 짓거리다

       -선례가 있든 없든 우리는 비밀을 보고싶다고 시부랄거!!!!!!!!!!!!

       -?? : 님은안대요 ㅎ

       -리빙포인트)로렌티나가 뿌리는 해군 입대지원서에 사인하고 제출하게 되면 아마 저 정보도 들을 수 있다

       -‘아마’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리비아와 나 사이의 화면 공유가 시작된다.

        

        눈에 끼워진 컨택트 렌즈 위에 떠오르는 홀로그램. 적의 분포도와 네트워크 흐름.

        

        몇 가지 대전제라는 이름의 필터를 세운다. 첫 번째는 불과 얼마 전 안티매터 캐니스터가 들어있는 레일건 탄두가 공중에서 요격당한 탓에 사방에 EMP가 퍼졌단 사실이었다. 이는 우리보다는 아르테미스 쪽에 더더욱 큰 피해를 입힐 것이었다.

        

        좌우지간 중요한 점은 적은 그 전부터 해당 공격에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을 확률이 높단 것이었다. 원래 EMP 대비는 전자기기의 중요 방호점이니.

        

        두 번째로, 이 주변에는 건물이 거의 없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르테미스가 죄다 재료를 수급한답시고 뜯어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설령 이 근처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활발하게 뜯어가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EMP로 인한 손실을 메워야 했으니.

        

        그리하여 이 두 개를 적당히 조합하면 한 가지 결론이 나온다.

        

        

        

       ‘EMP가 터졌는데도…아니, EMP가 터졌기에 더욱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지점이 일종의 중요한 네트워크 허브이자 전진기지로 쓰이고 있을 확률이 높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느닷없이 건물 비스무리한 게 보인다면….

        

        그것도 그렇고, 까놓고 말해서 나는 올리비아가 우리와 합류했을 때부터 적을 못 찾아 헤메는 일 따위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전에 찍어놓은 기동 루트는 엄밀하게 말하면 단순한 가이드라인이었고, 중요한 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적을 추적하는 것.

        

        이렇게 짙은 어둠 속에서도 십수 킬로미터씩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이 앉아있는데 적 추적에 무슨 문제가 생기겠냐만은.

        

        

        그렇게 사전에 찍어놓았던 포인트를 싸돌아다니며 대략 10분 가량을 소비했을까,

        

        

        

       “…빙고.”

        

       “찾았네요.”

        

        

        

        불빛은 단 하나도 없었지만, 마치 어둠 속에서 벌레가 꾸물거리는 것마냥 수백 기에 달하는 무언가가 마을 하나를 점유한 채로 움직이고 있었다.

        

        컨테이너 6개를 3층 높이로 쌓아올린 것만 같은 건물이 마을 중앙에서 아주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해당 지점 근처에서부터 네트워크 트래픽이 급증하는 것이 UI 측면에서 마구잡이로 치솟는 그래프를 통해 확인되었다.

        

        스읍 하고 숨을 들이마신 다음 덧붙였다.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저 지점에 총을 들고 난입할 필요는 없죠. 원래도 저런 건 원거리에서 포격 혹은 폭격으로 지워버리면 그만이고…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긴 하네요.”

        

       “SUAV에 반물질 캐니스터 달아서 날리면 될 것 같은데, 그거 말하는 거 맞죠?”

        

       “아주 다들 선수가 따로 없네요.”

        

        

        

       -아니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럴거면 왜 5명씩 온 거야 ㅋㅋㅋㅋㅋ

       -뭘 당연한걸물어 재수없게 걸리면 도망치면서 한명이라도 살아서 복귀해야 하니 그렇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또 얍삽이를 시전하시는군요 정말이지 끝이 없습니다

       -아니근데 저게 되나? 에너지 배리어 같은 거 있을느낌인데

        

        

        

        타당한 지적이었다.

        

        바로 그 때문에라도 무턱대고 한 번 뿐인 기회를 날려서는 안 되었으므로, 올리비아가 타격지점을, 하모니와 다이스, 카토가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동안, 나는 UI 위에 맵을 팝업시켜 작전 시작 전 확인해두었던 적 네트워크 예상 위치를 지워버리고는 새로운 좌표를 마킹했다.

        

        필요한 건…주변을 두들겼을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하게 될지를 확인하는 것 정도였다.

        

        즉각 좌표를 전송하며 덧붙였다.

        

        

        

       “해당 좌표로…순항미사일 한 발만. 레일건에만 요격되지 않게 최대한 저공비행으로.”

        

       “확인. 탄두는?”

        

       “대량의 드론을 방사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충분합니다.”

        

       “1분 30초 이내에 해당 위치로 미사일이 도착할 겁니다, 아키타입. 근방에 있다면 조심하시길.”

        

        

        

        영원과 같은 1분이 흐르고, 본격적으로 반응이 시작되었다.

        

        기이잉 하는 소리를 내며 오른쪽 벌판 쪽에서 십수 발 가량의 지대공 미사일이 날아들고, 레이저 같은 것들도 허공을 가른다. 아주 난리도 아니구만.

        

        쐐애액 하는 음성에 이어 펑 하는 소음이 허공을 둔중하게 울렸지만, 그 순간 마치 클러스터 밤마냥 안에 내장되어있던 수백 개에 달하는 소형 드론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갔다. 당연하겠지만 아르테미스 측은 말 그대로 혼비백산하였고, 지상에서부터 난리가 시작되었다.

        

        

        

       “…어우, 무슨….”

        

       “대공포에 미사일, 레이저. 아주 바글바글하군요. 전자기 펄스 방사용 미사일도 있는 것 같은데….”

        

        

        

       -와시1부랄

       -이싯팔 이러면 그냥 유저들이 힘으로 밀어야한단 소리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싀1발 여기가 무슨 팔루자예요? DLC 언제나옴???

       -팩트)팔루자보다 심하다

       -대신 우리는 무한리스폰하잖아 ㅋㅋ

        

        

        

        부아아아앙!

        

        마치 허공을 채찍으로 때리는 듯한 굉음, 레이저, 그리고 사방에서 날아드는 미사일들까지.

        

        방공망이 제압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사일이나 비행기를 보내게 된다면 어떤 꼬라지가 되는지를 아주 여실히 알려주는 광경이었으나, 나는 그 와중에도 SUAV를 쪼물대며 그 아래에 안티매터 캐니스터를 달고 있었다.

        

        내부 자기장 유지를 위해 달려있는 배터리를 최저한의 양만 남겨두고 전부 분리. 그리하여 캐니스터는 고작해야 600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는 무게로 변했고, 올리비아는 SUAV의 제원을 살피며 덧붙였다.

        

        

        

       “추가 무게가 실렸으니 하늘을 날아다니는 본래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저공비행을 하는 건 문제없겠지. 한 번 날아보자고.”

        

       “갑니다.”

        

        

        

        프로펠러를 작게 손가락으로 튕기자마자 부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프로펠러 뒤에서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손목 스냅을 통해 SUAV를 날리자마자 잠시 치솟는가 싶더니, 자체적인 무게에 의해 마치 글라이딩을 하듯 스리슬쩍 하강한다. 적이 있는 거리까지는 대략 2.4km 정도였고, 방금 날려보낸 기체의 속도는 대략 시속 100km 가량.

        

        측풍이 좀 불긴 하지만 조종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고, 하모니는 태블릿과 연결된 홀로그램-조이스틱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델타 표식으로 표기된 비행 루트에 드론을 끼워맞추느라 아주 애를 쓰고 있었다.

        

        

        

       “으, 도착까지 1분 30초 남았어요. 지면까지의 거리 평균 13m, 나무가 왜 이렇게 많아…!”

        

       “순항미사일 파생 드론…남은 갯수 23. 빠르게 줄어듭니다.”

        

       “드론 제어, 일괄 상승으로.”

        

       “확인했어, 주인. 남은 드론 전부 상승시킬게.”

        

        

        

        퍼퍼펑!

        

        끔찍한 소리와 함께 계속해서 어둠을 물들이는 불꽃, 그리고 남은 거리는 800m 가량.

        

        앞으로 전진하면 전진할수록 바람의 영향을 받았기에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으나, 그 과정에서 사람 혹은 차량 등이 지나다니는 길을 스쳐지나갔고, 그 중에는 UGV 및 미니건이 달린 투견도 존재했으며, 이들 역시도 사격에 동참했다.

        

        총알이 날아들고, 유탄이 근방에서 터지지만, SUAV는 아슬아슬하게 견뎌낸다.

        

        거의 1분에 한 번씩 눈을 감았다 뜨며 집중하던 하모니가 씹어뱉듯 덧붙였다.

        

        

        

       “착탄까지 15초!”

        

       “마지막에 속도 좀 줄이세요. 캐니스터가 부숴져야 하니까요.”

        

       “사정거리 안으로 돌입합니다.”

        

       “다들 눈 감고 땅바닥에 엎드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쿠우웅!

        

        

        

        SUAV를 향해 쏘아진 수천 발의 탄환 중 두 발 가량이 하부에 달린 캐니스터를 관통했고, 거의 완전한 진공 상태로 존재하던 실린더 내부로 급격히 공기가 유입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안, 마이크로그램 단위로 존재하던 반물질. 그것이 물질과 닿자마자 즉각 100%에 가까운 효율의 에너지로 변환을 거쳤고, 그 순간 눈이 멀 것만 같은 빛이 중심지에서부터 격발했다.

        

        7초 가량이 지났을 즈음, 귀청을 두드리는 듯한 압박과 함께 터져나온 소닉붐이 뒤늦게 일행을 덮쳤다.

        

        

        말 그대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건너편을 확인한 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덧붙였다.

        

        

        

       “할 만하네요. 다음에도 이런 방법이 통할지는 잘 모르겠긴 한데.”

        

       “…또 호구를 거하게 등쳐먹으셨네요. 앞으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고.”

        

       “뭐어, 그 여파는 나중에 가서 생각하도록 합시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여전히 붉게 번쩍거리는 땅.

        

        이걸로 아르테미스 무인기 친구들의 손등에 단도를 콱 박아준 셈이겠지.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파앙!

        

        

        

        눈 앞이 하얗게 변하며, 모든 것이 완전히 녹아내렸다.

       

        

        

        

        

        

        

        

       

       “…포인트 A-12를 말소한 적군 식별 및 축출 종료. 방위 모드로 다시 대기합니다. 이온 캐논 출력 40%. 예상 오차값 및 실사격 오차값 대조…허용 범위 내.”

        

       “확인.”

        

        

        

        한편, 그로부터 수십 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사바나의 컨트롤 타워.

        

        보랏빛으로 빛나는 한 쌍의 눈동자가 수평선 너머 흐릿하게 보이는 지면을 직시했다.

        

        

        

        

        

        

        

        

        

        

        

        

        

        

        

        

        

        

        

       “아니, 도대체 방금 무슨….”

        

       “다시 살아났구나, 주인!”

        

       “물론이죠.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쏟아지는 미션 클리어 메시지와 주변에서 연이어 터져나오는 박수들.

        

        그러나 그것들을 대충 응대하며 디브리핑 룸으로 향한다. 방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최대한 빨리 확인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 큰 문제 없이 모였고, 가면서 방금 있었던 일을 잊어버리지 않게 대화까지 병행.

        

        불과 몇 시간 전 들렀던 방에 앉은 순간 메카 유진이 GIF 화면을 표시했고, 거기에는 불과 몇십 초 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가 선명하게 표시되고 있었다.

        

        전말은 간단했다. 말 그대로 저어기 동쪽, 즉 사바나에서부터 날아든…뭔가가 우리가 있던 지점을 통째로 증발시켰고, 우리는 그 순간 산산조각나든, 혹은 통째로 증발해버리든 하여 순식간에 리스폰 지점으로 되돌아가버린 것이었다.

        

        머리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덧붙였다.

        

        

        

       “…레일건인가?”

        

       “그건 곡사가 안 되잖아요.”

        

       “그건 그렇지, 망할.”

        

        

        

        확인해야만 하는 건…대미지 리포트.

        

        황급히 뒤진 끝에 발견한 것은 내가 얼마만큼 짧은 시간 안에 어떠한 형태로 죽어갔는가-에 대한 정보였고, 이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가령 내가 무슨 대미지를 어떻게 입고는 어떻게 증발했는지에 대한 것 말이다.

        

        그리고 결과는…상당히 의외로웠다.

       

        초고열에 의한 액화라고 해야 하나, 혹은 증발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를 강타한 입자의 운동에너지가 주변을 진동, 가열시켰고, 우리는 지반째로 증발하여 이 자리에 온 것이었다.

        

        

        게다가 뒤늦게 떠오른 피탄 지점의 형태 역시도 기이했다.

        

        

        

       “깔끔하군요. 레일건이었다면 아마 주변이 무슨…운석이라도 떨어진 것마냥 산산조각났겠죠. 운동에너지 때문에라도 탄두 진행 방향으로 마치 상흔이라도 난 것마냥 파여있을 거고.”

        

       “이런 게 가능하려면…플라즈마 캐논 아니면 어렵지 않을까요?”

        

       “아.”

        

        

        

        하모니의 발언.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결과 – 경수소 이온 캐논이라고 했나, 진짜 대미지 하나는 끝내주기 짝이 없구만.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당시 우리는 꽤나 깊숙하게 적진에 파고든 상태였고, 다시 말해 사바나랑 꽤나 가까운 상황. 이온 캐논은 여러 문제로 사거리가 꽤나 짧기 때문에 – 가령 대기 산란 혹은 직진성 유지 문제 등등 – 반대로 가까이 다가가면 충분히 공격을 받을 수 있었다.

        

        때마침 떠오르는 당시의 허공 모습. 말 그대로 푸른색 직선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주변의 공기가 플라즈마화되며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나와 올리비아가 아무에게도 안 들리도록 한숨을 내뱉고 있는 사이, 진과 레인은 빠르게 설명을 시작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본 기체는 사바나 쪽에서 적의 접근을 불허하도록 일종의…레이저포 비스무리한 것을 운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이저포? 환장하겠네, 정말.”

        

       “저런 걸 막…연사하거나 하지는 않겠죠?”

        

       “확실하지는 않긴 한데…아무래도 사바나에 전력망이 어떤 형태로 깔려있는지는 확인을 해봐야만 할 것 같긴 해. 정 어렵다면 EMP를 퍼부어가면서 밀어붙이라는 명령도 있었으니, 그 부분은 그닥 신경쓰지 않아도 될 거야. 아무튼 수고했어.”

        

        

        

        인커젼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성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수많은 미션이 일괄적으로 빛의 파편으로 분해되고, 이어 숫자가 된 뒤, 유저들만이 확인할 수 있는 기여도가 된다.

        

        해당 인커젼에 참여하고 있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유저들 중에서도 단연 1위로 올라선 5명으로 이뤄진 파티의 이름. 당연하게도 이번 파티는 내가 팠기에 내 이름이 가장 우선순위에 올라와있었다.

        

        그러나 그 옆에 보이는…’첫 번째로 방위 레이저를 맞은 사람들’이라는 타이틀은….

        

        

        

       “…저건 도대체 누가 저렇게….”

        

       “환장하겠네, 증말.”

        

       “…일단 다들 이상 있는지 확인하고, 무장이나 탄약 부족한 거 있으면 채우시길. 10분 가량의 시간을 드릴 테니 이곳으로 다시 모이세요. 추가 브리핑 받고 난 뒤 다시 전선으로 나가봅시다.”

        

       “네넹.”

        

       “그럼 10분간 해산.”

        

        

        

        그와 동시에 방에 있는 인원 전원이 밖으로 향한다.

        

        카토와 하모니, 다이스는 제각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무기고로 향했고, 나와 올리비아는 브리핑 룸에서 벗어나 로비로 향했다.

        

        로비로 향한 진과 레인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순간, 나와 올리비아가 손목을 손가락으로 쳤고-

        

        

        

       ───주우욱!

        

        

        

       “누가 이런 무지막지한 거 꼬리에 달고 다니래요, 증말.”

        

       “아, 아우우! 갑자기 왜 그래에! 나 오늘 아무 짓도 안 했다구!”

        

       “하지만 다른 세계의 마브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군요.”

        

       “응갸아악-!”

        

        

        

        액체금속-볼따구.

        

        전자기력에 의해 통제되며 인간의 볼과 매우 흡사한 촉감, 그리고 경도와 강도, 신축성을 지닌 마브의 볼따구가 나와 올리비아의 손가락에 잡혀 주욱 늘어진다.

        

        그 꼬라지를 보며 진과 레인은 신나게 킥킥댔다.

        

        

        

       “알파랑 같이 생산된 오메가 타입 아니랄까봐, 혼자서 기가 막힌 거 달고 있네.”

        

       “…보아하니, 아키타입은 저쪽 세계에서 일이 잘 안 풀리는 순간 항상 마브를 갈구러 올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반만 맞았네요. 올리비아도 같이 올 거거든요, 앞으로는.”

        

       “안 돼-!”

        

        

        

        물론 방금 내가 한 말을 취소하는 게 더 안 되는 일이었다.

        

        억울한 마브가 소리치는 것과 함께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인커젼은 여전히 순항 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행스럽게도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월요일에 약받고 하루종일 집에서 쉰 덕분인 것 같네요

    수요일-목요일 정도면 다시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