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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2

   일단 찾아보긴 하겠지만 기대하지 말란 말을 하고 떠나간 카리아였지만 난 그녀를 믿었다.

   

   여태까지 카리아가 나한테 보여준 능력이 얼만데! 첩보전에 있어서라면 신이나 다름없는 카리아라면 어떻게든 해답을 만들어서 가져다 줄 거야!

   

   “없어. 없어.”

   

   라는 나의 기대는 채 반나절이 지나기 전에 박살이 나고 말았다.

   

   “지금 여기에 있는 인원 전체를 둘러봤는데 조건에 맞는 사람은 존재치 않아.”

   “제대로 찾아보기나 한 거야. 노처녀아줌마? 당신 결혼 상대 찾을 때처럼 최선을 다해보란 말야.”

   “내가 언제 일 대충하는 거 봤어? 진짜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냐.”

   

   우선은 괜찮은 외견이란 부분에서 절반이 갈려나간다.

   

   기사라는 이들은 항시 바깥에서 태양과 흙먼지를 온 몸으로 받아내며 단련을 하는 존재.

   

   축복 받은 무언가가 있지 않다면 이들은 주변의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나이를 먹고 추해지기 마련이다.

   

   개 중에는 기사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선자리가 끊이질 않았다가 기사가 되고 1년 정도 구르고 나니 찾는 사람이 없어졌단 사람이 있을 지경이니 말다했지.

   

   다음으로 순결과 순수라는 부분에서 또 다시 사람이 사라진다.

   

   이 세계는 어디까지나 중세판타지.

   

   스물이 넘기 전에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

   

   괜히 카리아가 아줌마란 소리에 발작하는 게 아냐! 사라져버린 수십년을 빼더라도 아줌마라 불릴 위치니까 찔려서 그러는 거라고!

   

   여기에 더해 죄가 없어야한단 조건도 까다롭다. 힘을 지닌 자는 대개의 경우 흠결을 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서. 누군가는 자신이 모시는 자를 위해서. 누군가는 자신이 바라여서. 몇 가지의 흠결을 혼에 새긴다.

   

   “지금 이 자리에 선 놈들 중에서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녀석은 없어. 용병과 기사의 일은 그런 거라고.”

   

   그건 나도 알아. 죽임을 주저하는 내 쪽이 오히려 특이하다는 건 이해하고 있어.

   

   그치만 말야. 요정 녀석들이 내가 생각하는 업에 영향을 받는 거라면 살인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아. 결국 업은 선행과 악행의 누적이니까 말야.

   

   악행을 저질렀어도 그보다 더 많은 선을 쌓았다면 선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있어.

   

   그치. 첨언?

   

   [그대의 판단은 옳다.]

   

   역시 썩은물인 나라니까.

   

   고갤 주억거린 나는 다시금 카리아에게 선악의 기준이 될만한 점수표를 주고 일정 점수 이상인 사람 중에서 가능성이 있는 이를 선별해달라 부탁했다.

   

   카리아는 사람을 너무 험하게 부린다고 투덜거렸지만 그렇다고 내 부탁을 거절하진 않았다.

   

   그렇게 다음 날. 카리아는 작전의 회의를 위해 모인 집단 속에서 수십 정도 되는 인선을 선별해왔다.

   

   “진짜 짜내고 짜내서 겨우 데려온 거야.”

   

   선별된 자들의 표정은 대부분 그리 좋지 못했다. 왜 짜증이 나있는 건지 추측하긴 어렵지 않았다.

   

   여기 서 있다는 건 여태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 본 허접이라고 광고하는 거니까 말야.

   

   물론 몇몇 예외는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집 멍멍이. 내 호위기사 자리에 집착하는 저 바보는 나랑 같이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른단 사실에.

   

   아니. 잠시만. 쟤 저 얼굴로 동정이야? 여자랑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혼담은 꽤 많이 들어왔습니다만 저는 아직 부족한 기사인지라. 저와 아가씨이외의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 모두 거절했습니다.”

   

   얼굴만큼은 그럴 듯한 칼이 상쾌한 웃음과 함께 목소리를 내자 옆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솔직해서 추하단 생각밖에 안 드는 질투심이네.

   

   “인성도 외모도 뭣도 다 부족한 저 쓰레기는 치워버려. 같은 장소에서 숨 쉬고 있단 사실만으로 불쾌해.”

   

   그렇게 한 사람을 치우고서 미간을 찌푸린 채 면면을 둘러보던 나는 명백한 개허접인 셋을 제외시켰다.

   

   “짐덩어리잖아. 아줌마. 저딴 건 왜 데려온 거야?”

   “말했잖아. 짜내고 짜낸 거라고.”

   “아무리 그래도 바보 검사한테 닿지도 못 할 개허접은 귀찮기만 할 뿐이야.”

   

   나는 지금 의지가 되는 사람을 고르는 거라고.

   

   검밖에 모르는 멍청이인 프레이를 이기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 녀석을 상대로 버틸 순 있어야지!

   

   “켄트 영애가 기준이야? 너무 까탈스럽네.”

   “그래봐야 나한테 한 번도 못 이긴 허접이거든?”

   “한 번 이길 뻔한 적은 있어.”

   

   어디서 구경하고 있었던 건지 자연스레 우리 대화 사이에 끼어든 프레이는 나와 카리아 사이를 지나쳐 사람들을 둘러보다 몇 명을 지목했다.

   

   “재미없는 사람들이야.”

   “들었지. 아줌마?”

   “예에. 다 빠져주세요.”

   

   자그마한 소리로 투덜투덜거리며 인원이 줄어든 후 나는 얼빠여우를 꺼내 들었다.

   

   내 옆에 있을 때는 감옥에 처박혀야 할 페도 변태인 여우지만 어쨌건 이 녀석은 숲의 주인이다.

   

   사람들의 미를 가지고 자격을 판별하는 녀석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얼빠여우의 까탈스러운 기준을 통과한다면 요정들의 기준에도 미칠 수 있을 터!

   

   “난 너 이외의 다른 추함을 눈에 담고 싶지 않다만.”

   “정말? 하기 싫어?”

   “그래. 대충 아무나 데려가라. 카리아 저 녀석이 구분한 것이라면 대충.”

   “정말?”

   

   오늘 아침 수련할 때 땀을 닦았던 수건을 슬며시 꺼내 들었더니 얼빠여우가 수건을 향해 다이빙을 하려 들었다.

   

   그걸 재빠르게 거뒀더니 땅에 떨어져 바닥을 구른 얼빠여우가 내 발치에 매달렸다.

   

   “그. 그건.”

   “하기 싫다니까 어쩔 수 없네. 이건 에린한테 세탁하라 그래야.”

   “하겠다! 최선을 다해 하겠다! 네 발치를 핥고 네 발에 짓눌리고 장난감처럼 걷어차이는 한이 있어도 하겠다!”

   

   그거 너한테는 포상 아냐? 이 변태 새끼야?

   

   은근슬쩍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한 얼빠여우의 발언을 한 귀로 흘려들은 나는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한 얼빠여우를 시켜 사람들의 판별을 부탁했다.

   

   “근데 말이다. 루시. 미의 기준을 어디로 잡으면 되느냐?”

   “네 변태성이 희미하게 동할 만큼?”

   “그 정도라면 전원이 탈락해야 한다만. 아. 네 호위를 제하고. 속이 어쨌건 겉은 봐줄 만한 녀석이니.”

   

   그리고 전원이 탈락했다.

   

   “시련을 치르게 해 줄 가치도 없다. 내 숲에 들어온 것이었다면 영원토록 같은 자리만 헤매다 돌아가게 만들었을 것이야.”

   

   여어어억시 이렇게 되나. 저 녀석들 면면을 볼 때부터 미적감각이 미묘하게 굴길래 혹시나 했는데 진짜였네.

   

   이래서야 곤란해. 우리 집 허접견말고도 파티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어쩔 수 없나. 이렇게 된 이상 금기의 바니걸 부대를 만드는 수밖에.

   

   매력도를 올려주는 그 의상이라면 어떻게든 아슬아슬하게 범위를 맞출 수 있을.

   

   “저기. 루시. 루시.”

   “뭔데 바보 검사.”

   “그냥 우리끼리 가면 되는 거 아냐?”

   

   우리?

   

   “차라리 그 편이 낫겠군. 예전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 너와 네 친우들은 내가 직접 찾아가 시련을 내밀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지금 얘네가 말하는 우리라는 건 평소의 파티를 이야기하는 거지?

   

   음.

   

   솔직히 꺼려지는데. 얘네들 데리고 위험한 데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혼자 특공을 하는 게 나아. 그 편이 마음이 편해.

   

   <죽어도 혼자 죽는 게 낫다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을 테지.>

   ‘생각 읽지 말라니까요.’

   <안 읽었다. 너라면 이렇게 생각할 게 훤하니 한 말일 뿐.>

   ‘그렇게 티나요?’

   <넌 이런 부분에서 유약하니까.>

   

   할아버지랑 함께 돌아다닌지도 오래 됐으니까. 이런 생각을 추측하는 것도 당연한가.

   

   <생각이 길지 못하기도 하고.>

   ‘…그건 또 무슨 소린가요.’

   <생각을 해봐라. 이번 일이 도중에 실패하면 너 하나의 죽음으로 끝나겠느냐?>

   ‘어.’

   

   일이 최악으로 번지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이 곳에 자리한 초인들의 전력은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

   

   요정여왕이 깨어나 숲 바깥으로 나온다 한들 그녀는 세계를 유린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무수한 죽음이 생겨나겠지.

   

   <네가 죽었을 때 네 주변 사람들은 가만 있을거라 생각하느냐?>

   

   내가 그리 똑똑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 후의 상황을 추측하기란 어렵잖다.

   

   아닐 것이다. 반대의 입장이라도 가만히 있는 건 불가능하다.

   

   슬픔이 분노가 되고 분노가 무모함이 되어 무모함이란 종이는 검은 색으로 범벅이 될 터.

   

   <죽음은 그토록 속편한 이야기다.>

   ‘그렇…네요.’

   

   이 세계에 전생하고 나서 죽음의 위기를 자각한 적은 수도 없이 많다.

   

   그렇지만 죽음 이후를 자각한 적은 없다. 생각한 적도 없다.

   

   난 언제나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쳐왔을 뿐 스스로가 죽고 나서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생각하진 않았다.

   

   게임오버 이후에 세상이 어떻게 될지 생각하는 게이머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일까.

   

   이번에 할아버지의 말을 통해 자각하게 된 죽음의 이후는 어렴풋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이었다.

   

   “루시?”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멍한 얼굴의 루시도 참 맛나구나.”

   

   잠시나마 멈춰선 내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다시금 생각한다.

   

   게임오버 이후의 세계를 말이다. 세이브조차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돌진했다가 주인공이 죽어버린 세상을.

   

   …게임 오버의 의미. 생각보다 더 큰 거였네. 젠장.

   

   <네 친우들을 위해서라도 도움을 청해야한다면 청해라. 네 아비나 검성 같은 규격 외의 존재를 제외한다면 네 친우들보다 믿을 만한 자는 존재할 수 없을 듯 하다만.>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내 옆으로 고갤 돌린다.

   

   검성에게 무얼 배운건지는 몰라도 이전에 비해 더 날카로워진 프레이는 천진난만하게 고갤 갸웃거리고 있다.

   

   지금도 에르기누스에게 속성교육을 받고 있는 조이는 피로로 찌든 얼굴을 한 채 미소를 짓고 있다.

   

   또 다른 한 쪽에서 성직자들을 이끌고 있는 페이비는 존재만으로 요정의 숲에서 흘러들어오는 악기를 정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아서는.

   

   “…무능 왕자님이 왜 저기 있는 거야?”

   

   제 1기사단과 제 2기사단의 사이에서 기사들과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쟤 왜 저기 있어? 이번에 분명 1왕자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공적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그 녀석을 보낼 거라고 봤는데?

   

   으으음. 뭐 됐다. 어차피 1왕자가 있어봐야 데려갈 수도 없고 머리만 더 아파질 뿐이니까.

   

   일단은 시험이나 하러 가보자. 정말 우리들이 요정여왕에게 환영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야.

   

   그 끝에 정말 이게 최선이란 판단이 서면.

   

   하는 수밖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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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님 응원의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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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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