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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2

    현재 시각 오후 2시, 하늘에는 햇볕이 쨍하니 내리쬐고 있었다.

    시에나는 경찰서 동료의 연락을 받고 걸음을 옮겼다.

    ‘벌써 징계가 풀리려나.’

    사실, 처음부터 징계사유가 억지스럽기는 했다.

    ‘루체스트’가 개입하겠다고 전권을 위임받은 순간부터 책임의 소지가 그쪽으로 옮겨졌으니 테러리스트를 놓친 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고, 자신은 그저 그들이 무슨 행동을 취할까 하는 불안감과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의무감에 의해 움직였을 뿐, 마지막까지 테러리스트를 설득하려는 시도를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런데도 그저 결과론적으로 테러리스트를 놓치고, 민간피해를 발생시켰다고 한다면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시에나가 그 징계에 항의하지 않은 건, 이것이 이 바쁜 시기 잠시 휴식이라도 취할 기회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시에나의 감정은 현재 기쁨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컸다.

    ‘조금 더 쉬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서가 많이 바쁜가 보네.’

    쉬면서 루체스트 관련 소식이나 좀 더 캐보려고 했건만, 결국 이렇게 되는건가.

    아무래도 당분간 딴 생각 할 시간은 없으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게 도착한 만나기로 한 주소의 건물 앞, 만나기로 한 동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 참, 아직 안 왔어?”

    시에나는 추운 날씨로 인해 입가에 서리는 입김을 바라보며 괜스레 투덜거렸다.

    아무리 주변의 온도 변화에 타 종족보다 민감하지 않은 엘프종족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추위에 면역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급한 것 같아서 식사의 여운도, 루크와의 이야기도 전부 끊고 뛰쳐나왔는데, 정작 불러낸 녀석은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다는 것이 상당히 괘씸했다.

    일단 보이기만 해 봐라, 일단 잔소리나 헤드락 정도는 각오를 해야 할 거다.

    그래도 오늘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이 시간 거리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 덕분에 사람들 구경하느라 지루하진 않다.

    “이 자식은 사람 불러놓고 대체 언제 온다는 건지….”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윽….

    “…움직이지 마.”

    “응?”

    시에나는 갑작스레 등으로 느껴지는 날카로운 감각에 상당히 당황했다.

    ‘어느틈에?’

    설마, 행인으로 위장하고 있었던 건가?

    지나치는 척 다가와 어느새 뒤를 잡았던 모양이다.

    시에나는 그 괴한을 자극하지 않는 투로 차분히 말을 건넸다.

    “이봐, 혹시 강도인가? 내 행색을 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많은 돈은 갖고 있지 않은데….”

    하지만, 그 괴한은 상관 없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닙니다, 시에나.”

    “…잠깐, 그 목소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시에나는 몸이 굳어버렸다.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던 경찰서 후배, 램튼 경관이 자신의 등에 칼을 겨누고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램튼, 이 녀석이 대체 왜?’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이지?

    배신인가?

    혼란스러운 와중이었지만, 시에나는 램튼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용히 타이르듯 말했다.

    “……램튼, 자네 지금 실수하는 거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칼 버려.”

    “글쎄요, 어떨까요.”

    시에나는 그에게 칼을 버리길 종용했지만, 그는 칼 끝을 조금 더 그녀의 등에 가깝게 대었을 뿐이었다.

    그는 굳어있는 시에나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당황하지 말고, 주변에서 의심받지 않도록 천천히 골목으로 들어와요. 주머니에서 손도 빼지 마시고요.”

    그가 등에 겨눈 칼 끝으로 가리킨 골목은 의외로 시에나에게 익숙한 장소였다.

    왜냐하면 이곳은 오늘 아침, 루크와 쇼핑을 하던 중 따라붙은 인기척을 따돌리려고 사용했던 골목이었으니까.

    “알았어, 그럼 네가 내 상관 해.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찌르지 말라고.”

    “예, 협조만 해 주신다면야.”

    시에나는 등에서 칼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전 동료라고 최소한의 존중은 해주려는 모양이다.

    사실 이미 찔린 등에서 피가 좀 배어나오는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아예 푹 담구지 않은 게 어디인가?

    ‘그래도 다행이야. 장소는 익숙하고, 상대는 한명이고, 제압할만한 빈틈도 있어. 이 정도 조건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그녀는 골목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시선과 두뇌를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 이러면 솔직히 희망은 있다.

    계산을 마친 시에나는 곧바로 몸을 앞으로 숙이며, 등을 겨누고 있던 그의 칼을 피했다.

    -파팟-!

    “…..!”

    체육복 등부분이 살짝 잘려나가긴 했지만, 시에나는 성공적으로 등을 겨눈 그의 칼 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당황한 그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시에나는 곧바로 그가 나이프를 쥔 팔을 붙잡아 꺾었다.

    -두둑!

    “크윽-!”

    -탱강!

    그가 쥐고있던 칼이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그가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가 거의 동시에 골목에 퍼졌다.

    “내가 정직당한 와중이긴 하지만, 이 말은 해야겠어. 램튼, 넌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승리를 확신한 시에나가 경찰의 미덕, 밀리센트 삼원칙을 읊조리던 와중.

    -스윽.

    그녀가 기억하는 골목의 모든 퇴로에서 등장하는 또 다른 괴한들의 모습에, 시에나는 밀리센트 삼원칙을 다 말하기도 전에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이런.”

    세상이 다 그렇게 허술할 리가 없지.

    시에나가 받은 연락이 경찰서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린 루크는 곧바로 자전거에 올랐다.

    속도를 내기보다는 무언가를 싣고 옮기는 데에 더 적합한 주부용 자전거에다가 타는 실력도 아직은 어설프지만, 그래도 여전히 달리는 것보다는 빠르다.

    루크는 힘껏 페달을 밟으며 말했다.

    “케이트, 예언자를 이용해 시에나의 위치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

    대륙 전체의 마나패턴을 추적할 수 있는 범 국가적 첩보장치, 예언자.

    공개적으론 몬스터의 추적이나 일기 예보를 위한 인공위성이라곤 하나, 그것의 성능은 사용하기에 따라 누군가를 찾아내는 데에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케이트가 미안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주인. 미안하지만, 내 코어 성능은 레니에처럼 단번에 예언자를 해킹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

    아린세이아의 신성과 마력을 전산력으로서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된 후부터 루크는 그 예언자를 필요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운영하곤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린세이아의 능력을 전부 활용할 수 있을 때에나 가능한 소리였다.

    케이트는 분명 상당히 뛰어난 연산력을 지닌 리빙아머였지만, 그 코어의 성능상한은 아린세이아 전체를 장악해 관리하던 레니에에 비하면 기껏해야 정보를 뱉어내는 단말기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한 경찰청 데이터베이스 접근권한과, 한 국가의 방첩 능력 전반과 직결된 ‘예언자’의 접속권한의 방호수준은 당연히 비교할 수가 없다.

    예언자를 운용하기가 그렇게 전처럼 간단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모래시계’도 정상이 아닌 지금은 더욱 더.

    ‘이럴 줄 알았으면 어딜 가는 지 정도는 물어볼 걸 그랬나!’

    루크는 그녀의 행선지에 궁금증을 품지 않았던 자신을 탓하며 더욱 페달을 밟았다.

    그녀가 자리를 비우면 기밀자료를 열람할 생각에 신나서 그만!

    “그래도 할 수는 있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해보게!”

    -알겠네, 일단 해보기는 하지. 너무 기대는 하지 말아주게.

    루크는 시에나의 흔적을 최대한 추적하며 페달을 밟았다.

    그래봤자, 시에나와 함께 왔던 길을 되짚어가는 정도가 최선이었지만.

    하지만 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했을 터다.

    그녀가 외출한 시간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으므로, 일반적인 성인 여성의 걷는 속도로 이동했다면 기껏해야 반경 1km이내에 있을 테니까.

    이어서 루크는 바구니에 담긴 곰인형, 리브를 향해 말했다.

    “리브, 너도 뭔가 보이면 바로 알려줘야한다, 알겠지?”

    “…….”

    -끄덕.

    언어모듈이 없는 리브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칫, 점심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이 꽤 많아졌어….’

    -따르릉, 따르릉–!!

    “앗, 이봐! 사람 다니는 길에서 자전거를 탈 땐 조심해야지!”

    “미안하네!”

    루크는 그렇게 자전거벨의 소리에 놀란 행인의 항의에 사과하며 초조하게 주변을 살펴나갔다.

    그러다 문득, 거리에서 익숙한 목소릴 들었다.

    “루크, 얘!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니? 혹시 오늘 아침의 그 경찰 언니 찾는 중이야?”

    “마담!”

    그것은 루크가 아침에 얘기했던 테리마담이었다.

    루크는 곧바로 브레이크를 꽉 쥐어 자전거를 멈추며 그녀에게 물었다.

    -끼기긱—!!

    “마담, 혹시 시에나를 보았는가?”

    “음, 보긴 했지. 어디로 급하게 가는 것 같던데….”

    “봤다고? 언제? 어디로 갔는지 기억 하나?”

    루크가 다급하게 추궁하자, 마담은 곰곰히 생각하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아마 저쪽으로 갔던 것 같아. 왜? 그 언니가 뭐 놓고 갔니?”

    “!”

    그녀의 대답에 루크는 눈을 크게 떴다.

    저쪽 방향이라면 공교롭게도, 시에나가 그 ‘인기척’을 느꼈다고 했던 곳이었다.

    설마 자신이 그 인기척에서 적의를 읽어내지 못했던 건, 그 ‘적의’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시에나를 향했기 때문이었나?

    루크는 곧바로 페달에 다시 발을 올려 있는 힘껏 내리밟으며 외쳤다.

    “고맙네, 마담! 나중에 꼭 사례하지!”

    “어머-”

    테리는 그렇게 급발진하는 루크의 자전거를 피하고는, 루크가 떠나는 뒷모습에 시선을 멈췄다.

    “쟤는 왜 저렇게 자전거를 위험하게 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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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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