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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3

       

        

        

        

        

        

        

        

       “…레이저? 레이저라고?”

        

       “이카루스 이 미친 놈들아! 이건 아니지!”

        

       “와, 목숨 무한리필이랍시고 난이도를 대놓고 하늘 끝까지 올려버리네.”

        

        

        

        누군가는 드넓은 밤하늘을 일직선으로 관통하는 레이저에 의해 전진기지로 되돌아가지만, 누군가는 그 광경에서부터 한 발짝 물러난 채 이온 캐논이라는 압도적인 폭력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새카만 허공을 덧칠하다 못해 밀어낼 정도의 압도적인 광량. 말 그대로 증발해버린 피탄 지점까지. 겉보기와 위력이 완전히 비례하지 않고, 해당 위력을 구현하기 위해 꽤나 많은 전력을 끌어모아야만 한다는 사실은 과장된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치 총력전이라도 개시된 것마냥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아르테미스를 밀어버리는 북미 혹은 유럽 세션에서조차 확인된 적 없는 내용. 한국 세션을 제외한 그 어디도 어둠을 불사르며 나타난 레이저를 보지 못했고, 경험하지 못했다.

        

        바로 그래서일까, 타국 세션은 한국에서 촉발된 레이저 관련 찌라시들을 말 그대로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수많은 하위 컨텐츠들을 재생산하기 시작했다.

        

        고작해야 6시간만에.

        

        

        

       “야, 차량 공수해! 우리도 레이저 맞으러 가자!”

        

       “이 미친 놈아, 무슨 레이저가 한방침인 줄 알아? 그거 맞으면 증발한다고, 증발!”

        

       “우리가 그런 걸 신경쓸 것 같아? 지금 아니면 언제 맞아보겠어!”

        

       “신이시여, 이제야 목숨이 사람한테 1개씩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레이저에 맞으면 수능 점수가 대박이 난다느니, 한 번 맞았다가 다시 살아나면 정력에 좋다느니, 유진이 레이저를 맞은 자리에서 죽고 살아나면 뱀꼬리가 난다느니와 같은 괴상한 찌라시가 난무했고, 호기롭게 차량을 타고 전선을 돌파하려 시도한 전원은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당연하겠지만, 레이저에 얻어터진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전장 관측 데이터조차 내버린 채 길을, 혹은 평지를 질주하다가 오만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깨강정나버린 것이었다.

        

        방법도 실로 다양하기 그지없었다. 부릉부릉 차를 몰고 가다 아르테미스 드론이 매설해두었던 대전차지뢰를 밟고 불꽃놀이처럼 산화하거나, 밭을 질주하던 와중 관측 드론에 발각되어 원거리 포격에 얻어맞고는 리스폰 창으로 사출되거나, 혹은 매복에 걸려 오퍼레이터(였던 것)가 되거나.

        

        레이저 관련 소식이 전해진 지 고작해야 6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유진의 채널에 ‘멍청하게 죽는 법 Ver. DARK ZONE new incursion’이라는 영상이 올라오고, 그로부터 3시간 뒤 백만 조회수를 찍는 기염을 토해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해당 영상은 시청자들 및 자국, 타국 유저들을 단 1도 진정시킬 수 없었다.

        

        

        

       “한국? 이 미친 배드애스 새끼들, 몰랐는데 깡이 장난이 아니구만. 우리도 질 수 없다!”

        

       “조국을 위해, 어머니 러시아를 위해! 우라-!”

        

       “이, 이 미친, 총을 어떻게 개조했길래…저 새끼 파파샤에 마운트랑 레일 처박고 그 위에 홀로그래픽 사이트랑 레이저 조준기를 올렸어!”

        

        

        

        속칭 ‘그것 참 병신같은 생각이네, 당장 하자.’작전.

        

        유진이 한국의 똥멍청이들을 통째로 박제하여 유어스페이스에 처박아버린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타국 유저들이 더욱 막나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비단 유진이 아니더라도 남의 클립을 제보받는 채널은 하나같이 비슷한 영상을 올려제끼기 시작했다.

        

        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비얌은 멍청이들의 시대를 열어버린 셈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을 때, 스트리밍을 켠 유진은 세상이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해야만 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꼬라지인가요?”

        

        

        

       -무슨꼬라지긴 비얌이만든꼬라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유진은 이 멍청한 짓거리에 1도 관여하지 않았다

       -미친놈들이 이상증식중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봐 ㅋㅋㅋㅋㅋㅋㅋ

       -몬가…몬가가 일어나고 있음….

        

        

        

        이제는 방송을 켜기만 하더라도 최소 시청자 수가 190만에 달하는 비얌은 가끔을 제외하면 영상도네를 받지 않게 된 지 오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리키 개인 사이트에까지 범람하고 있는 글 혹은 채팅창의 여론까지 보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유진은 새어나오려는 당황을 빠르게 숨기며 유어스페이스를 열었고, 이른 바 알고리즘이라고 불리우는 영상 목록 사이에 무슨…멍청하게 죽은 사람들을 모아놓은 영상들 – 자신이 올린 것이 아닌 – 이 넘쳐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런 것이 하나도 아니고 여럿, 유어스페이스 실시간 검색어에는 이와 연관된 키워드들이 가득했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 꼬라지를 본 유진은…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가 만들어낸 이 거대하고도 괴상한 흐름은 더 이상 막을 방법이 없었고, 자신이 하지 말라고 해도 말을 들어처먹을 생각이 1도 없는 청개구리들밖에 없을 확률이 높았기에, 그녀는 차라리 묵언수행을 통해 ‘니들 알아서 해라’라는 뜻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로서도 더 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

        

        

        

       “…오늘 역시도 별다른 게 없으면 인커젼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보이는 것들은 전부 두들겨 팰 예정이니 어지간하면 교전 범위가 겹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세요. 보아하니 이번 인커젼 전체를 통틀어 아군 사격도 가능한 것 같으니 그 점도 유의하시고.”

        

        

        

       -무뭣

       -긴급속보)유진, 자기 앞에서 레이저맞겠다고 깝치는애들은 손수 척추를 접어준다고 발언….

       -너무 나대긴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지금까지 저러고 있는 거면 뇌절이지 ㅋㅋ (황급히 차량 시동을 끄며)

       -니가 시작했잖아 무친련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작은 했어도 전투지경선 근처에서 얼쩡거리면 뒤지는거지 뭘 이제와서 ㅋㅋ

        

        

        

        그 말대로.

        

        재밌을 것 같았기에 불씨를 던져주었고, 이렇게 되리라고 아예 예상조차 하지 못한 건 절대로 아니었다. 까놓고 말해서 전진기지로부터 미션을 받지 않은 채 혼자서 차 타고 달려나가는 건 내가 신경쓸 바가 아니었기도 하고 – 그리 생각한 유진은 전진기지가 돌아가는 법을 다시 상기했다.

        

        아직 사람들이 헷갈려하고 있었지만, 기지에서 전투 가능 병력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방법은 다름아닌 미션의 수령 유무였다. 미션을 받겠다고 한 순간 투입되어야만 하는 위치와 달성해야만 하는 목표가 정해졌고, 전투 병력으로 판정된다.

        

        반대로, 전진기지는 미션을 받지 않은 채 별도로 행동하는 병력들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영상매체를 통해 녹화한 전투기록을 따로 제출하면 정산을 받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진기지는 이들을 배제한 채 지령을 내렸다.

        

        거기까지 말한 유진은 이어 덧붙였다.

        

        

        

       “미션을 안 받고 얼쩡거리는 건 저로서도 딱히 막을 방법이 없긴 하지만, 미션을 받아놓고도 깝치다가 아군, 혹은 적군에게 얻어터지는 사람들은…뭐어, 저는 신경쓰지 않을 거지만, 제 시청자 분들도 동일하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네요.”

        

        

        

       -ㄹㅇㅋㅋ

       -본인책임제 아주좋구요~

       -?? : 나는 용서하마. 하지만 이녀석도 널 용서할까?

       -트롤링해서 차단 수백 개씩 박히면 본인 책임이지 ㅋㅋ

       -누가 뇌절까지 하면서 레이저 맞으라고 했음?(진짜모름)

        

        

        

        노는 건 상관없지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그로 인해 욕받이가 되는 것도 개인의 책임이었다.

        

        

        불이 들어와있는 친구 목록을 손가락으로 내려그어 일괄 초대를 시작.

        

        어느덧 부쩍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는 전진기지. 그러나 찬 바람에 미세하게 섞인 매캐한 탄내와 화약 냄새, 그리고 날카로운 흙 및 금속 비린내는 이곳이 결코 평화로운 공간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두텁게 무장한 채 하나둘씩 나타나는 지인들의 모습은 그 광경에 쐐기를 박았고.

        

        힐끔 고개를 돌린다. 현재 쌓은 포인트에 따라 누가 가장 이번 인커젼에 기여를 많이 했는지를 보여주는 전광판이 부유하고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유진의 파티는 여전히 1등이었다. 단 한 번의 타격만으로 적의 네트워크 허브 및 이동기지를 산산조각낸 공로는 남들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고, 바로 그 때문에 적이 직접 레이저포까지 쏴갈긴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것이 꼭 앞으로도 무난무난한 미션만 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아키타입, 하모니, 다이스, 카토그래퍼, 올리비아. 고작해야 하루밖에 안 됐는데 이 정도의 실적을 올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만, 한시가 급한 관계로 공치사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후후, 이제는 공치사라는 단어도 쓸 줄 아는군요.”

        

       “…많이 공부했습니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도 있잖아? 그렇다면 주인이 직접 통제하는 작전팀에게는 좀 더…중요한 미션을 맡겨줘도 될 것 같아.”

        

        

        

       -와 진짜 부러워 죽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 귀여워 뒤지겠다 싀벌….

       -특수 스크립트가 아니라 그냥 호감도 자체가 시작부터 정신나갔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토시1부1랄년아 표정관리안해?????????????????

       -메카비얌년 윾진볼때마다 눈에서 꿀떨어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삑.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브리핑/디브리핑 룸에서부터.

        

        유진을 포함한 네 명이 의자에 앉았고, 그 순간 즉각적으로 홀로그램 스크린이 떠오르더니, 일종의…거대한 박격포인지 뭔지,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는 초대형 포대처럼 생긴 것이 눈 앞에 떠올라 회전 중이었다.

        

        구경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조차 없을 것만 같은 기괴한 생김새. 오만가지 경험을 다 겪어보았던 유진과 올리비아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 흡사 과거 중국을 돌아다니던 비뢰포를 길게 늘여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바로 그 점에서부터 착안한 유진이 입을 열었다.

        

        

        

       “…일단 정상적인 포탄을 발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캐논은 절대로 아닌 것 같군요.”

        

       “정답이야. 저건 일종의 레일건인데, 저 안에는 탄환 같은 게 아니라 무인기를 넣어서 쏘는 거지.”

        

       “무인기를 넣어서 쏜다고요? 그러면…상상도 못할 정도의 속도로 전력을 증원할 수 있는 게 아닌지.”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쓰이지 않는 것도 아니지.”

        

        

        

        그와 동시에 팝업되는 해당 레일-캐논의 사격 궤적.

        

        유진과 그녀의 팀이 있는 전진기지, 혹은 실시간으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선이 아니라, 전진기지가 있는 스테이츠보로로부터 남서쪽으로 41km 가량 떨어진 소도시인 콜린스가 사바나에 있는 레일 캐논의 목표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게 된 유진과 그녀의 팀이 인상을 찌푸렸고, 그에 호응하듯 진은 이카루스 기어를 두드려 전원에게 미션을 전송하였다.

        

        

        

       -[미션 목표 : 태스크포스 대거, 레이저 및 원격조종기를 실은 수송차량행렬 호위]

        

       -[세부사항 : 후방에 침투한 무인기의 습격으로부터 수송차량이 스테이츠보로에 도착할 때까지 호위하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걸 이런 식으로 비틀다니.”

        

       “뭐어, 전쟁이란 항상 이렇게 해괴한 방향으로 돌아가는 법이지.”

        

        

        

        레인은 마치 산전수전 다 겪어본 것마냥 거들먹거렸으나, 이어 장난기 어린 표정을 얼굴에서 싹 지우며 덧붙였다.

        

        

        

       “아르테미스가 또다시 시답잖은 장난을 치고 있어. 추가 병력은 얼마든지 섭외해도 상관없으니, 저들의 손목을 으깨버리면 좋겠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물론 거절은 없었다.

        

        두 번째 전장이 전진기지 후방으로 선정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말하긴 뭐한데, 유진 씨가 이렇게 많이 사람 불러모은 건 처음 아닌지.”

        

       “뭐어, 이런 호위 미션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잠입 미션이랑은 결이 다르죠.”

        

        

        

        두 대의 장갑차, 스마트 미사일 런처와 미니건 및 M2 중기관총이 달린 험비 두 대. 그리고 그 안에 각기 나눠 탑승한 스무 명에 달하는 인원들.

        

        과거부터 지금까지를 통틀어, 유진이라는 존재가 카토 – 나를 끌고 다녔을 때 얼마만큼의 인파를 대동하고 다녔는지를 생각해보면 실로 격세지감이기 그지없긴 했으나…엄밀하게 말하면 인원수만으로는 메꿀 수 없는 실력적 차이도 있는 법이긴 했다.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당장 생각나는 가장 가까운 과거에서 내가 참여했던 건…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 말살 난이도였고, 그땐 무슨…참가자 라인업이 어벤져스 그 자체였지. 하지만 오늘은 말 그대로 랜덤으로 15명을 모집했으니 전력 차이가 꽤 있었다.

        

        

        차량은 전진기지로부터 서쪽으로 90km 가량 떨어진 더블린 언저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은 스크립트 형태로 생략되었으나, 그 와중에도 중간중간 도로 위를 지나다니는 로봇들이 존재했다. 저게 무어냐 하고 물어보자 유진은 도로 까는 무인 기계들이라고 답했다. 참 쓸데없는 부분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걸 실감하게 해준단 말이지, 이 게임은.

        

        아무튼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전방에 대량의 차량 행렬 식별. IFF 식별 결과 아군입니다.”

        

       “사전에 논한 대로 전력 분할합니다. 저쪽이 본격적으로 신호 주고 있으니, 미리 유턴해놓은 다음 차선 옆으로 빠져있으세요.”

        

       “확인. 식별 결과 대거 팀, 그리고 레이저 팀으로 확인. 통신 연결합니다.”

        

        

        

        십수 대의 차량과 대형 트럭 세 대가 지나간다.

        

        마치 쿠키 속에 박혀있는 초코칩처럼 밀집해서 지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트럭과 험비 간 간격을 둔 채 띄엄띄엄 이동 중인 모습. 일순간 기기가 바지직대다가 멀쩡해지는 것을 보아하니 사전에 유진이 말한 대로 지향성 EMP를 가동 중인 모습이리라.

        

        장갑차 한 대와 험비 한 대는 대열 상부 쪽으로, 나머지 절반은 대열 하부 쪽으로. 날 포함한 유진 팀은 대열 하부 쪽이었다.

        

        

        연결된 통신을 붙잡고 올리비아 씨와 유진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내 옆에 앉아있는 다이스와 하모니는 그닥 주변을 신경쓰지 않은 채로 눈을 감고 있거나, 혹은 유어스페이스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의문이라고 해야 할지, 그 때문에라도 입을 열어 물었다.

        

        

        

       “두 분은 딱히…긴장감 같은 건 없나보네요.”

        

       “…뭐어,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긴장해봐야 딱히 예정된 비극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 전까지는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 있는 거죠.”

        

       “…그거 그냥 체념 아니에요?”

        

       “당연히 체념한거죠, 히히.”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말.

        

        

        

       “카토 씨가 이리 말하는 걸 보니, 슬슬 무언가 일이 터질 것 같네요.”

        

       “아니, 그건…제가 무슨 재앙신도 아니고.”

        

       “그러면 한 번 내기라도 해볼까요?”

        

        

        

        그와 동시에 철컥철컥.

        

        하모니와 다이스는 아주 능숙하게 총기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두 명이 들고 있는 묠니르가 섬뜩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저걸 농담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뭘지. 하지만 꼬라지를 보니 반대편에 걸었다간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 같아 얌전히 입을 닫았다.

        

        그렇게 나 역시 총기 점검에 들어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쿠우웅!

        

        

        

       “이런 미친.”

        

       “시작됐군요. 전부 하차한 다음 스킬로 간이진지 구축하세요! 트럭은 자체적으로 실드를 펼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진짜 이 정도면 접신의 경지가 아닐까.

        

        마치 당연하다는 듯 1도 당황하지 않고 험비에서 하차한 하모니와 다이스, 그리고 나와 올리비아 씨까지. 주변은 말 그대로 평지였고, 저 멀리에서부터 꾸물대고 있는 아르테미스 무인기들이 아주 잘 보이고 있었다.

        

        엄폐물 구축법은 간단했다. 사방에서 폴리우레탄 수류탄과 포말 켐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게 바로 그 과정 중 하나였다. 그 위에 사전에 가지고 나왔던 경화제를 뿌리면 탄환도 막아내는 아주 훌륭한 임시 엄폐물이 된다.

        

        그와 동시에 울려퍼지는 날카로운 소리.

        

        

        

       ───카카카카카캉!

        

        

        

       “일어서지 마세요, 잘못하면 머리 사라집니다.”

        

       “우왁, 깜짝이야!”

        

       “소프람 가지고 온 분은 트럭의 네트워크와 연결해서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적들 중 중장비 및 전차 위주로 락온하세요. 트럭 내에 있는 미사일이 화력 지원을 해줄 거니까.”

        

        

        

        이러한 난장판 사이에서도 실로 명료하기 그지없는 음색.

        

        지휘관이 평정을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이긴 하구나 싶었다. 그리하여 저어쪽 건너편에 있는 이들은 재빠르게 UI에 목표를 표시했다.

        

        하나, 둘, 셋, 넷…순식간에 열 개를 넘어가는 표적. 그러던 와중에도 트럭에서부터 펼쳐진 반경 수십 미터를 넘는 실드 몇 번이고 일렁인다.

        

        

        

       ───콰아앙!

        

        

        

       “그러니까, 저 친구들이 저희들 잡으려고 그 레일건인지 뭔지에서 쏘아져서 여기까지 날아왔다 이거죠? 아주 오만가지 화기를 전부 대동하고 온 것 같은데….”

        

       “뭐어,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죠.”

        

        

        

        철컥!

        

        그런 섬뜩한 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온 순간 반사적으로 고개를 틀었고 – 그 순간 트럭의 측면이 열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벌집을 보는 듯한 광경. 그러나 그것이 허공을 향해 45도 각도로 기울어지는 순간 그것이 미사일 포드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푸슈웅 하는 소리와 함께 덮개가 깨지고, 이어 전봇대만한 미사일 세 발이 어마어마한 불꽃과 함께 허공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쿠구구구!

        

        

        

       “…웜멤메.”

        

       “무슨 집속 미사일 같은 걸 수십 개나 가지고 왔군요.”

        

       “…이거, 저희 안 와도 되지 않았을까요?”

        

        

        

        유진 씨는 대답이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그 대답이 결코 긍정의 의사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여기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종강했습니다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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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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