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54

        

       「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소방국장은 ‘소방 당국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며 방화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으며….」

         

       케이크 위에 꽂힌 촛불을 본 적이 있는가?

       우두커니 서 있다가 불이 붙으면 주변을 밝히고, 초가 타는 특유의 냄새를 뱉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초가 무언가 잘못되어 끝에만 타는 것으로 그치지 아니하고 몸 전체가 타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리하여 케이크 위에 불기둥이 타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월 스트리트에서 일어난 화재가 바로 그러했다.

         

       약이라도 한 것처럼 폭주하는 트럭이 사람을 여럿 치더니 건물에 그대로 골인.

       미치광이처럼 보이는 놈이 날뛰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 후 불이 피어오르기 시작하였고, 이윽고 불기둥이라도 되는 것처럼 건물 전체에 불이 옮겨붙었다.

         

       「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의 인터뷰를 들어보겠습니다. 」

         

       「 …자다가 일어나서 화들짝 놀랐습니다. ‘어디서 또 이상한 조형물을 만들었구나’, 아니면 ‘어디서 축제라도 하고 있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까 내 방 창문은 월 스트리트 쪽으로 나 있었거든요. 그 재미없는 동네에서 한밤중에도 번쩍번쩍 난리를 피우며 축제를 할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게 뭔가하고 보니까, 와. 무슨 불기둥이 타오르고 있는데…. 나는 오늘이 종말의 날인가 싶었습니다. 」

         

       당연히 소방관들이 대거 출동.

       건물의 불을 잡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이 열매를 맺어 불은 머지않아 꺼졌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불은 다른 건물에 옮겨붙지도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피해자는 존재했다.

         

       루카스 메타트로니우스 골드스미스.

       건물의 주인이며 이 사건의 유일한 피해자가 건물 안에서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된 것이다.

         

       루카스는 발견 즉시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유독가스를 잔뜩 들이마신 것 때문인지 현재 혼수상태에 빠져버렸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 * *

         

         

         

       월 스트리트에서 일어난 테러, 혹은 방화로 인해 일어난 이 화재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무 생각 없이 뉴스를 보는 평범한 미국 시민들은 이 사건을 보고 그냥 언제나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사고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하며 혀를 찼고, 월 스트리트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에 일어난 사건을 보고 쌤통이라며 미소를 짓기도 하였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대변자이자 영웅이었던 루카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는 슬퍼하였고, 어떤 이들은 빌어먹을 배신자 놈에게 어울리는 최후라며 낄낄 웃기도 하였다.

         

       수많은 관심.

       수많은 반응.

         

       어떤 이들은 루카스가 다친 것을 슬퍼했다.

       어떤 이들은 루카스가 다친 것을 즐거워했다.

       어떤 이들은 사망자가 없음을 기뻐했다.

       어떤 이들은 화재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진 피해자가 발생했음을 안타까워했다.

         

       그 반응은 적지 않았다.

       다만, 그것은 잠깐 꼈다가 사라지는 안개와 같은 것이라서.

       금방 사라져버릴 것들에 지나지 않았다.

         

       세상에는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기에.

       정보가 너무 넘쳐나고 있기에.

         

       그렇기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가볍게 씹을 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가십거리.

       점심시간에 이야기하면서, 잡담 시간에 이야기하면서, 혹은 잠깐 이야기를 꺼냈다가 다른 주제로 넘어가 버릴 수준의 그런 가벼운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들에게는 이것은 중요한 사건이요, 집중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특히나, 나라에 속해있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뉴욕 어딘가에 존재하는 벙커 안.

       수많은 사람이 ‘업무’를 보고 있는 그곳에서, 브리핑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브리핑하겠습니다. M point에서 일어난 화재는—”

         

       뉴욕 지하철보다도 훨씬 아래에 있는 벙커.

       국가 소유의 건물에서 수많은 보안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입장할 수 있는 이곳은, ‘벙커’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대도시 아래에 지어진 벙커 특성상 좁은 것은 어쩔 수가 없었지만, 습하고 곰팡내를 풍기는 대신에 쾌적하고 산뜻한 공기가 퍼져있었으며, 싸구려 전등 대신에 햇빛과 비슷한 빛을 낼 수 있는 특수 전등이 달려서 지상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대기업에서나 볼법한 인테리어에 수많은 최첨단 기기들,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까지.

         

       벙커라기보다는 회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벙커의 안쪽, 회의실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수많은 검증을 거치고 충성심을 입증받아 국가에 헌신할 자격을 얻은 사람들이었으며, 국가를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국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자료를 확인한 결과, M point에 있었던 인원은 총 12명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의 단체가 아닌, 여럿으로 이루어져 있었죠. 연합도 아니고, 서로의 의사를 교환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우연히 한 날, 한 시에, 한 장소에 모이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발표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수없이 떠오르는 홀로그램을 바쁘게 훑어보고 있었다.

         

       홀로그램에는 시위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통일된 복장으로 은밀하게 건물에 들어가는 이들이 나오고 있었다.

       어디서 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료의 화질은 아주 뛰어났는데, 이들의 묘한 광기가 넘실거리는 눈까지 생생하게 보이고 있었다.

         

       “일단, 이 사람들. 이들은 봉사단체 ‘목자와 양’에 속해있습니다. 세간에서는 기독교적 정신에 충실하며,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좋은 이웃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죠. 미국 기독교 단체들에 의하여 이단으로 지목될 뻔하였으며, 인맥의 힘으로 이단 지목을 피한 이들입니다.”

         

       “흐음.”

         

       “자료에서 보시는 것처럼 위험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주시 목록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행적 자체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수준이며, 극단적인 성향이 일부 존재하기는 하지만 지도자의 특성상 그것이 테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단체 구성원들은 인권 쪽에 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었으며, 봉사에 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터진 일을 보면 도저히 ‘온건하다’라고 표현하기 힘든 수준인데?”

         

       “예. 맞습니다. 테러 단체가 생각날 정도의 극단적인 행동을 했죠. 그 이유는 바로…. 이 단체의 영향입니다.”

         

       발표자는 반지 형태의 기기를 조작하여 자료를 넘겼다.

       그러자 홀로그램은 앞서 띄워져 있던 사람들 대신에, 공장처럼 보이는 곳을 띄웠다.

         

       미국의 거대한 스케일에 걸맞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공장.

       알 수 없는 용도의 거대한 기계들.

       쭈욱 늘어서 있는 자동차와 부품.

       공장에서 쓰는 것인지, 혹은 전시용인지 모를 로봇들.

       그리고 그사이를 걸어 다니는 연구원과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까지.

         

       얼핏 보기에는 규모가 큰 공장처럼 보이는 자료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저 장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라면 전부 알고 계시겠죠.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시하고 있는, 높은 위험도의 단체입니다. 각국의 정보기관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죠. 예. ‘기계 교단’이라는 별명의 기업 연합체입니다.”

         

       “…쯧. 한동안 잠잠하더니.”

         

       기계 교단.

       그 단어가 들리자 많은 이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몇몇 이들은 복잡한 표정을 짓기도 하였고.

         

       이들의 반응이 이런 이유는 간단했다.

         

       이 ‘기계 교단’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들은, 그들에게 있어 애증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증오가 아니라 애증(愛憎)이었다.

         

       “저놈들 소속이 미국만 아니었어도….”

         

       어째서 애증인가 하면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저 기계 교단을 이루고 있는 연합체들 전부 미국 소속이었다.

       심지어는 작은 기업들도 아니다.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거나, 해당 분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한 기업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IT, 첨단산업 쪽에서 이름을 떨치는 글로벌 기업들로 이루어진 위험도 높은 단체.

         

       국가 입장에서는 당장이라도 철퇴를 내려버리고 싶다.

         

       하지만 철퇴를 내릴 수가 없다.

       저들은 모두 미국 소속이며, 미국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였으니까 말이다.

         

       저들이 사라지거나 쇠락한다면?

       당장은 기분이 좋을 것이다.

       높은 위험도의 단체가 사라지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첨단산업과 IT 업계가 침체기에 빠지게 될 것이고, ‘기계 교단’에 속해있는 이들은 다른 나라로 터전을 옮길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해당 분야에서의 미국의 경쟁력이 대폭 약화하겠지.

         

       끔찍하고,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다.

         

       그렇기에 미국은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터져버리면 결국 미국의 손해로 이어지는 것이었으니까.

         

       아니, 오히려 외국의 정보기관에서 지켜주기까지 해야 했다.

       저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 하나하나가 미국의 국익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애증.

       폭탄은 폭탄인데, 내칠 수도 없고 오히려 지켜주기까지 해야 한다.

       어떻게든 컨트롤해보려고 해도, 수많은 법률 전문가들과 로비를 통해 쏙쏙 빠져나가기까지 한다.

       반독점법에 트집잡히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뒤에서는 손을 잡은 채 연구하고….

       첩자들을 보내고 싶어도 첨단 기기를 통해 첩자들을 모조리 골라내지를 않나, 오히려 역으로 세뇌하거나 개조시켜서 이중 첩자로 만들어 정보기관의 정보를 빼먹지를 않나….

         

       아주 골치 아픈 놈들이었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