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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5

       

        

        

        

        

        

        

       “관문이라 그랬나요? 확실히 단어랑 무척 잘 어울리는…꼬라지로군요.”

        

       “…도착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이제 보니 무슨 뜻인지 아주 잘 알 것 같으면 기분 탓일까요.”

        

       “그래서, 저길 뚫으라고요? 어떻게요?”

        

       “그건 이제부터 알아봐야죠.”

        

        

        

       -이야 무슨 요새가 있네 요새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까지만 해도 이렇진 않았는데 그새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뭐 저러냐? 아주 사방팔방이 시뻘건데? 돌파할 수 있긴 함?

       -근데 이러니까 진짜 대전쟁같긴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쟁 꼬라지가 뭐 이따구임 ㅋㅋㅋㅋㅋㅋㅋ

        

        

        

        오늘따라 푸르른 하늘 위를 무인기가, 혹은 이카루스 측이 동원한 중장비가 불타오르며 생기는 연기가 덮는다.

        

        최전선이자 핵심 교전 장소로부터 4km 뒤로 떨어진 최초 투입 지점에서조차 콩 볶는 소리, 폭발 소리 등이 들려온다. 간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드는 아군 자주포 소리가 적이 펼친 실드 배리어를 두들기고, 적 드론이 산산이 부서지며 아래에 달린 폭발물이 쏟아져 터진다.

        

        

        제3관문. 다르게 말하면 이카루스와 아르테미스의 길항점이자, 전투의 분수령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가장 무지막지한 규모의 교전이 발생하고 있는 동네이기도 했다.

        

        양쪽의 전투 병력을 합쳐 대략 15,000명 가량. 말 그대로 사단급 병력이 고작해야 축구장 세네 개를 붙여놓은 크기밖에 안 되는 좁디 좁은 영역을 두고 거침없이 판돈을 때려붓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판돈이라고 하면 좀 그런가. 엄밀하게 말하자면 아르테미스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거겠지만.

        

        

        단순히 게임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사실 지금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지든 말든 큰 문제는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는 인커젼에 다크 존 중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대규모 전투를 결합한 것이었고, 미션 혹은 인커젼의 클리어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 채 뇌를 빼고 적 휴머노이드를 깨강정내고 싶은 유저들이라면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걸 선호하겠지.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이 아니라 게임 내에서라면, 이번 인커젼의 최종 목표는 말 안 듣는 셋째의 빵댕이를 후려갈겨 집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었다. 고작해야 이런 소소한 컨텐츠를 즐기려고 여기서 시간을 계속 낭비하면 안 된단 말이지.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트럭을 타고 냅다 최전선으로 돌격하는 대신 지휘통제실로 향했다.

        

        참모진들은 우리를 확인하고는 즉각 인사를 건넸고, 우리는 그에 가볍게 응대하며 화면 너머로 보이는 광경을 천천히 분석했다.

        

        

        

       “정보 수집은…딱 예상했던 만큼 되어가고 있군요. 섣불리 정찰 드론 같은 걸 띄울 수 없을 테니 시각 정보는 지상에 설치하는 원격 카메라 정도를 통해서만 수집할 수 있을 거고, 그마저도 지향성 EMP 때문에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현재는 길항 상태가 유지되고 있고, 현재 페이스를 감안하면 제3관문 돌파까지는 대략 12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이는 즉….”

        

       “타임 테이블에 맞출 수 없다는 뜻이겠지요.”

        

        

        

       -뭐지? 너무 느리단 뜻인가? 본인이 직접 제3관문을 평탄화시키겠단 것인가?

       -이새기 분명 수틀리면 어디서 반물질 폭탄 같은 거 들고와서 잿더미로 만들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화망이 너무 조밀해서 어지간하면 안 들고 간다고 본인이 설명했다

       -‘어지간하면’

       -결국 잘 안풀리면 들고갈수도 있단 소리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엇을 먼저 파괴하고 망가뜨려야만 하는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한편, 다른 한 켠으로는 해당 목표를 어떻게 실현해야만 하는지를 골몰한다.

        

        말 그대로의 완전파괴작전. 구출해야만 하는 아군도 없고, 살려야만 하는 목표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며, 빼와야만 하는 인텔이 있지도 않았다. 바로 그렇기에 잠입하기에는 최악의 여건이었다. 특히나 적이 아군 오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단 점에서 더더욱.

        

        하지만…뭐어, 그런 게 두렵다고 미션 안 할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지만 말이다.

        

        결론은 하나로 수렴했다.

        

        

        

       “결국 또다시 양동 비슷한 걸 하게 되겠군요.”

        

       “…양동 작전이라. 이번에도 지난 번마냥 레일건인지 뭔지를 쏴제끼는 사이에 적진에 침투할 예정이신가요?”

        

       “그것도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지난 번에 누가 말했던 것처럼…호구를 좀 거하게 등쳐먹었기에, 적이 눈치를 채버린 것 같단 말이죠. 예전에 했던 것처럼 하면 아마 안 통할 가능성이 높아요.”

        

        

        

        스읍 하는 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팀원들의 고민.

        

        다들 꽤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하면 원활하게 제3관문을 뚫어버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답은 이미 내 말 속에 있었는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전에 했던 것처럼 하면 안 통할 확률이 높다’라는 부분을 유심히 보면 충분히 추측 가능했다.

        

        예전처럼 했을 때 안 통한다면…그것보다 더욱 꼬아버리면 통한다는 소리지.

        

        적의 방위선이 꽤나 단단하고, 센서 등을 통해 감지 거리가 훨씬 늘어나긴 했지만, 우리도 뽑을 수 있는 손패가 꽤나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리저리 끼워맞출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가령….

        

        

        

       “태스크포스 대거와 레이저가 끌고 온 여러 기의 원격조종기에…포격과 폭격, 아군 투입, 아군 레일건 지원 등등을 적당히 끼워넣으면 관문 안으로 한두 명 정도는 들여보낼 수 있겠죠.”

        

       “…그런가요?”

        

       “오히려 눈 대신 센서를 통해 감지하기에 다양한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방해할 수 있을 거예요. 어느 정도 대비야 하고 있겠지만, 복잡한 회로에 의해 구현되는 기능은 조금만 망가져도 돌이킬 수 없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제부터 유진 씨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에 대해 경청하면 된다는 소리죠?”

        

       “요즘 여러분들은 너무 눈치가 빠르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황설 즉각 컽!!!!!

       -??? : 집어치우고 일 얘기나 해보세요

       -다이스가 언제 그렇게 말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사랑이야기 ㅇㄷ???????

        

        

        

        살벌하다, 살벌해.

        

        아무튼 다이스가 은근슬쩍 빨리 말해보라고 핀잔을 줬으니, 나는 별도로 마련된 브리핑 룸에서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앞으로 할 작전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파괴해야만 하는 것은 적의 실드 제너레이터입니다. 구태여 전력망을 부수거나 할 필요는 없고, 제네레이터만 파괴하면 끝일 거예요. 그건 저와 카토가 갑니다.”

        

       “네!?”

        

       “진정하세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카토 화들짝wwww

       -네???이지2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슬슬 일할때됐다 ㅋㅋㅋ

       -아주 좀만 더놀랐으면 펄쩍 뛰어오르셨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진정하세요부터 나오는 ㅋㅋㅋㅋ

        

        

        

        원래라면 올리비아가 있다면…올리비아와 함께 가는 게 훨씬 작전이 순항할 확률이 높았으나, 어쩌겠어. 더군다나 그 양반은 내년에 있을 S/S 때문에 요즘 꽤 바쁘단 말이지.

        

        인커젼을 같이 플레이하기 위해 간혹 접속하는 경우는 있어도, 우리마냥 시간이 날 때마다 같이 할 수는 없다. 아무튼 그건 뒤로 하고, 하모니와 다이스가 아니라 카토와 함께 잠입하는 이유가 있었다.

        

        

        지도 한 구석을 콕 찍은 다음, 거리를 잰다.

        

        그것만으로 두 명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아주 잘 알아들은 것 같았다.

        

        

        

       “…잠시만. 저격 지원이요?”

        

       “설마, 이걸 위해서 지난 번 하와이에….”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그 당시의 경험이 이번의 작전에 크나큰 도움이 될 거라는 사실 또한 꽤나 자명하죠.”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새끼비얌들 어떻게든 써먹을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큰그림은 그렸지만 아무튼 큰그림은 아님www

       -결국 그게 그 소리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이미 한참 늦었다

        

        

        

        저격 거리는 평균 800m.

        

        다행스럽게도 이 게임에서의 저격은 지난 번 하와이에서 했을 때보다 훨씬 쉽다. 기본적인 골자는 같지만 이카루스 기어가 저격지점을 거의 계산해주기 때문이었다. 물론 PVP에서는 그런 기능이 제약되기에 훨씬 어려워지긴 하지만, 반대로 지금처럼 인커젼을 할 때는 훨씬 나았다.

        

        저격 터렛과 탄도 계산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준비물까지 갖추게 되면, 하모니와 다이스는 나와 카토가 잠입할 수 있는 길을 무난하게 열어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물론 저 두 명만 달랑 보내면 몇 분도 안 되서 금방 들킬 테니, 중간중간 몇 가지를 섞어줘야만 다이스와 하모니가 마지막까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겠지. 가령 지속적인 자주포 포격, 혹은 아군 대량 투입을 통한 화력분산과 같은 간접적 도움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끝이 아니라, 거기에 쐐기를 한 번 더 박을 필요성이 있죠. 우리가 십수 시간씩 밤낮없이 전투하면서 성공시켰던 호위 미션을 생각한다면…이젠 그때 가져온 물건들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봐야 할 차례가 아닐까요.”

        

       “음…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네요.”

        

       “그러면 유진 씨, 혹은 카토는 폭약 이따시만큼 가져가야만 할 거고, 저희는 저격지원. 맞죠? 못 들어가면 어떡하나요?”

        

       “어떡하긴요. 여력이 다할 때까지 통상파괴작전으로 변경해야죠.”

        

        

        

       -발각 안 되도 부수고 발각되면 더 부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그…어새신크리드식 암살이구마잉….

       -관문에 적들 무더기로 쌓여있긴 하든데 저 두 명이면 왜 이렇게 걱정이 안 되냐 ㅋㅋ

       -카토쉑 화들짝wwww

       -그럼그렇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를 제외한 세 명의 표정이 꽤나 기묘하게 변형되는 사이, 나는 물자집적소에 필요한 자원들의 목록을 전송하며 덧붙였다.

        

        

        

       “준비합시다. 되도록이면 오늘 끝낼 수 있도록 해보죠.”

        

        

        

        정해질 건 다 정해졌으니, 이제는 팀원들을 닦달할 차례였다.

        

        후진따위 없는 유진-고속열차의 출발이었다.

        

       

        

        

        

        

        

        

        

        

       “관문 인근에 도착했다. 스텔스 및 광학미채 정상 작동 중.”

        

       “아주 바글바글하구만. 원격조종기를 스무 대나 투입했으니, 그에 맞는 전과를 올려야 얼굴 들고 돌아갈 수 있을 텐데.”

        

       “전과는 무슨. 언제 우리가 그런 거 생각하고 작전하고 다녔냐?”

        

       “…HQ, 여기는 대거. 소음 차단까지 무사히 완료되었다. 신호 전까지 대기하겠다.”

        

        

        

        한편, 제3관문으로부터 대략 10km 가량 남쪽으로 떨어진 장벽.

        

        이전과는 달리 한없이 로봇에 가까운 형태의 스무 기의 원격조종기가 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 호에엑….”

        

       “…무슨 괴상한 소리를 내시는 건가요?”

        

        

        

       -카토쉑 동공지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정신이 나갔네 ㅋㅋㅋㅋㅋ

       -와 다른스트리머들 제3관문 단체로 꼬라박는 건 봤는데 윾진련이 잡으면 왜 이렇게 가슴이 웅장해지냐 ㅋㅋㅋㅋㅋㅋ

       -온다…큰 거 온다….

       -이 광경 못보고 놓치는 허접들 없지?wwwww

        

        

        

        …카토가 시작부터 이상한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하늘은 맑았고, 구름 한 점 없었으며, 햇살이 폭포처럼 떨어져내렸다. 그 아래에서는 미 남동부 특유의 선선하면서도 상쾌한, 대략 평균 기온 20도 정도의 아름다운 휴양지 혹은 너른 들판이 보여야만 했으나…일단 오늘은 아니었다.

        

        야트막한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지옥도. 수백 명에 달하는 유저들과 적 휴머노이드가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개미 군집끼리 싸우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것도 있었다.

        

        딱히 오퍼레이터끼리 싸운다기보단…그냥 오퍼레이터의 탈을 쓴 개싸움처럼 보이긴 했지만, 이번 인커젼에서의 관문 공략이 저어기 대규모 전장Battlefield 모드의 러시에서 따왔다면 그닥 이상할 건 아니었다. 애초에 개싸움을 하라고 만들어놓은 건데 뭐.

        

        

        하지만 오늘, 적어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예정이었다.

        

        

        

       “…저격 지점 도착. 아주 좋은 곳이네요. 적당히 수풀이랑 나무도 우거져있고, 그러면서도 시야도 꽤 트여있고. 여기라면 어지간해서는 들킬 염려가 없겠어요.”

        

       “어지간한 건 저와 카토가 해결해보죠. 그 전까지는 최대한 적의 위치를 마킹하는 데 신경쓰시길.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적들에 일일이 대응하다가는 들어가기도 전에 들킬 것 같으니.”

        

       “확인. 노력해보겠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폭약과 화염, 그리고 화약 연기로 데코레이션한 거대한 무도회장에 잠입하는 느낌이었다.

        

        카토는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폭약을 메고 기동했기에 오늘은 내가 카토의 페이스를 맞춰야만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광학미채는 느리게 움직일수록 주변 지형과 원활히 동기화가 가능했다. 바로 그 때문에라도 생각보다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없었다.

        

        길 주변을 둘러싼 나무와 바위에 숨어 계속해서 살금살금 이동하던 도중 반드시 지나가야만 하는 평지 루트는 총 세 곳.

        

        

        그 첫 번째가 다가오고 있었다.

        

        

        

       “셋, 둘, 하나. 아군 자주포 포격 개시.”

        

       “30초 후 착탄합니다. 그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는 적들 중 돌파하지 못하면 침투가 불가능한 친구들을 UI에 표기할게요.”

        

       “확인.”

        

        

        

       ───콰아앙!

        

       ───피잉!

        

        

        

        그로부터 몇 초나 지났을까, 몇 가지의 소리가 겹쳐서 울린다.

        

        첫 번째는 둔중한 폭음. 자주포 포격이 실드를 두들기며 나는 굉음이었고, 두 번째는 이쪽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오며 주변을 순찰하던 휴머노이드의 머리가 박살나는 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나와 카토는 신명나게 뛰었고, 사전에 봐두었던 체크포인트로 향한다.

        

        물론 그 와중에도 우리의 사격은 멈추지 않는다.

        

        

        

       “왼쪽은 제가 맡죠. 오른쪽 봐주시길.”

        

       “후…!”

        

        

        

        피잉! 피잉! 피잉!

        

        연달아 들려오는 작은 소음. 아음속 탄환과 소음기의 조합. 거기에 자주포에 두들겨맞아 실드까지 흔들린다면 관문을 관할하는 아르테미스 AI들은 후다닥 우선순위를 할당하느라 이쪽에 그닥 신경을 쓰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그 와중 힐끔 카토를 쳐다보았다. 의외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오른쪽에서 나타난 세 명을 순식간에 처리한 걸 보니 꽤 굴린 보람이 있었다.

        

        아쉽게도 시청자들은 그걸 제대로 못 봤는지 연신 자기 할 말 중이었지만-

        

        

        

       “…아, 아. 유진 씨, 그쪽 길을 향해 한 대의 장갑차가 접근 중이에요. 아무래도 순찰대인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이쪽에서도 확인했어요. 여차하면 지원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시길.”

        

       “본격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는 걸 보니 정확히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해볼게요.”

        

        

        

        끼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대략 수십 미터 전방에 멈춰선 장갑차 한 대. 그 안에서부터 로봇 8기가 튀어나왔다. 하차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주변을 순식간에 훑기 시작했다.

        

        카토와 나의 UI에 해당 장갑차가 어떤 루트로 기동하여 이쪽으로 왔는지가 표기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가 가야만 하는 길 쪽에서 오지는 않았으나…보아하니 해당 경계 구역이 비어버린 것을 눈치채고 한창 전투가 격화되는 지점에서 온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그리 생각하던 와중 갑작스럽게 카토가 입을 열었다.

        

        

        

       “유진 씨. 생각해봤는데…이 친구들 그냥 전부 지워버리고 가도 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침입해야만 하는 방향에서 왔다면 몰라도, 다른 방향에서 왔다면 잡아도 적은 저희가 어디로 갈지 모르지 않을까요?”

        

       “흐음.”

        

        

        

        생각보다 예리한 지적이다.

        

        하지만 해당 방안을 실현에 옮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더 필요했고, 자주포에게 우리 작전구역을 포함하면서도 산발적인 화력지원으로 보이게끔 좌표를 불러주었다.

        

        실드는 아르테미스의 관문을 직접 두들기는 게 아닌 이상 발동되지 않겠지.

        

        

        아군은 진즉 발사 준비가 되어있었는지, 확인 신호와 함께 인컴에서부터 폭음이 터져나왔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콰콰쾅!

        

        

        

        폭발음이 근방에서 터져나옴과 동시에 카토와 몸을 들어올렸고, 조정간을 단발에 맞춰둔 뒤 빠르게 사격을 개시했다.

        

        나와 카토, 각각 네 발씩. 방아쇠를 네 번 당기는 순간 여덟 기의 휴머노이드가 머리에 구멍이 뻥 뚫려버린 채 잔디 바닥에 몸을 뉘였다.

        

        그와 동시에 카토는 관통형 테르밋 점착폭탄을 장갑차의 포탑 근처에 발사해 부착했고, 드르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포구에서부터 불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재차 날아든 포탄이 거의 동일한 순간 지면을 후려갈겼다.

        

        작게 웃으며 덧붙였다.

        

        

        

       “제법 익숙해졌군요.”

        

       “…아, 그게 그렇게 되나? 아무튼 발목은 잡으면 안 되니까요, 하하.”

        

       “앞으로도 기대하죠. 계속 가봅시다.”

        

       “가봅시다아.”

        

        

        

       -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모…비얌 옆에 붙어있으면 비얌이 된다….

       -결국 엄살쟁이 카토마저 점차 비얌화되고있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진아 또 제자의 종족을 개조하느냐!!!!!!!

       -카토쉑 이래놓고선 자긴 못한다고 바닥 뒹굴었던거야? 아주 지1랄을 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스러진 흙먼지와 검은 연기.

        

        그럼에도 하늘은 참으로 푸르렀다.

        

        관문 공략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충 카토 보쌈해가는 비얌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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