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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5

       *** ***

       

       혁기린과 해후하며 유경의 야욕(?)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이도 저도 아닌 한 달이라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혁기린의 신분을 둘러싼 큰 문제들은 해결되었다. 천하 각지에서 혁기린의 정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고 또 혁기린을 무림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문제도 남아 있긴 하지만 둘다 큰 문제는 아니다.

         

       자연스럽게 각지로 흩어질 태양수호회의 회원들이 있는 한 각지의 여론이 최악의 상황으로는 치닫지 않을 것이고 나와 혁기린이 관의 힘을 등에 업고 무림에서 세력을 확장하지 않는 이상 우릴 먼저 건드리는 문파는 없을 것이다.

         

       황실보다도 더 민심에 민감한 동네가 바로 무림이었으니까. 각지의 여론이 좋지 않을지라도 태양수호회가 존재하는 한 무림문파가 혁기린에게 쓴소리를 하기는 쉽지 않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을 이유는 또 없었으니 무림의 민심을 다독이고 싶었지만…한 달이라는 시간은 또 일을 벌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시간을 더 쓸 수도 노릇.

         

       지금 당장이야 유경을 물리쳤지만 어디 유경이 혁기린을 포기할 리가 있겠는가. 혁기린의 근신이 끝났을 때 내가 없다면 바로 혼인을 지연시키기 위한 수작을 부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후.”

         

       소탐대실이라 했다. 괜히 한 달이라는 시간이 아까워서 대사를 그르치느니 아예 한달 푹 쉬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 월복당과 동창을 지휘하려 직접 발로 뛰랴 요새 제대로 쉰 적이 없었지.

         

       이번 기회에 푹 쉬기로 하자.

         

       침대에 벌렁 드러누우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역시 나란 놈은 게으름뱅이인지라 부지런히 게으름을 피워 줘야 하는 모양이다.

         

       뭐 충분히 노력했잖아? 이 정도 휴식 정도는 누릴 만 하지.

         

       나와 함께 혈교에 맞서주고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문제를 뒤로 미루어두었던 일행들. 그들이 안고 있던 문제를 척척 해결하지 않았던가.

       

       어린 시절 집을 떠나 월복당의 당주가 되었던 흑묘는 이제 소연화라는 이름을 되찾고 어머니와 해후했다.

         

       황족과 무림이라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신분적 문제를 품고 있던 혁기린 역시 제 자리를 찾았다.

         

       독고이설을 통해 한 몫 챙기겠다는 독고영천의 야심 역시 꺾었다.

         

       여일예의 과거와 원한은 이미 사천성에서 정리되었으니 이제 일행들과 행복한 삶을 꾸리기 위해 남은 문제는 하나.

         

       거의 반쯤 가출하다시피 일행에 합류한 모용연화. 그런 모용연화와 함께 모용세가의 본가에 가 용서를 구하고 정식으로 혼인을 허락받는 일이었다.

         

       뭐…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 모용세가는 이래저래 나에게 빚진 것이 제법 있고 모용연화의 행동도 크게 문제될 것까지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도리어 나와 함께하며 모용세가의 명예를 드높였으니 칭찬을 받았으면 받았지 꾸지람을 받지는 않을 터였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한 달은 그냥 푹 쉬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낮잠이나 한 숨 때리기 위해 눈을 감았을 때, 사마경휘가 나를 찾아왔다.

         

       “비천마차가 낙양에 도착했네.”

         

       아무래도 난 쉴 팔자가 아닌 모양이었다.

         

       *** ***

         

       “호 형, 참으로 오래간만입니다!”

         

       “그러게나 말이요. 당형! 건강…”

         

       그냥 평시에 달고 사는 덕담인 ‘건강해 보입니다’를 말하려던 나는 멈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당도경의 볼이 쏙 파인 것이 누가 봐도 절대 건강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도경도 제 몰골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헬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후후, 비천마차를 너무 오래 탄 모양입니다.”

         

       “….아아.”

         

       나는 물밀 듯이 몰려오는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었다. 금명월이 혁기린이라는 소문이 퍼진 이후 줄곧 사람들에게 쫓겼을 비천마차다. 당연히 비천마차를 함께 타고 있던 당도경 역시 같이 도피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겠지.

         

       비천마차가 낙양으로 달려온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들도 귀가 있었으니 소문을 들었다면 이 낙양에서 모든 일이 결판나리라는 사실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테니까.

         

       “후후, 그래도 낙양에 도착하니 살 것 같구려. 더 이상 쫓아오는 사람도 없고 이 얼마만에 편한 휴식을 취하는 것인지…”

         

       대체 얼마나 고생을 한 것인지 고작 객잔에서 쉬는 것만으로도 성불할 것 같은 표정을 짓는 당도경.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슬쩍 들었던 고개를 다시 땅바닥으로 처박았다.

         

       “제자야. 스승을 개떡같이 굴리고 아주 때깔이 좋아보이는구나.”

         

       “예? 아아, 뭐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째인지는 몰라도 같이 고생했을 당도연에게는 별로 미안한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 기색을 읽은 것인지 당소열이 궁시렁거렸지만 역시 딱히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하하하하! 이런 즐거운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불려주시지요!”

         

       당도연이야 뭐 말할 필요도 없이 피부가 반들반들했다. 뭐 요새 비천마차를 타고 원없이 날뛰었으니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놀랐습니다. 혁기린 대협의 신분이 범상치 않을 것이라는 짐작 정도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황국의 공주님일줄은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제자놈은 알고 있었겠지. 고얀 녀석.”

         

       입으로는 놀랐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당도연이나 당소열이나 그리 놀란 기색은 아니었다. 뭐 하루이틀 같이 여행한 사이도 아니니 내심 짐작하고 있었던 점이 있었겠지.

         

       특히 당소열의 직관력을 감안해 보면 이미 혁기린이 황족이라는 사실 정도는 옛날에 눈치챘을지 모를 일이다.

         

       나는 슬쩍 주제를 돌렸다.

         

       “부적 배달은 모두 끝나셨습니까?”

         

       “그렇소. 후우, 이제 큰 일도 해결했으니 여관에서 푹 쉬고 낙양 구경이나 하면서 천천히 돌아갈 생각이오.”

         

       낙양 관광 핑계를 대면서 비천마차 탈주각을 잡는 당도경.

         

       하긴 고생이 많았겠지.

         

       폭주하는 당도연이 모는 비천마차에 저 지랄맞은 당소열과 둘이서만 있었으니 얼마나 괴로웠을까. 평소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감수성이 마구마구 공감능력을 발휘했다.

         

       “고생하셨소. 당 형!”

         

       “제자야 표정이 참으로 보기 거북하구나.”

         

       인상을 구기며 담뱃재를 털어낸 당소열이 다시 곰방대에 연초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듣자하니 황실에 머물고 있다지? 나도 이 낙양까지 온 김에 황궁 구경이나 하고 갈까 싶다.”

         

       입궁을 무슨 동네 마실 나가듯이 말하는 당소열이었지만 그 어투와 별개로 당소열 역시 궁에 들어올 자격을 지닌 자였다.

         

       결국 나와 일행들이 황궁의 손님이 된 것은 혁기린과의 인연 때문. 오랫동안 비천마차를 타며 함께 동거동락한 당소열과 당도연 역시 자격이 충분했다.

         

       “뭐, 스승님과 도연 소저라면 가능하겠지만…”

         

       아무래도 당도경은 조금 힘들지.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당도경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저는 그저 여관에서 쉬는 것만으로도 족합니다.”

         

       황궁을 구경할 기회는 귀하다. 그런 기회를 놓쳐서 아쉬워할 줄 알았는데 도리어 반가워하는 기색.

         

       아무래도 당도연과 당소열이 황궁에 입궁한 사이 도망칠 생각인가보다.

         

       진짜 짠하다 짠해.

         

       결국 당도연과 당소열만 황궁에 입궁했다. 

       

       현 황제인 유경도 만나고, 황실을 둘러 보고, 궁청전에서 귀빈 대우를 받게 된 당도연과 당소열.

         

       둘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후우…”

         

       반쯤 눕혀진 의자에 축 늘어진 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당소열. 그리고 연신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당도연.

         

       “도연 소저, 좀 진정하세요.”

         

       “미안합니다. 흑묘 소저. 비천마차랑 떨어져 있으려니 영 적응이 안되서…”

         

       당도연은 분리불안증을 호소했다. 비천마차와 떨어져 있다고 불안감을 느끼다니…나도 일행도 기가 막혔지만 아무튼 당도연이 초조해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었으니 당도연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았지만 별다른 소용은 없었다.

       

       그나마 반응을 보인 건 당도연과 헤어진 뒤 나와 일행이 겪은 일들이었다.

         

       이야기가 궁금하긴 했는지 조금은 귀를 기울였기에 나와 일행들은 계속해서  당도연과 갈라진 후의 일들을 풀어놓았다.

         

       …그리고 그 점이 곧 화근이 되었다.

         

       “그러니까 아직 모용연화 소저와 호천안 대협의 혼인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겁니까?”

         

       “예. 그렇지요. 공주마마의 근신이 끝나면 모용세가를 찾아가려 합니다.”

         

       “이거다!”

         

       당도연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급발진에 모두가 깜짝 놀라 멍하니 당도연만 바라보고 있을 때 당도연이 모용연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예?”

         

       “결국 한달, 아니 이제는 25일 남았군요. 25일 안에 모용세가에 갔다오면 될 일 아닙니까! 하하하하! 비천마차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정이지요.”

         

       “아…어..?”

         

       당도연의 반응에 그제야 나는 그 의중을 깨닫고 긴 장탄식을 토해냈다. 당도연은 우리의 이야기 속에서…기어이 비천마차를 몰 각을 찾아내고 만 것이다!

         

       “아, 아니 예물이라던가…”

         

       “하하하! 이곳은 황국의 중심 낙양 아닙니까! 예물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바로 구할 수 있겠지요!”

         

       “아니, 그래도 지금까지 고생하신…”

         

       “괜찮습니다! 괜찮아! 친우분들의 혼인이라는 경사에 어찌 제 몸을 아낄 수 있겠습니까! 일정도 딱 맞아 떨어지는군요! 언니는 이곳이 마음에 든 것 같으니 한달 정도 휴양하면 될 것이고 저는 모용세가에 다녀와 혁기린, 아니 공주마마와 해후를 나누면 딱이겠군요! 하하하하!”

         

       …글렀군.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말들이 떠올랐지만 ‘친구의 혼인을 위해 불철주야 마차를 모는 수고’를 감내하겠다는 당도연의 명분을 뛰어넘는 핑계는 없었으니까.

         

       “하하하하하하!!!”

         

       두두두두두두!!!

         

       찍찍! 찌이이익!

         

       결국 나와 모용연화 그리고 서공은 달리는 비천마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 분량은 조금 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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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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