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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5

        

       게다가 골치 아픈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 ‘기계 교단’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놈들은 무력까지 강했다.

       ‘기계 교단’을 이루고 있는 기계 연합체 중에는 방산 쪽 기업들도 있었고, 그들은 군에 무기를 납품하면서 깨달은 노하우를 발휘하여 적당한 수준의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용도로 ‘보이는’ 무력을 말이다.

         

       그들은 주장한다.

       이것은 그냥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나하나가 세상을 바꿔놓을 기술들이고 연구들인데,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런 주장에 넘어갔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드론들은 순찰용으로만 사용되고 있었으며, 화학 레이저 기술은 염탐하기 위해 보낸 드론을 격추하는 것에만 사용되고 있었다. 방탄과 방검 기술은 경비원들을 위한 장비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고, 장갑과 관련된 것은 연구원들과 임원들을 습격에서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아무런 이상한 점이 없다.

         

       하지만, 그 실체는 달랐다.

         

       기업들의 시너지로 인해 미친 듯이 발전하기 시작한 화학 레이저 기술은 이제는 사람 몸 하나를 꿰뚫기 충분한 위력을 가지게 되었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에서는 SF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적중하는 즉시 사람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을 가진 레이저도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하고 있다.

         

       순찰용으로 사용되는 드론은 말 그대로 순찰용에 지나지 않는다. ‘기계 교단’의 시설 곳곳에는 그들이 만들어낸 화학 레이저나 EMP 기능, 자폭 기능이 탑재된 소형 드론들이 잠들어있음이 파악되었다.

       물론 그 숫자는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잠입해서 정보를 빼낼 수도 없고, 해킹과 같은 방법은 아예 통하지를 않았으니까.

         

       방탄복과 방검복, 장갑과 같은 방어 관련 기술 역시 미끼.

       진짜는…폭발반응장갑(Explosive Reactive Armour) 기술이다.

       기계 교단에서는 뛰어난 폭발성 반응장갑과 비폭발성 반응장갑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을 연구한다는 명분으로 꽤 많은 양의 화약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초창기에는 폭발성 반응장갑의 약점을 보완한다는 이유로 군과 합동으로 연구를 했었다. 폭발성 반응장갑의 약점은 이중 탄두(Tandem-charge)였는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이중 탄두에 관한 연구도 함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중 탄두에 관해 연구하고, 이중 탄두를 자신들이 개발한 반응장갑에 쏘게 해서 결과를 확인하고.

       그렇게 그들은 군과 합동으로 반응장갑 연구했었는데….

         

       이제는 군에 요청하지 않고 있다.

       그 어떠한 요청도 말이다.

         

       그 말은…뻔하다.

       이중 탄두에 관한 연구가 끝난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 생산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겠지.

       아니, 그냥 자체적인 생산 수준이 아니라- 수준이 높아진 폭발성 반응장갑만큼이나 강력한 위력의 이중 탄두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생산 및 실험을 거듭하고 있으리라.

         

       그리고 그렇게 연구한 결과물을 자신들의 ‘연구 결과’에 적용하느라 바쁠 것이겠고.

         

       “…기계 교단이라는 별명처럼 이들은 기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계, 그중에서도 로봇(Robot)과 관련된 분야에 집중하고 있죠. 세간에는 공업용 로봇과 애완 로봇 정도만 퍼져나가 있는 상태입니다만- 다음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들의 연구는 꽤 많이 진행되어 군사용으로 사용하기 충분한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자료에 첨부된 사진에서 보이는—다족보행병기 셋, 이족보행병기 둘입니다.”

         

       그리고 그 연구 결과란 바로 로봇 병기였다.

         

       정보기관에서는 이들의 로봇 병기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었다.

         

       8개의 다리를 가진, 거미를 닮은 다족보행병기.

       지렁이나 뱀을 닮았으며, 수납된 수많은 다리를 꺼내 지네와 비슷한 형태로 변형할 수 있는 다족보행병기.

       새우와 삼엽충을 교묘하게 섞은 것으로 보이는, 수중에서 활동할 수 있는 다족보행병기.

         

       이렇게 셋을 묶어 ‘절지동물(Arthropods) 시리즈’라고 불렀으며.

         

       어린아이 크기의 사람 형태의 이족보행병기.

       성인 크기의 여성형 이족보행병기.

         

       이렇게 둘을 묶어서 ‘섬뜩한 이웃(Creepy neighbor) 시리즈’라고 불렀다.

         

       절지동물과 섬뜩한 이웃.

       직관적인 별명이었다.

         

       “이 로봇 병기들은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병기에서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사람이 무선으로, 혹은 유선으로 조종하면 되는 문제니까요. 이 기술들은 지금 당장 실전에 도입한다고 해도 수많은 군 장병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확실히….”

         

       가치가 높은 기술이다.

       많은 이들이 탐을 낼 수밖에 없는 기술이기도 했고.

         

       하지만, ‘기계 교단’이라는 별명을 가진 기업 연합체에는 한없이 부족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저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퀄리티겠지. 그렇지 않나?”

         

       “예. 그 말씀대로입니다. 기계 교단의 목적은 인간과 흡사한, 혹은 그 이상의 안드로이드(Android)니까요.”

         

       이들이 ‘기계 교단’이라는 별명이 되어버린 이유.

       냉혹한 자본주의 속에서도 굳이 연합해서 합동으로 연구하게 된 바로 그 이유.

         

       이들은, 하나의 꿈을 공유하고 있었다.

         

       안드로이드(Android).

         

       사람과 구분되지 않는 기계.

       사람의 형태를 가지고, 사람의 행동을 하는 기계.

         

       이 기업 연합체들은, 모두 안드로이드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매진하는 이들이었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목표는 조금씩은 달랐다.

       인간을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하기 위해서, 안드로이드(Android)를 사용해서 수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신이 인간을 창조하였듯 지성을 가진 안드로이드를 창조하기 위해서,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서 등….

         

       하지만 최종 목표가 다르다고는 한들, 하나의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안드로이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이들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하여, 특이점이 오는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하여 하나로 뭉쳤다. 그리고 안드로이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공유하며 한 몸으로 움직였다.

         

       마치 광신도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하여 힘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 모습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종교의 모습이나 다름이 없어서.

       그래서 정보기관들이 이들을 ‘기계 교단’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바로 그 이유가, 이 기계 교단이 이번 사건에 개입한 이유입니다.”

         

       발표자는 그 말을 하며 다음 자료를 보여주었다.

         

       바뀐 홀로그램에는 ‘아나엘(Anael)’이라는 글자와 수많은 서버, 그리고 주식과 관련된 자료들이 있었다.

         

       “아나엘. 신실하신 분들은 익숙한 이름일 겁니다. 하니엘, 하미엘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는 천사죠. 그리고, 루카스 메타트로니우스 골드스미스가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첩보에 따르면, 금융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돈세탁, 주가 조작, 심지어는 환율 조작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루카스의 재산이 아낌없이 투입되어 계속해서 서버의 성능이 좋아지고 있고, 서버의 성능이 좋아지는 만큼 학습이 거듭되고 있죠.”

         

       “…금융 범죄와 관련된 인공지능이라. 하, 참.”

         

       “루카스는 양자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아마 이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기 위함으로 추정됩니다.”

         

       “양자 기술?”

         

       “예. 인공지능 ‘아나엘’을 강인공지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강인공지능(Strong AI).

         

       현재의 약인공지능을 뛰어넘어, 인간의 지성을 컴퓨터로 구현한 수준을 말한다.

         

       “아직 제대로 된 강인공지능도 아닌데도 이 정도의 성능입니다. 자료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거의 손해가 보이지 않죠. 손해가 있다고 해도 이득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금융이라는 것이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정말 끔찍한 성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을 교란하기에 충분한 수준이죠.”

         

       “그렇지. 그래서 정보기관들에서 루카스를 감시하고 있었고.”

         

       “예. 루카스도 꽤 높은 위험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죠. 자본주의에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돈에 미친 망자 같은 놈….”

         

       “정보기관에서는 서버를 제대로 된 양자 컴퓨터로 바꿨을 경우 ‘아나엘’이 강인공지능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여기고 있으며, 양자 컴퓨터의 성능에 따라 특이점을 넘어서 초인공지능(Superintelligence)에도 다다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루카스를 주시하는 한편, 인공지능 ‘아나엘’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강인공지능을 넘어서서 초인공지능에도 다다를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니.

         

       개인의 손에 들어가면 통제할 수 없는 재앙이지만, 국가가 확보할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발전을 넘어, 미국의 패권을 영원히 굳힐 수도 있는 보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당연히 국가가 확보해야만 했다. 그것도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이 말이다.

         

       하지만 보물을 탐하는 이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아나엘’을 보고 침을 흘리는 이들은 많았다.

       미국은 그런 이들을 견제하는 한편, 루카스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었는데….

         

       이때, 기계 교단이 끼어든 것이다.

         

       “얼마 전 정보기관들에서 이중 첩자를 잡아내는 일이 있었죠. 조사 결과 이들은 기계 교단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하였고, 이들이 빼돌린 정보 중에는 ‘아나엘’에 대한 정보도 있었습니다.”

         

       “눈이 돌아가고도 남았겠군.”

         

       “예. 단순히만 생각해도 엄청난 시너지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기계 교단은 기술의 공유로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뤘다.

       정보기관이 캐낸 일부만 보더라도, 이들의 로봇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로봇 기술이 뛰어나지만 그뿐이다.

       아무리 하드웨어가 뛰어나다고 한들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기계 교단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로봇을 운용하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떡 하니 자신들의 부족함을 메꿀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나타났다.

       그것도 단순히 부족한 것만 해결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술력과 합쳐지면 정말 머지않아 특이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은 인공지능이다.

         

       당연히 기계 교단의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물을 얻기가 어디 쉬운 일이던가.

       안타깝게도 그들이 탐내는 인공지능을 보유하고 있는 가디언은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돈의 망자.

       탐욕을 형상화한 것 같은 인간.

       기업 연합체조차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수준의 금력을 가지고 있는 자.

         

       게다가, 자신의 안전에 대해서는 어찌나 그리도 민감한지.

         

       도무지 공략할 틈이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기계 교단은 탐스러운 보물을 앞에 두고,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그리고 그 기다림 속에서 루카스를 납치한 뒤 인공지능 ‘아나엘’의 권한을 빼앗기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세우고 있었고.

         

       그런데, 갑자기 변수가 나타났다.

         

       기계 교단뿐만 아니라, 루카스를 주시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세워두고 있던 계획을 때려치우고 급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게 만든 변수가 말이다.

         

       통제하기도 힘들고, 예측하기도 힘든 변수.

       능력자 중에서도 이질적이면서도 기괴한 존재로 여겨지는 존재.

         

       주술사가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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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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