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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6

       *** ***

         

       일행들이 왜 모용세가에 함께 가는 대신 황궁에 남았는가.

         

       비천마차를 타기 싫었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주된 이유는 모용연화와 나만의 시간을 좀 만들어 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아무리 비천마차를 타는 여행일지라도 중간중간 남는 시간에 분위기좀 내라는 그런 의도였겠지.

         

       그러나 빨리 달려야만 한다는 명분을 획득한 당도연의 폭주는 일행들의 예상을 한참 웃돌았다.

         

       일주일.

         

       낙양에서 출발한 비천마차가 요녕에 있는 모용세가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아무리 비천마차를 거칠게 몬다고 한들 다치지 않을 이들-화경 고수 1인, 초절정 고수 1인, 쥐 영물 한 마리-를 태운 당도연이 그야말로 폭풍처럼 내달린 탓이었다.

         

       마구 흔들리는 비천마차의 주행에 온 신경이 쏠린 상황에서 무슨 분위기를 낼 수 있었겠는가.

         

       “도착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모용세가에 도착해 있었을 뿐이었다.

         

       철컹!

         

       생기가 팔팔 넘치는 당도연의 만족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열리는 감옥문, 아니 비천마차의 문. 서공은 문이 열리기 무섭게 비천마차에서 도망쳤다.

         

       찍찍!

         

       치가 떨린다는 듯이 온몸을 푸르르 떠는 녀석. 서공은 날 원망스럽게 바라보았지만 사실 이 녀석이 비천마차에 타게 된 이유는 나 때문이 아니라 제 행실 때문이었다.

         

       궁청전을 넘어 마음대로 돌아다닌 것은 물론이요 혁기린의 근신처까지 제집처럼 드나들었던 서공. 아무리 서공의 재주가 뛰어나도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서공이 사라지는 걸 막지는 못했을지라도 서공이 황궁을 마음대로 쏘다닌다는 사실을 눈치챈 궁인들은 내가 잠시 황궁을 떠난다고 하니 서공을 데려가달라고 부탁했다.

         

       말이 부탁이지 애완영물이 황궁을 제멋대로 쏘다니니 빨리 데리고 나가라는 소리를 돌려서 한 셈이다.

         

       “미안합니다 서공. 저 때문에 고생이 많았지요?”

         

       모용연화가 사과하며 서공을 쓰다듬었다. 살살 달래주는 모용연화의 손길이 마음에 들었는지 바싹 서 있던 털을 누그러트린 서공은 꼬리로 모용연화의 손을 휘감았다.

         

       아무래도 낯선 장소에 왔으니 일단 아는 사람에게 붙어 있어야겠다고 판단한 모양.

         

       모용연화는 웃으며 의지해오는 서공을 안아 들었다.

         

       풍성한 가슴에 몸을 기댄 서공을 보아하니 참으로 부럽, 아니 괘씸했다.

         

       “출발할 때 보낸 전서구가 도착했을지 걱정입니다.”

         

       “그러게 말이오.”

         

       하늘을 나는 새보다 빠르게 도착한 것이 아닐까 걱정하고 있노라니 굳게 닫혀 있던 모용세가의 정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가실까요.”

         

       모용연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란히 걸었다.

         

       모용세가.

         

       모용세가에 대한 인상은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었다.

         

       허허벌판에 우뚝 솟은 세가.

         

       모용세가가 무림에서 이름 높은 가문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꽤 이질적인 일이다. 이름난 무림문파는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곁에 이권을 끼고 있다.

         

       사실 이는 세가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런 제약조건 없이 재능 있는 제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문파와 달리 세가는 혈육이라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고수를 뽑아내야 한다.

         

       세간에서 문파와 세가를 따로 분리하는 이유도 이러한 차이점 때문이었다.

         

       뭐 분류상으로 분리가 되었다고는 한들 결국 무림이라는 장소에서 통용되는 건 실질적인 힘.

         

       문파보다 인재의 질과 양이 부족한 무림세가는 인재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돈을 쏟아붓는다. 결국 무림세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투자를 감행할 자본이 없는 이상 성립하기가 어려운 존재였고 그 덕에 늘 돈벌이에 목말라 있었다.

         

       힘 좋은 세가들이 각지에 분타를 만드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였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돈도 모이기 마련이니 거기에 자리를 잡고 돈 좀 벌어보겠다는거지.

         

       그러니 당연히 무림세가의 본가는 도심지에 있거나 떨어져 있더라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교에 있기 마련이니 아무래도 모용세가의 전경이 다르게 와 닿을 수밖에.

         

       인적과 동떨어진 곳에 홀로 우뚝 서 있는 모습은 세가라기보다는 유서 깊은 문파에 가까웠으니까.

         

       모용세가에 들어가자 수많은 시선이 달라붙는다.

         

       그 시선과 함께 탐색하듯이 쏘아지는 수많은 기운들. 정말 내 경지를 가늠해보고자 하는 조심스러운 기색의 기색부터, 작정하고 시비를 거는 듯한 거친 기운까지.

         

       그 시선과 기를 느끼며 나는 내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물이니, 예의니 뭐니…이런 것들은 그저 무림인에게 있어 부차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았다.

         

       힘.

         

       무공.

         

       무림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그뿐이었다.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용세가에 똑똑히 알려줘야겠지.

         

       쿠르르릉!

         

       심상 속 뇌륜이 회전하며 나를 탐색하던 기운을 순식간에 물리친다. 뇌공의 따끔함을 맛본 이들의 대다수가 앗 뜨거라 하며 기운을 거두었지만 일부 기운은 더욱더 저항했다.

         

       나는 기운을 거두지 않는 쪽을 돌아보았다. 딱 봐도 호승심이 가득한 표정이었고 물러설 기색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상황.

         

       그렇기에 끊었다.

         

       쩌적!

         

       “아니…?”

         

       “큿?!”

         

       육성진을 통해 이해한 흑묘의 구음기, 빙성의 묘리를 이용해 저들이 보내던 경의 중간을 잘라냈다. 그냥 이어진 경을 타고 올라가 뇌기를 쏘아주는 편이 더 손쉬운 해결책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미래의 외가 식구들을 공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본디 상처 없이 제압하는 일이 더 어려운 법. 그야말로 손도 발도 써 보지 못하고 경이 끊겨버린 이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으나 다른 이들의 얼굴에는 작은 경탄이 떠올랐다.

         

       결국 무림에서는 무공 잘 쓰는 놈이 최고인 법이다. 그 무공 잘 쓰는 놈이 앞으로 우리 편이라면 없던 호감도 생기는 편이 정상이겠지.

         

       “처음 뵙겠습니다. 모용세가의 여러분. 뇌검낭인 호천안이라 합니다.”

         

       “모용세가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그렇게 나는 모용세가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 ***

         

       모용세가의 가주 모용창천은 호천안을 맞이했다.

         

       역시 가장 먼저 가주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호천안과 모용연화 사이에 있는 서공이었다. 모용창천을 위시한 모용세가의 장로진들이 모두 모여 있음에도 겁먹은 기색 하나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잠시 그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던 모용창천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호천안을 응시했다.

         

       호천안.

         

       이십 대에 화경의 경지에 오른 자. 나이는 젊으나 도무지 앞에 후기지수라는 말을 붙일 수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경지와 입지를 보유한 거물.

         

       몇 번이나 자신을 증명했으나 그 소식조차도 믿기 어려운 이질적인 자이기도 했다.

         

       그런 호천안의 실물을 접한 모용창천의 감상은 간단했다.

         

       ‘괴물이군.’

         

       굳이 시험을 해 볼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느껴지는 화경의 경지. 굳이 흠을 잡자면 경지를 감추는 점이 미숙하다고 지적할 수야 있겠지만 그야말로 억지 흠결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번 개척한 경지란 보통 떨어지는 법이 없으니 그저 세월이 지나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법이었으니까.

         

       모용창천의 눈동자가 장로들에게로 향했다. 호천안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장로들과 시선이 마주친 모용창천은 어렵지 않게 장로들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으니 뭘 더 물을 필요가 있겠는가.

         

       모용창천은 빠르게 결단을 내리며 벌떡 일어났다.

         

       호천안은 그런 모용창천의 모습에 마음 속으로 각오를 굳혔다.

         

       한바탕 푸닥거리를 해야겠구나.

         

       호천안이 볼 때 모용세가는 결코 모용연화에게 우호적일 수 없었다.

         

       모용세가에게 섬서분타는 가문의 수치나 마찬가지. 철광을 개척한 후에는 본가를 사칭하며 소란을 피웠고 종국에는 혈교에게 이용당하며 가문의 명예까지 땅에 떨어뜨렸다. 당연히 본가 입장에서는 섬서분타 자체를 없애고 싶었을 터.

         

       그러나 모용연화는 그런 본가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뿐일까.

         

       그렇게 섬서분타의 보존을 주장했으니 무림맹에 합류해서 과오를 씻어내라고 무림맹에 보내놨더니 중간에 탈주해 호천안을 따라가 버렸다.

         

       어느 가문에서 이와 같은 행태를 좋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니 혼인이 화두에 오르기 전 모용연화의 처벌이 먼저 논해지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 호천안은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설령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모용연화를 지켜야 했으니까.

         

       그렇게 마음을 잡은 호천안은 확실히 보았다.

       

       모용창천의 엄격한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리는 장면을.

         

       “연화야 왜 이제야 왔느냐! 내 얼마나 오매불망 기다렸는지 아느냐!”

         

       “죄송합니다. 가주님.”

         

       …뭐지?

         

       호천안이 혼란에 빠져 속으로 중얼거릴 때였다. 모용창천의 시선이 다시 호천안에게 꽂혔다.

         

       “자네도 마찬가지일세! 허어, 참 자네를 만나는 날을 이리 학수고대하고 있었거늘 어찌 사람이 이리 무심한가!”

         

       “…예? 아아, 죄송합니다?”

         

       호천안은 자신의 어깨를 친근하게 두들기는 모용창천의 모습에 당황했다. 그러나 호천안의 느낄 당혹스러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어허! 가주! 초면에 격의 없이 친근하게 구니 우리 가문의 사위께서 당황하셨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아무리 반가워도 예의는 지켜야지요!”

         

       호천안의 편을 들어주는 장로들. 모용창천의 격의 없음을 타박하면서 은근슬쩍 사위라는 말을 쓰는 장로들의 행동에 호천안은 마른침을 삼켰다.

         

       “하하하! 미안합니다. 내 너무 반가워서 그만…”

         

       “먼 길 오신 손님이지 않습니까. 우선 편히 모시는게 순서 아니겠습니까!”

         

       “어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손님이라니요! 가족이지요!”

         

       뭐지,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

         

       호천안은 혼란에 빠졌으나 사실 모용세가의 대응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정상이었다.

         

       현재 무림에서 호천안의 위상은 어떠한가. 향후 무림을 이끌어나갈 신성 그 자체였다. 또한 그 영향력은 어떠한가. 구파일방, 점창파, 암룡문 등 천하에서 이름난 문파와 우호적인 관계이며 향후 천하의 패자로 떠오를지 모를 천마신교와 확실한 접점을 지녔다.

         

       그 영향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갓 받은 전서구에 따르면 금명월이 유야 공주였으니 황실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소리 아니겠는가.

         

       호천안은 가문의 기둥뿌리를 뽑아서라도 붙잡아 인연을 만들어내야 할 자였다. 그런데 그런 자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친근함을 연기하는게 뭐가 대수일까.

         

       모용연화?

         

       모용연화는 가문의 죄인이 아니라 호천안을 사윗감으로 물어온 가문의 복덩이였거늘 모용세가의 그 누가 무어라 하겠는가.

         

       “허허 참 인물도 훤칠하구만! 우리 연화와 좋은 짝이 되겠어!”

         

       “그 얼굴을 평생 가리고 살았다니 참 안타까운 일일세!”

         

       가문의 복덩이, 모용연화는 얼굴 칭찬까지 일삼는 장로들의 공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호천안을 보며 살풋 웃었다.

         

       ‘호천안 대협께서는 정말 지금과 같은 사태를 조금도 예상하지 못하신 모양이네요.’

         

       악양에서 모용세가까지의 여정을 떠올려 본 모용연화는 쓴웃음을 지었다.

         

       세상에 다시 없을 사윗감인 호천안이 다른 곳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소가포목점에서는 집도 절도 없는 주제에 금 삼백 냥을 헛된 곳에 쏟아부은 정신나간 투자자 취급을 받았고. 혁기린과의 혼인을 위해서는 온갖 고생을 다 하면서 천하를 누볐다. 암룡문에서는 이득을 짜내려는 독고영천과 수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천하 모든 이들이 모셔가고 싶은 사윗감이었지만 정작 그러한 대우를 받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호천안이니 자연스럽게 모용세가에서도 갖은 고생을 할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자자! 우선 연회부터 엽시다!”

         

       “좋소! 모용세가의 모든 이들 불러모아서 성대하게 연회를 열어 봅시다!”

         

       호천안이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어화둥둥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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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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