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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6

    <556 – 좋은 말씀 전하로 왔어요(2)>

     

    황제님이 황궁에서부터 줄곧 나를 돕는 이유는 한 가지 목적에 기인했다.

    오모시로이 교장님을 뎅강 썰어버릴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목적!

    하늘 아래 바퀴벌레와 함께 살 수 없다며 값비싼 세스코를 부르는 가장의 일념으로 악룡퇴치의 기치를 품고 신물가챠에 몰두해온 황제님다운 목적이다.

     

    “지구라. 그 차원계는 무얼 하는 차원이지?”

    “인간들이 온갖 변방 행성계의 사악한 초월자들이 장악한 놀이터를 재미 삼아 침공하며 노는 인간들의 놀이터죠!”

     

    가상현실게임으로 온갖 종류의 게임을 즐기는 현대문명을 표현하려면 이렇게 해야겠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셨는지 황제님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그거 참 무시무시한 세상이구나. 허나 짐이 바라기에 이보다 좋을 세상이 없도다.”

    “어때요? 구미가 당기세요?”

    “물론이다. 다만 다른 차원계의 속성을 끌어와 몸을 숨기려면 해당 차원계의 지식뿐만 아니라 기억 또한 필요하거늘, 차원계의 좌표는 어찌 구할 수 있느냐.”

     

    나는 번쩍 손을 들었다.

    잇츠 미.

     

    “바로 저랍니다!”

    “짐조차 알지 못하는 차원계의 좌표를…?”

     

    황제의 눈에 깨달음이 스쳤다.

    후후.

    영광으로 여기십시오, 황제파파.

     

    “그런가. 네가…”

     

    베프 즈앙도 매스각키도 모르던 나의 비밀.

    지구 출신 빙의자라는 사실을 제일 먼저 깨닫게 된 것을!

     

    “암흑마나를 받아들인 것은 평범한 방법으로는 찾아낼 수 없는 암흑차원계의 차원좌표를 수색하여 악룡 오모시로이조차 모를 세계를 찾아내기 위함이었나.”

    “넹?”

    “속일 필요는 없다. 짐은 탓할 의도가 전혀 없으니. 악룡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면 암흑마나조차도 필요한 힘이라 여기고 있다.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성검도 마검도 가리지 않는 것이 칼잡이의 운명이지.”

    “지구는 마신이 지배하는 암흑차원계에 속한 사악한 차원 같은 게 아닌데요??”

    “다른 차원들을 ‘재미 삼아 침공’할 정도로 사악한 차원이 아니더냐.”

     

    그게 그렇게 되나?!

     

    “교장을 죽이기 위해 무수한 암흑차원계의 좌표를 탐사하며 네 정신이 받았을 고통이 어찌나 컸을까. 그 노고에 짐의 마음이 다 아파지는구나.”

     

    내가 그렇게 고생을 했나? 갑자기 기억을 되짚고 싶어질 정도로 측은하게 여기는 눈빛!

     

    “짐에게 그대의 기억을 내비치거라. 기꺼이 그 차원의 지식을 접수하도록 하마.”

     

    그러세요!

    하고 뻗어지는 손에 순순히 머리를 맡기려던 나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찌리리 울리는 강렬한 위기감에 흠칫 놀라 뒷걸음질 쳤다.

    황제가 의아해하며 앞으로 뻗던 손을 멈추었다.

     

    “무얼 그리 놀라느냐. 짐이 한 일이라고는 공통된 대업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아니더냐.”

    “모, 몰?루… 잠깐만요.”

     

    조금 전의 느낌, 평범한 감각 이상이 아니었다.

    계단에서 허공으로 발을 헛디디며 느끼는 세상이 무너지는 끔찍한 기분보다 더한 감각.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는 절망감에 가깝다.

    그래, 고인물로서 몇 번이고 경험해온 그것.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서 회차 하나를 말아먹었을 때의 뼈저린 후회를 동반한 괴로움이다.

    조금 전, 나는 그런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고 무의식의 내가 경고했다.

    그게 무엇일까?

    찬찬히 기억을 되짚어 보니 알 수 있었다.

     

    -‘밖’에 나가거든 분명히 전해라. 이번이 첫 번째. 세 번째가 되면 그때는 확실하게 내가 찾아간다고.

     

    처음 그 현상이 일어난 것은 도비에게 동조마법으로 경험치를 잔뜩 끌어올릴 때였다.

     

    -기억해라. 인과는 부족하나 이 또한 엄연한 왜곡. 너와 내가 같은 위상에 서기까지 남은 시간은 한 번뿐. 그래, 이번이 두 번째였다.

     

    왜곡.

    평범한 회차진행으로는 있을 수 없는 현상.

    플레이어의 편의를 앞세운 치트키.

     

    ‘이번에 황제한테 지구의 차원좌표를 알려줬다면 틀림없이 세 번째가 되었을 거야!’

     

    하마터면 과거의 기억을 동조마법으로 불러와 존재의 동시성을 허락받은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해병>을 조기강림시킬뻔한 위기!

    내 손으로 세계가 멸망할 뻔했다는 사실에 이마부터 손끝까지 땀이 가득 맺혔다.

     

    ‘근력빌드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만 아직은 그 빌드를 깰 준비가 다 갖춰지지 않았는걸!’

     

    일격에 한해서라면 신조차도 죽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일격필살> 빌드.

    공들여 만든 나만의 공략법인 만큼 파훼에 필요한 공도 적지 않다.

     

    “준비가 되지 않았느냐?”

    “넹… 지금은 곤란해요…”

    “훗. 결전의 날은 지금이 아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말하거라. 짐은 무엇 하나 두렵지 않으니. 허나 이렇게 되면 곤란하게 되었구나. 때가 찾아오더라도 그 자리에 짐이 없다면 뜻을 이룰 수 없으니, 차원마법에 지구의 계를 추가할 수 없다면 에고웨폰이 되어 짐이 숨어있는 작전은 무용지물이로다.”

     

    어쩔 수 없지.

    이건 우선순위의 문제다.

    교장님을 죽이려면 황제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황제님의 도움을 얻으면 <일격필살>의 세 번째 인과가 완성된다.

    지금의 나는 <일격필살>의 나를 이길 수 없다.

    즉, 내가 일격필살을 극복할 준비가 끝날 때까지 황제님에게 내 기억을 토대로 지구의 차원좌표를 깨닫게 만들 수가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나만 강해지면 이 모든 뜻을 이룰 수 있다.

    그렇게까지 해서 교장님을 죽여야 할 이유?

    생존도 불가능할 뉴비들은 모르지.

    졸업도 힘들 중수들도 모를 거다.

    졸업이나 간신히 해낼 고수들도 모르리라고 본다.

     

    최소 상급반 4학년 교육과정을 끝마칠 수 있는 자.

    나와 같은 고인물들만이 알 수 있다.

     

    운빨로 아카데미 졸업하기.

    이 게임에는 아주 끔찍한 기믹이 숨어있다.

    졸업파트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기능종합치를 이루고 충분한 성과를 이룬 사람은…

     

    -너 같은 훌륭한 녀석을 바깥세상에 풀어주기엔 너무 아쉽구나. 너, 아카데미의 교수가 되어라!

     

    교수취임을 목적으로 아카데미에 남아 대학원생 노릇을 하거나, 교수 짓을 하게 된다.

    학생파트에 이은 교수파트.

    교장을 죽여야만 아카데미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프트 아카데미 시즌2가 시작된다.

     

    그러니 예외는 없다.

    이 게임의 진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오모시로이 교장은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

    그가 살아있는 한, 졸업은 영영 불가능하기에.

    그러니 일격필살이 아닌 내게는 황제님이 필요하다.

    기존의 공략루트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빌드의 공략을 위해서.

     

     

    * * *

     

     

    황제는 측은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재단의 이사장. 그는 짐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모진 마음을 품었던 모양이군. 감정이 망가진 아이가 저만한 공포를 드러낼 정도의 트라우마를 심다니.”

     

    조금 전, 오크노디가 황제의 손을 잡았다면 악룡을 죽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녀의 제안은 실제로도 가능성이 보였다.

    악룡 오모시로이가 모를 암흑차원계의 가장 어둡고 사악한 차원의 힘을 빌려 존재를 숨긴 뒤, 에고웨폰에서 해방되어 악룡에게 불시의 일격을 먹인다.

    간격.

    수많은 차원의 장벽을 두른 그처럼 수많은 차원의 보호를 받고 있을 악룡 오모시로이.

    그의 지척에서 일격을 내지른다면 황제가 지닌 백겹의 차원장벽이 악룡이 지닌 백겹의 차원장벽을 지척에서 중화할 수 있다.

     

    반드시 통하는 검.

    첫 일격에 한해서라면 필중의 공격.

     

    그것이 에고웨폰이 될 황제에게 주어질 이득이다.

    제국의 황제인 자신의 마음조차 누그러뜨릴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아이 오크노디라면 분명 악룡 오모시로이를 상대로도 그런 기회를 만들 수 있겠지.

    하지만 오크노디는 물러섰다.

    결코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전신에서 비처럼 땀을 쏟아내면서.

    명백한 공포심.

    의식하지 못했기에 더욱 진솔한 당혹스러움.

    무의식적인 공포는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그녀의 몸에 새겨넣었다고 봐야 한다.

    누가 가능할까.

    저 아이에게.

    그만큼의 공포를 무의식중에 새기는 행위가.

     

    오직 한 사람밖에 없다.

    제국의 삼대거악.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사장.

     

    세상에서 제일 강하지는 않을지라도,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권력을 움켜쥐진 못할지라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비밀과 신비를 깨우치진 못할지라도.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자를 한 명만 고른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를 수 있는 자.

     

    <제일 와이히엠하이>

     

    이 남자가 자신과 오크노디의 연합을 막았다.

    마치 언젠가 이 순간이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과연. 짐의 신경을 거스를 정도인 삼대거악의 필두다운 수완이군.”

     

    오크노디라는 희망을 보여주되, 그 희망을 다루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이제 황제는 오크노디를 살려야만 한다.

    제국을 포기하고 야인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이 제국과 황제를 조종하기 위한 심계라면.

    이 원대한 심계는 세상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다.

    제일 와이히엠하이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내임을 몸소 증명해낸 것이다.

     

    “때가 되면 언더월드에 전령을 보내라. 짐이 곧 지하세계의 황제가 되어 뜻을 이룰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지어니.”

    “에잇. 일이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죠. 먼저 올라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황제파파!”

     

    황제는 떠나는 오크노디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았다.

     

    “어찌하시겠습니까? 재단과 오크노디는 뜻을 이루었고 황제폐하도 뜻을 이룰 희망은 보였습니다만, 이 구도에 만족하실 폐하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이다. 짐은 하늘 아래 그 누구도 군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였다. 그 유일신 소페미아의 용사들에게도 진정한 영광을 누릴 기회를 허락지 않았지.”

     

    용사들조차 도구로 다루었거늘, 재단 따위에게 당할 수는 없다.

     

    “우선은 이 지하세계의 평정을 짐의 패도를 위한 새로운 첫걸음으로 삼는다.”

     

    DLC컨텐츠의 난이도가 미친 듯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흑막파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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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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