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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6

        

       “주술사라…. 대부분은 무해한 존재들이기는 한데….”

         

       “흠….”

         

       물론 주술사라는 능력자들이 위험한 존재라는 것은 아니었다.

       주술사 대부분은 오직 자신의 목표만을 위해 매진하는 수도승 같은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마피아 같은 어둠의 세계로 빠지는 무인들, 테러 단체에 가입하거나 새로운 마약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는 연금술사 등을 생각해본다면…. 주술사는 능력자 중에서는 범죄자 비율이 매우 낮은 축에 속했다.

         

       국가의 입장에서 주술사는 통제하기는 힘들지만 유용한 힘을 가진 능력자였으며, 언제든 권력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재원이었다. 물론 짐작조차 하기 힘든 사상과 생각, 행동은 문제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호의를 보이면 적어도 그게 적의로 다가오지는 않으니, 그냥 ‘내가 당신에게 이렇게 호의가 있다.’라는 태도만 보여준다면 적어도 손해는 아닌 이들이기도 했고.

         

       그런데 문제는.

       이 주술사라는 작자들이 한 번 사고를 치면 정말 크게 친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주술사의 불법 행위는 아마존의 생물에 관한 연구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학자가 주술사와 함께 벌목하지 못하도록 막아 기업에 손해를 입혔던 일이다. 브라질 당국이 나서서 중재에 나선 후에야 서로 합의를 볼 수 있었는데, 기업, 국가, 학계 이 모두와 얽힌 일이라서 그런지 틈만 나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사건이었다.

         

       그래.

       ‘널리 알려진’ 행위가 저것이다.

         

       그것 아는가?

       보도되는 사건은, 실제 일어나는 사건의 한 줌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상에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일 중 대부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알려지지 않는다.

       너무 하찮아서, 관심을 끌지 못할 것 같아서, 관계자 모두의 합의가 있어서, 기밀에 얽혀 있어서, 알려지면 모방 범죄가 늘어날 수 있어서, 2차 피해를 우려해서, 너무 잔인해서 등….

       그러한 수많은 이유로 인해, 많은 일들은 묻힌다.

         

       그리고 그렇게 묻힌 것 중, 주술사가 벌인 어마어마한 것들도 존재한다.

         

       어떤 곳에서는 그냥 구전으로 전해지는 옛날이야기처럼 남고.

       어떤 곳에서는 도시 괴담처럼 떠돌며 허황한 것으로 취급되고.

       어떤 곳에서는 기밀로 분류된 채 정보기관의 서랍 속에 잠들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아예 존재 자체가 삭제되기도 한다.

         

       언제쯤이었던가.

       남미에서 끔찍한 소문이 돌았던 적이 있었다.

       미친 살인마가 아즈텍 유적에서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짓을 한다는 소문.

       한밤중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그 미친 살인마에게 붙잡혀 깃털 달린 뱀에게 바쳐지게 된다는 무서운 소문이었다.

       사람들은 이 소문을 아즈텍 유적에서 발견된 토막 난 시체들 때문이라고 그냥 넘겼고, 이내 그 시체가 악명 높은 갱들의 것임을 알게 된 후 ‘에이. 그냥 갱들이 죽인 거구먼. 일상적인 일이네.’ 하고 넘기며 그 소문은 사그라들었더란다.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남미의 일상처럼 보이는 이 사건.

       조금 잔혹하기는 하지만, 남미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을법한 이 사건은…. 놀랍게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이 참상을 만들어낸 것이 주술사라는 것이다.

         

       정보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남미에 방문한 주술사가 그 지역에서 악명이 높던 갱단과 얽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찰이 일어나게 되었고, 주술사는 자신을 습격한 갱단을 물리치기 위해서 그들과 전투를 시작하였다.

       아즈텍 유적에서 발견된 토막이 난 시체는 그 전투의 흔적이었다.

         

       물론 그 주술사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능력이 독과 관련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토막 난 시체가, 그것도 아즈텍 유적 안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이야기겠지.

         

       정보기관들에서는 그 주술사가 인신공양 의식을 행하여 갱단을 몰살시켰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어느 지역에서는 밀렵꾼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일이 연달아 벌어진 일도 있었다.

       몸에 진물이 줄줄 흐르면서 피부가 짓무르고, 시간이 지나면 아예 산채로 썩어버리기까지 하는 끔찍한 병이었다. 당연하게도 병에 걸린 이들은 고통스럽다면서 울부짖었는데, 아무리 강한 진통제를 놓아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 한다.

       이 끔찍한 병을 본 이들은 끔찍한 질병이 나타났다고 공포에 질렸으며, 병에 걸린 이들이 전부 밀렵꾼이라는 점을 들어 인수공통 감염병이라고 여기며 아예 의심 지역 전체를 봉쇄해버리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조사를 거듭하였는데….

       조사 끝에 밝혀진 사실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들기 충분한 것이었으니.

       이 밀렵꾼들을 죽인 것이 신종 질병이 아니라 방사능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물론 방사능도 위험하기는 하다.

       하지만 신종 질병보다는 나은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끓어올랐던 공포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후에 ‘밀렵꾼들이 폐병원에서 얻은 방사성 물질을 몸에 좋은 약이라고 생각해 나누어 먹었다.’라는 후속보도가 이어짐에 따라 밀렵꾼들의 멍청한 행동을 비웃으며, 그렇게 관심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단순히 밀렵꾼들이 멍청한 행동을 해서 죽었다-는 보도와는 다르게, 이 사건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었다.

       이 밀렵꾼들은 폐병원에 간 적도 없으며, 방사성 물질을 약으로 먹은 적도 없다는 것이다.

         

       정보기관이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로 조사한 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는 주술사가 머무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 주술사는 동물무리 하나와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동물무리에게서 필요한 약초나 식물을 얻고 그 대가로 그들에게 먹이를 제공해주는- 일종의 공생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 밀렵꾼들이 등장하였다.

       밀렵꾼들은 주술사와 공생관계였던 동물들을 죄다 죽이거나 포획해서 가져갔고, 주술사는 그것을 막기 위해 나섰지만…. 의식 때문에 벌거벗고 있던 병 걸린 늙은이의 모습이 위엄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었겠는가?

         

       심지어 그 밀렵꾼들은 범죄 조직에 동물을 파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살인 경험이 있기까지 한 놈들이었다.

       당연하게도 밀렵꾼들은 주술사를 위협하였다.

       심지어 주술사에게 마취총을 발사하기까지 하였는데, 대형 동물을 포획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된 것이라 노인이 맞으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었다. 물론 주술사가 그런 공격에 맞을 리는 없었고, 이런 것은 소용이 없다고. 동물을 풀어놓고 가라고 정중하게 요청하였지만….

       이 멍청한 밀렵꾼들은 그 정중한 요청에도 마음을 고쳐먹지 않았고, 도리어 그가 만들고 있던 제단 일부를 부수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주술사는 분노하였다.

       그는 주술을 이용해 그들을 마비시켰고, 가지고 다니던 방사성 물질을 그들의 체내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숲속에서 동물에게 죽어서 고통이 금방 끝나는 일이 없도록, 혹여 그 시체가 동물에게 뜯어먹혀 다른 동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그들을 마을로 고이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렇게 마을로 돌아온 이들은- 방사능에 의해 몸이 붕괴하는 고통을 느끼며 죽었다.

       세포 하나하나가 붕괴하고, 몸이 산채로 썩어들어가고.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으리라.

         

       어찌 보면 업보를 돌려받은 것이지만, 어찌 보면 이것은 살인이었다.

       법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살인 말이다.

         

       하지만 그 주술사는 처벌받지 않았다.

         

       그 주술사가 있던 곳의 치안은 거의 무정부 상태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그 주술사가 각국의 권력자들과 친한 존재라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그렇게 진상은 묻혔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무력을 사용해도 되는 지역이라는 당연한 이유로.

       자신과 친분이 있으며 큰 도움을 주는 주술사가 감히 가십거리로 씹히기를 바라지 않았던 권력자의 도움으로.

         

       그리고 이와 비슷한 일들은 여럿이 존재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에 약간의 상징을 추가하고 의식을 행하면 위험한 주술을 사용할 수 있음을 발견한 주술사가 대기업 회장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뒤 전량 리콜하게 만든 일, 위험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유적지라는 이유로 강을 범람시켜 마을이 수몰되게 만들어버린 일, 과한 욕심을 부리며 주술사를 등쳐먹으려 했던 지역 유지의 집안에 저주가 걸려버린 일 등….

         

       주술사가 일으키는 사건들은 일반적인 능력자들이 벌이는 것과는 스케일이 달랐다.

         

       권력자와 얽혀 있는 것은 기본이고, 작게는 지역. 크게는 국가까지 관련이 된다.

         

       그나마 그들이 벌이는 것에는 하나같이 정당방위나 복수 같은 납득 가능한 명분이 존재하고, 빠져나갈 구멍들도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골치 아픈 일들임은 분명하긴 했다.

       특히나 하나하나가 뉴스거리가 되기 충분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말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런 숨겨진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일수록 주술사를 경계하고 조심하게 된다. 아니, 주술사가 벌인 일들을 하나하나 읽기만 해도 ‘이것들은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나는구나.’라고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권력을 오랫동안 가진 곳일수록, 강한 권력을 가진 곳일수록 주술사와 친분을 가지려 노력한다.

         

       그들이 행할 수 있는 일이 어느 정도인지 아니까.

       그들에게 은혜를 베풀면 어찌 돌아올지 알고, 그들에게 원한을 사면 어찌 될지 아니까.

         

       그리고 이번 루카스의 습격은, 이러한 주술사에 대한 인식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마 갑작스럽게 계획을 바꾼 건 그 주술사 때문이겠지?”

         

       “예.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에 있는, 그 주술사의 사례 때문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갓 성인이 된 진성에 대한 존중과 공포 때문이라기보다는.

       얼마 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대형 사고를 쳐버린 주술사, ‘재해술사’의 사례 때문에 생긴 경계심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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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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