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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7

       *** ***

         

       솔직히 말하겠다.

         

       모용세가에서 나와 모용연화의 혼인을 반대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나라는 인물의 조건이 나쁘지도 않을뿐더러 모용세가는 이래저래 나에게 빚진 것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왜 긴장했느냐.

         

       모용연화의 혼사와 모용연화 개인의 문제는 별개로 따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보통 뿌리 깊은 가문은 보통 완고할 정도로 가문의 원칙을 고집하곤 하니 말이다. 그러니 혼인은 허락하되 모용연화 개인에게는 벌이 주어질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모용세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나라는 손님과 모용연화를 딱 분리해서 대우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모용연화를 보는 눈길에서 꿀이 떨어지는 것을 보아하니 그것도 아닌 모양.

         

       이 정도 신랑감을 물어 왔으면 다소의 과오 정도는 눈 감아 줄수도 있지!

         

       모용세가의 장로와 가주들이 보인 태도는 딱 이러했다.

         

       그리고 그런 모용세가의 태도에 나는 새삼스레 내 위치를 자각했다.

         

       이몸 호천안.

         

       이십대 화경 고수. 무림 영웅. 그리고 천마신교의 성자.

         

       비록 악양에서 장모님께 구박을 받고 낙양에선 제 동생 못 준다고 거품을 무는 유경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내 사회적, 아니 무림적 지위였다.

         

       “자 오늘은 우리 모용세가에 새 식구가 생기는 경사스러운 날이오! 모두 잔을 높이 들어 새 식구가 된 호천안을 환영해줍시다!”

         

       “건배!”

         

       그 사실을 새삼 자각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 결국 모용연화와의 결혼은 나만 좋은 일이 아니라 모용세가에도 좋은 일이었으니 눈치 보지 않고 즐기면 될 일 아니겠는가.

         

       “하하하! 이리 환영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기뻐해주니 우리가 더 고맙구만!”

         

       “하하하하! 자 명주란 명주는 모두 내놓았으니 마음껏 마시게나!”

         

       그러니 모용세가에서 열어준 성대한 연회와 열렬한 환영도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래. 즐기기만 하면 됐다.

         

       그게 바로 문제였다.

         

       술 한잔을 목구멍을 털어넣기 무섭게 떨어지는 찬탄.

         

       “캬! 술을 넘기는 모습이 참으로 호쾌하군!”

         

       “그야말로 영웅의 기상일세!”

         

       그래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 알겠는데…아무리 그래도 술 한잔 마셨다고 이런 반응이라니.

         

       “술잔을 잡는 모양새가 새끼손가락을 떼는 것이 참으로 풍류가 있어 보이는군!”

         

       “허허, 저게 바로 멋이라는 것이오!”

         

       그저 잔이 작아서 손가락이 놀았을 뿐이었다.

         

       “하하, 과한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좀 적당히 하라는 말을 슬쩍 돌려서 해 보았더니 나를 둘러싼 모용씨들을 상체를 뒤로 젖히며 깜짝 놀라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허어! 방금 들으셨소? 어찌 겸양까지 갖추셨단 말이오!”

         

       “하하하하! 문화의 중심지인 동정호에서도 뇌검낭인을 흠모하여 흑립을 쓰고 다닌다 들었거늘 참으로 겸손하시오!”

         

       와하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모용씨들. 나는 그런 모용씨들 사이에 서서 입가가 푸들거리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야 했다.

         

       그래. 모용세가의 사람들이 나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 알겠는데…술잔을 잡았다고 난리고 빈말을 던졌더니 칭송이니 이건 뭐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조리돌림 아니냐고.

         

       “그래, 잘 즐기고 계시오?”

         

       이 고도의 돌려까기 현장을 어떻게 타파해야 하나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때, 가주인 모용창천이 다가왔다. 그렇기에 나는 잽싸게 입을 열었다.

         

       “하하하. 예 물론입니다. 모용세가의 사람들이 이렇게 [친절]하고 [재치]있는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제발 좀 얘들이 이런 짓좀 그만하게 해주세요.

         

       그런 간절한 소망을 담아 모용창천을 쳐다보았다. 가주라면 분명 최소한의 눈치는 있을 터. 내가 지금 이런 상황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충분히 눈치챌 수…

         

       “하하하하하!! 그래 벌써 식구들과 친해졌다니 참으로 기쁘구려.”

         

       …없었던 모양이다.

         

       “…예 그렇지요.”

         

       “와하하하하! 호천안 대협께서 그리 느끼셨다니 이 모용 모 몸둘 바를 모르겠구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모용씨들이 터트리는 웃음연쇄공명에 내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도움. 도움이 필요하다. 모용연화에게 긴급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지만 모용연화는 이미 모용세가의 여인들 사이에서 중심이 되어 있었다.

         

       남의 연애담에 굶주린 눈을 번뜩이고 있는 여성진들 사이에서 진땀을 빼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날 도와줄 여유는 없어 보였다.

         

       “허어, 아주 눈에서 꿀이 떨어지시는구려.”

         

       “하하하! 아주 사랑꾼이오! 사랑꾼!”

         

       괜히 고개 한번 돌렸다가 또 다시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 모용씨들. 모용연화와의 애정이 주제가 되면 정말 버티기 힘들다.

         

       그야…지금까지의 칭찬은 내 머릿속에 마구니가 끼었다고 넘길 수 있지만 상대가 다섯이나 되는 애정이 주제가 되어버리면 진짜 조리돌림이 되어버려…!

         

       그랬다가는 수치사로 죽어버릴지도 모를 일.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고 이내 적절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무공!

         

       대화의 주제를 무공으로 돌리자!

         

       무림인이라면 무조건 화두가 넘어갈 수밖에 없는 주제! 무지성 호감작을 시도하는 모용세가의 인원들도 무공이라는 화두에는 넘어갈 수밖에 없겠지!

         

       “하하하하하!”

         

       일단은 웃음으로 포문을 열었다. 내가 웃으니 일단 따라 웃어주는 모용씨들.

         

       “그나저나 놀랍습니다. 천하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견문이 넓다 자부하던 몸이었지만 모용세가 무인들의 기세는 참으로 남다르군요.”

         

       무지성 칭찬을 준비하던 모용씨들이 멈칫했다. 그야 아무리 지성을 쏙 뺀 상태라도 ‘하하하 우리 모용세가가 좀 치지요! 거 뇌검낭인께서도 뭘 좀 아는구만!’이라고 말 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의 기개가 헌양하고 또한 단련도 역시 뛰어나니 과연 모용세가가 이 드넓은 천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유가 있구나 절로 납득이 갔습니다.”

         

       영업 미소 대신 진짜로 입가를 씰룩이는 모용씨들. 그래 무림인에게는 무공이 곧 정답 아니겠는가. 잘하면 이 무지성 접대인지 조리돌림인지 헷갈리는 상황을 타파하고 내 흐름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

         

       “연화 소저가 전개하는 패도일휘검과 반연무월검. 그 강맹함과 부드러움의 조화를 견식하며 많은 영감을 얻었지요.”

         

       “오! 그렇소?”

         

       “물론입니다. 모용연화 소저를 통해 패도일휘검의 정수를 접할 때마다 늘 감탄을 했으니까요.”

         

       “하하하! 이것 참 정말 기꺼운 말이로군요!”

         

       자기 가문 무공 칭찬에 진짜 미소를 지어보이는 모용씨들. 그와 동시에 어조도 분위기도 급속도로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저희야말로 호천안 대협의 무공이 궁금합니다. 천하에서도 몇 없는 뇌공이고, 현 무림에서 뇌공으로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는 없지 않습니까.”

         

       “예. 게다가 큰 대검을 쓰는 무인도 몇 없지요. 소문으로만 듣던 벅력성의 정체도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래 이게 진짜 교류지. 무지성 칭찬만 한다고 교류인가? 대화는 주고 받아야 성립이 되는 법. 잔을 잡은 손끝이 놀았다고 들어오는 칭찬에 뭐 새끼손까락 손톱을 이쁘게 잘랐다고 칭찬해 줄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하하하. 물론이지요. 저 역시 반원무월검의 정수나 쌍극패월검을 경험해 보고 싶던 차였으니 마음이 통했다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것 참기대되는구려!”

         

       “하하하하하!”

         

       접대웃음연쇄공명 따위가 아닌 진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을 터트리고 있을 때였다.

         

       “뇌검낭인께서 진정 모용세가의 검술을 맛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보여드릴 수 있소!”

         

       누군가가 우렁차게 소리쳤다.

         

       순간 뚝 끊기는 웃음소리. 내 주면에 있는 모용씨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지워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한탄했다.

         

       고개를 돌려 소란의 진원지를 바라보니 대충 나랑 나잇대가 비슷해 보이는 사내 한 명이 서 있었다. 누가 봐도 한 판 붙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눈빛을 마구마구 쏘아내고 있는 자.

         

       아 그래. 무림인 하면 호승심이고 호승심 하면 또 후기지수 아니겠는가.

         

        나는 재빨리 견적을 살폈다. 당연히 내 눈앞에 있는 모용땡씨의 견적이 아니라 지금 이 분위기를 되돌릴 수 있는지에 대한 견적이었다. 아니 겨우 띄워 놓은 분위기에서 숨 한번 겨우 쉬었을 뿐인데 또 박살나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래 심폐소생 잘만 하면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소협의 이름을 알 수 있겠소?”

         

       “본인은 모용강이라 하요!”

         

       “하하. 모용강 소협. 내 어찌 기개 있는 무인과의 교류를 거절하겠소? 따로 약속을 잡아 무공을 논하는 것이 어떠하오?”

         

       야야, 여기 내 옆에 좀 보라고. 가문의 장로님들과 실세들의 불타는 안광이 눈에 안 들어오니? 일단 너는 지금 여기서 물러나도 반죽음 확정이야. 제발 눈치 좀 챙기고 들어가라.

         

       “굳이 미룰 것이 무엇 있겠소? 무인은 언제든지 검을 뽑을 수 있는 법 아니겠소?”

         

       그렇게 간절히 바랬건만 눈치 없음은 모용세가의 혈통인지 도리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검병에 손을 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대체 이 친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진짜 수를 받아주자니 연회장에서 객이 검을 뽑는 일은 큰 실례였고 그렇다고 그냥 넘길 수도 없는 상황.

         

       그럴 때였다.

         

       “허허, 이 녀석. 좋은 날이라고 너무 마셔서 술에 취했구나.”

         

       장로 중 한 사람이 나서 모용강의 등을 퍽 하고 두드렸다. 단번에 모용강의 얼굴이 헬쓱해질 정도로 고도의 기공이 담긴 퍽이었다.

         

       “크읍! 어르신…?”

         

       “허허허허! 괜찮다. 괜찮아. 좀 쉬다 오려무나!”

         

       퍽! 퍽! 퍽!

         

       강렬한 타격음이 연신 터지며 그 타격을 이기지 비틀거리는 모용강. 이내 안색이 창백해 진 녀석이 뭐라 입을 열려 했지만 이내 내 주변에 있던 다른 모용씨 한 사람이 부축하는 척 하며 팔로 모용강의 머리를 휘감았다.

         

       “하하하! 녀석 이리 비틀거릴 정도로 취하다니! 내 부축을 좀 해주마!”

         

       “커억! 컥!”

         

       당장이라도 숨통을 끊어버리겠다는 의지가 넘치는 팔뚝에 휘감긴 모용강이 질질 끌려나갔다. 그야말로 신속한 퇴장이었지만 모용강이 사라지고 난 뒤 연회장에 남은 것은…정적뿐이었다.

         

       “하하, 소란이 있었군!”

         

       별 거 아닌 일로 치부하고 넘기기로 작정한 듯 웃어보이는 가주. 나 역시 그 마음에 동의하며 적당히 답했다.

         

       “하하하, 예 흥에 취하면 이런 저런 일들이 벌어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부끄럽구만! 추태를 보였네.”

         

       “하하하하하!”

         

       그러나 어색해진 분위기는 도무지 돌이킬 수가 없었으니 또 다시 접대웃음연쇄공명이 펼쳐졌고 난 그 접대웃음연쇄공명의 한복판에 서서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직감했다.

         

       일주일에서 이주일 남짓할 모용세가에서의 생활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

         

       “와하하하하!!”

         

       나는 끝없이 웃음을 터트리며 지독한 모용세가생활에 첫 발을 내딛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넌씨눈일족사이에 떨어진 알잘딱깔센

    *

    죄송합니다. 오늘 연재는 많이 늦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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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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