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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7

        

         

       재해술사.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주술사.

         

       별명만 들으면 폭풍과 지진을 몰고 다니고, 세상 곳곳을 멸망시키려 하는 악당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저 거창한 별명과는 달리, 학자였다.

         

       케네스(Kenneth)라는 이름의 재해술사는 주술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학계에서 꽤 이름을 알린 지질학자였다. 지구물리학과 관련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여러 곳에서 화석을 발굴함으로써 고생물학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용각류(Sauropod) 공룡들의 온전한 화석을 발굴했을 때는 아예 뉴스에까지 출연했을 정도이며, 그 외에도 그가 발굴한 화석들이 미국 전역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었으니…. 고생물학계에서 그의 위상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그뿐이랴?

       구조지질학 쪽에서도 여러 업적을 세웠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마력 반사흔을 이용한 지진파를 수반한 단측작용의 측정’이었다.

       레이더 센서를 연구하던 동료 교수의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장비를 가지고 놀다가 얻은 영감으로 시작된 이 연구는 예전보다 훨씬 정밀하게 지진 예측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지진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재앙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재앙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로 인해 구해진 생명과 재산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이리라.

         

       게다가 돈도 많았다.

       케네스의 지질학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높았고, 그것을 사용해 돈을 버는 것을 딱히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자원을 탐사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재능을 활용해 돈을 벌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자원은 많은 이권이 얽히는 곳이다.

       그 이권에 얽혀있는 이들이 힘이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땅속에서 발견되는 자원 중 석유만 생각하더라도…. 그 힘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케네스.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돈.

       권력.

       명성까지.

         

       모두 말이다.

         

       하지만 이토록 부족함이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언제나 부족함을 느낀다.

       갈망에는 끝이 없고, 만족에는 영원함이 없는 법이 아니겠는가.

         

       케네스는 단순히 연구하는 것을 넘어, 세상에 이바지하고 싶어했다.

       단순히 지진을 예측하는 장치의 개발에 도움을 준다거나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기 손으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 재앙에 신음하는 이들이 없게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돈을 쏟아붓는다고 하더라도 확실하지 않은 것이 재해에 대한 대비다.

       단체가, 국가가 하더라도 어려운 일을 어찌 일개 개인이 할 수 있겠는가?

         

       많은 이들은 케네스의 이러한 소망을 허황한 것으로 생각했다.

       혹은 그의 허황한 것처럼 보이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연구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였고.

         

       하지만 케네스는 결국 방법을 찾아냈다.

         

       주술.

         

       이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능력을 사용한다면 재해를 컨트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는 늙은 나이에 주술에 입문하게 되었고, 주술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주술은 딱히 재능을 타고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정확한 방법으로 주술을 행하고, 대가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그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주술이었다.

         

       케네스는 온갖 곳에 퍼져있는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주술을 긁어모았고, 그 주술들을 모조리 외웠다. 그렇게 주술사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한편, 자신의 소망과 관련이 있는 ‘재해’와 관련된 주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재해라는 것은 그야말로 자연이 만들어낸 재앙 그 자체.

       그러한 재앙과 관련된 주술이라면- 필히 앞에 대(大)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대주술 의식.

         

       국가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며, 말도 안 될 정도의 어마어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미친 의식.

         

       그런 것을 연구하는 것은…빈말로라도 쉽다고 할 수 없었다.

         

       한 번 사용하려면 어마어마한 예산과 시간을 쏟아붓는 것은 물론이고, 대주술 의식을 같이 행해줄 이들이 필요했다.

         

       그래.

       대주술 의식의 ‘대가’를 함께 짊어져 줄 이들이 말이다.

         

       그게 쉬운 일일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케네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기 재산을 사용하고, 자신의 인맥을 사용하고, 자신의 명성을 사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냥 연구용 예산을 충당하기 위한 용도로만 행했던 돈벌이를 적극적으로 행했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주술에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그는 국가의 도움 없이, 대주술 의식을 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행한 대주술은 일정 범위 지역에 풍년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그 지역의 범위는 대농장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그 반향은 엄청났다.

         

       그 이유는 세 가지.

         

       첫 번째는 케네스가 대주술 의식을 행하는 것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었다는 것.

       두 번째는 그가 대주술 의식을 사용하는 지역에 거대한 토네이도가 휩쓸고 있었다는 것.

       세 번째는…그의 대주술 의식으로 인해, 토네이도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토네이도를 사라지게 만드는 주술이라니!

       생중계로 그것을 볼 수 있다니!

         

       당연히 그 여파는 강렬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그 주술을 행한 이가 학계에 이름이 높은 학자이기까지 했으니!

         

       케네스는 그 대주술 의식 한 번으로 어마어마한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그 유명세를 바탕으로 그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재해에 관해 연구하고, 재해를 막는 등의 활약을 하며 점점 유명해졌으나….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아주 큰 문제가 말이다.

         

       케네스가 사용하는 이능이 바로 ‘주술’이라는 것이다.

         

       주술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크든 작든.

       반드시.

         

       하물며 케네스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재해.

       반드시 어마어마한 대가를 요구하는 ‘대주술’과 관련이 될 수밖에 없었고….

         

       주술사가 되기 전에는 병치레 없이 건강했던 몸이 너덜너덜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잘 관리되어 윤기가 흐르던 머리카락은 죄다 빠져버렸고, 피부는 영양분을 쏙 빨리기라도 한 것처럼 푸석푸석하게 변했다. 보기 좋았던 몸은 비쩍 마르기 시작했고, 내장에 문제가 생기며 배만 불룩 튀어나왔다.

       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불쑥불쑥 격통이 온몸에 엄습하기도 하였고, 온갖 합병증을 달고 사는 몸이 되어버렸다.

         

       아마 넘치는 돈을 조금이라도 아꼈다면, 병상에 누워있어도 이상하지 않았겠지.

         

       그리고 몸의 건강이 나빠짐에 따라 그의 정신 건강도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고집이 있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그의 성격은 괴팍하게 변해갔고, 점차 극단적인 방향으로 변해갔다.

         

       이전이 조금 단단한 돌과 같았다면, 지금의 케네스는 돌을 갈아서 만들어낸 흉기와 같았다.

         

       정보기관에서는 이러한 케네스의 성향 변화를 보고 우려하였고….

       그리고 얼마 전, 결국 사건이 터져버렸다.

         

       [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 ]

       [ 강산성 온천수에 폐기물을 버리지 말라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말했지 않나!!! ]

       [ 쓰레기를 버려서 야생동물이 피해를 보아서!!! 쓰레기를, 폐기물을 버리지 말라고 했더니! 온천수에 갖다 버리고! 몇 번이나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하고!!! ]

       [ 이딴 짓거리를 벌이는 네놈들은 이곳을 연구할 자격이 없어!!! 이곳에서 당장 꺼져!!! ]

       [ 그리고 네놈들도 당장 꺼져! 관리? 이 귀한 곳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네놈들이 관리는 무슨 관리야!!! 지금부터 이곳은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해!!! ]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연구자들과 공무원들.

       케네스는 그들을 보고 격노했고, 그들을 모두 내쫓아버렸다.

       심지어 그들이 불평을 터뜨리려고 하자….

         

       [ 고온의 강산성 온천수를 범람시키겠다!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져-!!! ]

         

       사람 하나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강산성 온천수를 범람시켜버렸다.

       아니,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그것을 이용해 파도까지 일으키며 그들의 장비들을 집어삼켰고, 그들이 몸만 간신히 빠져나가게 했다.

         

       [ 지금부터 이곳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 들어온다고? 물로 만든 내 인형들과 싸우고 싶다면 그렇게 해라! ]

         

       그것으로 끝났냐?

       아니다.

         

       강산성 온천수를 재료로 사용해 골렘 비슷한 것을 만들었으며, 그것을 옐로스톤 국립공원 곳곳에 배치해놓은 뒤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물론 처음에는 가볍게 경고하며 내쫓는 정도였지만…. 무력을 사용해서 들어오려고 하면, 그 사람에게 다소의 상처를 입혀서라도 제압한 뒤 공원 밖으로 집어 던졌다.

         

       점거.

         

       그렇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점거당했다.

         

       케네스라는 학자이자 주술사에게 말이다.

         

       미국으로서는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고…참.

       뭐라 평가하기도 힘든, 기묘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무력으로 내쫓자니 경찰 수준으로는 힘들 것 같으니 군대를 동원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군대를 동원하기에는 케네스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명성이나 인맥이 너무 강하다. 아마 군대의 ‘군’자만 꺼내도 그와 친분이 있는 이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난리를 칠 것이 분명하리라.

       아니, 그들이 난리를 치지 않아도 아예 윗선에서 알아서 커트 될 확률이 높았다.

         

       어딜 미국의 소중한 천재 학자이자 주술사를 그리 강압적으로 대할 수 있냐며 말이다.

         

       능력자를 동원해서 잠입 후 제압?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굳이 주술사와 싸우고 싶어 하는 능력자는 별로 없었다.

         

       상대하기도 힘들고, 짜증 나고, 후환마저 두렵다.

       심지어 주술사라는 존재가 좋은 인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굳이 주술사와 싸워서 악연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별로 없었고.

         

       게다가 능력자를 투입하는 게 결정될 수도 없다.

       능력자와 싸우게 된다면 필히 주술을 사용하게 될 텐데, 그러면 케네스의 수명이 줄어들고 건강이 더 악화가 되는 것이 아닌가.

       케네스와 친분이 있는 이들이 그걸 바랄 리가 없다.

         

       그렇기에 지금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케네스에게 점거당해 있었다.

         

       …황당하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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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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