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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8

       

        

        

        

        

        

        

        

        

       ───치지지직!

        

        

        

       “…거대한 창고를 통째로 공장 비스무리한 걸로 개조했군요. 저기 차량에 EMP 대비용으로 붙어있는 플레이트만 떼다 팔아도 꽤 값이 나갈 것 같은 느낌이.”

        

       “추후 교전이 끝나면 우리가 알아서 수거할 거야. 그것도 그렇고 요즘은 자원보다 인간들이 더 귀중하잖아. 안 그래?”

        

       “레인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줄 몰랐군요.”

        

        

        

        사방팔방에서 터져나오는 용접용 불똥.

        

        족히 수백 기 가량의 이카루스 휴머노이드가 거대한 격납고 내부에 이리저리 고정되어있는 험비부터 장갑차에 탱크, ITV, 사륜 혹은 이륜 바이크에 무언가를 달고 있었다. 그 건너편에서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부품들이 무지막지한 속도로 생산되고 있는 와중이었고.

        

        그런 가운데,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의 인원이 그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팩토리 레이드가 본격적으로 개시된 이후, 수많은 유저들은 일제히 제3관문이었던 폐허를 넘어 저 멀리 사라지고 있는 공장을 뒤쫓-지 않았다. 예상보다도 더 많은 선택지가 이들을 기다렸기 때문이었다.

        

        조금은 딱딱한 말투 대신 레인이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아주 나이브하게 분류하자면, 주인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그림자들은 두 부류의 차량 중 하나를 탑승해서 적진으로 나가게 될 거야. 하나는 공장 침투용 차량이고, 다른 하나는 말 그대로…전투용 차량이지.”

        

       “이곳으로 오기 전 공장 근처의 관측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지요. 아주 골치아픈 모양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아무래도 주변의 적들을 처리해야 원활한 침투 혹은 교전이 가능하겠죠.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닐지.”

        

       “공장 이동 루트 따라서 줄지어 지어진 무장기지들 말이지?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 거긴 차량 추격전 대신 원초적인 전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남겨놓은 곳이니까. 물론 참여율이 부진하면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도 전력을 ‘더’ 보내야 하겠지만.”

        

        

        

        역시 그렇게 되나.

        

        레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의 말은 어떻게 보자면 처음에는 그냥 유저들이 원하는 대로 치고박고 싸우게 놔둔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다르게 해석하자면 제법 귀중한 차량과 재래식 병기들을 내던져도 상관없다는 뜻이었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번 인커젼이 저쪽 세계와 연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만약 연결된 상태였더라면 이딴…병기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짓거리는 하지 않았겠지. 다시 말해 저쪽 세계와 연결되지 않은 ‘가상현실’에서의 교전이었으니 가능했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도 그에 맞게 행동해야만 하지 않을까.

        

        

        거기에 더해, 진이 옆에서 추임새를 넣었다.

        

        

        

       “차량에 탑승한다는 뜻이 무조건 공장만을 쫓아 이동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이동 루트 측면에 길게 늘어선 무장기지 쪽으로 이동하여 타격할 수도 있습니다.”

        

       “대충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네. 쓸데없이 칼같이 구분해놓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해.”

        

       “좋아. 그러면 슬슬 원하는 차량을 골라줘. 5명이니만큼 최대로 탑승 가능한 차량은 최대 5대야. 차량 크기와 코스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전원이 바이크 같은 걸 타고 가지는 않겠지?”

        

       “일단 전장의 공기를 먼저 맛보고 와야 다음엔 뭘 타야 효율적인지 알 수 있겠죠.”

        

       “좋은 선택입니다.”

        

        

        

        물론,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몇 개 더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이카루스는 차량에 탑승한 친구들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아무런 성과도 못 낸 채 차량을 날려먹은 친구들에게 ‘하하, 그럴 수도 있죠. 여기 다른 차입니다. 가서 재미 좀 보고 다시 와도 됩니다.’ 라고 말할 성인군자가 아니었다.

        

        이를 조금 다르게 표현하자면…다시 차량을 타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기다려야 할 쿨타임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차량을 타고 얼마만큼 적을 줄였는지에 따라 줄어들었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성과제였다. 일종의.

        

        바로 그 때문에라도 탱크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었다. 만약 한 명도 못 잡고 탱크를 허망하게 날려먹었다가는 인게임 기준 72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 어떤 차량도 타지 못한 채 무장기지 공략전에만 참여해야 할 테니.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 다섯 명은 두 개의 팀으로 분할되었다.

        

        나와 올리비아가 첫 번째 팀, 하모니와 다이스 및 카토가 두 번째 팀. 나와 올리비아는 마개조된 바이크에 탑승할 예정이었고, 세컨드 팀은 무난하게 두꺼운 철판을 용접해둔 험비를 골랐다. 상부 무기는 유탄발사기 및 KPV 중기관총을 골랐고.

        

        구태여 물어보지 않아도 저 중기관총을 누가 왜 골랐는지는 알 것 같았다.

        

        

        물론 우리가 탑승할 바이크는 그보다도 훨씬 엄청난 물건이 될 예정이었다.

        

        

        

       “연료 라인이랑 연료통 몽땅 들어내고, 남는 공간은 무기로 채웁시다. 유탄발사기랑 레이저 커터 카트리지면 괜찮을 것 같은데.”

        

       “바이크를 선택한 이유가 없어지고 있어, 막내…이미 코스트가 뉴 막내들이 탑승한 험비를 뛰어넘고 있다고.”

        

       “이카루스 기어에 전력을 연결하게 되면 코스트 자체는 험비랑 비슷해질 거예요. 나머지는 저희들 운전 실력에 달렸긴 한데…뭐어, 그 정도는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자동 균형 시스템도 있고.”

        

       “…그래. 일단 우리가 가장 먼저 죽을 것 같네.”

        

        

        

        방금 말했듯이, 우선 연료 라인을 들어낸다.

        

        이미 이카루스 기어 자체가 훌륭한 전력 공급원이기 때문에 액체 연료를 먹는 시스템은 우리에게 필요가 없다. 따라서 상당한 공간이 확보된다. 엔진의 크기도 상당히 줄어들고. 바로 그 때문에 무기를 달 공간이 생겨난다.

        

        아까 말했듯이 무기는 유탄발사기랑 레이저 커터 카트리지. 후자를 발사하기 위한 동력은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충당 가능했으니, 냉각기만 잘 달아주면 어떻게든 된다. 거기에 급기동 보조를 위한 자세제어 부스터까지 추가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올리비아의 무장이었는데, 까놓고 말해서 나는 권총 하나와 수류탄 비스무리한 것들 외에는 딱히 가지고 갈 필요가 없었고, 올리비아가 뭘 가져갈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이는 정해져있었다.

        

        

        

       “M6 lynx. 괜찮죠? 바이크 위에서 사격 가능한 총기의 한계는 아마 그 정도가 끝이지 않을까 하는데.”

        

       “흐음.”

        

        

        

        그와 동시에 올리비아와 시선을 마주친다.

        

        당연하겠지만 저쪽의 표정은…상당히 즐거워보이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방금 전까지는 점잔을 빼고 있더니…몇 번이고 말했지만 저 양반도 결국에는 EM급 발현자다. 나와 로건, 로렌티나가 그랬던 것처럼 내부에 광기를 숨기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무튼 그 와중에도 필요최저한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안전장치를 빼버리고, 나머지를 빈틈없이 필요한 부분으로 채운다. 해당 견적을 제출하자마자 메카 막내들의 표정이 조금 기이해졌지만, 제출이 가능하단 것 자체가 제작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나.

        

        그 와중 순식간에 차량을 수령한 하모니 일행. 어느새 앞좌석에 탄 하모니와 각종 패널로 뒤덮인 기관총, 그리고 유탄발사기를 잡은 다이스 및 카토그래퍼는 시험 운전을 하러 가보겠다며 바로 옆의 트랙으로 향했다.

        

        

        

       “벌써 하나둘씩 출전 준비 중이네. 전선 인근에 푸른색 점이 빼곡하게 들어차고 있는 걸 보면….”

        

       “평소보다도 많네요. 상상 이상으로 대형 이벤트라 그런가.”

        

       “그럴지도.”

        

        

        

        그러더니 올리비아가 은근슬쩍 비밀 회선으로 덧붙였다.

        

        

        

       “옛날 생각 나네. 그때도 이런 바이크 타고 다닌 적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에 바이크에 레이저 라이플 달고 다니는 미치광이들만 모아놓은 게 태스크포스 레이저잖아요. 올리비아는 인원 땜빵한답시고 납치당했고.”

        

       “내가 그때만 생각하면 아주 열불이 나.”

        

       “그러게요. 그럴 거면 그냥 대거에 발현자들 다 모아놓지….”

        

        

        

        뭐어, 대강 그런 일이 있었다.

        

        좌우지간, 머잖아 우리 역시도 바이크를 수령할 수 있었다. 흡사 스포츠 바이크의 크기를 뻥튀기시켜놓은 것만 같은 거대한 크기. 나와 올리비아가 넉넉하게 탑승 가능할 수 있을 정도였다. 흡사 트론에 나오는 라이트바이크 같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모양새 자체는 마치 아나콘다처럼 날렵했고, 이런저런 추가 결과 흡사 과거 배트맨 영화에서 배트맨이 타고 다니던 텀블러에 뱀의 외형을 조금 섞은 무언가를 연상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모습이 되었다.

        

        어느새 M6 링스를 가져온 올리비아는 큭큭 웃으면서 의자에 자신의 몸을 고정했고, 나는 그녀의 허리를 꼬리로 감은 채 레인에게 덧붙였다.

        

        

        

       “확실하진 않지만, 레인은 나중에 최전선에 한 번 데리고 나가야만 할 일이 있을 것 같군요. 그때까지 마음의 준비를 해두시길.”

        

       “…뭐어, 주인이 그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거절하겠어. 기다리고 있을게.”

        

       “좋아요.”

        

        

        

       ───부아아앙!

        

        

        

        손 끝에서 느껴지는 칼날같은 긴장감, 배 아래에서부터 느껴지는 둔중하고 묵직한 진동.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순식간에 가속하며 야생마처럼 날뛰기 시작하는 대형 바이크의 목줄을 틀어쥐듯 찍어눌러 통제권을 되찾고, 그대로 하모니 일행을 따라 나아갔다. 오프로드 접지력 향상을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 바퀴가 지면을 힘차게 밀어내고 있었다.

        

        몇 개의 능선을 넘고, 수많은 차량이 집결해있는 대기 장소로 향한다.

        

        

        그리고 보이는 광경.  동시에 스트리밍을 켰다.

        

        수많은 시청자가 몰려들었다.

        

        

        

       “와우.”

        

       “…기가 막힌 걸 타고 오셨네요, 유진 쌤.”

        

       “물론이죠.”

        

        

        

       -와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배트맨이야??????????

       -팩트)아나콘다걸이다

       -유진식 텀블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은 ‘멋’을 안다….

       -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만가지 차 다 나오길래 무난한 거 끌고 나올 줄 알았더니 장관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늘 위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카운트다운.

        

        저 멀리 보이는…마치 초고층 빌딩을 가로로 눕힌 후 몇 개의 블록으로 썰어버린 뒤 운반하고 있는 듯한 괴기하고도 무지막지한 광경.

        

        수백 대의 차량이 뿜어내는 무지막지한 엔진 소음과 함께, 저 멀리 보이는 팩토리 블록 측면이 열리며 수백 대를 넘어 천 대 가량의 차량과 드론 등등을 지상으로 쏟아내었고, 이는 곧 공장 레이드가 시작될 타이밍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콰아앙!

        

        

        

        수십 대의 탱크가 일제히 사격을 토해냄과 동시에, 수백 대의 차량이 일제히 너른 들판을 질주했다.

        

        시작이었다.

        

        

        

        

        

        

        

        

        

        

        

        

        

        

        

        

        

        

        

        

        

        

        

        

        

       “좌측, 좌측으로!”

        

       “부스터 작동, 꽉 잡아요…!”

        

        

        

       -와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어딜 봐서 바이크냐고 ㅋㅋㅋㅋ 탱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발현자 두명이 올라가도 버티는 거 보니 탱크 맞는듯?

       -이새기들은 대놓고 몸무게 얘기하네 ㅋㅋㅋ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오도방구 뒤쪽에서 무슨 불꽃이 분사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우우웅!

        

        우측 손잡이 쪽에 붙어있는 버튼 하나를 꾹 누르자마자 느껴지는 격렬한 진동, 그와 동시에 차량 뒤편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격렬한 불길과 미친듯이 회전하는 뒷바퀴. 텀블러 – 사람들이 나와 올리비아가 탄 바이크를 보고 명명하길 – 가 정신나간 속도로 그 자리를 벗어난다.

        

        그러나 살아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만 하는 것이, 굉음 및 섬광이 방금까지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에서부터 터져나오며 수백 킬로그램 단위의 흙더미가 허공으로 비산했기 때문이었다. 레이저인지 전열화학포인지 미사일인지, 뭔지는 몰라도 화력이 아주 끝내준다.

        

        뒤에서 연달아 들려오는 격렬한 사격음. 올리비아가 아주 주변에 있는 적들을 다 털어먹을 기세로 50구경을 난사 중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무런 것도 안 하는 건 아니었는데,

        

        

        

       “방위 290에서 하나 따라붙는다. 나는 측면 요격하느라 잘 안 보여…!”

        

       “여기다 라우포스 하나만 장전해주세요.”

        

       “…그 정도야 할 수 있지.”

        

        

        

        그와 동시에 바이크 홀스터에서 사람 머리보다도 훨씬 거대한 권총…이 아니라, 핸드캐논 비슷한 것을 꺼내들고, 총구를 쥔 채 개머리판 쪽을 올리비아에게 보여준다.

        

        그러자 짤깍 하는 소리와 함께 후면부가 풀리고, 그 안에서 탄피를 쏟아낸 다음 또 다른 라우포스 탄환 하나를 장전한 뒤 약실을 폐쇄, 이러면 이제 사격 준비가 끝난 것이다.

        

        내가 지금 뭘 쏘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으니, 직접 보여주도록 하겠다 – 왼손으로 권총을 들고, 조준점을 맞춘 후, 저 멀리에서부터 다가오는 적 휴머노이드 바이크 한 대를 겨눈다. 목표는 엔진 인근의 연료통.

        

        그와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자-

        

        

        

       ───콰아앙!

        

        

        

        

       -아니시1발 도대체 한손으로 뭘 쏘고 계신??????

       -저런거한두번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여러번 봐도 적응이 안 됨

       -저런거에 적응하면 이미 ㅈ된거야 모지리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 오토바이 위에서 50구경 권총을 한손으로 쏴서 맞추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아악!

        

        끔찍한 굉음과 함께 마하 2.3으로 날아간 50구경 라우포스 탄환이 연료통을 꿰뚫고, 한 기의 바이크를 통째로 불덩어리로 만들었다.

        

        트리플 액션 썬더, 브라우닝 중기관총에나 들어가는 50구경 탄환을 단발로 발사 가능한 권총…이 아니라 핸드캐논이었다.

        

        

        

       “다이렉트 힛. 재장전 필요하면 다시 말할게요.”

        

       “다음부터는 바이크에 장전 기능 있는 홀스터 같은 거 달아달라고 그래!”

        

       “될려나 모르…어으, 정면에 아르테미스 험비 한 대! 뛰어넘을게요!”

        

       “이런 미친…!”

        

        

        

        푸확!

        

        그와 동시에 독특하게 생긴 폴리우레탄-경화액 혼합 수류탄이 전면에 방사되었고, 이내 수십 미터 앞에서 격발하며 일종의…경사 램프를 만들었다.

        

        부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그것을 짓밟듯 타올라 허공을 부유함과 동시에 산화제를 꺼내들고 주변을 지나가는 아르테미스 험비 및 ITV를 향해 사격, 하나는 빗나갔으나 다른 하나는 적중한다.

        

        말 그대로 곤죽이 되어버린 험비를 뒤로 한 채 다시 정면을 보자마자 보이는…또 다른 ITV 한 대.

        

        

        저것이 오늘 우리의 완충 쿠션이 될 예정이었다.

        

        

        

       “꽉 잡아요…!”

        

       “망할, 막내! 바이크 좀 살살 몰아-!”

        

        

        

       -엄멤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ㅋㅋㅋㅋㅋ

       -그냥 차를 깔아뭉개네 돌아이쉑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심하면 올리비아도 살살몰라고wwwww

       -아니 그 낭만이긴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지직!

        

        바퀴와 ITV의 철제 프레임이 맞닿는 순간 벌어지는 광경이란 실로 참혹했다. 프레임이 말 그대로 산산조각나 뭉개지고, 내부에 탑승한 적 기체들 역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말 그대로 V자로 접힌 차량을 뒤로 한 채 바이크가 무사히 지면에 착지했다.

        

        일부 계통이 손상된 바이크가 이카루스 기어의 나노머신에 의해 느릿느릿하게 재생되는 사이 사방팔방에서 들어오는 구원 요청. 거의 대부분이 저쪽…그러니까 공장을 방어하는 무장기지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친구들에게서 오고 있었다.

        

        쓰로틀을 당기며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간다.

        

        

        

       “한 번 정도 다녀와도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생각이고 자시고, 여기에서 계속 농땡이를 부리는 것보단 낫겠지. 무장기지에서 죽을 쑤고 있으면 레이드 자체가 지지부진해질 거야. 이미 네 제자들도 그쪽으로 간 걸 보면….”

        

       “뭐어, 저희가 탄 차량은 무장기지에 화력지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와주는 게 불가능한 건 또 아니란 말이지.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의도된 바기도 했는데, 가령 주변 무장기지 벽면 인근에 부자연스럽게 붙어있는 램프들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쓰로틀을 다시금 당기자 부아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바이크가 또다시 가속했다. 그닥 단단하다고는 하기 어려운 지면임에도 불구하고 몇 초만에 시속 100km을 찍는다. 급기동, 착륙에서부터 발생하는 막대한 운동에너지를 이카루스 기어로 상쇄하며 구원 요청 지점으로 빠르게 향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경사진 램프가 아니라, 마치 롤러코스터의 레일을 보는 것마냥 측방으로 꺾여있는 경사로. 그리고 그것에 올라탄 순간 차량이 느릿하게 부유하며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 그러나 그 와중 자세제어 부스터를 가동한 탓에 더 이상 회전하지는 않았고, 대략 수십 미터 가량을 비행함과 동시에 이카루스 기어가 착지점에 물리력 상쇄용 폴리우레탄 폼을 흩뿌렸다.

        

        으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무난하게 착지, 레이저 커터 카트리지를 두 개 작동시킴과 동시에 앞바퀴를 고정, 뒷바퀴만을 움직이고는 그 자리에서 반 바퀴 회전한다.

        

        

        

       ───파지지지직!

        

        

        

        좀 거대하거나 일반적으로는 잘라낼 수 없는 것들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잘려나간다.

        

        엄폐물 사이에서 대기하던 아르테미스 휴머노이드와 ITV, 얇은 벽면, 미니건 포대, 초소, 컨테이너를 비롯한 수많은 물품들이 화염과 함께 절단당했고, 나는 그 꼬라지를 멍하니 보고 있는 유저들과 눈을 마주하며 덧붙였다.

        

        

        

       “지원치곤 약하긴 한데, 그건 바이크의 한계 상 어쩔 수 없네요. 힘내요.”

        

       “…네?”

        

       “나중에 또 봅시다!”

        

        

        

       -??????????????

       -어처구니 상실wwww

       -갑자기 눈앞에서 저러고 슝 사라지면 누구나 뇌정지올듯ㅋㅋ

       -아니 도대체 현실에서 뭔 짓을 하고 다니셨길래 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그만해!!!니네들때문에다른다크존스트리머들을못보잖아!!!!!!!이무친련들아!!!!

        

        

        

        부아아앙!

        

        볼일을 마친 나와 올리비아는 무장기지의 측면 게이트에 40mm 유탄과 레이저를 마구잡이로 쏘아대었고, 문을 부수듯 돌파한 뒤 다시금 회전이 벌어지는 외부로 향했다.

        

        아예 바깥에서 벌어지는 회전에만 참여한다면 유탄발사기나 대물저격총 대신 소형 미사일이나 대전차 로켓 같은 걸 들고 와도 되겠어.

        

        그리 생각하며 우리는 또 다른 격전지에서 멀어졌고-

        

        

        

        

        

        

        

        

       “…방금 뭐예요?”

        

       “이해하려고 하지 마세요.”

        

        

        

        어처구니가 증발한 타 유저들과 다르게, 하모니 일행을 포함한 이들은 이미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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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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