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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8

    <558 – 같은 시각(2)>

     

    도시락 셔틀부대가 된 지젤파티는 강한 현타를 느끼며 지상으로 나왔다.

     

    “쥐방울 녀석, 그냥 놀러 다닌 거 아니냐?”

    “오크노디가 남이 싸준 도시락을 먹어…”

    “힝잉잉. 오크노디랑 즈앙 둘이서만 놀고 있어!”

     

    손오천과 이사벨, 티토소가의 넋 나간 반응을 이번만큼은 지젤도 말리지 못했다.

    지금 허탈함을 느끼는 건 그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보다는 마나잔향이라는 말이 더 신경 쓰이는군요. 히스클리프 씨. 보통 특정대상을 상대로 마법을 걸면 그 흔적이 얼마나 남습니까?”

    “나는 검을 다룬다.”

    “예.”

    “대검이지.”

    “그렇지요.”

    “나처럼 힘이 세면 살면서 마법을 쓸 일도, 그럴 필요도 없어진다.”

    “아, 네…”

    “그래도 동료인 알렉산더는 똑똑한 녀석이라 수사 관련으로 이것저것 이야기한 것이 있다. 기억하기로는 마력흔은 위계와 종류에 따라 지속시간이 다르되, 5위계 이하는 일주일 내로 흔적이 모두 사라진다고 들었다.”

     

    -너희, 오크노디의 마나잔향이 희미하게 나던데 그 아이를 알고 있지?

     

    뱀파이어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오크노디와 마지막으로 본 기억이 한 달도 훌쩍 지났음을 감안하니 새로운 사실이 눈에 드러났다.

     

    “우리 꼬마숙녀가 저희도 모르는 사이에 6위계에 올랐단 말이군요.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마나잔향을 남기다니…”

    “순도가 높은 마나는 두 배는 더 오래 흔적이 남기도 하지만 한 달 이상 지속되려면 고위계 마법을 사용하긴 했을 거다. 게다가 넌 방어마도구도 많지.”

    “예. 직업관계상 마도구는 아낌없이 장착하고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 많은 마도구의 보호와 사용으로도 마나잔향이 지워지지 않았을 정도면 그건 직접 마법을 걸어두었다고 봐도 될 정도다. 무언가 공격이라도 당했나?”

    “아닙니다. 꼬마숙녀와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렇게 구출을 위해 아카데미 시험이 끝나자마자 먼 곳까지 찾아올 정도로요.”

    “그렇군. 그럼 확실해졌다.”

     

    히스클리프가 확신을 담아 말했다.

     

    “4황녀는 너희에게 추적마법을 걸었다. 정확히는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추적계 각인마법이지.”

    “예? 아니, 꼬마숙녀가 우리에게 마킹을 왜 합니까? 집 나간 강아지처럼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꼬마숙녀에게 우리가 걸어도 모자랄 판에.”

    “각인마법의 효과는 알고 있겠지?”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각인대상이 술사와 어느 방위로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는지 방향과 거리를 알 수 있는…”

     

    지젤의 표정이 굳었다.

    오크노디와 특별한 관계가 아니기에 아무런 편견이 없었던 히스클리프.

    그는 깨달았지만 지젤은 깨닫지 못한 사실.

    오크노디를 추적해도 번번이 놓치는 이유.

    이제는 그 답이 보였다.

     

    “설마… 꼬마숙녀가 우리를 피해 다니는 겁니까?”

    “정황상 그렇게 봐야겠지.”

    “그럴 리가 없습니다. 꼬마숙녀와 우리 사이는 아카데미 내에서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너희의 관계를 내게서 되찾으려 들지 마라. 혁명가. 그대는 제국의 정의를 황태자의 힘으로 구하고자 했는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추측은 무성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 선황 또한 제국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리라는 소문이 있었으나 저리도 허무하게 제국을 등지고 떠나셨지. 겉으로만 보아서는 모르는 내막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중칠검에게 귀한 가르침을 받았군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지젤은 초조함을 애써 가라앉혔다.

    그래, 오크노디가 마나로 이쪽에 흔적을 새겼다면 역으로 좋다.

    자신들도 그 마나를 매개체로 삼아 오크노디의 마나를 역추적할 수 있으니까!

     

    <마나추적나비>

     

    오크노디의 별난 곤충채집 습관이 없었다면 관심도 주지 않았을 희귀한 곤충.

    지젤의 마법 배낭에 잠들어있던 나비가 약품을 살포하자 바르르 날갯짓하며 깨어났다.

     

    <주입 – 오크노디의 마나잔향>

    <추적개시>

     

    마나술식을 즉석에서 제어하며 추적술식을 만든다.

    이 또한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할 뛰어난 기술.

    돈으로 기술과 노동을 사들일 수 있기에 기술을 연마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던 그는 불과 1년 사이에 희미한 마나잔향을 추적하는 추적술식을 나비에게 새길 수 있는 경지에 올라섰다.

    전투력으로는 대단찮지만 유틸 면에서는 당장 유용하게 사용할 정도로 가치가 높은 기술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오크노디 덕분이었다.

    오크노디가 아니었다면 마나추적나비도, 추적술식도, 마나잔향의 관측과 수집도 그에게는 무엇 하나 불가능했을 것이다.

     

    “전송소에서 나비가 멈췄군. 어이, 샌님. 아무래도 여기서 오크노디가 이동한 것 같다.”

    “전송소의 전송마법사들은 관리규약에 의거 하여 고객들의 정보를 비밀로 할 의무가 있어. 고고학자나 에소니아 모험단도 귀찮은 의뢰주를 떨쳐낼 땐 큰돈 들여서 전송마법진을 사용하곤 해.”

     

    손오천과 이사벨은 정보가 막혔다고 말했지만 지젤은 제국혁명의 날을 토대로 그의 인생을 가로막는 벽을 뚫는 새로운 방법에 눈을 떴다.

     

    “전송소는 어차피 도시에 있습니다. 도시에는 어디든지 시민이 있죠.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시민이 있는 한, 혁명가는 어떤 상식도 깨뜨릴 수 있습니다.”

    “…지젤, 갑자기 실눈은 왜 뜨고 그래? 너, 눈을 그렇게 뜰 때마다 꼭 오크노디처럼 굉장한 짓을 벌여왔던 거 알아?”

    “하하.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하려는 것은 그저 가벼운 <계몽>일 뿐입니다.”

    “계몽?”

    “전송소가 범죄자의 정보를 감추고 있다는 민중들의 계몽과 선황의 양위로 즉위한 매스각키 황제는 전송소의 절대불가침 조항과 비밀엄수조항을 폐지하리라는 전송마법사들의 계몽.”

    “…”

    “민중들은 권력자들이 범죄자를 비호한다는 부당한 현실에 분노하고, 전송마법사들은 혹여나 따를지 모를 처벌에 두려워하겠지요. 하지만 이 계몽은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기 위한 수단이되 누구도 다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기는 하겠지만… 지젤, 혁명가 노릇에 너무 심취한 거 아니야? 좀 무섭다고. 그러다가 덜컥 초대 혁명가처럼 변해버릴라.”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꼬마숙녀가 무사하다면.

    재단의 품으로부터 저 불행한 아이를 구해내기까지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말이다.

    지젤은 곧바로 전송소가 속한 도시의 암흑상회를 소집하여 시민들을 거리로 유도했다.

     

    “망했다 망했어 폐업세일 드간다!”

    “들었어? 시장에 굉장한 미녀가 떴다는데?”

    “야광공룡이 하늘에서 날아오고 있다!”

    “갑자기 미친놈이 거리에서 돈을 뿌린다는데, 그게 중앙광장이었나?”

     

    남녀노소 솔깃할 수밖에 없는 유언비어가 쏟아지자 홀린 듯이 거리로 나오는 시민들!

     

    “자자, 이쪽입니다. 이쪽으로 서세요.”

    “여기가 뭐하는 줄입니까? 폐업세일 줄 맞아요?”

    “맞습니다!”

    “저는 야광공룡 보러 왔는데요.”

    “야광공룡은 옆에서 대기표를 구매하고 기다리시면 됩니다.”

     

    암흑상회 직원들의 자연스러운 유도에 넘어간 시민들이 수상할 정도로 연설을 보기에 최적화된 반원형 줄을 서는 사이, 연설대가 완성됐다.

    지젤은 마이크를 쥐었고, 호기심에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혁명동지가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송마법사들이 밤마다 사람 미치게 만드는 모기를 사방팔방 뿌려대던 모기술사를 감추었다는 이야기가 사실입니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오직 재미만을 위해서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숲의 자원을 파괴하는 괴물을 감추다니, 전송마법사들도 공범임이 틀림없다!”

    “우우~ 쓰레기자식들~”

     

    전송소를 향해 진격하며 시위를 개시하는 시민들!

    손오천이 떨떠름한 눈으로 지젤을 쳐다봤다.

     

    “이게 쥐방울을 구하려는 녀석의 선동질…?”

     

    선동실력도 실력이지만 내용이 살벌했다.

    벌 떼처럼 모여든 시민들의 선동구호를 들으며 티토소가의 눈도 핑핑 돌았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긍정하면 큰일이 나는 악질스러운 혐의가 오크노디 앞으로 마구마구 씌워지고 있는데요?!”

    “저흴 이렇게나 고생시킨 꼬마숙녀에게 주는 소소한 벌입니다.”

     

    오크노디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전송마법사들을 겁먹도록 만들기엔 충분했다.

     

    “여러분. 제도에서 일어난 일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분노한 민중들이 황제를 폐위시키고 새로운 황제를 옹립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다, 당신들 지금 우릴 협박하는 건가? 전송마법소는 제국의 국법이 수호하는 공공기관일세. 우린 공무원이고. 법의 처벌이 두렵지도 않나?”

    “여러분을 지켜드릴 제국군도 지하세계의 몬스터군단과 맞서 싸우며 안타깝게도 도움을 드리지 못할 상황이군요. 법보다 가까운 시민의 두려움을 꼭 몸으로 겪으셔야만 하겠습니까?”

    “…”

     

    전송마법진에 선 티토소가가 찝찝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꼭 나쁜아이가 된 것 같아요. 으. 파파가 이러고 다니는 걸 알면 혼낼 텐데.”

    “걱정 마십시오. 카넬레 시는 아직 전후복구로 바쁘기에 티토소가 양의 동향에는 관심을 주지 못할 겁니다. 여차할 때에는 암흑상회를 동원해서 정보를 차단하고 혁명군을 동원해서 피해복구를 지연시킬 수 있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힝잉잉 저희 도시 괴롭히지 마세요!”

     

    불쌍한 티토소가가 울먹이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결국 지젤파티는 무사히 전송소를 이용하였고 오크노디의 추적에 성공했다.

     

    “여기는… 신성중앙제국과 동방제국의 경계령에 자리한 천령산맥 지부 전송소군요.”

     

    동방과 서방을 잇는 천령산맥의 초입.

    오크노디가 제국을 발칵 뒤집어놓고 지하세계를 거쳐서 찾아간 곳.

     

    “응? 뭐냐 이거.”

     

    산맥을 본 손오천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여기, 내 삼촌이 사는 땅인데?”

     

    지하세계가 알려지지 않은 금역이라면 천령산맥은 서부와 동부 양측에 모두 유명한 금역이었다.

     

    “미친 요괴들과 오래되고 강력한 장수종 몬스터들이 즐비한 네임드들의 산, 천령산맥에 터전을 둔 친척이 있단 말입니까?”

    “어.”

    “그건 좀 놀랍군요. 손오천 씨에게도 일가친척이 있었다니.”

    “…놀라는 포인트가 거기냐?”

     

    손오천이야 어이없어했지만 나머지는 그의 반응을 보고 역으로 어이없어했다.

    원숭이수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혼자 다 만들어왔던 사람이 손오천 아니었던가!

     

    “원숭이수인은 뭐 하늘에서 한 마리씩 뚝뚝 떨어져서 태어나는 줄 아냐? 우리도 보통은 인간들처럼 뭉쳐서 지낸다. 좀 친다 싶은 것들이 무리를 뛰쳐나와서 넓은 땅을 혼자 독점하고 지내면서 설치니까 인간들 눈에 영역동물처럼 보이는 거지.”

    “그래도 잘됐군요. 여차하면 또 도망칠지도 모를 꼬마숙녀를 붙잡는 작업에 도움을 주실 수 있다면 꼭 모시고 싶으니 말입니다.”

    “어이 샌님. 내가 어지간해선 네 일에 참견하지 않고 가타부타 참견하는 일도 없는 거 알지?”

    “물론이지요.”

    “그래도 이번엔 참견 좀 해야겠다. 우리 삼촌은 건드리지 마.”

    “혹시 성격이 많이 안 좋으십니까?”

    “그 인간,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교관 노릇을 했던 적이 있어.”

    “……이런.”

     

    갑자기 굉장한 불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야생의 전직 아카데미 교관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니.

    어짜면 지하세계보다 더한 마경에 제 발로 찾아와버린 건 아닐까.

    마치 뭣 모르는 뉴비가 좋은 곳 싸게 데려다준다는 마차를 타고 초고렙존 사냥터에 내던져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는 지젤파티!

    하지만 이미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이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을 보는 수밖에 없다.

     

    “삼촌분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우리끼리 꼬마숙녀에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접근해봅시다.”

     

    못 먹어도 고라며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젤파티는 정확히 10분 만에 데굴데굴 산비탈을 구르며 노는 자이언트 골렘 무리를 발견하고 결심했다.

     

    “전송소의 마법사분들에게 산 중턱까지 데려다달라고 하죠.”

     

    이건 걸어서 올라갈 산이 아니다.

    그런데 전송소에 돌아가니 안이 텅 비었다.

     

    [혁명군이 잠잠해질 때까지 휴업합니다.]

    [찾지마세요.]

    [-천령산맥 서부지부 전송마법사 알림-]

     

    “…”

     

    선동메타의 업보를 돌려받은 지젤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개미굴 모범택시에 자진탑승해버린 지젤파티!

    메이플스토리도 어릴 땐 재밌게 했었는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삿갓모자를 사기당하고 개미굴에 납치당하고 아이템을 장착하겠다고 힘을 올린 도적이 되었다가 캐릭이 망하고 발록끼야아아악을 당하고…
    어라? 즐거웠던 추억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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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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