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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8

        

       청도 의식을 찾았으니 일행의 목적지는 일단은 귀환, 무림맹을 향해서였다.

       항주를 떠나기 전, 그래도 희소식이 하나 있었으니.

         

       “저어, 이것을……”

         

       “앗. 월광검, 돌아왔구나!”

         

       월궁루에서 인편으로 보낸 월광검이었다.

         

       “음? 전낭은요?”

         

       “그것이, 손님께서 욕탕 바닥을 부수시는 바람에, 최고급 목재에 방수 처리까지 하여 그 금액이 말입니다, 부서진 부분 말고도 기둥어귀까지 뜯어내야 하니 사람을 써야 합습죠, 또 그러다 보니 최고급 객실을 염가로 내놓아야 하는데, 그러면 또 손해이고 또 고층이다보니 아무 목수나 쓸 수 없는데 자재 값만 해도 황금이, 여러보로 저희의 손해가 막심하여 사정을 좀 보아 주시면 하는 마음이랄까, 그렇습니다요, 저희도 좀 먹고 살아야, 아니 손님을 탓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그저 사실만 말씀드려서……”

         

       어쩐지 눈치를 삐질삐질 살핀다 하더니만 수리비로 쓰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온다.

       청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개탄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수리비를 주기 싫다는 말이 아니라,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인 월궁루에서 당연히 청구해야 할 보상을 요구함에도 이렇게 죄인처럼 눈치를 봐야 한다는 사실이.

         

       “에이, 괜찮아요. 나 살자고 부순 건데. 그 모자라지는 않겠어요?”

         

       “아니, 충분, 괜찮습니다요! 본래 객잔이 상하는 일이 한두번이겠습니까요, 저희도 늘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고, 흔쾌히 보태라 하시고, 또 손님께서 명성을 떨치시면 그으 천하제일미인 항아현신께서 머무르신 방이라 하면 저희도 명물로 써먹을 수 있으니 벌충할 방도가 있는지라……”

         

       할아범이 챙겨준 큰 용돈, 전표라도 좀 쥐여줄까 했더니 극구 사양하는 판이다.

       밤중에 녀녕이 얼굴만 후딱 보고 돌아올 생각에 금전만 챙긴 전낭이고, 거지 시절 모르고 배때기에 기름이 줄줄 낀 청이라서 아까운 느낌도 아니다.

       오히려 검이라도 돌려준 것이 고맙지.

         

       청의 이름 팔아서 장사하겠다는 소리를 하지만, 고대 중원의 미개한 국법에는 아직 상표권이 존재하지 않기에 허락하고 말고 할 부분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명예에 누를 끼치기라도 하면 진짜로 칼날을 맞는 구조다.

       중원의 미풍양속이란 복수, 사적 제제를 미담으로 여기며 권장하는 사회인 것이다.

       그 유명한 고우도 악덕 관리를 때려죽여 협객으로 이름이 높았으니, 그렇지만 관의 추적은 무서워서 성씨를 갈아 관우로 개명하고 새로운 가족을 만났으니까.

         

       “저희 같은 천한 객가까지 신경을 써 주시고, 참으로 마음씨가 고우십니다요, 미모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천하제일미인 것입니까요…….”

         

       진짜로 감동한 모습이 참으로 짠하다.

       도대체 중원의 객잔 주인들이란 어떠한 존재란 말인가. 부서지고 부서지고 또 부서져도 다시 세워 일어나 꿋꿋이 살아가는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물론, 청의 생각과는 좀 다를 것이다.

       욕탕을 크게 확장하고서 금박 은박으로 칠해 천하제일미인 항하현신 천화선녀탕이라 이름 짓고 미용의 효용을 크게 알려 장사를 할 생각임을 청은 몰랐으니까.

       알았다면 전표 쥐여주며 그냥 수리비에 댈 테니 원상복구나 하라고 했을 것이지만.

         

       중원에서 객잔하는 놈들을 얕보면 안 되는 이유다.

         

         

         

         

       난아도, 이리도, 예와 모용 소저 모두 청의 수발을 들기를 간청하니, 청은 참으로 난감할 뿐이다.

         

       물론, 청도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유명인의 수발을 들고자 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인간의 본성이 아니겠는가!

       내가 형님의 오른팔 왼팔 오른발 왼발 오체분시하여 서열 따라 나눠가지고, 찬란한 별들 뒤에는 항상 일련의 시녀들이 따르며 도도하게 콧대를 높이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었다.

       대감집은 노예도 대감 노예라고, 주인의 위세가 곧 하인의 위세로 발휘하기 때문에.

         

       그러니 얘네들도 뭐.

       위대한 조화경 진화 초월진화 거대진화 백만진화 초초화경을 모시고자 눈을 눈깔로 뜨며 서로를 쏘아보며 흘기고 서로 견제하는 저 연약하고 개 약한 하수들의 심정을 이해해 주지 못할 이유는 또 무엇이랴.

       이것이 진정한 고수의 아량인 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가 상해서 쓰나.

       그러니 하루하루 돌아가면서 하기로.

       최연소 화경 위대한 무인을 모시는 영광을 한 사람이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청의 하해와 같이 넓고 큰 헤아림이었다.

         

       산이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어쩐지 좀 징그러운 눈빛을 하는 것이, 자기도 끼어서 내 수발을 들고 싶어 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연유가 바로 남녀가 유별하기 때문이라.

         

       음, 그래도 말을 하지.

       화경의 고수를 모셔 본 경험이란 참으로 영광된 일이니, 남도 아니고 산이, 우리 사이 내 첫 번째 친구에게 하루쯤 내어주지 못할 것도 없다.

       내가 뭐 계집처럼 꺅꺅 내외하며 굴 것도 아니잖아. 하라고 해도 못하겠는데.

       산이를 놀리며 부려먹을 기회를 놓치는 것이 조금 아쉽고, 우리 우정이 고작 성별 사이의 얄팍한 부끄러움을 따질 정도밖에는 안 되던가 쪼오금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너 내 수발을 들어, 하고 먼저 말을 할 수도 없지 않겠는가.

         

       사실, 검우도 수발을 들고 싶다고 자원을 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목적이 워낙 불순하니, 온종일 옆에 붙어서 검 이야기를 하겠다는 그 속내가 너무 투명하게 비치는 탓에 기각되었다.

         

       그리하여 오늘의 수발은, 모용주희.

         

       모용 소저랑 밥도 먹고, 안긴 채로 왔다 갔다 받침대로도 좀 쓰고, 아무래도 승차감 아니 승인감이 여인치고는 좀 형편없기는 하지만, 뭐 그래.

       전문 받침대들인 희매나 할아범하고 비교하기에는 아직 초심자들, 너무 가혹하잖아.

         

       청이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모용주희의 얼굴을 관찰한다.

         

       저 복슬복슬한, 사람 머리에 복슬복슬이 맞나 싶기는 한데, 꼬불꼬불하고 숱이 많은 저 머리칼을 보면 딱 복슬복슬하다는 말이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아래, 초절정에 이르러 얼굴이 미묘하게 변한 모용주희다.

       머리가 조금 더 작아진 것도 같고, 눈코입은 좀 더 뚜렷해졌나? 눈은 확실히 커진 것 같기는 해.

         

       모용주희가 괜스레 이리저리 왔다 갔다.

       다만 자세가 어째 좀 독특한 것이.

       가슴이 으쓱으쓱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사실, 다들 눈치를 챘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내어주지 않는 상태다.

       애써 태를 내지만, 저 쪼매난 것이 으쓱으쓱 가슴을 펴고 다니는 모양새가 워낙에 귀엽기도 하고.

       하지만 내내 어깨를 젖히고 다니는 것이 아무래도 뻐근한 모양인지, 침상 곁에 앉아서는 어깨를 돌리며 근육을 푸는 모용주희였다.

       음. 그러니 어째.

         

       “음 모용 소저? 어쩐지 좀 다른 것 같은. 뭐지? 환골탈태를 하고 나서, 뭐랄까.”

         

       “앗! 아뇨, 그게 아니라. 쪼금, 쪼오금. 그, 헤헤, 그리 보이나요?”

         

       만개한 해바라기처럼 활짝 피어 찬란한 미소로 되물어오는 모용주희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안 보인다.

         

       환골탈태는 예뻐지거나 여인스러운 신체로 가꿔주는 전신 성형이 아니다.

       본인이 익힌 무공에 최적화된 신체로 탈바꿈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러니 팔은 더 길어지고, 안 그래도 극적이던 허리 아래의 곡선은 보다 더한 곡면으로 보자마자 감탄사 참기 일천 배 눈길을 뗄 수 없는 정도.

       다만 쌍검을 휘두르다보니 아무래도 음, 위에 달린 살덩어리가 방해가 되겠지…….

       실제로 방해가 되고 쓸모도 없다.

         

       청이 짓궂은 미소를 씨익.

         

       “역시. 얼굴이 많이 예뻐졌는걸요.”

         

       “어, 그쪽인……”

         

       곧장 시무룩해지는 모용주희다.

         

       “그리고 몸의 태도 조금 달라졌나?”

         

       “앗. 헤헤. 헤헤헤.”

         

       다시 활짝 피는 모용주희.

         

       “그, 허벅지, 한 번만 찔러봐도 될까요? 와, 바늘도 안 들어갈 것 같은데.”

         

       “앗, 그쪽인……”

         

       또 시무룩.

         

       “아, 그리고 상체도 좀.”

         

       “아앗! 역시, 그렇죠!?”

         

       “아! 그래. 팔이 길어졌죠? 무인은 역시 팔이 길어야지, 와, 잘 되었네요. 축하해요, 모용 소저.”

         

       “아, 네……”

         

       또 시무룩해지는 것이, 음. 귀여워.

         

       “저어. 그, 혹시. 또 다른 데는.”

         

       “네? 어디지?”

         

       “그으, 저어어, 하반신 말고, 팔고 말고, 얼굴도 말고, 다른 데 어디 변한 데가 있지 않을까요? 분명히, 제발.”

         

       “으음. 으으음. 으으으음.”

         

       청은 아주 신났다.

       왜 쪼그맣고 귀여운 것들만 보면 이렇게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예외라면 난아 정도인데, 난아도 키가 작기는 하지만, 목욕할 때마다 의외로 상당히 어른스러워서 귀엽다는 느낌은 안 들고.

         

       실시간으로 불안 초초 슬픔 절망 점점 어두워지는 모용주희의 얼굴.

       청이 이쯤 놀릴까 하고 막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려 입을 떼려고 할 떄였다.

         

       이제는 아예 필사적인 표정이 된 모용주희가 그 찰나에 선수를 쳤으니.

       

       “앗. 그, 옷이 두꺼워서 그런가봐요. 자, 자세히 보시면, 아니, 자세히까지는 아니고 이렇게 보시면 분명 달라진, 맞죠? 맞죠?”

         

       돌연 훌러덩 제 조끼를 끌어내리고 목에 건 작은 앞치마 형태의 내의, 두두(두도우)를 벗어던지는 모용주희였다.

         

       그리고는 침상에 머리께로 기대어 바짝 내미는데.

         

       “오우.”

         

       음.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눈이야 호강이지만 필사적인 모습에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올라오기도 하고.

       재미있다고 너무 놀렸나…….

         

       조금 반성한 청이 장단을 맞춰준다.

         

       “앗, 가슴이!? 이럴 수가! 모용 소저! 가슴이, 가슴이 생겼어요!”

         

       “아. 아아……! 진짜로……! 끄흑.”

         

       모용주희의 더 커진 눈망울에서 이슬 한 방울이 또로록.

       사람은 너무 기뻐도 눈물을 흘린다.

         

       막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짓말은 아니다.

       아예 없음에서 뭔가 있기는 한데? 수준.

         

       아니면 그렇기에 대단할 수도 있다.

       아예 없음에서 무언가 있기는 하다, 즉 그야말로 무에서 유(乳)를 창조해낸 것이 어찌 대단하지 않다 하겠는가.

       환골탈태, 당신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범우주적 현실 개변의 기적인 것입니까?

         

       “와! 사랑스럽다! 소담하고 아담해서! 와! 예쁘다! 여인스럽다! 딱 내 취향이다! 어쩜 너무 귀여워!”

         

       청이 잘한다 잘한다 나오는 대로 두다다 칭찬을 쏜다.

       팔꿈치 위쪽으로 뼈에 실금이 와자작 난 꼴이 아니었다면 박자에 맞춰 박수라도 짝짝짝 쳐 주었을 테지만.

         

       모용주희의 얼굴이 새빨갛게. 하지만 입꼬리만은 광대를 향해 승천하는 것이.

         

       “그, 앗, 소저님 취향이시면, 그, 혹시, 한번 만져보실래요……?”

         

       “엥,”

         

       “앗. 그게 아니라! 그냥! 아니! 아니라! 다른 뜻이 아니라, 여인끼리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는 거니까! 그냥 순수하게 자랑, 아니 자랑이 아니라, 확인이랄까 뭐 그러한 아니그냥말이헛나와서신경쓰지말아주세요.”

         

       그리고는 홱홱 고개가 돌려, 아까 호쾌하게 벗어던진 가슴 가리개를 찾는 꼴이다.

       참고로 앞으로 던지는 통에 침상 너머로 넘어갔으니 암만 찾아봐야 안 보이겠지만.

         

       뭐지? 이 생물은?

       감히 내 앞에서 덜덜덜 떠는 겁 많은 소동물 분류의 귀여움을 과시해?

       지금 나랑 해 보자는 건가?

         

       청의 눈이 가늘어지며 날카로운 모양을 그리고, 입가에는 스산한 미소가 어린다.

         

       “어머. 모용 소저.”

         

       어쩐지 싸늘한 음성.

       청이 평상시에 나오는 온기가 가득 담긴 미성이 아니라, 어쩐지 누구와 닮은 요사한 음성이다.

         

       그에 모용주희가 한 방에 얼어붙는다.

       꿀꺽! 크게 침 삼키는 소리.

       녹슨 경첩처럼 삐꺽삐꺽 돌아서 청을 향하는 조막만한 머리통.

       그러나 설마, 드디어, 정말로 등등 기대가 가득 담겨 반짝이는 큼직한 눈망울.

         

       “뭐지? 내가 불렀는데 대답 안 해요?”

         

       “네, 네엣. 제송, 죄송해요.”

         

       “죄송할 짓을 왜 하지?”

         

       “읏, 저, 죄송”

         

       “또오?”

         

       “그, 잘못했어요, 잘못했으니까, 그럼, 저, 저. 벌을-”

         

       “됐고.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요? 설마 가슴 만져달라고 한 건가? 세상에. 아니, 왜?”

         

       “아니요, 아니에요. 그냥, 저는 너무 신이 나서-”

         

       “쉿.”

         

       그에 모용주희가 입을 꾹 다문다.

       청이 손을 뻗어서, 서서히 가까워지며, 모용주희의 붉은 얼굴이 그보다 더 붉게 물드니 하늘 위에 하늘이 있는 이치다.

       그렇게 점차 가까워지던 청의 손이 어느 순간 멈칫.

         

       “앗, 아아…….”

         

       모용주희가 안타까움 가득히 애달픈 신음을 토해낸다.

         

       “흐음. 어쩔까. 이번에 모용 소저가 기특하기도 하고. 혈아귀도 많이 해치웠잖아요?”

         

       의외로 가장 많은 혈아귀를 베어낸 이가 모용주희다.

       혈아귀들도 공손요예의 늘어나라 검강이 무서워서 함부로 접근하지 못했으니, 개중 만만하고 잡힐 듯한 모용주희에게 마구 달려들었다가 그대로 도륙이 난 탓이다.

         

       정작 구멍은 이리와 제갈이현이었지만, 숫자 둘에 하나는 거대한 근육질로 외공의 고수라는 풍모를 자아냈으니까.

       아무래도 키 작고 나풀나풀한 모용주희가 만만하기는 했을 것이다.

         

       “자. 그러니 똑바로 말해야지. 내가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입 밖으로 뚜렷하게, 본인의 입으로 밝히시겠어요?”

         

       “저, 저는. 가슴, 제 가슴을-”

         

       “에이, 장난이에요, 장난.”

         

       순간 청이 헤헤, 표정을 푼다.

         

       “두두는 저기 침상 저편으로 날아가던데.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보니까 확실히 차이가 있네. 축하해요, 모용 소저.”

         

       “어, 네. 아니, 아니요. 봐서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 좀 더 확실하게 확인을 해 보시면, 저어는 잘 모르겠으니까 소저님이 그 확인을 좀, 부탁드리고 싶은……”

         

       해 달라면 해주기 싫은 것이 짓궂음이다.

       청이 얄밉게 웃으며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팔이 온전치 못해서. 나중에, 다 나으면요.”

         

       “앗, 그럼 약속, 약속해 주시는 거예요?”

         

       “뭐. 그래요. 약속.”

         

       확답을 받는 모용주희였지만, 사실 속으로는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어차피 소저님이 먼저 말을 꺼내지도 않을 테고, 또 자신도 그러할 테니, 약속이라 해도 공수표, 결국 따끔도 벌도 뭐 하나도 이루지 못한 모용주희라서.

       그러니 애간장만 타고, 너무하세요, 정말.

         

         

         

         

       어쨌거나, 이후에는 군사들의 복귀 행군에 낑겨 항주에서 소주로.

       천화검 얼굴을 못 본 항주 사람들의 아쉬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사실, 개중에 입김이 쎈 문인들은 이미 과거 소주에 몰려가 천화검을 보고 취향을 강제로 개조당한 이후다.

       문인들의 글솜씨 자랑은 달리 말하면 청의 아름다움 찬양과 같았기에, 오히려 얼굴 드러내지 않고도 청의 미모가 안 봐도 본 것처럼 널리널리 퍼졌더란다.

         

       하지만 청은 모른다.

       제 일도 모르냐 무식한 년아, 하기에는 청도 사경을 헤매느라 의식이 없는 참이었으니 이번에는 참작해줄 만하다고 하겠다.

         

       그리하여 다시 소주.

       소주에는 개봉부로 통하는 운하가 있다.

       그러니 배편으로 단숨에 무림맹까지 도착할 계획이다.

         

       “크흡, 마마, 귀한 분께서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모실 수가 없다니, 이 왕쌍룡, 소신 원통하여 천추의 한으로 남아 죽을 때까지, 아니 죽고 나서 비루한 시신마저 썩지 못할 것입니다.”

         

       “오우. 방부 처리.”

         

       이렇게 주접만 안 떨면 참으로 대장군의 풍모를 가진 아저씨인데.

       어째 독대만 하면 건장한 어깨는 좁게 줄어들고 빳빳하던 허리는 굽으며 당당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간사하니 무슨 내시 같은 인물로 뒤바뀌는 것이다.

       

       “에이, 별말씀을요. 그간 감사했습니다. 흔쾌히 군사를 동원해 주시기도 하고. 이렇게 마지막까지, 관선도 잡아주시고.”

         

       “망극, 망극하신 말씀이옵니다……!”

         

       독대의 끝, 눈물을 글썽거리던 왕쌍룡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게 남았다.

       참으로 정이 많으신 분이구나, 하고.

         

       강호의 일개 무부인 천화검이다.

       대장군이 직접 배웅하는 장면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고 하여 그렇게 왕쌍룡은 퇴장.

         

       그래도 관선을 잡아주었으니 개봉부까지 안전을 확보해 준 왕쌍룡이었다.

       운하 위의 관선이란 그야말로 무적, 그야말로 자연이 아니면 누구라도 건드릴 수 없는 움직이는 성역 그 자체이다.

       물론 자연은 건드릴 수 있어서 관선도 간혹 좌초하여 난파하는 일이 있지만, 그야 사람이 어찌 대자연을 이겨 먹겠는가.

         

       그리하여 개봉부, 무림맹을 향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 글을 보실 때쯤이면 저는 이미 멀리 떠난 이후겠지요.
    미래의 저는 가족 외식으로 저녁 식사를 마친 이후 본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TV를 보며 살빼라는 잔소리와 함께 무한으로 리필되는 과일을 처먹고 있을 것입니다…
    도대체 어째서일까요.
    과일은 살이 찌지 않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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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tch

I Am This Murim’s Crazy B*tch

이 무림의 미친년은 나야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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