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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8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주술사 한 명에게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점거당한 상황은 비밀이 되었다. 뉴스로 보도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으며, 공원을 관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현재 관광객의 입장까지 막아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 목적으로 들어오려는 학자들 역시 못 오게 막았으며, 혹여 무단으로 침입하는 이들이 생길까 봐 주변을 순찰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거기에 더해 현재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위험한 야생동물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소문까지 은근하게 퍼뜨림으로써, 관심을 받으려고 들어오려는 이들이 한 번이라도 고민을 더 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비밀이 어디 쉽게 지켜지는 것이던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라는 거대한 지역과 관련된 비밀이다.

       힘이 좀 강하고 정보력이 좀 있는 이들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일어난 이 일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주술사가 눈깔이 돌면 무슨 짓을 벌일 수 있는지 똑똑히 알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루카스를 노리는 이들이 계획을 바꾼 원인이리라.

         

       “생각해보면 케네스도 주술에 입문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 그런데도 어마어마한 주술을 사용하고 다니니….”

         

       “물론 그렇게 순식간에 강한 주술을 사용하고 다닐 수 있는 데에는, 케네스가 돈도 많고 인맥이 많았다는 점이 한몫을 했을 거야. 돈과 인맥을 통해서 주술을 긁어모으고 다니니 주술사로서의 역량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거지.”

         

       “그러고 보니 그렇군. 한국에서 온 팍 역시도 조건이 비슷해…. 케네스 박사와 나이 차이는 엄청나지만, 그 외의 조건이 참 비슷하단 말이야…. 주술에 입문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집안이 돈이 많고, 인맥도 많고…흐음. 그렇군.”

         

       특히 진성이 케네스와 조건이 비슷한 것도 한몫했다.

         

       케네스가 주술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기 시작한 것은 채 10년도 되지 않았다. 다만 넘치는 돈과 인맥과 권력으로 주술사들이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얻는 경험을 대신하였고, 오직 재해와 관련된 주술에만 파고든 덕분에 강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많은 경험을 쌓으며 목표에 도달하든,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다가 갑자기 찾아온 깨달음으로 목표에 도달하든, 자신이 평생 쌓아온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목표에 도달하든.

       어찌 되었건 목표에 도달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남들이 보기에 비효율적이라고 할지라도, 멍청하게 보일지라도, 돌아가는 일이라도, 낭비처럼 보일지라도.

       목표에 도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길이 있고, 자신의 보폭이 있는 법이니.

         

       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케네스의 행동은 경악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점거는 돈 많은 미친놈이 어떤 일을 벌일 수 있는지 깨닫기에, 충분한 짓이었으니까.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경계는, 비슷한 조건을 가진 이에게도 적용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온 젊은 주술사.

       많은 재산을 가진 집안, 주술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수집한 자료들만 봐도 묻어나오는 정상적이지 않은 느낌. 거기에 한국에서는 넓은 인맥을 가진 집안이 있어 인맥을 넓히기 수월한데다가, 독일에서 온 대마녀와도 인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추정-

         

       비슷하다.

       경계하기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진성은 루카스를 노리는 세력들에게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경계심 강하고, 제 목숨 끔찍이 여기고, 가치가 없는 사람들에게 관심 안 두기로 유명한 루카스가 그를 자신의 빌딩에 머무르게 하였을 때, 그 경계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저 주술사는 주의해야 하는 놈이다, 라고 말이다.

         

       “특히 팍에 대한 경계심도 경계심이지만, 그가 루카스의 의뢰를 받고 행했을 주술의 위험성도 신경이 쓰였을 겁니다. 만약 루카스가 케네스처럼 엄청난 주술을 의뢰했다면? 주술로 만들어진 경비원들이 빌딩에 돌아다니게 만들거나, 아예 침입조차 불가능할 요새처럼 만들어뒀다면? 루카스를 더더욱 안전하게 만들었다면? 예. 그렇게 된다면 아주 곤란해질 것이 분명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이번 사건은 너무 과한데….”

         

       “예. 과하죠. 난잡하고, 지나칩니다. 기계 교단이 평소에 행하는- 은밀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공작과는 좀 다르죠. 그 이유는…. 예. 다음 자료를 봐주시겠습니까?”

         

       홀로그램이 다시 바뀌었다.

         

       이번에 뜬 홀로그램은 기계 교단에 속해있는 기업체들의 로고들이었다.

       로고들은 마치 학교 수학 시간에 배웠던 ‘집합’을 보는 것처럼 배치가 되어 있었다.

         

       “보시는 것처럼 기계 교단은 여러 파벌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기계 교단이라는 집단의 대목적은 비슷하지만, 기계 교단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것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죠.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고, 막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 비슷한 목적을 가진 이들끼리는 서로 친밀해질 테니….”

         

       “이 파벌은 기계 교단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파벌이 형성되었기에 최소한의 자정작용과 최소한의 다양성은 추구할 수 있게 되었지만, 파벌이 존재하면 반드시 찾아오는 부작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삑.

         

       홀로그램의 자료가 다시 바뀌었다.

         

       “특히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의견이 분분할 때 그 부작용은 크게 터져 나오기 마련이죠. 바로 지금처럼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일은 기계 교단이 전면적으로 나선 게 아니라- 그냥 파벌에서 나선 거다?”

         

       “그렇습니다. 그것도 하나의 파벌이 아니라, 여러 파벌에서 나섰습니다.”

         

       당연하지만 하나의 세력에 여러 개의 그룹이 존재한다면, 그 그룹의 성향 역시 다르기 마련이다.

         

       “이번 사건은…. 예. 기계 교단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들에 의해서 행해졌습니다.”

         

       “강경파.”

         

       “왼쪽을 봐주십시오. 왼쪽에 있는 파벌은 러스트 벨트(Rust Belt)라 불리는 지역을 본거지로 삼은 기업들로 이루어진 파벌입니다.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을 본거지로 삼고 있으며, 범법 조직들과의 연줄이 존재합니다. 그것도 일반적인 갱단이 아니라….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조직이 말이죠.”

         

       통칭 ‘러스트 벨트(Rust Belt)’ 파벌.

         

       “물론 정부가 교단 자체를 주시하고 있는 만큼 범법과 합법의 경계에 교묘하게 서 있는 ‘회색’ 으로 불리는 이들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어찌 되었건 범법 조직과의 연줄이 존재하고, 언제든 그들과 접촉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겠죠.”

         

       삑.

         

       홀로그램이 바뀌고, 사진이 띄워졌다.

         

       사진은…좀 특이했다.

         

       자유분방한 용병들이 찍은 사진 같기도 했고, 폭주족들이 찍은 사진처럼 보이기도 했다.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이나 입을법한 가죽 재킷을 입은 남자도 있고, 아예 팬티 하나만 걸친 채 보디빌딩 대회라도 되는 것처럼 포즈를 취한 채 자기 근육을 뽐내는 남자도 있다.

       사진에 찍히기 싫다는 듯 뒤통수만 보여주고 있는 모범생처럼 보이는 남자도 있고, 히피 같은 차림으로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약에라도 취한 것처럼 휘청이다가 사진에 찍힌 사람도 있고, 자신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처럼 양손에 기관총을 든 채 하늘을 바라보며 포효하고 있는 남자도 있다.

         

       “버펄로 8. 정보기관에서 주시하고 있는 능력자 모임입니다.”

         

       버펄로 8.

       ‘버펄로시 버펄로 들이 괴롭히는 버펄로시 버펄로 들이 다른 버펄로시 버펄로 들을 괴롭힌다(Buffalo buffalo Buffalo buffalo buffalo buffalo Buffalo buffalo).’는 말장난에서 유래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단체.

         

       단체라고 표현하기도 애매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목 단체 수준의 모임.

         

       하지만 이들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다면 감히 앞에 ‘친목’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힘들 것이다.

         

       “이 단체는 연금술사 둘, 마법사 셋, 무인 셋이 모여 만들어졌습니다. 예, 전원 능력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단체이지요.”

         

       발표자는 잠시 말을 멈췄다.

         

       “물론 이것이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능력자들끼리 놀고, 능력자들끼리 모이는 것은 흔한 일이니까요. 당장 무인들만 보더라도, 하나의 사문 아래에 수천 명이 소속된 일도 있으니…. 고작 8명은 별것 아닌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상이었습니다. 이 단체를 만든 이들의 사상은 범죄자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죠. 이들은 법을 존중하지 않으며, 법을 거추장스럽게 느끼기만 합니다. 범법 행위를 저지른다고 할지라도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득과 쾌락을 위해서는 범법 행위 정도는 들키지 않는 선에서는 행해도 된다고 여기고 있지요.”

         

       이들은 반사회적 성향의 인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단체였다.

       아니, 반사회적이라는 표현조차 아깝다.

       이들은, 그냥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놈들이었다.

         

       “그 때문에 버펄로 8의 초기 멤버 중 넷이 범법 행위를 저지르던 중 경찰, 혹은 자경단들과 충돌하여 사망하였습니다. 마약을 유통하던 연금술사 한 명, 스마트폰을 만드는 대기업의 연구자를 납치하려다가 사망한 마법사 한 명, 약에 취한 채 갱단에 단신으로 쳐들어갔다가 사망한 무인 한 명, 돈이 필요하다며 현금수송차량을 습격하려다가 사망한 무인 한 명…. 이렇게 총 넷이 죽었습니다.”

         

       그렇게 8명 중 넷이 죽었다.

       반토막이 나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반토막이 나자, 남은 이들은 정신을 차렸다.

       물론 그것을 ‘정신을 차렸다’라고 표현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전보다 훨씬 신중한 태도를 보이게 되었고, 법이 무서운지 아는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명백한 범법 행위가 될만한 일을 지양하고, 애매모호한 일에만 손을 댄다.

       범법 행위를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폭력, 방화, 살인 같은 강력 범죄보다는 화이트칼라 범죄(white-collar crime)에 손을 뻗었다.

       그러는 한편 대기업이나 권력자와 끈을 만들어두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보호 아래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앞뒤 모르고 설쳐대는 멧돼지가, 갑자기 독사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버펄로 8은 러스트 벨트와 연관성이 있습니다. 러스트 벨트 파벌에 속해있는 기업 중 두 곳과 끈이 닿아있기 때문이죠. 정보기관에서는, 이 두 곳 중 하나- 예. 품질 좋은 트럭으로 유명한 이 차량 회사가 루카스를 습격하도록 버펄로 8에 의뢰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발표자는 다시 홀로그램을 바꿨다.

       이번에는 오른쪽에 띄어진 파벌이었다.

         

       “그런데 이 버펄로 8과 함께 행동한 이들이 있죠. M point에 같이 들어온 이들, ‘목자와 양’ 소속의 광신도들입니다. 이들은 오른쪽에 띄워진 파벌- 인터넷 기업 셋으로 이루어진, 소위 ‘데이터 컬렉터(Data collector)’라고 불리는 파벌의 손길이 닿았습니다. 이들은 ‘목자와 양’의 입맛에 맞도록 정보를 가공하였고, 교묘한 방법으로 그것을 그들에게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들의 자료로 인해 편협한 시야를 가진 이들을 대거 양산했고, 자연스럽게 루카스에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유도하였지요. 그 수법은 꽤 교묘한 것이어서, 맹목적인 성향이 있었던 목자의 양으로서는 눈치조차 채지 못할 수법이었습니다만….”

         

       하지만 계획이 어그러지고 말았다.

         

       주술사가 갑자기 등장하면서 말이다.

         

       “주술사, 팍이 등장하자 이들은 계획을 전면 수정하였습니다. 이들이 세운 계획에는 주술사라는 변수가 없었거든요. ‘데이터 컬렉터’ 파벌은 이들을 세련된 솜씨로 부리는 것을 포기하고, 이들이 사용 가치가 있을 때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급조해서 만든- 급진적인 형태로 이들을 유도, M point로 쳐들어가게 하였죠. 물론 급조된 것이라고 해도 나름 괜찮은 작전이었기에 침입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삑.

         

       홀로그램이 바뀌었다.

         

       불에 타고 있는 빌딩, M point의 사진이었다.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서로 소통하지 않은 채 파벌들이 제각기 행동하면 이렇게 비극이 일어나게 된다는 교훈을 주는 사진이죠.”

         

       게다가 비극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게다가 빌딩만 불에 탄 것이 아니죠. 저들의 목표였던 루카스는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있죠. 그것도 어마어마한 보안을 자랑하는 대학 병원에 말입니다. 저들로서는 그야말로 비극 그 자체입니다. 납치해서 정보를 캐낼 수도 없게 되었고, 뇌만 뽑아다가 정보를 캐내고 싶어도 기술도 없고- 설령 기술이 있다고 할지라도 병원에서 데리고 올 수조차 없죠. 예, 일이 몇 배나 어려워진 셈입니다.”

         

       “나쁘지 않은 결과로군. 그럼…. 흠. 우리는 안심하고 나서도 된다는 이야기겠구먼?”

         

       “예. 감히 뉴욕 한복판에서 테러를 저지른데다가, 목표는 하나도 이루지 못한 이 멍청이들에게 철퇴 맛을 보여주시면 되겠습니다.”

         

       삑.

         

       발표자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답하고는 홀로그램을 꺼버렸다.

       그리곤 발표가 끝났다고 말하고는 질문을 몇 개 받고 그대로 내려오고….

         

       또 다른 남자가 올라가 다른 자료를 띄운 채 발표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국익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렇게 발표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마침내 발표가 끝나고, 모두가 일터로 돌아갔다.

         

       북적거렸던 방은 사람 한 명 없이 텅 비어버리게 되었고, 앞으로 찾아올 권력의 폭풍을 암시하는 것처럼 가라앉은 침묵 속에서 어둠에 잠겼다.

         

         

         

         

        * * *

         

         

         

       “아, 존 도(John Doe) 요원. 그 주술사는 어떻게 됐나?”

         

       “팍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한국에서 온, 팍.”

         

       “팍은 지금—M point에 있습니다.”

         

       “M point에? 다 타버린 거기에 무슨 볼일이 있다고?”

         

       “듣기로는 루카스와의 계약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계약을 지키기 위해 건물을 지키고, 침입자를 상대하느라 폭주한 주술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폭주?”

         

       “예. 지하층과 1층에 귀신이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귀신? 뭔 짓을 했길래 귀신이 나와? 허, 참…. 기계 교단의 판단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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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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