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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59

    <559 – 그렇게 올라오는 거 아닌데(1)>

     

    몬스터가 없는 현실지구의 에베레스트 등산가도 길잡이 고인물 민족 셰르파들을 찾는 마당에 네임드몬스터가 토끼처럼 뛰노는 천령산맥을 길잡이 없이 오르는 건 미친 짓이었다.

     

    “혹시 삼촌분의 도움을 좀 받을 수 있겠습니까?”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야 부탁을 요청할 수는 있지.”

    “그럼 부탁 좀 드립니다.”

    “뭐해? 부탁한다며. 그럼 출발해야지.”

    “어디로 말입니까?”

    “산 위로.”

    “…많이 멉니까?”

    “저기 산봉우리 보이지?”

    “저겁니까?”

    “봉우리 너머에 가면 고원에 호수가 있어.”

    “터가 좋군요.”

    “그 호수 건너편에 기다란 터널이 있고.”

    “…점점 거리감이 멀어집니다만.”

    “터널 끝에 가면 무릉도원이 있다.”

    “안전지대군요.”

    “아니, 거기 사는 아카데미 교수가 세놓은 뒤뜰 절벽 구멍에 삼촌이 산다.”

     

    히스클리프가 참다못해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까지 갈 체력이 있으면 애초에 도움이 필요하지도 않겠군.”

    “아니 교관에 이어서 교수까지 사는 곳? 모두 잠시만 멈춰주십시오. 제게 한 가지 가설이 떠오릅니다.”

     

    지젤이 세계의 비밀을 깨달은 현자처럼 심각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꼬마 숙녀는 지금 교외에서 특강을 받는 것 아닙니까? 부족한 출석 일수와 강의 커리큘럼을 대신해서 방학 내내 특별한 강의를 받는 겁니다.”

    “말이 돼? 너무 나갔잖아.”

    “거 우연히 교수가 사는 곳에 올 수도 있는 거 아니냐? 터 좋은 곳에 신선들이 짱박힌 것처럼 교수들도 하나씩 살고 그러는 거지.”

    “아니에요! 말이 되는 것 같아요!”

     

    티토소가가 강력한 동의의 목소리를 내었다.

     

    “지하세계에서도 뱀파이어가 나왔잖아요? 제가 알기로… 사다코 교수님은 뱀파이어세요!!”

     

    이사벨이 물었다.

     

    “사다코 교수님이 뭐하는 교수님이신데?”

    “저희 아카데미에서 가장 무서운 교수님이요!!”

    “원래 수강생들은 다 자기 교수님이 젤 무서워. 나도 동방제국에서 온 요리 가르치는 교수님은 좀 무섭더라. 불을 2500도까지 올려서 쓰는데 재료보다 내 몸이 먼저 익을 것 같아.”

    “아이참, 정말이라니까요! 사다코 교수님은 달라요!”

    “그래그래, 우리 마오 교수님도 좀 달라.”

     

    억울한 마음에 티토소가가 조명대에 머리를 콩콩 박아봤자 대세는 교수가 뭐 어쨌다고 수준에 그쳤다.

     

    “사다코 교수님도 뱀파이어언데드인데, 뱀파이어들이랑 분명 연관 있는데!”

    “거 머시냐. 이 몸만 해도 원숭이수인에 바위산 하나를 내 영역으로 삼고 있지만 삼촌은 산맥절벽에서 세 들어서 살고 있지 않냐. 같은 종족이라고 한 지역에 모여서 살리란 법은 없는 거야.”

    “힝.”

    “떽. 울보처럼 굴어봤자 우린 오크노디처럼 네 울음소리에 당해주지 않아. 이젠 <울음내성>이 생길 정도로 시달렸으니까!”

     

    이사벨의 엄한 태도에 티토소가도 하는 수 없이 손오공의 봉에 묶인 채로 질질 끌려가게 되었다.

     

    “아니 미친. 조명대 더럽게 무겁네?”

    “손오천. 당신까지 엄살 부려봤자 소용없어.”

    “환장하겠네.”

     

    끌려가기 싫었던 티토소가가 마력술식을 변경하여 조명대의 무게를 증가시키자 손오천도 분신까지 만들어가며 여럿이서 힘을 모아 티토소가를 운반했다.

    자이언트 골렘이 뛰노는 산비탈을 우회하여 헤비머신 씨드슈터들이 공격적으로 씨앗을 쏘아대는 씨앗의 숲을 포복자세로 지나가고 나무만 한 크기의 트롤들이 거대한 산양에게 잡아먹히는 숲을 숨죽여 존버하는 가혹한 여정!

     

    “4황녀는 건강히 지낸다고 하고 그냥 도망가지 않겠나?”

     

    어중칠검 히스클리프조차 이건 좀 아니다 싶었는지 한 소리 했으나 여기까지 끌려온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던 티토소가와 손오천은 어림도 없다는 눈으로 히스클리프를 쏘아보았다.

    이사벨과 지젤도 두 사람을 괜히 무시했다며 후회가 가득했지만, 분신이나 조명으로 몬스터를 불러들여서라도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 의지로 똘똘 뭉친 두 사람은 막을 방도도 없었다.

     

    “구우우우우.”

    “히에에… 으읍!”

    “조용히 해. 저딴 거에 걸리면 다 죽어.”

     

    산의 일부인 줄로만 알았던 지면이 쩍 갈라지며 거대한 거북이가 산비탈 하나를 통째로 등에 짊어지고 자세를 고쳐잡을 적에는 모두가 합죽이가 됐다.

    산거북이가 잠잠해지자 그제야 손오천과 티토소가도 이러다 좆되겠다는 시선을 보냈지만 이젠 지젤이 거의 다 왔다며 도망치는 것을 반대했다.

    바구니 속 게가 탈출하려는 동족들을 붙잡는 것처럼 서로를 방해하는 안쓰러운 지젤파티!

     

    “환경파괴 노예종 아동착취 플랜테이션 GMO 제국주의 통큰 바나나 주가가 떡락해도 좋으니 살아서만 돌아가면 소원이 없겠군…”

    “너 그딴 주식에 투자했어?”

    “돈은 종족을 가리지 않아.”

    “이러니 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 손이 제 맘대로 소원을 들어주지.”

    “조용.”

     

    이사벨과 손오천을 향해 지젤이 눈치를 주었다.

     

    “다 왔습니다. 저 앞입니다.”

    “차라리 삼촌을 만나러 가는 길이 더 쉬웠겠군.”

     

    손오천의 푸념과 함께 마침내 끝을 맞이한 기나긴 오크노디 추격의 여정.

    커다란 바위문을 힘껏 열자마자 그들을 반기는 것은 야생의 날짐승에 고삐를 채우고 막 날아오르던 오크노디와 즈앙이었다.

     

    “이 시발 저거 때려눕혀!!”

     

    손오천은 악에 받쳐 소리쳤다.

    여기서 오크노디를 또 놓치면 어떤 정신나간 곳으로 찾아가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티토 비이임!!!”

     

    분노에 힘입어 어느 때보다도 출력이 거세진 티토소가가 빔을 쏘아대자 눈먼 날짐승들이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며 추락했다.

     

    “잠깐, 착지는 어떻게 시킬 건데!”

    “헉.”

    “앗!”

     

    다행히도 날짐승들은 탑승자의 기량으로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마나거미줄>

    <웹 그라운드>

     

    <조종술>

    <비상착륙>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절벽의 돌출부에 착지한 오크노디와 즈앙.

    얼굴 보기 힘든 응애들과 마침내 재회에 성공했다.

     

    “즈앙! 나만 두고 가면 어떡해!”

    “티토?”

    “우리 꼬마숙녀는 보살피기도 참 힘들군요.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헉. 지젤이 왜 여기에 있어요?”

     

    지젤이 도시락을 들어 올렸다.

     

    “뱀파이어들에게 전달을 부탁받은 도시락입니다.”

     

    서로 간에 쌓인 이야깃거리가 한 보따리인 입학시험 동기 파티와 사다코 교수 수강생 트리오.

    어중칠검 히스클리프만이 뻘쭘하게 뒤에 선 채로 반강제로 착지 당한 날짐승에 관심을 가졌다.

    몸은 말이지만 날개가 달린 짐승은 초레어 몬스터 사이에서도 보기 힘든 페가수스Pegasus였다.

     

    ‘분명 성질머리가 말도 안 되게 더러워서 고공기사단도 길들이기에 실패했다고 들었는데, 이걸 어떻게 타고 있었지?’

     

    당장 히스클리프의 시선을 감지한 페가수스가 그를 돌아보더니 입을 우물거리다가 퉤 침을 뱉었다.

    앞발로 확 찍을 기세로 투레질을 하는데 오크노디의 작은 손이 찰싹 허리를 때리자 단숨에 얌전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얌전히 안 있으면 잡아먹는다?”

    “꾸어엉…”

     

    우는 소리를 내며 귀와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 암만 봐도 단단히 길든 모습이었다.

     

    “대체 페가수스는 어떻게 길들인 거지? 설마 하피 때처럼 암흑타락을 시킨 거냐?”

    “헉. 아조씨 어떻게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할 수가 있어요? 페가수스는 암흑마나가 주입되면 전신에서 탈모가 온다고요!”

    “!!”

     

    자세히 보니 암흑마나 소리를 듣자마자 페가수스가 움찔거렸다.

     

    “암흑마나는 말 안 듣는 나쁜아이만 주사 받는 거지, 우리 착한 페가수스는 주입 당할 일 없다구요. 그렇지, 페가야?”

    “꾸어어어엉…”

    “…”

     

    아, 그렇군. 주입은 안 하고 주입한다고 협박해서 부리고 있구나…

    페가수스가 불쌍하긴 해도 오크노디의 동료 겸 보호자들에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쥐방울아. 너 잡아다가 납치했던 황제는 어딨냐? 그놈이 자리를 비운 틈에 몰래 달아나려는 게냐?”

    “황제파파는 땅속에 묻혀계세요!”

    “뭐?!”

    “친구들도 잔뜩 있으니까 혼자서 심심하진 않으실 것 같아요! 음, 아니다. 조금 부족하려나? 그럼 제가 황제파파 곁으로 놀아줄 사람을 잔뜩 보내죠 머!”

     

    누가 들으면 황제를 담가버렸고 황제를 따라 담글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처럼 들리는 대화!

     

    “저승이라는 건 지하세계 말하는 거지?”

     

    당황한 동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이사벨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헉! 어떻게 알았어요?”

    “오크노디의 사고방식이야 뻔하니까. 이렇게 말하면 더 재밌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

    “우와! 이사벨 완전 똑똑해요! 꼭 독심술이라도 익힌 것 같아!”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진 모르겠지만 황제는 그저 언더월드에 남은 것이었다.

     

    “언더월드는 황제한테 납치당해서 끌려갔지만 여긴 내 스승님을 보기 위해서 온 거야.”

    “즈앙의 스승?”

    “대륙십대도적 서열 10위, 목숨도둑 륭 노사. 암살자에 어울리는 전투기술을 지닌 오크노디라면 분명 스승님의 기술이 도움이 될 테니까.”

    “오크노디는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의 제자잖아. 다른 스승님을 모셔도 되는 거야?”

    “상관없어. 나도 오크노디의 다른 스승님인 브론즈 교수님의 기술을 배웠으니까.”

    “어라? 오크노디의 스승님은 사다코 교수님 아니었어?”

     

    티토소가의 말에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디스트로이어 교수, 브론즈 교수, 사다코 교수, 심지어 이번에는 륭 노사까지…

    무슨 스승이 이렇게 많아?

     

    “힝 좋겠다. 오크노디는 파파도 둘인데 스승님은 넷이나 있고.”

    “티토소가도 리프랑 에이프릴한테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이랑 메이드 기술들 배우고 있잖아!”

    “에헤헤. 그랬지?”

    “기술은 잘 배우고 있어?”

    “이제 물걸레로 바닥을 닦으면서 마나술식 새기는 법은 마스터했어! 창문도 뽀득뽀득 잘 닦아서 마나술식이 깨끗하게 잘 스며들어!”

    “…”

     

    히스클리프는 속으로 다짐했다.

    재단과 아카데미 출신의 메이드는 궁중에서 당장 전부 해고하라고 매스각키 황제폐하에게 고하리라고.

     

    “그래서 륭 노사님한테는 뭘 배우고 있었어?”

    “높은 곳에서 추락하면서 투척으로 보호막을 뚫고 목표의 급소를 맞추는 훈련!”

    “오우. 그거 재밌겠군. 이 몸도 해도 되냐?”

    “물론이죠!”

     

    손오천이 신이 나서 페가수스에 탑승했다.

     

    “표적은 어떻게 생겼냐?”

    “눈에 힘 팍 주고 마력을 모으면 특별한 마나표식이 보일 거예요!”

    “좋아, 간다!”

     

    겁도 없이 페가수스에서 뛰어내리며 던지기 훈련에 돌입하는 손오천!

    퍽 소리와 함께 돌멩이가 절벽을 때리는 소리에 오크노디가 아쉬워했다.

     

    “너무 아깝다! 120m쯤 빗나갔어요.”

     

    …어디가 아까운 거야?

    그보다 떨어진 손오천이 올라오질 않았다.

    자세히 보니 벽에 고랑이 파이도록 손으로 콰드드득 벽을 갈아가면서 데롱데롱 매달린 모습이 보였다.

     

    “이 시발 미친 페가수스는 언제 내려오는 거야! 사람 살려━!”

    “헉, 너무 큰 소리 내면 안 돼요! 절벽 아래쪽은 독연이 깔려있어서 페가수스도 못 내려가니까 호흡기에 독이 침투한다구요!”

    “…!!”

     

    손오천이 복장 터지겠다는 얼굴로 제힘으로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티토소가가 울상을 지으며 물었다.

     

    “히에엑?! 떨어지면 어떡해?! 저렇게 힘들게 버티면서 기어 올라오는 거 맞아?!”

    “늦지 않게 비행마법으로 떠오를 집중력을 남겨두는 게 포인트야! 으휴, 오천 아저씨도 참. 저렇게 올라오는 거 아닌데!”

    “추락하면서 비행마법을 쓰라니, 숙련도가 부족해서 제때 발동 못하면 어떻게 되는데?!”

     

    오크노디가 눈을 껌뻑거리며 말했다.

     

    “쿵.”

    “쿵?”

    “많이 아프겠지?”

    “…으앙! 너무 무섭잖아!”

     

    히스클리프의 결심이 또 하나 늘었다.

    이 미친 아동학대 신종자살 훈련법도 어떻게 좀 해야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특훈 : 프리다이빙 암살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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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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