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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 ***

       

       “허허허허.”

         

       당광렬은 호천안을 보며 웃었다. 확실히 호천안의 도박 실력은 범상치 않았다. 당광렬 역시 깔끔하게 속아버렸으니까.

         

       당광렬은 호천안의 도박술이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인정했다.

         

       그리고 호천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도 대충은 이해했다.

         

       도박 중독이라느니 듣기 싫은 말들이 끼어 있기는 했지만 결국 요지는 기본의 기본인 마음가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 당광렬이도 우습게 보인 모양이요. 본 가주도 이제 전력을 다해야겠구만.”

         

       하지만 당광렬은 호천안의 주장을 수용할 생각이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당도경에게 암기를 회수해야 하는 판국이다. 그런데 느긋하게 기초부터 다지자는 주장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그 역시 평생 도박을 즐겨왔던 몸으로써 나름대로 도박 실력에 자부심이 있었다. 호천안이 신기에 이른 도박사인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정도로 도박 실력을 폄하당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저 낭인에게 본인의 수준을 증명하고 재빨리 기술을 습득하고 당도경을 꺾어야지.

         

       당광렬은 그렇게 생각하며 호천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일반적인 야바위 규칙으로 하지요. 판돈은 가전 100냥이고 단 한판. 그러니까 가주께서는 자산이 51전이 되는 순간 승리하시는 것이고 저는 100냥이 되는 순간 승리하는 것입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동의하오.”

         

       “좋습니다. 본디 배당은 3배인 것이 맞으나 실력 차이를 감안해서 4배로 하지요.”

         

       호천안과 당광렬의 도박 내기 종목은 야바위이고 주사위 1개에 잔은 4개. 일반적으로 민간에서의 야바위가 잔 3개로 돈을 걸고 맞추었을 시 두배로 돌려 주는 것이 기본이다. 전문적인 도판에서 시행되는 야바위는 잔 4개로 맞추었을 시 3배로 돌려주는 것이 기본. 배당이 4배라는 것은 당광렬에게 아주 유리한 판이라는 뜻이었다. 

         

       “그럼 시작하지요.”

         

       당광렬은 집중하며 안력을 돋우웠다. 당광렬의 입장에서는 처음 한 번만 이기면 끝나는 판이었으니 당연히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당광렬은 두눈을 부릅뜬 상태에서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시작하는 순간 주사위를 놓쳤고 주사위를 놓친 상태에서 그 주사위의 모습을 찾지도 못한 상태로 야바위가 끝나버렸다.

         

       “이, 이 무슨..”

         

       처음에 잔으로 들어간 주사위를 본 뒤로 주사위의 흔적도 보지 못한 상황!

         

       “허허, 당가주께서 전력을 다하신다고 하니 저 역시 미력하나마 전력을 다해야지요.”

         

       호천안은 확실히 당광렬을 상대할 때 당도경을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전력을 다했다. 그 전력이란 손기술을 완전히 활용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어디 도박기술에 손기술만 존재하던가. 도박이라는 틀 아래서 손기술은 분명 중요한 영역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대성한 도박 기술을 거침없이 연계하여 발휘하는 호천안의 야바위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두 번째 잔이오.”

         

       “틀렸습니다.”

         

       주사위는 네 번째 잔 안에 들어 있었다. 당광렬은 마른 침을 삼키며 다음 판을 위해 집중했다. 그런데 집중력을 끌어 올리고 있는 와중에 두 번째 잔이 슬쩍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당광렬은 살짝 그 쪽으로 정신이 팔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잔과 주사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당광렬은 그제야 주사위 두 개로 하던 야바위조차 호천안이 봐주며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말 그대로 당광렬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이었다는 것을.

         

       당광렬은 여태 자신이 주사위의 움직임을 간파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호천안이 간파할 수 있을 수준으로 운영해주었을 뿐. 

         

       “…네 번째요.”

         

       열 판이 지나도록 당광렬은 주사위의 흔적조차도 쫒지 못했다. 당광렬은 헛웃음을 흘렸다.

         

       벽.

         

       당광렬은 호천안이라는 벽을 느끼고 있었다.

         

       그야말로 손도 발도 뻗어보지 못한 채로 코만 베이고 있는 상황!

         

       그래도 당광렬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아무튼 도박은 집중력 싸움이라는 것이 당광렬의 지론이었으니까.

         

       ‘보였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집중력을 끌어 올렸기에 가능한 것일까. 당광렬은 희끗하게나마 주사위를 파악해 냈다. 말 그대로 순간이기는 하지만 호천안의 기술을 간파해 낸 것이다.

         

       ‘그래 충분히 희망이 있다. 아직 판돈은 남았으니까. 아무리 신기에 이른 도박기술이라도 영원히 파훼되지 않을 수는 없다!’

         

       한 번. 두 번. 세 번.

         

       당광렬은 가전을 한 개씩만을 걸며 호천안의 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야바위가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주사위를 포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크흠. 목이 타는군요. 물 한잔만 마시고 할 수 있겠습니까?”

         

       “허허, 물론이요 야 낭인.”

         

       당광렬은 애써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슬슬 기술이 간파되고 있으니 그 흐름을 끊고자 하는 모양이지. 당광렬의 안력은 흑립 속에 가려진 호천안의 표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판을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호천안의 얼굴은 담담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당광렬은 그런 호천안의 모습 자체에서 흔들림을 느꼈다. 아무리 도박을 잘 해도 아직 호천안은 이십 대 초반. 표정관리는 흠 잡을 곳 없이 뛰어났지만…

         

       ‘살아간 세월의 차는 무시할 수 없지.’

         

       잠시간의 휴식이 끝나고 당광렬은 그런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조금 더 흔들리는군.’

         

       약간의 잔실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박을 간파할 만한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가전은 이미 줄어들 대로 줄어들어 25개 남짓.

         

       ‘보였…나?’

         

       당광렬은 눈살을 찌푸리려던 것을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참았다. 기술이 파훼되었다는 단초를 제공하면 호천안의 기술이 또 변화할 수 있으니 단번에 낚아채야 할 일이었다.

         

       아직 승산은 있다. 이 도박은 정말로 당광렬에게 한없이 유리한 판이다. 가전이 51개만 넘으면 되고 배당이 4배란 소리는 야바위를 간파했을 때 가전 13개만 걸면 단번에 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소리였다.

         

       호천안이 수십 번의 야바위를 통해 빼앗아간 가전은 7~8개의 가전을 걸고 한 판 빼앗아 오면 그대로 본전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당광렬은 마음이 편해졌다.

         

       마음이 편해지니 당광렬의 집중력이 최고조로 올라갔다. 주사위가 아니라 호천안의 손놀림 그리고 그 의사까지 조금씩 예측이 되고 있었다.

         

       ‘허허 다급해지셨구만.’

         

       호천안 역시 당광렬이 조금씩 자신의 기술을 따라오고 있음을 직감했는지 손놀림이 한층 더 격렬해졌다. 더욱더 화려하고 현란한 기술들. 당광렬은 기껏 따라가고 있던 흐름이 다시 벌어짐을 느꼈지만 초조해하지 않았다.

         

       다시 따라잡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호천안은 도망치는 자가 되었고 당광렬은 쫓아가는 자가 되었다. 당광렬은 가전이라는 연료가 다 하기 전에 호천안의 덜미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전이 17개까지 줄어들었다.

         

       당광렬은 여전히 주사위의 흐름을 놓치고 있었다. 당광렬은 실력의 격차를 인정했다. 기껏해야 한 두 시진 집중해서 본다고 온전히 간파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간헐적으로 주사위가 눈에 들어오는 경우는 있었다.

         

       ‘보였다.’

         

       운도 도박의 일부였다. 당광렬은 주사위의 마지막 흐름이 자신이 간파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로 이루어진 것을 깨달았다.

         

       세 번째 잔.

         

       당광렬은 숙고한 뒤에 가전을 쌓았다. 하나. 둘. 셋…가전이 쌓일 때마다 호천안의 눈이 미미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호, 승부를 거시렵니까.”

         

       호천안의 가소롭다는 목소리가 당광렬의 귀에서는 승리의 나팔 소리처럼 들려왔다.

       

       세 번째 잔 앞에 쌓인 가전은 총 12개. 호천안도 자세를 바로 했고 당광렬 열시 자세를 바로 했다.

         

       “승부를 확신하시는 듯 한데 어째서 모든 가전을 걸지 않으신 겝니까.”

         

       “허허, 이번 승부는 선생께 내 실력을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니 굳이 무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과연.”

         

       호천안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연신 마른침을 삼키며 가주와 낭인의 도박대결을 관전하던 풍영대주와 시선이 마주쳤다.

         

       “나름 큰 판이니 한번 개봉해주시겠습니까?”

         

       “…그러지요.”

         

       풍영대주가 첫 번째 잔을 열었다. 당연히 주사위는 없었다. 두 번째 잔 역시 거침없이 개봉했다. 역시 주사위는 없었다.

         

       풍영대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세 번째 잔에 손을 올렸다. 현재 호천안이 보여주는 야바위는 그야말로 범상치 않았다. 여기서 잃는다면 다섯 번 안에 그 수법을 간파하기는 어려울 일이었다.

         

       사실상의 승부처.

         

       풍영대주는 단번에 세 번째 잔을 들어올렸다.

         

       “…없다고?”

         

       당광렬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당광렬의 시선이 호천안으로 향했다. 담담하게 미소 짓는 모습에 당광렬의 머릿속이 순식간에 헝클어졌다. 놀라 굳어버린 풍영대주 대신 호천안이 움직여 네 번째 잔을 들어 올렸다.

         

       주사위는 그곳에 있었다.

         

       “안타깝게 되었군요.”

         

       당광렬은 지금까지의 도박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씩 따라잡고 있다고 여겼던 손기술. 애써 호천안이 흔들림을 감추려던 모습. 여유를 되찾고 점차 집중력을 올리던 자신.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초초함을 느끼던 호천안.

         

       호천안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당광렬은 여태 쌓아온 도박판의 흐름이라 생각했던 것이 산산조각남을 느꼈다.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당광렬은 그 시점을 짐작할 수 없었지만 호천안의 설계에 놀아났다는 사실만큼은 깨달았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다…’

         

       당광렬은 다시 재개된 야바위 판을 눈으로 쫓았다. 확실히 기술은 눈에 익었다. 아까보다 더 수월하게 야바위의 흐름을 쫓아갈 수 있었다. 당광렬은 눈을 뜨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눈을 질끈 감고 한탄했다.

         

       10할 자신했을 때 승부를 걸었어야 했거늘. 마지막에 잠깐 보았다고 그것을 맹신하고 걸었다.

         

       가전 열두 개를 잃었다는 충격에 심기가 흔들린 당광렬의 가전 다섯 개는 그야말로 눈 녹듯이 사라졌다.

         

       마지막 가전이 사라지고 당광렬은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좀 더 신중했더라면…열두 번의 기회가 더 있었다면 분명 적시가 왔을 것을.

         

       “아쉬움이 많이 남으시는 모양입니다.”

         

       호천안의 말에 당광렬이 허허 웃었다.

         

       “이미 끝난 승부이거늘 아쉬움이 남았다 한들 어쩌겠소이까.”

         

       “그렇다면 더 하시겠습니까?”

         

       “가전이 이미 모두 사라졌거늘 무엇을 건단 말이요.”

         

       호천안이 당광렬 앞에 가전을 하나 내밀었다. 그리고 엄지에 중지 손가락을 걸어 보이며 웃었다. 일견 돈을 의미하는 것 같은 손짓을 보이며 호천안이 말했다.

         

       “딱밤 한 대에 가전 열 개를 융통해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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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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