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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도적,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솔직히 말해도 밴 안 할게요.’

         

        라고, 지난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범죄자, 악질, 쓰레기, 무능……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비난이 채팅창을 메우더라.

        

       밴 안 한다는 한 마디를 그렇게나 기다려왔던 걸까. 채팅창이 흘러가는 속도가 평소의 2배는 되는 느낌이었다. 무슨 할 말을 얼마나 많이 참았길래.

        

       한껏 신이 난 채팅창은, 딱히 도적의 이미지와 관련도 없는 도적 성토 대회의 장까지 열었다.

         

        심지어 어떤 시청자는 도네이션으로 ‘대체 언제부터 성녀 용사 현자로 구성된 엘리트 용사 파티에 어디서 굴러먹던 건지도 모를 범죄자 새끼가 하나 끼는 게 기본이 된 거임?’이라는 의문을 던졌고,

         

        채팅창은 무수한 박수의 세례에 이어서, 보다 더 포괄적인 비난으로 화답했다.

        

       하나하나 밴하는 것보다 방종이 빠르겠더라.

       

       실제로 그랬고.

        

       아무튼 이쯤 되면, 아무리 봐도 도적이 싫어서가 아니다. 판타지 용사 파티 도적이랑 나오나 도적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러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도적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없애기 위해서는, 도적의 인게임 성능을 입증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것 아닐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고,

        

       도적부흥운동을 하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라는 스트리머의 설득력……그리고 친근감을 먼저 올려야 하는 것 아닐까.

         

        “아. 아. 다들 잘 들리시나요?”

         

        『🔥🔥🔥🔥🔥🔥🔥🔥』

        『🔥🔥🔥🔥🔥🔥🔥🔥🔥🔥🔥🔥🔥🔥🔥🔥🔥🔥🔥🔥🔥🔥』

        『🔥🔥🔥🔥🔥🔥🔥🔥🔥🔥🔥🔥🔥🔥🔥🔥🔥🔥🔥』

        『🔥🔥🔥🔥🔥🔥🔥🔥🔥🔥🔥』

         

        약속이라도 한 듯이, 채팅창은 불을 형상화한 이모티콘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채팅을 이모티콘으로만 할 수 있도록 제한했을 뿐인데, 하나의 이모티콘으로 거의 통일하다니. 놀라운 단합력이다.

         

        뭐, 잘 들린다는 의미겠지.

       

       배에 힘을 주고,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삐이- 삐리리-

         

        청량한 오카리나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짧게.

         

        ……일주일 만에 능숙하게 다루기엔 어려운 악기였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 시발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래도, 느낌은 전달됐겠지.

         

        “자, 여러분. 상상해보세요. 야영지에서, 모두가 모인 모닥불과 약간 떨어진 한 쪽 나무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도적의 모습을.”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좋은 말로 할 때 채팅이나 풀어라】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휴방 해명이나 해】

         

        불로 통일되어 있던 채팅창이, 삽시간에 다양한 이모티콘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주로, 분노를 표현하는 이모티콘들인데.

         

        ……모닥불 비슷한 느낌이라도 주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러는 건 아니겠지.

         

        “집중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예요. 자, 다시 눈을 감고 상상해보세요. 용사 일행의 고단한 모험. 하루의 피로를 애써 씻어내는 파티원들 저 편에서, 나무에 비스듬히 기대어, 홀로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도적의 모습을.”

         

        -삐익!

         

        아. 삑사리.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얘 합의금 장사하는게 목적임?】

       

        ……부당한 음해네.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데.

       

        분위기 환기를 위해, 다시 오카리나를 부드럽게 연주했다.

       

        음음. 이번에 좋았다.

       

        역시, 도적하면 이런 느낌의 악기 아닐까. 

       

        “그렇게, 후드를 뒤집어쓰고 연주를 하던 도적이, 당신을 보고 흠칫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 거예요.”

       

        -성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우리 여기서 야영한다고 광고할 일 있어? 저 좆같은 오카리나 내가 부수든지 해야지 시팔】

       

       과몰입을 하는 사람이 나오는 건, 아주 좋은 신호다. 가볍게 목을 축이고, 최대한 부드럽고 친절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늘 따라 힘들어 보이는데. 무슨 일 있나? 라고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어떤 미친년이 방송을 ㅈ대로 해서 너무 힘들어요……】

       

       “자. 그래서, 오늘 방송 컨텐츠는 여러분의 친절한 동료, 고민 들어주는 도적입니다.”

       

       계기는, 오랜만에 나오나 외의 방송을 다양하게 보다가 발견한 한 저스트채팅 스트리머였다.

        

       시청자들이 다양한 고민을 올리고, 스트리머는 이를 다독여주며, 분위기에 맞춰 피아노 연주도 하는 방송.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운 분위기의 채팅창과, 스트리머가 뭐라고 말해도 모두가 동의하며 호응하는 흐름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다 같이 박수!’라는 말 한 마디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박수 이모티콘을 도배하는데……그야말로, 이상적인 방송 그 자체를 목도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맛집의 비결을 엿보기 위해 삼시 세끼를 같은 식당에서 먹는 요리사의 심정으로, 한참을 방송에 상주하며 살펴본 결과-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스트리머를 친근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친근한 이미지여서 고민상담 컨텐츠가 가능한 건지, 고민상담 컨텐츠를 해서 친근감을 느끼는지로 나누면, 전자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고 하잖아.

        

       고민상담을 해주다 보면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피아노는 칠 줄 모르지만, 오히려 좋다. 오카리나가 도적에 더 어울리는 느낌이기도 하고.

        

       “여러분의 고민을 편하게 올려주세요. 개인적인 고민도 좋고, 도적 빌드에 관한 고민도 좋고, 도적플레이 중 생겨난 고민, 도적에 대한 편견에 관한 고민, 지하를 선픽당했을 때 대응법에 관한 고민……무엇이든, 편하게 올려주세요.”

       

        화면을 조작하여 위게더 게시판에 새로 만든 ‘비밀글’ 탭을 띄우고-

       

        “다만, 내밀한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시청자들이 채팅창에서 무분별한 비난을 하면……괴롭겠죠? 그러니, 고민을 업로드하실 때는 선택하실 수 있어요.”

        

       게시글을 클릭해 미리 적어둔 샘플을 보여주었다.

        

       역시, 내 고민을 먼저 털어놓아야 상대도 고민을 얘기하기 편해지는 법이다.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목: 고민 상담입니다]

        [(채팅: 가능 / 이모티콘 / 불가)

        (후원: 가능 / 불가)

       

        저번에 도적 방송을 하고 선물도 받은 우수 학생들이 그 후로 단 한 번도 방송을 안 켜서 고민입니다.

       

        심지어 전적 검색을 해보니 그 후에 광전사나 사제를 한 학생도 있는데,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역시 밴을 해야 할까요? 밴으로 충분한 걸까요?]

       

        “이렇게, 저는 채팅은 이모티콘만, 후원은 가능하게 고민글을 올렸어요. 이제 왜 지금 채팅이 안 되는지 이해되시죠?”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제발 지랄 말고 나오나나 키십쇼】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얘 휴방하는 동안 또 어디가서 뭘 본거냐 대체】

       

        “자, 자유롭게 고민글을 올려주세요.”

       

        게시판을 띄워둔 브라우저를 새로고침을 하자, 약 6개의 글이 거의 동시에 올라왔다.

        

       기대보다도 적극적인 참여……라고, 생각했는데.

       

       [제목: 고민이 많이 되네요]

       [채팅: 가능 / 후원: 가능

       뒤지기 싫으면 캠이라도 좀 켰으면 좋겠어서 고민입니다.

        

       진짜 뒤지기 싫으면 캠 키십쇼]

        

       [제목: 간절합니다]

       [채팅: 가능 / 후원: 가능

       어떤 스트리머가 당장 나오나를 안 하면 바지에 똥을 쌀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당 ^오^]

        

       [제목: 거짓말 아님]

       [채팅: 가능 / 후원: 가능

       니가 생각하기엔 너한테 고민상담을 할 거 같냐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이다

        

       당장 캠을 키고 우리에게도 양손검 기사를 보여주지 않으면 VPN을 가동하겠다

        

       난 허튼 소리 안 한다 분명 말했다]

        

       아하.

        

       이런 느낌.

        

       첫 세 개를 읽고나니, 감이 왔다.

        

       “음……일단, 고민은 고민이니 원칙대로 채팅은 풀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궈궈든~』

       『니가 원하는 고민상담! 절대! 못한다!』

       『어림도 없지 나오나나 켜라~』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포기하시고 기사나 한 판 돌립시다】

        

       아직 우리가 소통이 부족했구나. 

       

       『ㄹㅇ』

       『ㄹㅇㄹㅇ』

       『우리도 기사 좀 보자 ㄹㅇ』

       

       그러면, 소통을 해야지.

        

       “하지만 상담해드릴만한 고민은 없네요. 그러면 우리, 적절한 고민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연주나 하고 있을까요?”

       

        * * * *

       

        -휘익!

        -삐이이휘익!

       

        《아. 이 구간이 진짜 어려워요. 다시 해볼게요.》

       

       『아』

       『아 제발 좀』

       『왜 그래 진짜』

       『진짜 딱 한 대라도 좋으니 인중 한 번만 존나 세게 때리고 싶습니다 선생님』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미안하다. 우리가 잘못했다. 고민글 올렸다.】

        

       『님들 근데 은근 잘 할 땐 잘하는 거 같지 않음?』

        『시발 아무나 빨리 고민글좀 올려봐』

       『아니 썼다고 최선을 다해서 썼다고』

       『진짜 어디서 저런 좆 같은 걸 가져오는 거야』

        

       -삑!

       

       《오카리나가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네요. 아직 일주일 밖에 연습을 못해서……앞으로 방송 키고 많이 연습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기대해주세요.》

       

       《우리, 고민 글 10개만 모으고 시작해볼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전개상 연참입니다.

    토요일 연재분으로 준비된 분량을 끌어 온 거라, 내일이 걱정이네요…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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