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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똑. 시침이 무심하게 움직였다.

       

       멜리나는 초조한 듯 창 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해는 이미 저문지 오래였다.

       

       “올리비아는 찾았느냐?”

       “……죄송합니다.”

       

       비서가 고개를 숙였다.

       

       “단서가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분도 아니고 탑주님께도 일언반구 없었다면…….”

       

       올리비아는 올해 초에 수행길에 올랐다. 스승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 위함이었기에, 멜리나는 올리비아를 막아설 명분이 없었다.

       

       멜리나가 할 수 있는건 제 제자의 안전을 빌어주는 것뿐이었다.

       

       – 다녀올게요.

       – 얼마나 걸리는지만 말해줄 수 있겠느냐?

       – 일단 반년이요.

       

       멜리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때 어떻게든 붙잡았어야 했다.’

       

       올리비아가 수행길에 오른 것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스승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하는건 마법사들의 전통이었으니까. 

       

       드래곤의 레어에 침입하지 않는 이상, 올리비아가 험한 일을 당하는건 불가능했다.

       

       아니, 설령 그랬더라도 드래곤들은 올리비아의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해줬을것이다. 까막눈이 아닌 이상 멜리나의 제자라는 사실을 알아챘을테니.

       

       드래곤과 멜리나가 친분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멜리나가 드래곤보다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건, 그 반년이라는 기간 사이에 ‘올리비아’가 깨어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보낼 때 이 생각을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올리비아’라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보내주었다.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멜리나는 시계를 보았다. 자정이었다.

       

       ‘올리비아’는 원래 오늘 돌아왔어야 했다.

       

       그리고 그 오늘은, 방금 끝나버렸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보며 멜리나는 생각했다. 

       

       해가 저물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초조하지는 않았다. 분명 먼 곳으로 수행을 떠났을테니까. 돌아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렇지만…….

       

       ‘이제는 단순히 늦는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 않는가.’

       

       멜리나는 손톱을 깨물으려다 그만두었다. 더 이상 뜯을 손톱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마탑에 다시 한 번 협조를 구해보거라. 혹시라도 리비가 나타나면 그 즉시 텔레포트 게이트의 사용을 허가하라는 말도.”

       “예, 알겠습니다.”

       

       비서들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냐.’

       

       제국 내부나, 국경 근처로 수행을 떠났다면 마탑에 협조를 구하면 그만이었다. 다른 왕국으로 떠났더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제국과 왕국이 사이가 좋지 않다지만, 올리비아 심기를 거스르기보다는 최대한 편의를 봐주며 관계를 개선하려 할테니.

       

       ‘설마 마경?’

       

       설령 7대 마경으로 행했더라도 변하는건 없다. 올리비아의 성정 상, 무리해가며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을것이다. 설령 그랬다고 한들 ‘올리비아’라면 능히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멜리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혹시 갑자기 일이 생겼을 수도 있으니. 그도 아니라면 착오가 생겼을수도 있으니.

       

       “탑주님.”

       “……아직 소식은 없느냐?”

       “예. 하지만 혹시나 해서 타 왕국에도 협조를 구해봤지만…….”

       

       비서는 말끝을 흐렸다. 그로서는 멜리나가 왜 이렇게 과민반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올리비아다.

       

       대마법사 정도의 강자가 아니라면 그녀에게 상처도 입히지 못할 것이다. 그 정도로 올리비아는 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리비아의 복귀 예정일은 아직 한참 남았다.

       

       ‘복귀 예정일이 6월 말에서 7월인데. 아직 세 달이나 남았다고.’

       

       지난 2년 동안, 멜리나가 올리비아를 어떻게 대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적어도 금탑에서는 없었다. 

       

       자식처럼.

       

       같은 부모의 관점으로 생각하니 어찌어찌 이해는 갔다.

       

       “탑주님.”

       “…….”

       

       대답은 없었다. 비서는 묵묵히 하려던 말을 계속했다.

       

       “올리비아님은 괜찮으실겁니다. 제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마법사잖습니까. 걱정 하실 필요는…….”

       “……게.”

       “예?”

       “……나가게.”

       

       비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기에 저렇게 지껄일 수 있는 것이다.

       

       진실을 알게 된다면 저렇게 태평할 수 없을것이다.

       

       멜리나는 얼빠진 얼굴을 하는 비서에게 말했다.

       

       “잠시 혼자 있고 싶네.”

       

       무수한 생각이 멜리나의 머리 속을 덮쳤다.

       

       ‘…….’

       

       멜리나는 말없이 지금껏 모아둔 진리의 편린들을 내려다보았다. 

       

       여덟 장.

       

       이까짓 종이쪼가리에, 올리비아가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었는가?

       

       이깟 종이쪼가리에?

       

       멜리나의 눈동자에 분노가 피어올랐다. 

       

       고오오오오……!

       

       대기가 진동했다. 멜리나의 기세는 갈수록 사나워졌다. 마도서들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 종이들을 찢기는 커녕, 구기지도 못했다.

       

       그건, 올리비아가 남긴 마지막 유산이었기 때문이다.

       

       쿵, 하고 멜리나가 책상 위에 엎드렸다.

       

       “아, 아아…….”

       

       – 너무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마라.

       

       눈 앞이 흐렸다. 손발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 나를 믿거라.

       

       멜리나는 종이들을 긁어모아, 제 품에 끌어안았다.

       

       지키지 못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아무것도.

       

       

       

       

       

       *****

       

       

       

       [단서 #2]

       [제국력 992년의 기억]

       

       계획은 순조로웠다. 이보다 더 좋아질 수 없을 정도로.

       

       ‘이대로면 멜리나는 곧 진리에 도달하겠지.’

       

       게임을 수천판도 넘게 했는데, 고렙 NPC 하나 진리로 이끌어본 적이 없었겠나? 

       

       경험 상, 멜리나는 항상 열 번째 편린을 건네받았을 때 진리에 도달했었다.

       

       시간 마법의 정점.

       

       시스템으로 환산하면 100레벨. 작금의 올리비아와 동레벨이었다.

       

       원래의 멜리나에 비하면 훨씬 강하지만, 그렇다고 감당못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멜리나는 날 공격 못해.’

       

       키엘과는 다르게, 멜리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 올리비아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 사실은 진리를 보았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것이다.

       

       왜냐면 그녀는 회귀자 중에서 유일하게, 호감도를 우정이 아닌 모성애로 치환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랑하는 제자의 손에 죽을지언정, 제자를 죽이지 못한다. 

       

       – 쿵.

       

       ‘…….’

       

       올리비아가 그 자리에 굳은 채로 심호흡했다.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아서, 도무지 그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칭호, ‘성녀보다 성녀같은 자’가 발동됩니다.]

       –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올리비아는 다시 계획을 점검했다.

       

       ‘시간을 멈출 수도 있기는 한데…….’

       

       그것뿐이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경험도, 위력도 이쪽이 위다.

       

       ‘이대로라면 무난히…….’

       

       올리비아의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단서 #2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음 순간 나타난 메세지창이 그녀의 계획을 모두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올리비아는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눈 앞에 떠오른 메세지를 정독했다.

       

       [단서 #1과 단서 #2 간의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만약 단서 #2를 사용하게 되면, 회귀자 ‘키엘 로트실드’과의 첫 만남이 제국력 992년 6월에서, 제국력 992년 3월로 변화합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내뱉은 올리비아였다.

       

       “……아니, 그게 갑자기 왜 바뀌는데.”

       

       올리비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메세지에 따르면, 단서 #1과 단서 #2는 별개의 기억이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

       

       ‘……둘이 공유되는 거였다고?’

       

       벌써부터 경우의 수 생각하느라 머리 터지는 미래가 훤히 그려졌다.

       

       키엘과의 첫 만남 시점이 바뀌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만약 단서 #2를 사용하게 되면, 올리비아는 금색 마탑이 아닌 목의 마경 에우란에서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왜냐면 몰살회차의 992년에는, 에우란에서 키엘의 호감작을 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이 시점이면 에우란을 이탈해서 멜리나에게 갈 수도 없다. 키엘이 ‘기시감’을 느끼는 시점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제한시간이 끝나면 몰살회차의 올리비아는 다시 에우란으로 돌아갈테니까.

       

       이렇게 되면 키엘의 기억에는 혼선이 생긴다.

       

       ‘올리비아’와의 첫 만남이 단서 #1을 처음으로 사용한 992년 6월인지, 아니면 단서 #2를 9번째로 사용한 992년 3월인지.

       

       메세지의 말대로 단서 간의 기억이 공유된다면, 단서 #2의 사용이 종료되는 즉시 키엘은 회귀자 버스터콜을 시전할 것이다.

       

       기억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챌테니까.

       

       ‘젠장, 내가 어떻게 그놈 사람 만들었는데.’

       

       그렇게 되면 단서 #2로 멜리나의 작업을 완료한다고 한들 말짱 꽝이다.

       

       올리비아는 결심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단서 #2를 사용하는건 기각이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단서 #1과 단서 #2가 동일한 기억이라면,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동선은 무조건 꼬일거고, 그냥 앞으로 이거 쓰지 말라는 소리 아니야.’

       

       스토리 후반부로 갈수록 회귀자들을 만나는 빈도는 당연히 많아진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겹치는’ 현상이 수도 없이 발생할 것이다.

       

       ‘이게 어떻게 기억이야. 그냥 과거지.’

       

       올리비아는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불가능하다. 

       

       2명으로도 이 정도인데, 15명은 절대로 안된다.

       

       – 띠링!

       

       그런 올리비아의 불만을 읽었는지, 타이밍 맞게 알림창이 떠올랐다.

       

       [단서 #2, 제국력 992년의 기억을 스킵할 수 있습니다.]

       – 스킵하시겠습니까?

       

       올리비아의 얼굴이 묘해졌다.

       

       ‘……이러면 말이 좀 달라지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령월님 1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 ㅠㅠㅠㅠㅠㅠㅠ 덕분에 오늘도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서 1,2 겹침 현상에 대해 혹시 몰라 부가설명 드리자면

    만약 두 단서가 기억을 공유하지 않으면, 올리비아는 키엘이 보든 말든 멜리나에게 가면 됩니다.
    키엘이 이상함을 느끼겠지만, 이미 ‘현재’의 키엘은 단서 1을 통해 기억 개변이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두 단서가 기억을 공유하게 되면, 저게 안되죠.

    단서 2에서 한 행동이 ‘현재’의 키엘의 기억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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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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