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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지금 이 대회 밸붕이야. 아무도 화령님 못 이겨. 어우화라고.”

       

       – 그 정도야?

       – 아무리 그래도 대회랑 랭겜은 다르잖아. 

       – 첫 대횐데 날뛰는 게 가능해?

       

       “물론 대회랑 랭크는 다르지.”

       

       대뜸 만나서 칼부림을 하는 랭크와 상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대회는 전혀 다르다.

       

       이걸 모르면 아무리 랭크에서 날뛰던 사람이라 한들 대회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근데 가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화령이 아피스에 등장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녀가 걸은 족적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삼장로에, 외신에, 얼마 전엔 2군 프로를 이기고 마스터 전승 승급까지 이루어 낸 그녀는 상식으로 재단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화령이 대회에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당소일은 화령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다른 멤버들이야 익히 아는 얼굴들이지만 화령은 다르다. 화령을 이기기 위한 분석은 밑바닥부터 시작을 해야 했다.

       

       그래서 당소일은 대회 명단이 발표된 그 날부터 화령에 대한 영상을 찾아봤다.

       

       그 끝에 낸 결론은 이거였다.

       

       저걸 어떻게 이기란 거야. 데케이 이 십련아! 대회 이따위로 열거야?!

       

       화령은 규격 외의 존재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소리는 보통 아무것도 모르면서 훈수를 두는 이를 다그칠 때 하는 말이지만 그 근간은 아는 만큼 많은 것이 보인다는 소리다.

       

       프로 리그에 속한 장인인 당소일에게 보이지 않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 프로들이 두는 수마저도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다 자부하는 그다.

       

       그렇지만 이런 당소일도 화령이 하는 것들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 그래봐야 AI상대 여포 아냐? 왜 이렇게 빨아주는 거임?

       

       “농담이길 빈다. 정말 그렇게 보이는 거면 불쌍하단 말 밖에 해줄 게 없어.”

       

       아피스를 잘한다 하는 이들 중에서 화령을 무시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자기가 아피스에서 천마 좀 잘한다 하는 이들 중에서 삼장로를 잡는 걸 시도해보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또 자기가 실력 좀 된다 싶은 이들 중에서 외신 사냥을 해보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리고 자기가 대회 좀 나가봤다 하는 이들 중에서 데케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화령을 증명하는 것은 자신이 이룬 업적이었다.

       

       당소일이 대놓고 지적을 하자 채팅창이 합세해서 이상한 채팅을 친 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무어라 변명을 했지만 거센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도주를 택했다.

       

       “요새 화령님이 너무 잘나가서 그런가. 억까하는 애들이 많네.”

       

       – 진짜 아예 이길 방법이 없어?

       

       “참가자들이 다같이 화령님 다굴치면 이길 수 있겠다.”

       

       – 답 없네.

       – 먼 대회 밸런스를 이렇게 짜냐.

       – 데케이 사과 매드무비 각이네.

       

       “진짜 그 분 사과 패티시 있는 거 아냐? 어떻게 매 년마다 사건 사고를 만드시지.”

       

       – 초록 크로마키가 보인다

       – 저는 터렛에서 스트리머를 하고 있는.

       

       당소일이 생각하기에 화령과 대등하게 싸울 사람을 구하려면 지금 아피스 공식 대회를 뛰고 있는 프로들을 데려와야 했다.

       

       그 사람은 아마추어가 상대하기엔 너무도 과분한 상대였다.

       

       – 맹주님은 화령 쓰러트리겠다던데?

       

       “무림맹주 그 인간은 정신 나간 사람이라 그래.”

       

       – 편럽님도 꼭 만나서 한 수 배우고 싶대.

       

       “편럽 형도 솔직히 정상은 아니잖아.”

       

       자기가 질 걸 알면서도 당당히 사마외도를 쓰러트리겠다 외치는 컨셉충 무림맹주나 발려도 좋으니 배움을 얻고 싶다는 편사러브나 당소일이 이해할 수 없단 점에서 똑같은 인간이었다.

       

       지진이 나면 도망쳐야지 왜 땅을 때려서 지진을 멈출 생각을 하냐고.

       

       “그렇게 만나고 싶다니까 제발 그 둘이 화령님을 만났으면 좋겠다. 나는 다른 사람 만나서 올라갈 테니까.”

       

       – 니가 그러고도 천마냐?

       – 화령님은 이러지 않았는데.

       

       “닥쳐. 낭만은 니들이나 챙겨. 나는 실속을 챙길 거야.”

       

       실속을 챙기기 위한 방법이 기도라는 게 아이러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토너먼트의 순서를 정하는 건 AI신령님의 뜻이었으니까. 당소일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자. 그러면 토너먼트 순서를 정하겠습니다!”

       

       참가자들의 인터뷰가 끝난 후 데케이가 소리를 쳐 시선을 끌어 모았다.

       

       제발. 화령님만 피하게 해주세요. 다른 누구를 만나도 됩니다.

       

       차라리 이순을 만나게 해 줘요. 걔는 비빌 여지라고 있지 화령은 만나는 순간 처참하게 발린 후에 광탈을 해야 한다고!

       

       “오. 첫 번째 대전부터 화끈하네요. 최근 아피스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끌어 모으고 있는 분이시죠? 랭크게임 전적 163전 0패. 전승 마스터 진출에 성공한 떠오르는 신성! 그 누구보다 천마 같은 천마 컨셉의 유저. 화령님입니다!”

       

       화령이 첫 대전의 상대로 나오자 참가자들 사이에서 기묘한 기류가 흘렀다.

       

       모두가 하는 생각은 비슷했다.

       

       누구라도 좋으니 저 사람의 상대가 되어 희생을 해달라고. 광탈의 먹잇감이 되어 달라고.

       

       “다들 왜 이렇게 긴장을 하셨어요. 화령님이 많이 무섭긴 한가 보네요.”

       

       데케이가 농담을 던지자 사람들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화령이란 재앙을 직접 끌고 와 놓고는 저런 말을 하다니!

       

       자기도 아무것도 못하고 쳐 발린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 않나? 당소일은 속으로 불평을 내뱉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케이는 다음 상대를 뽑았다.

       

       “그럼 화령님의 상대를 정해보죠. 오? 이거 재밌네요.”

       

       누구야? 재밌다니?

       

       정파를 자칭하는 무림맹주랑 붙는 거야?

       

       아니면 우승 후보인 권존이나 이순이야?

       

       나는 아니지? 그치?

       

       “이 분도 유명하신 분이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 때부터 천마를 자칭한 끝에 결국 인정을 받은 끈기의 유저. 사람들의 비난을 환호성으로 만들어내 주신!”

       

       아. 설마.

       

       “당소일님입니다!”

       

       좆됐다.

       

       “첫 경기부터 천마 대 천마라니! 가슴이 웅장해 지네요!”

       

       진짜로 좆됐다.

       

       *

       

       “화령님! 가셔야 해요!”

       

       방금 전 그 자 때문에 생각이 복잡해져 있던 터라 하린이 몇 번이나 나를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무어냐. 첫 경기부터 내가 출전자로 선택된 것이야?

       

       차라리 잘됐구나.

       

       원래 이런 것은 빠르게 끝을 낸 후에 다른 이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지.

       

       “힘내세요!”

       “그래. 다녀오마.”

       

       하린의 응원을 받으며 앞으로 나서니 내 상대가 될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자는 나의 몸을 빌리고 있었다.

       

       분명 화령이 이야기하기로 천마를 자칭하는 자 중 하나라 했던가.

       

       실력은 있지만 성격이 치졸하여 천마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이라 했지.

       

       이름이 아마…

       

       당 뭐시기라고 했었는데.

       

       내 앞에선 당 뭐시기의 얼굴을 본 순간 그 표정에서 거슬림을 느꼈다.

       

       마음에 안 드는구나.

       

       천마를 자칭한다는 녀석이 자기가 이기지 못할 사람을 만났다해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마냥 울적한 표정이나 짓고 있다니.

       

       저래서야 천마는커녕 천마신교의 일원이라는 말조차 아깝겠구나.

       

       이것 참.

       

       왜 이리 이 자의 모습이 고까워 보이는 것일까.

       

       뭣 모르는 아해 중 하나가 소꿉놀이를 하는 것뿐일 텐데.

       

       내가 입술을 삐죽 내밀건 말건 데케이는 진행을 이어나갔다.

       

       “천마와 천마가 만났으니 첫 맵은 국룰을 따라야겠죠? 두 분을 천마신교의 훈련장으로 모시겠습니다!”

       

       나와 당 뭐시기의 주변을 푸른 불빛이 감싸더니 이윽고 풍경이 바뀌었다.

       

       그 곳은 내게 참으로 익숙한 곳이었다.

       

       어린 시절 내 생을 바치다 싶이 했던 장소.

       

       천마신교의 수련장.

       

       회색으로 된 벽돌을 밟기 무섭게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매치가 준비되었습니다.]

       [천마 VS 천마]

       [20초 뒤에 게임을 시작합니다.]

       

       “아해야.”

       “뭐!”

       

       내가 부르자 저 쪽에서 날 선 목소리가 쏘아졌다.

       

       무례하구나.

       

       신교의 이름조차 아까운 천치가 내게 말대답을 하다니.

       

       가만 눈썹을 낮추었더니 당 뭐시기가 내 눈치를 보다 말에 뒤를 붙였다.

       

       “…요.”

       “천마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천마가 천마지!…요.”

       “네가 생각하는 정의가 있을 것 아니냐. 본인은 그게 듣고 싶은 것이야.”

       

       그래도 천마를 자칭한다는 녀석이니 나름의 신념 정도는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것조차 없다면 본인은 그대라는 사람에게 아주 큰 실망을 하게될 것 같으니.

       

       “무림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죠.”

       “그렇다치면 정파에서 최강이 나온다 해도 그를 천마라 불러야 하느냐?”

       

       천마신교의 천마가 언제나 최강이라 할 수는 없다.

       

       무림의 제일인이라는 것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

       

       그 세대의 재능이 누구의 편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최강은 정파의 하나가 될 수 있고 사파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심지어 혈교의 놈팽이가 최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강하다 해서 천마라 불린다면 이 모든 이들이 천마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일 터인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무언가 이상하지 않으냐?

       

       “다시 한 번 물으마. 천마란 무엇인가?”

       “어… 천마 신교의 교주요.”

       “그렇다면 수많은 신자를 이끄는 사이비가 자신의 교를 천마신교라 자칭하면 천마가 될 수 있겠구나.”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대지에 천마가 수십 수백이나 양산되겠어.

       

       “또 다시 묻겠다. 천마란 무엇인가.”

       “몰라요! 그럼 당신은 압니까?!”

       “모른다.”

       

       내가 당당히 답하자 당 뭐시기는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어쩌겠느냐.

       

       천마라는 것이 어디 단어 하나로 정의내릴 수 있는 게 아닌데.

       

       무림의 기나긴 세월 속에 얼마나 많은 천마가 있었고, 얼마나 많은 신교가 있었겠느냐.

       

       그 세월을 단정짓는 것은 역사가의 역할이지 무인의 역할이 아니다.

       

       “허나 본인이 택한 천마의 길은 이야기할 수 있지.”

       

       나는 어릴 적부터 천마가 무엇인지에 관해 지겹도록 들었다.

       

       자신의 손으로 신을 만들어내려던 광신도의 무리 안에서 자란 나다.

       

       그들은 자기들이 생각하는 천마가 무엇인지를 내게 세뇌시키듯 주입을 했다.

       

       지금도 기억한다.

       

       무림의 최강자.

       

       만마의 지배자.

       

       신교의 신도들을 이끄는 살아 움직이는 신.

       

       세상의 규칙을 신교의 규칙으로 덮어 쓸 천명의 존재.

       

       그들이 가르친 천마란 그런 것이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광신자들의 생각일 뿐 나의 생각이 아니었다.

       

       신교가 무너지고 무림의 공적이 되어 쫓겨 다니던 시절. 나는 복수를 위하야 천마신공을 수련했다.

       

       가진 재주가 그것 밖에 없었기에 거기에 매달려야만 했다.

       

       수련은 지지부진했다. 번번히 벽에 가로 막혔고, 수도 없는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부진 끝에 스스로의 무재를 의심하게 되었을 무렵에 한 노인을 만났다.

       

       별 볼 일 없는 인간이라 자칭하던 그는 나의 기연이었지.

       

       그는 말했다. 자신이 마음속에 천마가 무엇인지조차 규정내리지 못했는데 어찌 천마신공을 대성할 수 있겠느냐고.

       

       옳은 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고민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으나 그 중에서 본인의 심지가 될 만한 것은 잡히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며 노인은 비웃음을 흘렸다.

       

       왜 다른 이들의 말에 사로잡혀 있느냐고.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나는 신교를 증오했으나 여전히 신교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의 심지를 세워야 하는데 다른 이들의 가르침에 집착했으니 심마가 그칠 리가 있나.

       

       본인은 헛된 길을 가고 있었으나 기연을 얻음으로써 다시 시작점이 서게 되었다.

       

       천마신공이란 패도다.

       

       압도적인 힘으로 세상 모든 것을 찍어 누르겠다 외치는 오만이다.

       

       자신을 가로 막는 모든 것을 박살을 내고서 앞으로 가겠다 소리치는 거만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패도라는 것은 아래로 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위로 향하는 것이었다.

       

       나를 짓누르는 하늘을 깨부수고 억압마저 내 발 아래에 두는 것이 내가 생각한 천마신공이었다.

       

       그러니 이 천마신공의 주인 되는 천마가 어떤 존재인지는 명확했다.

       

       “천마란 파천의 존재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하늘을 부수고서 본인 스스로 하늘이 되는 존재.

       

       그것이야말로 나의 천마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로 선작이 3천을 넘겼습니다! 이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데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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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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