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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자식을 낳을 생각은 없지만.

     남녀가 관계를 맺고, 부부의 인연을 맺어, 둘이 함께 살아간다.

     “제국 황실에서 저와 아스타시아 사이를 전해 듣는다면, 바로 손뼉을 치며 환호할 겁니다.”

     “그렇겠지. 지브롤터의 후계자는 아니더라도, 소드마스터의 핏줄을 손에 넣었으니. 하물며….”

     아버지가 머스킷을 들어, 나를 향해 그 끝을 겨눈다.

     “역시, 놀라지 않는구나.”

     “경험으로도, 감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찌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에.”

     총구의 끝이 정확히 내 이마 앞에 놓였다.

     말 그대로 ‘종이 한 장’을 두고, 아버지는 머스킷 끝을 내 이마에 겨눴다.

     “마스터의 재능을 가진 지브롤터의 핏줄이 제국으로 넘어간다? 노스트럼에 있어 크나큰 손실이며, 지브롤터의 수치다.”

     “예. 아버지는 이렇게 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성인이 되었을 때. 그리고 누아르가 성인이 되고 나면.”

     나는 머스킷의 끝을 잡고, 내 이마에 겨눴다.

     “저를 쳐내십시오.”

     그레이 지브롤터가 아닌 누아르 지브롤터가 성인, 20세가 되어 백작위를 물려받을 수 있을 때.

     “아버지는 누아르를 소드 마스터로 길러주십시오. 저는 녀석을 지브롤터 변경백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만고의 충신으로서? 눈물을 머금고 형을 쫓아내고 노스트럼 왕가를 위해 충성하는 자로서?”

     “정확히 보셨습니다.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누아르는 첫 번째 보험이다. 

     막돼먹은 장자가 아닌 능력 있는 차남이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미 보육원 세대의 아이들 사이에서는 누아르가 사실상 지브롤터의 미래로서 추앙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네가 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누아르가 그들을 돌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이가 후계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거겠죠. 바라던 바입니다.”

     누아르는 예비 부품이다.

     지브롤터 가문이라는 마도 기계장치의 여러 부품 중, 그레이라는 인간이 빠졌을 때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게 하는 스페어.

     “그레이가 빠지면, 누아르가 진짜가 될 겁니다. 끈 떨어진 적자 따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겠죠.”

     스페어는 망가진 부품을 대체하는 순간, 마도 기계의 핵심이 된다.

     “갈아치울 때가 되면 외치십시오. 사랑에 눈이 먼 것도 정도가 있지, 어찌 제국의 황손녀인 걸 알면서도 포기할 줄 모르냐고.”

     “그렇게 시간을 벌어서, 너는 무엇을 할 것이냐?”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7년.

     누아르가 성인이 될 때까지, 10년.

     “강해질 겁니다.”

     아직 하급 기사 수준이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마스터의 재능을 가진 이들도 찾아 지브롤터의 검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멘테 경이나, 에단 세자르, 로버트가 그러한 것처럼?”

     “예.”

     잠깐.

     

     “로버트 경도 마스터의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네 사람으로 네가 직접 선택한 이다. 아니더냐?”

     “으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로버트 경은 마스터가 될 것 같아서 내 곁에 두는 게 아니다.

     “하지만 기분은 좋군요. 그가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았다는게.”

     “…….”

     “로버트 경뿐만 아니라, 앞으로 여러 사람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과거, 노스트럼의 국왕들이 영웅들을 발굴했던 것처럼?”

     “예.”

     영웅은 어디에나 있다.

     단지 아직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을 뿐.

     “하여튼 아스타시아 황손녀를 홀려서 시간을 벌 것입니다. 사랑에 눈이 먼 것처럼 위장하여, 그들이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동안 힘을 기르는 겁니다.”

     “이해했다. 네 의도를. 하지만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하나 있구나.”

     아버지는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주며,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철저하게 짚는다.

     “무엇입니까?”

     “그것은….”

     “사랑하면 자식을 낳아야 한다?”

     “…….”

     아버지는 잠시 고개를 가로저으려다가 멈췄다.

     “묻고 싶은 건 그게 아니겠지만, 한때의 아버지라면 그렇게 생각하셨겠죠.”

     “그레이.”

     “자식은 낳고 싶어서 낳은 게 아니라, 서로 사랑을 하다 보니-”

     “넘겨짚지 말거라.”

     푸ㅡ욱.

     “…아픕니다, 아버지.”

     “맞을 짓을 하면 맞아야지. 하물며 그게 자식이라면.”

     아버지가 내 이마를 머스킷 총구로 쿡 찔렀다.

     “나는 자식을 사랑의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흐흐.”

     “뭘 그렇게 시시덕거리는 것이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금은.

     “이야. 정말 감격이네요. 제가 예정에도 없이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에.”

     과거로 돌아온 덕분에, 소소하게 하나 감사할 수 있는 게 생겼다.

     “감격한 기념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이쪽이 본론이며, 동시에 아버지의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답입니다.”

     “내가 먼저 물어보마.”

     아버지가 머스킷을 당겨 바닥에 쿵 찍는다.

     “왕국과 제국의 총력전. 지브롤터가 순수하게 왕국을 위해 충성한다고 전제했을 때.”

     아버지는 심각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너는 노스트럼이 패배한다고 생각하기에, 제국을 견제하고 힘을 기르고자 하는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이다. 내 생각이 틀렸느냐?”

     “완벽히, 맞추셨습니다.”

     “내가, 이 크림슨 지브롤터가 노스트럼을 위해 검을 드는데도?”

     “예.”

     자존심을 긁는 답일 수도 있다.

     “너는 무엇을 보았느냐.”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며, 미래.

     “너는 무엇을 보았기에, 노스트럼도 아니고 지브롤터가 패배한다고 보는 것이냐.”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하나. 어머니의 사망으로 인한 아버지의 전력 저하.”

     “…….”

     아버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군요.”

     “무엇이?”

     “옛날 같았으면 이런 이야기를 하자마자 바로 목을 날리셨을 텐데.”

     “지금은 셜롯의 남자가 아닌, 지브롤터 변경백으로서 후계자에게 묻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 크림슨 지브롤터 변경백이 공사를 구분한다고.

     “엄청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는 모양이군요?”

     “내 아들이 사랑하는 여인과 아이도 낳을 생각 없이 지내겠다고 말한다. 그것도 여차하면 사랑조차 하지 않는 상대를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해 사랑하겠다고 말하면서.”

     “…….”

     “이런데도 내가 진지하게 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냐?”

     “아닙니다. 그저, 계속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마음속으로.

     “두 번째는 제국의 전력 강화입니다.”

     “협곡이 정복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아니요. 협곡은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다른 곳이 철저하게 무너지겠죠.”

     기존의 상식도 함께.

     “아버지. 저는 제국신문을 3년 동안 봐왔습니다. 여러 기술의 발전, 시세 동향, 자금흐름을 지켜봐 왔습니다.”

     “경청하마.”

     “경청이요? 자식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기에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제국에 대해서는 네가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분석했으니, 당연히 경청해야지. 그래, 제국이 이긴다는 근거는?”

     “기술.”

     나는 손으로 원을 그렸다.

     “바퀴는 동력만 충분하다면, 무엇이든 굴러가게 만들죠. 아버지가 그 쇳덩어리, 컨테이너를 직접 끄셨던 것처럼.”

     “소드 마스터들이 배를 직접 끌고 왕국을 침공할 거라는 말이더냐?”

     “비슷하긴 합니다.”

     끈다는 표현도.

     마스터라는 사람들도.

     “이건 백번 말하는 것보다 사실 한 번 보는 게 더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나는 깃털 펜을 꺼내, 양피지에 그림을 하나 그렸다.

     “아버지가 끄셨던 그 컨테이너, 외부에서의 충격에 어느정도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마스터 급의 공격은 논외로 친다면, 최소한 화살 정도는 충분히 받아낼 수 있….”

     직육각형의 컨테이너.

     “아버지.”

     그 옆에 동그란 구멍 세 개를 그리고 아래에 바퀴를 단 다음.

     “말이 끌지 않는, 마나를 통해 움직이는 철제마차. 이는, 곧 전차입니다.”

     나는 그 안에 머스킷이 튀어나오도록 그림을 그렸다.

     “철판을 두른, 거기에 마나실드까지 두른 컨테이너 안에서 머스킷을 쏴댄다면, 그건 곧 움직이는 포탑이 되는 셈이죠.”

     “…….”

     “협곡을 넘어올 수 없다? 이미 머릿속으로 가능성 두 가지가 떠오르셨잖습니까?”

     “네가 아스타시아에게 홀려서 협곡 문을 그대로 열어주거나.”

     아버지는 서재의 벽에 걸린 지도를 향해 눈을 돌렸다.

     “협곡이 아닌 곳으로, 기어이 그 컨테이너를 끌고 제국의 10만 대군이 왕국에 상륙하거나.”

     “예.”

     북부 설원.

     마수 오염지대.

     지브롤터 협곡.

     엘프의 숲.

     남부 해협.

     “협곡이 아닌 곳으로, 저들은 얼마든지 넘어올 겁니다.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왕국에 충격과 공포를 가져올 방식으로.”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패배하는 건-”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하시기에.”

     노스트럼의 패인은 단 하나.

     “적이 어머니를 노린다면, 어머니의 곁만을 무조건 지키실 분인지라.”

     아버지는 그 어떤 상황이 생기더라도, 샤를로트 지브롤터의 곁에서 떠나지 않으리라는 것.

     “만일 제가 제국군의 전략가라면, 지브롤터에 마스터 한 여덟 명을 두고 포위한 뒤 병력을 왕도로 전부 진군시킬 것입니다.”

     “…흠.”

     “왕도가 점령되더라도, 아버지는 왕도로 향하실 겁니까? 가령, 적들이 최악의 타이밍을 노려….”

     “네 어머니가, 임신했을 때라거나.”

     “예.”

     아버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기사단을 만들라고 했던 것이구나. 이해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저들이 협곡이 아닌 다른 곳을 넘어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쉽지 않구나.”

     맞는 말이다.

     “설령 대형 컨테이너 같은 것을 마스터들이 끌어다가 전진시킨다고 해도 말이지.”

     제국군은 미래에 가장 쉬운 길-활짝 열린 지브롤터 협곡으로 들어왔지만.

     ‘안 열릴 때를 대비하여, 다른 길을 열어뒀지.’

     지금, 저기 다른 곳에서 한창 실무자들이 손을 잡고 협상을 하고 있는 장소와 같이.

     “아버지. 바퀴라는 게, 꼭 짐마차나 컨테이너 같은 곳에만 달 필요가 있을까요?”

     “제국신문에 바이크니 전철이니 하는 것들이 있기는 하던데, 그걸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더냐? 제국이 그 정도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는-”

     “아니요. 아마도, 기존의 것들을 재활용하려고 할 겁니다.”

     사람을 가득 태울 수 있으며.

     동력은 기존의 방식에서 약간의 마도 엔진 출력만 사용하면 되는 데다가.

     설령 상륙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아깝지 않을 폐기물.

     “아버지. 제국이 왕국에 가장 확실하게 보낼 수 있는 평화의 손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정답을 말해라. 슬슬, 네 어머니가 나를 찾을 시간이니.”

     “예.”

     나는 정답이 그려진 제국신문 하나를 꺼냈다.

     “군비축소입니다.”

     제국일보 제1면.

     “아시다시피, 남부 해협의 해적은 제국군의 군대라는 게 정설이고.”

     [하이레딘 해군대장, “은퇴 전, 해적을 박멸하겠다.” 선언.]

     “해적선들은 가볍고 빨라, 개조하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니겠죠.”

     “…네 말은 꼭.”

     아버지가 뒷목을 긁적거리며 물었다.

     “제국이 쓸모없어진 배에다가 바퀴라도 달아서, 그걸로 바다를 달려 노스트럼에 병사들을 상륙시킨다는 말이더냐?”

     “그럴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그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알고 있다.

     ‘마도 엔진을 장착한 소형 강습함 심야 침투. 노스트럼 정복 계획 중 차선책이었지.’

     황제는 다섯 루트 모든 방향으로 왕국을 정복할 계획을 세웠고.

     ‘지브롤터가 열리지 않았다면, 분명 남부 항구를 야습했을 거야. 상륙함으로.’

     그중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전력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길로서 활짝 열린 지브롤터 협곡을 선택했다.

     “막말로.”

     지금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아버지 같은 마스터가 물속으로 들어가서, 마도 엔진으로 바다를 달리는 작은 배를 뒤에서 쭉 밀면서 수영한다면 강습 상륙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잖습니까?”

     “…….”

     “혹시, 불가능하십니까?”

     “너는 나를 뭐로 보는 것이냐.”

     아버지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혀를 차며, 내게 머스킷과 빈 상자를 내밀었다.

     “가져가라. 그리고 일찍 자도록.”

     “네. 당연히 그래야죠.”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하지만.

     “푹 주무십시오, 아버지.”

     나는 그럴 수 없다.

     황제를 죽이려면,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하기에.

     * * *

     그 시각.

     남부 해협, 왕국과 제국 국경 사이.

     어둠만이 내려앉은 고요한 바다 위.

     

     검은색 도료로 칠해진 중형 배 한 척이 잔잔히 수면에 떠 있다.

     “…….”

     갑판에는 중년의 군복을 입은 남자가 묵묵히 뒷짐을 진 채 홀로 서 있었다.

     제국의 해군 제복을 입은 그는 묵묵히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콰ㅡㅡ앙!

     폭발음과 함께, 무언가가 바다에서 튀어나오는 걸 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철푸덕!

     검은 그림자가 갑판에 떨어진다.

     부정형으로 이루어진 물체는 최소한 5m는 되어 보이는 크기로, 순식간에 갑판에 자리 잡고는 축 늘어졌다.

     “…전하.”

     “미안, 미안. 물이 튀었나? 미안하군, 장군.”

     상반신을 탈의한 채 바닷물에 흠뻑 젖은 군청색 머리카락의 중년 사내는 갑판에 떨어진 부정형의 괴물을 맨발로 툭툭 건드렸다.

     “역시 안 되겠어. 왕국 방향으로 잠수를 해서 진입하는 건 이 크라켄 무리 때문에 불가능해.”

     푸쉬이이.

     “이야, 노스트럼은 무슨 들어가려고 하는 곳마다 마수를 깔아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이 해역, 병사들은 통과할 수 없겠군. 전부 크라켄 먹이가 되어버리겠어.”

     곧, 배의 주변에 검은 부정형의 덩어리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개체에 따라서는 바다에서 중급 기사는 물론이거니와, 상급 기사도 잡아먹는다고 하는 성체 크라켄 십수 마리가.

     “그래서 제가 몇 번이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왕국 해군 함대를 정면돌파말고는 답이 없다고. 빙 돌아가는 건 마수 때문에 아예 불가능하다고.”

     “미안하군. 역시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서.”

     “황태자 전하….”

     손에 묻은 점액을 가볍게 털어낸 중년인, 황태자는 군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안심하게. 전쟁은 나도 원하지 않아. 자네, 설마 진심으로 반한 건가?”

     “……만일 제 목을 원하시는 거라면.”

     “아니지, 아니야. 내가 왜? 자네가 그 아가씨를 목숨 걸고 구해준 덕분에 이렇게 평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왕국 남부의 항구에 들어갈 수도 있게 되었는데. 하이레딘 장군. 자네 덕분에 우리가 왕국과 교류를 할 수 있게 되었잖나. 하하.”

     황태자는 껄껄 웃으며 입을 벌린다.

     “잠깐, 보약 좀 먹고. 자네도 어떻게, 하나 먹을텐가?”

     “…….”

     “사람 참. 이게 얼마나 몸에 좋은 건데. 흠.”

     손에 움켜쥐고 있던 보라색 돌을 그대로 입에 집어넣으며, 사탕을 깨먹듯 단숨에 부수고 삼킨다.

     “그나저나, 확실히 물이 험해. 왕국 해군이 물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왕국 상륙은 꿈도 못 꾸겠어.  이거 내가 직접 배를 뒤에서 밀면서 헤엄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으하하!”

     “세상에 누가 황태자 전하, 아니 마스터에게 그런 일을 시킨단 말입니까?”

     “그러게 말일세. 세상에 그런 자가 있다면 둘 중 하나지. 미친놈이거나, 나 같은 놈이거나.”

     황태자는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씩 웃었다.

     “역시, 평화롭게 해결하는 게 제일 좋겠어. 괜히 쓸데없는 피를 흘리는 것보다는.”

     “…….”

     “군인의 앞에서는 할 소리는 아닌가? 하하. 그래도 자네도 이제 전쟁보다는 평화가 낫지?”

     “전하께서 싸우라고 하신다면, 당장 총을 들겠습니다.”

     “고맙네. 그래야 참된 군인이지. 역시 장군이야. 그래서 말인데.”

     황태자가 새끼손가락만 들어 올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이번 평화 협상에, 자네가 노스트럼의 인질이 되어줘야겠네.”

     하이레딘 장군은 묵묵히 눈을 감았다.

     “왕국에 건네줄 평화의 상징으로서 말이야. 자네가 구한 그 아가씨랑 재미도 좀 보고. 아이도 만들면 금상첨화겠군. 어차피 저곳도 10년 정도 뒤면 제국 땅이니.”

     “…그것이 제국의 명령이라면.”

     “그래. 조금 미개한 동네지만, 어디 시골에서 요양 좀 보낸다고 생각하고 푹 쉬시게. 언젠가, 훗날.”

     황태자는 새끼손가락을, 밤하늘을 향해 겨눴다.

     “이 배가 바다 위를 날아다닐 그날을 위해.”

     다음 날 아침.

     제국일보 5면, ‘아르무크해 성체 크라켄 떼죽음’이라는 기사가 실렸지만, 누구도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황태자, “왕국으로 가는 길, 내가 직접 열겠다.” 선언.]

     이라는 기사가 1면부터 쭉 실렸기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버지(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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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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