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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이건 아니잖아.

         

        갑자기 인면조가 왜 튀어나와.

         

        여긴 무협 세계다. 공룡들이 오붓하게 무공이나 수련하는 곳이라고.

         

        …무협지에서 공룡이 돌아다니는 게 더 이상한가?

         

        인면조 정도야 나올 수도 있겠네.

         

        자세를 바로 하고, 인면조를 살펴봤다.

         

        놈은 날개를 움직이지도 않고 허공에 떠 있었다.

         

        인면조의 시선은 하늘을 빙글빙글 도는 앵무새를 향했다.

         

        “새의 왕이다아아! 까아악!”

         

        새의 왕.

         

        그래.

         

        놈은 그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거체였다.

         

        한번 확인해 보자.

         

        [감정할 수 없는 대상입니다.]

       

       눈이 찌릿하고 아파온다.

         

        역시 이 녀석도 감정할 수 없는 건가.

         

        티타노보아가 진화한 히드라처럼, 놈도 일반적인 생명체를 벗어났다는 뜻이다.

         

        당소영의 말을 빌리자면 신수 정도 될까.

         

        나도 어찌 보면 신수라고 칭할 수 있긴 한데 아직 부족하긴 하다.

         

        “우오오오오오오!”

         

        인면조가 크게 포효했다.

         

        놈은 고개를 돌려 내가 있는 곳을 정확히 바라봤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얼굴이었다.

         

        얼핏 우스꽝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인간의 얼굴.

         

        흑색 깃털과도 같은 장식이 머리에서부터 목까지 나 있는 기괴한 생김새.

         

        “우오오오!”

         

        중압감이 내 몸을 짓눌렀다.

         

        소름 돋는 시선이 내 몸에 고정되었다.

         

        쩌저적.

         

        놈의 기괴한 입이 괴상한 각도로 벌어졌다.

         

        “너는….”

         

        인면조가 말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얼굴을 달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걸까.

         

        “생각…. 하느냐?”

         

        하지만 유창하진 않았다.

         

        억지로 인간의 말을 따라 하는 거 같은 기괴한 소리라고 해야 하나.

         

        쇠를 손톱으로 긁는 듯한 불쾌한 목소리였다.

         

        “우오오오오!”

         

        또 한 번 지르는 포효 소리.

         

        포효만 들어도 격이 다른 상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놈이 내게 적대감을 보인다면 살아서 나가기 힘들겠지.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바로 공격하지 않고 대화를 시도 하고 있다는 거다.

         

        “용린…. 있는 자여….”

         

        용린.

         

        놈은 내 몸을 뒤덮고 있는 이 비늘에 흥미가 있는 거 같았다.

         

        적당히 대꾸하고 비늘 몇 장 뽑아준다면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방식으로 대답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용은… 새인가… 뱀인가…?”

         

        내 생각과 조금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용은 새인가, 뱀인가.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

         

        어떤 의도로 내게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쉽사리 답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어떠한 심상이 흘러들어왔다.

       

        “공포의 용은… 뱀인가… 새인가….”

         

        공포의 용.

         

        커다란 공룡이 보인다.

         

        그 공룡은 점차 작아지더니, 어느 순간 다른 생명체로 변하고 말았다.

         

        놈이 내게 질문하는 건 바로 이거였다.

         

        “공포의 용은 추악한 뱀인가, 아름다운 새인가.”

         

        공룡은 파충류인가, 조류인가.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이미지가 점차 선명해졌다.

         

        몸이 내 통제를 벗어나는 기분이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생각하고, 말을 해버릴 거 같은 기분.

         

        그래.

         

        저 눈을 본 순간부터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인면조의 질문에 올바른 대답을 해야만 한다.

         

        내 머릿속에 사고가 덧씌워지고 있었다.

         

        이런 기분을 언제 느껴봤더라.

         

        그래.

         

        스피노사우루스의 심상을 봤을 때.

         

        그때 느낀 기분이었다.

         

        “용은… 뱀인가? 아니면… 새인가?”

         

        날 만만하게 보고 있구나.

         

        설마 공룡이 조류라도 된다는 거냐?

         

        티라노사우루스가 깃털 달린 닭이라도 되는 거냐고.

         

        [「%! 자■□ 」가 발동됩니다.]

         

        쩌저저저적!

         

        날 감싸고 있던 불온한 생각들이 깨졌다.

         

        “까아아악! 도마뱀이 새의 왕에게 반기를 들었다아아아! 새의 왕을 도발했다아아!”

         

        도발?

         

        “그르르….”

         

        도발은 그쪽이 먼저 걸어온 거고.

         

        “주제를… 넘는구나….”

         

        인면조는 불쾌하다는 듯이 날 노려봤다.

         

        펄럭.

         

        놈의 거대한 날개가 한 번 움직였다.

         

        휘오오오옹!

         

        엄청난 강도의 바람이 불어왔다.

         

        카가각!

         

        고작 날개를 움직였을 뿐인데 몸이 뒤로 날아갈 뻔했다.

         

        발톱에 힘을 주어 겨우 버텨냈다.

         

        역시 놈은 엄청나게 강하다.

         

        나 같은 건 그냥 한 끼 식사에 불과하겠지.

         

        “용린을 가진 석청…. 마지막으로 묻겠다…. 용은, 뱀이더냐 새더냐.”

         

        인면조에게 맞서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도망을 치는 것도 불가능할 거다.

         

        저 정도 괴조에게서 어떻게 도망갈 수 있겠나.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수는 놈의 말에 복종하는 것이다.

         

        공룡은 파충류가 아니라 조류라고 인정한다면 살 수 있을 거다.

         

        그래.

         

        티라노사우루스가 사실 깃털이 잔뜩 달린 비겁한 스캐빈저라고 말한다면 목숨을 연명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추하게 살아 남아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까드드득.

         

        [「역린 lv1」을 사용합니다.]

         

        [「역발산기개세」를 일시적으로 획득합니다.]

         

        때로는 목숨보다 중요한 신념이란 게 있는 법이다.

         

        감히 공룡을 조류라고 폄하해?

         

        “크르르르르르….”

         

        애초에 사우루스부터 도마뱀을 뜻하는 단어다.

         

        공룡이 파충류가 아닐 수가 없다.

         

        진실이 어떻든 상관없다.

         

        그것이 내가 믿는 길이고.

         

        나의 신념이니까.

         

        “추악한…. 뱀 여왕의…. 하수인이었단 말인가….”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대는 인면조.

         

        놈의 공격에 대응할 준비를 했다.

         

        기괴한 각도로 벌어지는 놈의 입.

         

        끼기기기긱.

         

        그리고 한 점으로 모이는 심후한 내공.

         

        설마 저건….

         

        콰가가가가가각!

         

        어떤 물질이라도 뚫어버릴 파괴광선이 쏘아졌다.

         

        맞으면 죽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동원했다.

         

        질주, 꼬리 자르기, 소룡등천보, 벽호공.

         

        그 모든 걸 조합해 저 공격을 피하고자했다.

         

        쩌어어어어어엉!

         

        놈의 파괴광선은 지면을 갈아버리면서 거대한 나무들을 무참히 박살 내버렸다.

         

        어떻게든 직격타를 피할 순 있었다.

         

        하지만.

         

        [경고! HP가 부족합니다.]

         

        스치기만 했는데도 온몸이 부서질 거 같은 격통이 느껴졌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팔다리가 무사하다는 점.

         

        고통스럽지만 몸은 제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침착해야 한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내게 남아 있는 마지막 한 수.

         

        놈에게 치명상을 먹인다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다.

         

        “과연…. 용린….”

         

        스아아아….

         

        인면조가 내가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날아왔다.

         

        아까와 같은 엄청난 위력의 기술은 연달아서 사용할 수 없겠지.

         

        날 죽이기 위해선 가까이 붙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조금만.

         

        조금만 더.

         

        [「역린 lv1」을 사용합니다.]

         

        [「구음백골조」를 일시적으로 획득합니다.]

         

        그때였다.

         

        “끼에에에에에에엑!”

         

        엄청난 크기의 익룡이 인면조를 향해 날아들었다.

         

        【프테라노돈 lv23】

        【상태】

        「복수심」「분노」

         

        __________________________

        【프테라노돈】

         

        몸무게는 50kg으로 가벼운 편이지만, 익장은 6.25~6.5m에 몸길이는 2.6m나 되는 거대한 익룡입니다.

        날개 끝에 날린 갈고리와 같은 발톱은 절벽이나 나무에 잘 매달릴 수 있게 도움을 줍니다.

        물새처럼 공중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사냥법을 선호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프테라노돈이었다.

         

        “끄으…. 열등한 아룡…. 지긋지긋한 것들….”

         

        프레라노돈 세 마리가 인면조에게 공격을 가했다.

         

        놈의 파괴광선에 휩쓸린 걸까.

         

        아니, 뭔가 다르다.

         

        프테라노돈은 이런 식의 전투를 즐겨하지 않는다.

         

        심지어 저 파괴광선을 봤다면 공격하지 않고 숨을 죽이거나 멀리 도망가는 걸 택해야 정상일 거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수치들….”

         

        마치 이전부터 알고 있다는 듯.

         

        분노 이상의 감정이 느껴졌다.

         

        세 마리의 프테라노돈과 인면조의 전투가 시작됐다.

         

        내가 끼어들고 싶어도 끼어들 수 없는 공중전이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몰라도 이건 기회였다.

         

        전략적인 후퇴를 할 수 있는 기회.

         

        손에 모인 내공을 흩트린 후, 곧바로 방향을 돌렸다.

         

        구음백골조로 마지막 도박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찾아왔다.

         

        운을 잡는 것도 실력이다.

         

        고맙다. 프테라노돈.

         

        나중에 익룡을 보더라도 한 번은 잡아먹지 않을게.

         

         

        *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도망. 아니, 전략적 후퇴를 하는 데 성공했다.

         

        [HP가 부족합니다.]

         

        【고모도 LV9】

        HP: 45/990

        MP: 130/410

        【칭호】

        「거미에게 사랑받는 자」

        「은룡굴의 주인」

        「늪지대(하부)의 주인」

         

        사지가 멀쩡히 달려 있긴 하지만, 몸 상태는 시체와 다를 바 없었다.

         

        MP는 시간이 지나면서 알아서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HP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떨어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내가 잡은 공포새 두 마리가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그걸 가지고 왔다면 HP도 회복되었을 텐데.

         

        일단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내 몸 상태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HP를 회복하는 데는 총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내 칭호를 활용하는 것.

         

        물가에 몸을 담그면 느리지만 HP가 회복된다.

         

        하지만 이 주변에는 물가가 없었다.

         

        일단 패스.

         

        두 번째 방법은 레벨 업과 탈피를 노리는 거다.

         

        레벨 업을 하기 위해선 강한 적을 잡아야 하는데, 지금 몸 상태로는 그러다가 내가 레벨 업의 재료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마지막 방법은 무언가를 먹는 것.

         

        레벨 업에 비해 효과가 달리지만, 그래도 배 안에 무언가를 채워 넣으면 HP를 회복할 수 있다.

         

        아까 그냥 무시했던 벌레들이라도 마주친다면 바로 잡아먹었을 텐데.

         

        이상할 정도로 이 근방에는 생명체가 없었다.

         

        파괴광선의 여파로 모두 도망이라도 친 건가.

         

        어떻게든 입에 뭘 집어넣어야 한다.

         

        ….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가까이에 뱀 한 마리가 있었다.

         

        덩치가 제법 있는 거 같지만 그래도 뱀은 뱀일 뿐이다.

         

        【볼파이톤 lv14】

         

        볼파이톤.

         

        생긴 것도 마음에 든다.

         

        몸체가 오동통한 게, 먹을 부분이 많아 보이는 녀석이었다.

         

        기척을 숨긴 후 놈을 향해 천천히 접근했다.

         

        놈은 아직 내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 걸음 더.

         

        또 한 걸음.

         

        그리고 지금!

         

        재빨리 뒷다리에 힘을 주어 놈을 향해 돌진했다.

       

         

        “쉬리리릭!”

         

        그 순간, 볼파이톤과 눈을 마주쳤다.

         

        아직 거리는 좀 있는 상황.

         

        놈의 칼 같은 반격이 날아올 게 분명하다.

         

        티타노보아의 새끼처럼, 탄력 있는 꼬리로 사권을 펼칠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아니,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무조건 버틴 후 한 방에 처리한다.

         

        앞발에 힘을 주고 그대로 휘두르려고 한 순간이었다.

         

        “히에에엑!”

         

        뱀은 그 상태 그대로 몸을 뒤집었다.

         

        …응?

         

        가까스로 공격을 멈추고 놈의 행동을 살펴봤다.

         

        왜 저러고 있는 거지?

         

        혹시 내가 모르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걸까?

         

        저 오동통한 뱀은 이젠 아주 혀를 밖으로 늘여놓고 있었다.

         

        …설마 죽은 척하는 거야?

         

        【볼파이톤 lv14】

        【상태】

        「죽은 척」「놀람」

         

        아니, 내가 야생의 눈으로 볼 수 있긴 한데….

         

        이게 없었어도 저게 연기라는 건 알 수 있을 거 같거든?

         

        “히… 히에엑….”

         

        그리고 죽은 척하면서 소리를 내면 어떻게 하니.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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