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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반 대공국 세력의 영토에 우뚝 솟은 석조 건축물.

         

       깊은 해자와 단단해 보이는 돌을 쌓아 올린 요새.

         

       헌팅턴 요새는 수 세기 전부터 대공국에서 침략받을 때마다 제일 처음 공격받은 유서 깊은 요새이다.

         

       어떻게든 이곳을 지키기만 한다면 나중에 대공국의 보급을 차단할 수 있는 요새이니 대공국에서 침략할 때 항상 먼저 노리던 곳.

         

       그 요새를 멀리서 바라보는 마틴은 생각에 잠긴다.

         

       ‘우선 적당히 공격하고 물러나라고 했지?’

         

       대공국의 총사령관 아그리파가 내린 명령은 두 가지.

         

       하나 헌팅턴 요새를 공격하고, 둘 숲에 숨었을 거로 추정되는 적의 지원군이 보이면 용병을 방패막이 삼아 신병들을 최대한 보존하며 후퇴하라는 명령.

         

       확실히 기병들이 숨어있기 좋을법한 울창한 숲이다.

         

       ‘공성전이 시작되어 모두 그곳에 집중하다가 갑작스러운 기병이 후미를 공격하면 그것만큼 최악의 상황은 없겠지.’

         

       후방에 있는 공성 부대와 마법사들이 기사들에게 도륙당할 걸 상상하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럼 어떻게 한담?’

         

       마지막으로 확인된 적의 병력은 2,500.

         

       9,000의 병력으로 보았을 때 저 작은 요새는 손쉽게 점령할 것이다.

         

       하지만 적의 요새에 보냈던 세작들이 연락되지 않는다.

         

       ‘한두 명도 아니고 5~7명 정도나 되는 세작들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다면 저 헌팅턴 요새 안에 심상치 않은 일이 있고 그걸 숨기기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지.’

         

       그렇게 고민하며 지도와 지형을 보며 군사들을 하나둘 배치하기 시작한다.

         

       진영은 여기에 세우는 게 좋겠군.

         

       이곳에서 패배하라는 명령을 볼 때.

         

       아마 총사령관과 대공은 한꺼번에 적들을 섬멸하려는 계획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마법사와 공성 무기 주변에 많은 창병을 배치한다.

         

       최대한 손실을 보지 마라, 전투에서 고의로 패배하라.

         

       조금 자신을 낮잡아 보는 듯한 둘에게 기분이 조금 상했다.

         

       장수란 전쟁에서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해 존재한다.

         

       아무리 대공의 명령이라고 해도 자신의 패배를 좋아할 장군은 대공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전쟁과 승리, 그리고 명예.

         

       그걸 추앙하는 마틴으로서 자신의 명령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면 추격전 때 적들에게 피해를 조금 줘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후퇴할 때를 대비한 진영 배치를 유심히 바라본다.

         

       ‘하긴 어차피 패배하라고 했지, 후퇴할 때 반격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

         

       적이 후퇴할 때 승기를 잡기 위해 공격하다가 큰 손해를 보고 물러난 전투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 생각을 하며 지도에 여러 가지 표시와 말들을 올린다.

         

       “이거 좀 짭짤하겠는데?”

         

         

         

       ***

         

         

         

       “후후, 적들이 저기에 꽤 몰려있군.”

         

       요새를 포위한 병력을 본 장군이 보며 웃는다.

         

       밖에 있는 병력은 대략 10,000 전후.

         

       하지만 이곳 요새에 야금야금 용병들과 병력을 이동시켜 꽤 많은 병력을 모았다.

         

       혹시나 세작을 통해 외부로 나갈까 봐 철저하게 요새 내부와 외부를 격리하려 노력했다.

         

       외부에서 식량을 보급받을 때조차 요새 내부로 마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철저히 분리했기에…

         

       적들은 우리가 3천 정도로 이곳을 지키고 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병력은 15,000명에 달한다.

         

       그러기 공성전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수적 우위를 뺏긴 것도 모르고 저리 뻗대는 꼴이 우습다.

         

       “장군. 어떻게 할까요?”

         

       부관이 나서서 장군에게 물어보자.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우선 적당히 막아라. 저들이 공성전을 하며 체력이 빠진 순간… 기병대로 후방을 교란하고 우리가 공세를 펼치겠다.”

         

       장군의 말에 부관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저들은 이 땅에 시체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 말에 장군이 흡족하게 미소를 띤다.

         

       “암, 남의 땅을 탐내는 도적인데. 당연하지 않나?”

         

       -부우웅!. 부웅!

         

       그 순간 성벽 너머로 뿔피리가 울린다.

         

       그 소리에 맞춰 공성 무기를 호위하며 전진하는 병사들.

         

       그리고 화염 마법이 성벽을 향해 날아온다.

         

       “마법사! 베리어를 시전해라!”

         

       현장의 백인대장이 소리치자, 성벽 위에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막이 성을 감싸기 시작한다.

         

       그리고…

         

       -펑!

         

       커다란 불꽃이 허공에서 터져나가기 시작한다.

         

       “석궁, 궁수! 모두 발사아아!”

         

       그 말에 화살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

         

         

         

       적의 방어를 본 마틴.

         

       흐음 방어마법이라.

         

       피해를 줄이며 장기전으로 가기 좋은 마법이다.

         

       물론 더 강한 마법을 써서 적의 마법을 부수는 방법도 있지만 그만큼 마법사들에게 피로가 부담된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제대로 피해를 주려면 마법사들의 체력을 생각해야 해.’

         

       마지막 첩보를 확인할 때.

         

       적의 마법사 숫자는 우리의 반도 안 되는 숫자라 확인했고 적 지휘관의 행동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공격 마법이 방어마법보다 체력 소비가 크니 적 지휘관이 저렇게 움직이는 게 교과서적인 행동이라 볼 수 있다.

         

       그렇게 전황을 보다가 살며시 숲을 바라본다.

         

       ‘차라리 저길 다 불로 태워 버릴까?’

         

       만약 그렇다면 기병의 공격을 원천 차단하며 요새를 장악하는 방법이지만…

         

       괜히 그랬다가 이겼다고 아그리파에게 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틴은 한숨을 내쉰다.

         

       “후우… 내 팔자야. 내 마음대로 이기지도 못한다니.”

         

       어쩌겠나 그는 장군이고 총사령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처지니.

         

       성벽 위에서 쏟아지는 화살과 불붙은 기름에 병사들이 하나둘 쓰러지며 어떻게든 성벽을 뚫거나 성벽 위로 올라가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혀를 찬다.

         

       “내 아들뻘이군…”

         

       “뭐가 말입니까?”

         

       부관의 말에 마틴이 씁쓸한 목소리로 말한다.

         

       “방금 불타 죽은 병사 말이네. 내 아들뻘 되는 거 같군.”

         

       그 말에 부관이 안타깝다는 듯 말한다.

         

       “용병이지 않습니까?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시지요.”

         

       “그건 그렇지만. 저들도 같은 사람이니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지.”

         

       그걸 보며 마틴은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긴다.

         

       ‘슬슬 기병대가 움직일 시간인데?’

         

       이미 3교대로 전부 세 번씩 전쟁에 투입되었다.

         

       꽤 병사들이 피로를 느낄 것이니 자신이라면 슬슬 기병을 움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 적들이 기병을 운용할걸세. 마법사들에게 마법을 멈추고 거점으로 이동하라 이르게.”

         

         

         

       ***

         

         

         

       상황을 지켜보던 장군이 입을 연다.

         

       “적들이 꽤 지친 거 같군?”

         

       “벌써 네 시간 넘게 공격을 해왔으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 모습에 당연한 거 아니겠냐는 듯 말을 이어서 한다.

         

       “저들은 보아하니 3교대로 공격하겠지만 저흰 6교대로 막아내고 있으니, 저들이 더 피로할 테지요.”

         

       그 말에 장군이 고심한다.

         

       “두 시간, 아니 한 시간 뒤에 기병대에게 공격하라고 일어나라.”

         

       그 말에 부관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빙글빙글 돌리자, 옆에 있던 병사가 게양대에 깃발들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전장을 바라본다.

         

       공성차는 이미 불에 타고 사다리차도 뜨거운 화염에 휩싸인 모습을 보며 장군이 말한다.

         

       “안타깝군…”

         

       그 말에 부관이 답한다.

         

       “뭐가 말입니까?”

         

       죽어가는 시체를 보며 장군이 말한다.

         

       “전쟁을 위해 살아가는 군인이지만 저리 많은 젊은이가 죽는 게 참으로 안타깝네.”

         

       “적일 뿐입니다.”

         

       “그들도 제국민이지. 위에 있는 사람들의 결정에 따라 죽게 되는 나와 같은 평범한 제국민이지.”

         

       아마 곧 이 요새를 포위한 적들은 섬멸될 것이다.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고 해도 다시 징집되어 끌려오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이래서 라이언 놈들이 싫다네. 전쟁이 이리 참혹한지도 모르고 전쟁을 숭배하는 머저리 새끼들…”

         

       씁쓸한 그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려 퍼진다.

         

         

         

       ***

         

         

         

       그렇게 처절한 전쟁의 현장.

         

       마틴에게 보고가 올라온다.

         

       “장군! 동쪽 숲에서 기… 기마대가 뛰쳐나왔습니다.”

         

       이미 예상하던 상황이라 마틴이 침착하게 대응한다.

         

       “후방에 배치시킨 창병으로 적을 막아라.”

         

       하지만 그때 부관이 동쪽의 숲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 큰일입니다.”

         

       떨리는 부관의 목소리에 마틴은 의아함을 느낀다.

         

       ‘왜지? 기마대가 숨어있다는 건 이미 알았을 텐데?’

         

       그렇게 동쪽을 보니, 심상치 않은 숫자의 기병대.

         

       어떻게? 적들은 3,000명이 다가 아니던가?

         

       현재 공세를 잘 막아내는 걸 고려하면 최소 성벽 위에 2000명이 배치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즉 기병 1000명 정도 공격을 할 것이라 예상한 마틴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다… 당했다. 이렇게 많은 병력이 숨어 있었다니.’

         

       “퇴… 퇴각하셔야 합니다.”

         

       부관이 나서서 말하자 마틴은 입술을 질끈 문다.

         

       예상치 못한 숫자.

         

       그들을 역으로 공략해 보려고 했던 그의 계획은 저 많은 기병대 앞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

         

       전쟁이란 늘 숫자의 우위가 중요하니 말이다.

         

       -우와아아!

         

       갑작스러운 함성과 요새의 문이 올라가며 병사들이 마구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꽤 오래 공성전에 시달려 피로가 겹친 대공군을 향해 활력 넘쳐 보이는 적들이 몰려든다.

         

       -으악!

         

       -사… 살려줘!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적들이 이 정도로 많을 수 있는 거지?

         

       혹시… 숨기던 게 저거였나?

         

       끝없이 몰려나오는 병사들을 보며 마틴은 잠시 눈을 감는다.

         

       “퇴각!, 퇴각을 명령해라! 각 지휘관에게 후퇴지점으로 퇴각하라 명령해라!”

         

       그 말에 부관이 뿔피리를 크게 분다.

         

       -부우! 부우우~! 부우!

         

       명확한 퇴각의 신호에 병사들과 지휘관이 혼비백산하며 달아나려 하지만.

         

       퇴각할 기회 따윈 주지 않겠다는 듯 후미를 향해 돌진하는 기마대를 보며 마틴이 입술을 잘근 씹으며 외친다.

         

       창을 들고 말 위에 올라탄 마틴이 외친다.

         

       “기사들은 쐐기 대형!, 그리고 보병들은 모두 나를 따르라! 내가 퇴각로를 마련하겠다.”

         

       “제… 제기랄!”

         

       마틴의 말에 기사들이 황급히 말 위에 올라탄다.

         

       “모두 나를 따르라!”

         

       그렇게 기사들의 준비가 끝나가는 걸 본 마틴이 쐐기의 끝부분에 서며 말한다.

         

       “오늘 너희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젖 먹던 힘을 다해 싸워라!”

         

       그렇게 적의 기마대를 향해 돌진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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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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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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