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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아마조네스.

       

       

       크레타 길드가 기드온의 길드로서 하데스에게 저항했다고 한다면. 아마조네스는 유일하게 하데스에게 저항했었던 국가였다. 딱히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녀들이 원했던 것은 강자들과 전쟁. 그리고 전쟁 중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남자를 약탈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쪽이 훨씬 더 질이 나빴다.

       

       

       하데스는 최소한 대의명분이라도 있었지.

       

       

       그녀들은 그런 것조차 없었으니까.

       

       

       근데 그런 미치광이들이 오늘 갑자기 찾아왔다.

       

       

       그것도 우리 길드에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서.

       

       

       <추방자들의 길드에 어서 오세요!> – 8권 32p에서 발췌.

       

       

       * * *

       

       

       크레타 길드는 철의 방패의 산하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이작은 그 이상 간섭하지는 않았다. 마스터가 바뀌거나 것도 없고. 그냥 하던 대로 하라는 것이 아이작의 뜻이었다. 덕분에 크레타의 사기가 올랐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이작의 뜻을 공공의 적에게 같이 맞서자는 식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철의 방패 길드원들 역시 아이작의 뜻을 믿고 반대하지 않았으니.

       

       

       산하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동맹에 가까운 형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크레타와 철의 방패가 힘을 합쳤다는 소식은 빠르게 대형 길드 사이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정확한 소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누가 패배했고, 누가 승리했으며.

       

       

       어떤 형태로 동맹이 맺어졌는지. 그 외 기타 등등.

       

       

       정작 중요한 정보들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는 아스테리오스의 권능 라비린토스 덕분이다. 아스테리오스는 특히나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단순히 승패를 아는 것만으로도 선택지를 크게 줄일 수 있어. 그리고 승패를 알아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지. 몰래 지켜보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만약에 이쪽으로 붙는다고 가정할 경우, 당연히 승리한 길드에게 붙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아스테리오스의 권능 때문에 승패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어중간하게 붙으려고 하지 말고. 

       

       

       붙으려면 확실하게 제대로 붙어라.

       

       

       이미 기드온식 정치에는 신물이 들끓은 아스테리오스였기에.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이고, 실제로 효과도 꽤 좋았다. 어중이떠중이들은 대부분 걸러졌으니까.

       

       

       그러나 그것을 오히려 재밌다고 판단하여 관심을 가진 자들도 소수지만 존재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당시에는 철의 방패는 물론, 크레타 또한 알 수 없었다.

       

       

       아이작이 그 사실을 알 게 된 것은 사건이 끝난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의뢰를 나간 라스와 필레스가 보름이나 지나도 귀환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한스, 녀석들이 나간 의뢰가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의뢰인가?”

       

       

       “아니다. 녀석들의 능력을 생각하면 아무리 늦어도 3일이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생겼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군.”

       

       

       라스와 필레스는 약초 채집 의뢰를 나갔다. 신입에게 걸맞은 D랭크짜리 의뢰인데다, 심지어 전날에 마수들이 토벌되어 그냥 다녀오기만 되는 간단한 임무였다.

       

       

       설령 마수들이 나타난다고 쳐도.

       

       

       필레스와 라스 정도라면 어렵지 않게 토벌할 수 있을 터. 그러나 무려 보름씩이나 귀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이라고 아이작은 판단했다.

       

       

       그리고 실제로 틀린 판단은 아니었다.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더니, 황급히 지크가 손에 무언가를 들고 아이작에게 달려왔다. 그건 바로 화살이었다.

       

       

       “마스터! 이 화살이 길드 건물에 박혀있었어요!”

       

       

       “화살로 편지를 보내는 방식인가. 고전적이군.”

       

       

       “뭐라고 적혀있나?”

       

       

       “지금 읽어보겠다.”

       

       

       사실 화살을 보자마자 대충 누가 그랬는지 눈치를 챘지만. 바로 말할 수는 없으니까. 아이작은 화살에 묶여있었던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원통의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동물 가죽을 말려서 만든 작은 가죽이 들어있었다. 꺼내서 펼쳐보니 실인지 뭔지 모를 것을 바늘로 꾀어서 적은 글씨들이 보였다. 보기 좋지는 않았다.

       

       

       “설마 이거, 라스나 필레스의 가죽은 아니겠죠?”

       

       

       “그건 아니다. 재질로 보아하니, 소의 가죽으로 보이는군.”

       

       

       “내용은 어떻지?”

       

       

       “라스와 필레스를 데리고 있다고 적혀있군.”

       

       

       “역시. 무슨 문제가 생겼을 줄 알았어.”

       

       

       라스는 철의 방패에서 가장 뛰어난 척후이며. 또 필레스는 인형사인 주제에 본체의 실력도 나쁜 것만은 아닌 전투원이다. 그런데 그 둘이 손쉽게 잡혀버렸다고?

       

       

       “이 방식은 아마조네스의 것이겠군.”

       

       

       “아마조네스? 그 여자들만 있다는 부족 아닌가요?”

       

       

       “부족이라고 자칭하고 있지만. 군사력은 국가에 가깝지.”

       

       

       단지 형태가 국가가 아닐 뿐. 그리고 아마조네스를 이끌고 있는 것은 여왕 히라테. 5년 전에 단신으로 아마조네스의 모든 부족을 통일한 호인이자 철의 여인이다.

       

       

       “설마 아마조네스도 하데스와 협력 관계인가요?”

       

       

       “아니. 적대적인 관계다.”

       

       

       “그렇다면 대체 왜?”

       

       

       “아마도 우리를 시험해보고 싶은 거겠지.”

       

       

       철의 방패가 크레타를 제압하고 산하 길드로 넣은 것은 아마도 그들에게 진작에 파악되었다. 그러나 정작 미궁 때문에 그녀들은 제대로 방패의 힘을 보지 못했다.

       

       

       결과는 있지만 확신은 없다.

       

       

       이 세계에서 그런 것은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쓰레기다. 오직 확신이 있어야 진정으로 행동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조네스는 철의 방패에게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정면 승부.

       

       

       * * *

       

       

       난데없이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필레스는 한숨을 내쉬며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나무 줄기를 엮어서 만든 탁자와 동물 가죽으로 만든 카펫. 거기다 부드러운 침대까지. 철장 하나를 제외하면.

       

       

       어지간한 고급 여관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즉, 그 말은 바꿔 말하면. 저들은 자신들에게 아직은 위해를 끼칠 생각이 없다는 뜻. 필레스는 라스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러니까 너도 그 정도하고 이제 그만 쉬어.”

       

       

       “닥쳐.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태평하게 있을 수 있겠어!”

       

       

       “그것도 그렇긴 하네.”

       

       

       태평하게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필레스와 다르게. 라스는 어떻게든 이곳을 탈출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필사적인 것은 이해하지만, 뭔가 살짝 위화감이 든다.

       

       

       지금 라스의 모습은.

       

       

       뭔가 초초해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필레스는 곧 고개를 흔들어서 그 생각을 부정했다. 저마다 사정은 있는 법이니까. 당장 본인 또한 그러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이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뒤로 빠져라.”

       

       

       “거의 다 됐는데, 갑자기 뭐하는……!!”

       

       

       콰앙!!

       

       

       “아쉽네. 그나마 괜찮은 구실이 생겼는데.”

       

       

       라스가 거의 열었던 문은 완전히 작살나버려 문의 기능을 상실했다. 원인은 하늘에서 떨어진 돌멩이였다. 그제야 라스는 위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뭐 때문에 그렇게 초조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신 차려, 감옥에 간수 하나 없을 리가 없잖아.”

       

       

       “그나마 저 뒤에 있는 녀석은 상황판단이 빠르군.”

       

       

       “아마조네스……!!!”

       

       

       “티나라고 한다. 장차 부족을 이끌 여왕이 될 몸이지.”

       

       

       허리까지 내려오는 붉은색 머리카락은 고슴도치처럼 뾰족했으며. 몸에는 상당한 근육이 붙어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날카로운 눈매였다.

       

       

       “차기 여왕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건가?”

       

       

       “비슷해.”

       

       

       “근데 이런 식으로 대접해도 되는 거냐?”

       

       

       “죽이지는 않아. 손 하나만 가져갈 뿐.”

       

       

       “생각보다 훨씬 난폭하네. 우리 마스터를 모르는 건가.”

       

       

       “하, 네놈들도 결국 똑같은 녀석들이군.”

       

       

       티나는 대놓고 필레스를 비웃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전부 똑같다. 단 한 명의 위세만을 믿고 멋대로 설치다가. 궁지에 몰리면 그 위세로 위협까지 해버리지.

       

       

       “애초에 우리들의 영토를 침범한 것은 네놈들이 먼저였잖나?”

       

       

       “맞는 말이긴 해.”

       

       

       “그런 주제에. 이제 와서 한다는 짓거리가 위세 팔이라니. 부끄럽기 짝이 없군.”

       

       

       “겉으로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는데 말이야.”

       

       

       “……?!”

       

       

       그래, 전부 다 사실이다.

       

       

       그 의뢰가 사실은 철의 방패를 함정으로 몰아넣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지금 말하면 추한 변명밖에 되지 않겠지. 그래서 굳이 그 사실은 입밖에 내뱉지 않았다.

       

       

       콰아앙!!!

       

       

       필레스는 티나에게서 우리를 생포했다는 소식을 마스터에게 전달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순간, 필레스는 느긋할 수 있었다. 우리들의 마스터란 그런 존재였다.

       

       

       “침입자! 침입자다!!”

       

       

       “전사들은 모두 성문으로 집합!!”

       

       

       “이게 대체 무슨……?!”

       

       

       티나는 당황했다. 진심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조네스, 여걸들의 성지. 과거에는 여자들만 있다는 이유로 머저리들이 힘을 모아서 습격하고는 했지만.

       

       

       아마조네스들의 체계가 성립되면서 막강한 군사력으로 역으로 공격한 결과. 지금 아마조네스는 감히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막강한 패권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아마조네스를 대놓고 공격한다고?

       

       

       대체 어떤 머저리가?

       

       

       그러나 티나는 그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바닥에서 치솟은 황금의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그만 허용해버린 것이다.

       

       

       “잘했어, 비너스.”

       

       

       “너…… 설마 지금까지 얌전히 있었던 이유가……?!”

       

       

       필레스는 처음부터 긴장 따위는 하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마스터가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필레스는 웃으면서 라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넌 언제까지 주저앉아 있을 생각이야?”

       

       

       마스터를 맞이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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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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