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6

       여러분들은 다른 세계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문화도, 풍습도, 건축양식도, 세계의 규칙도 다른 곳에서, 오직 인간만이 변하지 않았음을 기억하십시오. 

       

       생존은 보장됩니다. 죽음을 맞이하여도 끝이 아니며, 상처 하나 없이 본래의 세계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세계의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빛나는 부등변다면체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악한 존재를 소환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무한한 지혜를 제공한다고 알려져 있는 신비한 유물입니다. 발동에 약간의⋯⋯ 희생이 따르지만요.

       

       기회도, 시간도 많습니다. 또한, 목표를 잊고 좋은 경험을 쌓는 것도 다른 세계를 즐기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성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부담 갖지 말아요.

       

       매회 플레이 타임 : 2시간 (6일)

       

       추가 목표 : 빛나는 부등변다면체 확보

       

       이하의 내용은 협력자의 선행 조사 기록입니다.

       부디 세계의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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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에 대하여 ① :

       첫 번째 기록을 남깁니다. 이곳은 낯선 문명입니다. 건물의 형태도 다르고, 대기 중의 마력 농도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곳은 마력 고갈 상태나 다름이 없습니다. 해당 차원 좌표로 이동하였을 때, 눈을 뜬 곳은 허름한 뒷골목이었습니다. 묘한 재질의 봉투 안에 쓰레기를 담아 묶어놓은 것들이 가득 쌓인.

       

       나이프로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점검했습니다. 처음 보는 작물의 껍질로 추정되는 무언가, 금속 재질의 원통형 물건, 휴지나 신문, 죽은 고양이 사체, 부서진 사람의 뼛조각. 이외에 특기할 것은 없습니다.

       

       다른 생명체와의 첫 조우를 주의하며 이동했습니다. 정령계처럼 외부의 이물질에 대해 적대적인 문명일 경우에는 교전을 통해 위험 수위를 측정하고, 방위국 위험등급 3급 미만이라면 탐색을 속행. 3급일 경우에는 일시 이탈, 2급일 경우에는 완전 이탈을 행동 원리로 삼았습니다.

       

       5분 정도 도보로 이동하자 뒷골목을 벗어났습니다. 이곳의 건물은 무척이나 높습니다. 도로는 아주 크고 넓으며, 검은색 물질로 덮여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말 없는 마차를 목격했습니다. 간혹 부유한 상인이나 마법사가 사용하는 무인 마차로 보이는데, 이곳에서는 대중적으로 사용하는지 수가 무척 많았습니다.

       

       다른 생명체를 확인했습니다. 인간으로 보입니다. 해부학적 구조의 유사성까지는 검증할 수 없으나, 인간의 공통적인 특징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팔이 두 개, 다리가 두 개이며, 암수로 성별이 나뉘고, 손가락이 다섯 개입니다. 귀도 둥급니다.

       

       전체적으로 회색빛의 색조가 도시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은 음울하며, 영양상태는 좋아 보이지만 눈에 생기가 없었습니다. 폭군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이곳 인류의 복장은 제국 수도의 복장과 유사합니다. 정장과 실크 햇. 드레스. 천으로 만든 다양한 의복. 너무 천하거나 면적이 적은 복장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아카데미의 제복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비병(경찰이라고 부릅니다)을 제외하면 대부분 무기를 패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치안이 좋은 것인지, 법제적으로 금지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임시 거점을 만든 뒤에 탐색을 재개하겠습니다.

       

       이하의 그림들은 낯선 문명의 모습을 묘사한 것입니다.

       

       

       

       

       무대에 대하여 ② : 

       두 번째 기록을 남깁니다. 임시 거점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의 위치는 카터 거리 201번지, 동방 상가 2층입니다. 반복합니다. 카터 거리 201, 동방 상가 2층. 탐색 중 수집한 물건들은 이곳에 은닉할 예정입니다.

       

       사회 분위기에 중점을 두고 탐문을 진행했습니다.

       

       무기의 패용은 허가되어 있으나, 그것을 함부로 드러내놓는 것은 금지되고 있습니다. 저희 세계와 동일한 부분입니다. 이후로는 동일한 부분을 거듭 언급하는 대신, 분명히 차이가 나는 요소들만을 설명하겠습니다.

       

       마력은 아주 극소수의 인물만이 다룰 수 있으며, 마법은 사회로부터 백안시당하고 있습니다. 마법사는 마녀, 악마 따위의 단어와 혼용되고 있습니다. 사회의 인식은 저희 세계의 흑마법사에 준한다고 생각해도 문제는 없다고 여겨집니다.

       

       대다수의 시민은 무력합니다. 다만,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는 이들과 시민의 일부는 총이라고 불리는, 투사체를 발사하는 아티팩트류를 소지하고 있습니다. 그 위력은 적게는 『암석 화살』부터, 크게는 『대지의 송곳』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많은 종교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교인들의 타락은 저희 세계에 비하면 심한 편입니다. 교회 목사(성직자)에 대한 추문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으며, 종교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도 극단적으로 갈리는 편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저희의 종교는 이단이기 때문에, 드러내지 않는 편을 권장합니다.

       

       개중에는 사이비라 하여, 올바르지 않은 신을 섬기는 / 혹은 악신을 섬기는 무리가 존재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들은 어린아이를 잡아들여 번제한다는 괴소문까지 돌고 있으니, 인식이 몹시 나쁩니다. 제 추측으로는, 뜬 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탐색을 진행하던 도중, 건물 외벽에서 기이한 낙인을 발견했습니다. 추가 조사 결과, 비슷한 낙인이 새겨진 장소를 세 곳 더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의미가 있는지,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정보가 들어오면 갱신하겠습니다.

       

       

       무대에 대하여 ③ : 

       햄버거가 맛있습니다. 감자튀김도 상당합니다. 간이 조금 센 편이지만, 귀족적인 식사의 부담스러운 맛에 익숙해져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맛이 좋았던 식당을 다음과 같이 표로 정리해서 보내드립니다.

       

       

       

       

       무대에 대하여 ④ : 

       네 번째 기록을 남깁니다. 은의 황혼 교단이라는 사이비 집단과 의도치 않게 엮이게 되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저는 수상한 낙인을 조사하기 위해서 도시의 뒷골목을 신중하게 탐색했습니다.

       

       부랑자들은 제게 가까이 오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다만 골목의 어둠 속에 숨어, 누린내 나는 눈동자로 훑듯이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쫒아내는 것은 간단했겠지만, 함부로 폭력을 휘둘러 해당 지역의 공권력과 마찰을 빚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 개의 낙인을 더 찾아낼 즈음, 어딘가 눈동자가 탁한 부랑자들이 다가왔습니다. 그들의 입에서는 역겨운 썩은 내가 났고, 이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들 무리의 중심에서 한 남자가 나왔습니다.

       

       그 남자는 온갖 상징물을 목걸이로 주렁주렁 걸고 있었습니다. 해골, 십자가, 염주, 그 외에도 파악할 수 없는 여러 종교적 상징물, 그리고 누군가의 더러운 손가락. 그러나 이는 종교적 믿음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모욕을 위한 것이리라 여겨졌습니다.

       

       여신교의 상징과 들개의 혓바닥을 함께 모아 두는 행위와도 같습니다. 남자는 꺼림칙하게 웃으며, 짐짓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남자 : 무슨 일로 낙서를 찾아 헤매고 계십니까?

       

       조사원 : 환경 미화 목적입니다. 문제가 있습니까?

       

       남자 : 이곳은 낡고, 허름하고, 빛이 들지 않는 불쌍한 인생들이 기어다니는 곳이지만, 엄연히 사유지입니다. 당신에게는 낙서를 훼손할 권리가 없습니다.

       

       조사원 : 충분히 이해했으니 길을 비켜서세요. 빠져나가겠습니다.

       

       남자 : 이유를 밝히셔야 할 겁니다.

       

       남자는 웃고 있었지만, 그 눈빛은 정제된 살의로 가득했습니다. 정보를 캐내고 나면 들개 밥으로 주겠다는 심산으로 보여, 선제적으로 공격을 가했습니다. 

       

       지면에 떨어진 벽돌로 투척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1) 남자로부터 약 20cm 앞에서 벽돌은 사라졌습니다. 마법적인 방벽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증기나, 돌 부스러기가 튀는 등의 부산물이 남지 않은 것으로 보아, 소멸보다는 공간이동으로 추측됩니다. 

          

       2) 남자의 뒤에 시립해 있던 부랑자 중 하나가, 벽돌이 사라짐과 동시에 눈을 까뒤집고 / 코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마법의 코스트로 추측됩니다.

       

       부랑자들의 수는 열이 넘었고, 근접 박투로 들어갔을 때 남자의 ‘방벽’이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알 수 없었으므로. 교전을 중지하고 이탈했습니다. 

       

       남자는 알 수 없는 주문으로 요격하였는데, 투사체를 발사하는 종류가 아닌, 시야 내부의 대상에게 필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형체 없는 주먹이었습니다. 맞고 튕겨 나갔지만, 마력으로 신체를 보호하고 있다면 크게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교전 이후, 은의 황혼을 적대 세력으로 간주.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무대에 대하여 ⑤ (은의 황혼) : 

       최근 세를 불리고 있다는 사이비 종교 집단입니다. 도시 중앙의 건물에서 정기적으로 집회를 열며, ‘신의 품 안으로 들어가 영원한 행복을 누리자’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주일마다 『부름회』라는 것을 하여, 신께서 얼른 이 도시에 당도하기를 기원하며 하늘에 목 놓아 성스러운 이름을 부르는데, 인근 주민들이 시끄럽다며 경찰에 신고를 넣어도 조치가 취해진 적은 없는 모양입니다.

       

       조사를 위해 부름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섬기는 신의 이름에 집단적인 최면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정신방벽을 굳세게 유지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으나, 정신이 취약한 상태라면 접근을 권하지 않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부름회에 참여한 이들의 언행을 일부 기록한 것입니다.

       

       “들려오는 그분의 이름은 참으로 영광스럽고, 복되었습니다. 혀를 움직여 발음하거든, 그 아찔함에 가슴이 뛰고 심장이 설레며, 온전한 발음을 낼 수 없어 그분의 증거하심을 입에 담지를 못하니 서글픕니다.”

       

       “반짝이는 밤하늘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비록 우둔하고 덜떨어진 인간의 감각기관으로는 복된 모습을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겠으나, 머리를 쑤셔내는 한이 있더라도 그분이 임하실 공간을 비우겠나이다.”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은 경외, 압도, 공포 등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이전에 만났던 목걸이를 많이 건 남자가 은의 황혼 교단의 교주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뒷골목의 부랑자들은 대부분이 은의 황혼 소속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지배에는 최면 마법 등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사람들은 빈민층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시에 새겨지고 있는 낙인은, 그들에 의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무대에 대하여 ⑥ (교전 기록) : 

       

       은의 황혼 교단 건물에 잠입 시도.

       

       억류된 민간인의 존재를 확인. 구출 시도.

       

       발각. 교전 시작. 사교도 다섯 사살.

       

       민간인으로부터 정보 습득. 교단 건물 지하실의 존재를 확인.

       

       차량을 이용한 도주 시도. 운전은 구출한 민간인에게 맡김.

       

       사교도 일곱 추가 사살.

       

       추적해 온 교주와 교전 개시──.

       

       ⋯⋯⋯⋯.

       

       ===============================================================

       

       핑발레즈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세션 소개문을, 핑발레즈는 가만히 읽어보더니. 부자연스럽게 끊긴 마지막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물어봤다.

       

       “뒷 내용은 왜 지우셨습니까?”

       

       “너무 스포일러라서. 다 알고 시작하면 재미없잖아.”

       

       “시련을 만들 생각으로 가득 차 계시는군요. 확실히, 얻어가는 게 많을 것 같기는 합니다. 목숨을 잃을 걱정이 없으니⋯⋯.”

       

       핑발레즈는 눈으로 말했다. 그래도 이런 곳에 학생들을 밀어 넣는 게 맞냐. 

       

       당연히, 괜찮다. 이건 TRPG이고, 나는 플레이어들이 고통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착한 GM이다. 거대 문어가 등장하는 두근두근 공포체험은, 플레이어가 미쳐서 팔짝 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난관을 이겨내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뒤에서 열심히 도와 줄 거다.

       

       그리고. “크헤헤 너희들은 이미 신청을 해버렸으니까 무조건 가야 하느니라!” 하고 밀어붙일 생각도 없었다. 세션 소개문을 보여주면서 생각해 보라고 할 거다. 이런 분위기인데 할 생각 있으세요? 하고.

       

       영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면 새로운 걸 짜 올 생각이고.

       

       하지만 학생들의 성장도 목표로 두고 있다 보니, 하하호호 버추얼 체험으로는 아무래도 훈련이 안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게 환상 마법이라는 사실은 일단 숨겨 둘 생각이었다. 

       

       플레이어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그때, 사실 다 환상 마법이었다고 밝혀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

       

       언젠가는 핑발레즈한테도 이거 환상 마법이라고 밝히긴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핑발레즈는 위로 보고서를 올릴 테고. 이 악물고 착각하던 2황자가 환상에서 깨어나면, 냅다 드롭킥이 날아오는 건 아닐까 싶어서.

       

       일단은 비밀로 해 두기로 한 것이다. 20점 맞은 시험지를 숨기는 심정으로⋯⋯.

       

       나는 소개문을 정리해 놓고, 집무실 안으로 강의 신청자 세 명을 초대했다.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친애하는 마이 프렌즈 여러분, 오늘은 사실⋯⋯ 연참데이였습니다만.
    글을 쓰다가 갑자기 머리가 번쩍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게 막 영감이 솟아올라서 머리 위에 전구라도 뜬 거면 참 좋았을텐데요.
    번쩍이 아니고 깜빡이었으며, 영감이 아니고 정전이었습니다. 전기가 나가고, 컴퓨터가 갑자기 재부팅이 되기 시작하더니⋯⋯.
    황급히 문서를 켜 보니까 쓰던 게 깔끔하게 날아가버린 채였습니다. 정전펀치에 맞아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편만 올라갑니다⋯⋯.

    그러니, 마이 프렌즈의 너른 양해를 바랍⋯⋯아니근데제가잘못한게아니잖아요정전이잘못한건데진짜신년부터막억울하고가슴이무너지고속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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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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