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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 * *

       

       

       

       전향을 해 합중국에 자기 생애를 바칠 소련 출신이 없지는 않았다.

       

       이들 역시 레닌에게 실망하여 항복을 한 자들도 꽤 되었으니까.

       

       스탈린은 뭐 본인도 나올 생각은 없겠지만, 나도 꺼낼 생각은 조금도 없다.

       

       잘 봐줘서 거기서 고자 신부가 되어 미사나 보는 것을 적극 추천해 볼까 하다가 말았다.

       

       현대인의 지식 덕에 내 기준에서야 이놈들을 잘 아는 것이고, 스탈린이 소련을 강대국으로 만들었다는 것만 알지. 

       

       이 시대 기준 ‘아나스타샤’ 입장에서는 그냥 부모·형제를 죽인 볼셰비키 간부에 불과하다.

       

       심지어 레닌을 따르긴 했어도 실제 역사처럼 이름을 날리지 못한 시기고.

       

       스탈린을 대놓고 마구 티베깅하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흐음.”

       

       

       머리를 계속 굴려보자.

       

       지금 저 시베리아에 처박힌 놈 중, 네임드가 누구누구 있지?

       

       전생에 한국인이었던 몸으로는 역시 떠오르는 게 많지 않다.

       

       솔직히 나 말고 러시아인을 아나스타샤에 빙의시켜도 아마 잘 알 거 같지는 않은데.

       

       도서관에 처박혀서 세계사를 좀 배웠다고는 해도 어쨌든 남의 나라 역사다. 내가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란 말이다.

       

       처형 명단에서 실제로 내가 아는 이름들도 그리 많지 않았고.

       

       흠. 뭐 상관없나?

       

       이게 말이야 바른 말이지. 소련 체제에서의 네임드지. 지금 있는 백군 네임드로도 적어도 냉전기까진 버티지 않을까 싶은데.

       

       당장 드로즈돕스키 같은 경우는 기갑부대를 기어이 만들어냈고. 기존에 다른 나라로 망명가야 했던 남러시아국 인사들이 합중국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뭐 역시 시베리아 쪽 애들은 굴리는 게 답이겠지.

       

       밥이나 축내면 그냥 싹 다 치워 버릴까?

       

       어차피 적백내전에서 적군이 다 밀린 이상. 원래 역사처럼 유명해지지 않을 거라고.

       

       언급만 안 되었을 뿐. 적군은 공중분해 되고 사방에서 격퇴되었다.

       

       이 과정에서 후일 네임드가 될 놈들도 다 죽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최근에 히틀러의 행보도 꽤 과격해졌다.

       

       오스트리아로 갈까. 아니면 후일 언젠가 체코가 독립될 때 돌아갈까 생각이 많은 가이다에게 접근해 오스트리아로 가게 하였다고 오흐라나가 전해 왔다.

       

       가이다와 히틀러의 조합이라.

       

       이게 과연 어떤 스노우볼을 굴리게 될까.

       

       라돌라 가이다 역시 실제 역사에서는 체코에서 파시스트당 창립에 참여하지 않던가.

       

       오스트리아 파시스트당이 나오려나?

       

       이렇게 보기에는 히틀러도 이번 인생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을 거다.

       

       애초에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부터 제정신은 아니었지만, 오스트리아 정권을 노린다면, 체급을 불리기 위해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을 부활시키려 하겠지. 연방화하는데도 생애를 바쳐야 할 테고. 공산 독일과의 싸움도 있다.

       

       여러 의미로 지금 히틀러는 사정이 미묘하다는 것.

       

       그러면서도 내가 맡긴 일에도 열심히다.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모스크바 신도시를 만들고 있는데, 니키타 흐루쇼프라는 전 징병당한 적군 출신이 건설부에서 히틀러 옆에서 일을 잘한다고 한다.

       

       문제는 모스크바 신도시가 이상하게 게르마니아와 비슷하게 생겼던데. 현재 러시아 사정에 맞게 이것도 적당히 수정작업했다.

       

       이쯤이면 뭐 내가 일일이 오흐라나를 통해 감시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닐까.

       

       슬슬 나 손 놓고 그냥 놀아도 되는 거 아니야?

       

       적당히 놀고먹고 마시고 그러면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뭐 사치나 심하게 부리지 않는다면 되지 않을까?

       

       

       “폐하.”

       

       

       검은 남작이 잊을만하면 찾아온다.

       

       

       “무슨 일입니까?”

       “이 문제는 아무래도 성녀이신 폐하에게 한 번쯤 논의 드릴 일이 아닐까 싶어서 말입니다.”

       “제 허락이 필요한 일인가요.”

       “네. 군에 관한 문제라서 군부에서는 폐하와 상의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니, 군에서 해결할 일 아니냐 그거.

       

       이렇게 무슨 어미 새에게 먹이 달라고 조르는 것도 아니고. 누가 보면 마마보이인 줄 알겠다

       .

       내 영향력이 그렇게나 강한가.

       

       그래. 뭐 다른 부서에서 일일이 차리나 님 이건 어떻게 할까요. 이러지 않는 게 어디냐.

       

       그랬으면 나 머리 터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차분한 표정으로, 굉장히 온화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체 무엇입니까?”

       “중화민국 호법정부란 곳에서 밀사를 보내 왔습니다.”

       

       

       중화민국 호법정부?

       

       그놈들이 이 시기에 있었던가. 지금이 23년이다.

       

       근데 외교부일 아니냐 이거?

       

       검은 남작이 나선 것은 이놈들이 군대 관련해서 말하러 온 모양인데.

       

       

       “이름이 무엇입니까? 왕징웨이나 장제스입니까?”

       

       

       분명 장제스가 소련에 가 본 적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그것이 역사가 바뀌어서 장제스가 오는 것인가?

       

       

       “아니요. 천중밍이란 자입니다. 중국 광동군벌로 중화민국 호법 정부라는 곳에서 쑨원이라는 자와 협력관계라고 하더군요.”

       

       

       천중밍. 천중밍.

       

       머리를 굴려보자. 분명 연성자치론으로 쑨원과 마찰을 빚었던 인물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무슨 이유로 이자가 쑨원과 지금 협력해서 중화민국 밀사로 왔다는 말인가?

       

       뭐 러시아합중국을 보고 중화합중국이라도 세우게?

       

       

       “무슨 일로?”

       “돤치루이를 토벌하겠다고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호법정부의 북벌이라는 건가.

       

       

       “그러니까. 천중밍이란 자가 북벌을 도와달라고 찾아왔다고요?”

       “예.”

       

       

       호법정부의 북벌이 이 무렵이었나?

       

       나라고 도서관에서 중국사까지 배우지는 않았다.

       

       역사 게임으로 그쪽 관련해서 역사에 아주 무지한 건 아니지만, 커다란 것만 알 뿐 자세한 건 잘 모른다.

       

       호법 정부가 이 시기에 존재했는지. 또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내가 굴린 스노우볼로 뭐가 어떻게 됐는지. 하나도 모른다.

       

       어쨌든 호법 정부가 존재한다는 것은 역사대로 북양정부를 털어보겠다. 이거 같은데. 일본은 지금 어쩌고 있지.

       

       지금, 이 상황. 일본이 군침 싹 다실 상황 아닌가?

       

       아니지. 대지진으로 지금 신경 쓸 때가 아니란 건가.

       

       아마 일본은 북양정부 쪽과 잘 지내려 할 거다.

       

       그놈들 처지에서는 대지진으로 주옥된 상황에서 다루기 쉬운 돤치루이가 좋을 테니까. 어디 까지나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는 쪽이겠지.

       

       유럽도 지금 중국을 신경 못 쓸 테고.

       

       빨갱이 독일을 두고 중국 쪽을 신경 쓴다면 영국도 프랑스도 미친놈들이고.

       

       이거 우리에게 좋은거 아닌가?

       

       중국 진출이라. 나쁘지 않다.

       

       이참에 중국에 족쇄를 채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 제가 나서야 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군부는 제가 맡고 있다고 하나 폐하께서는 이 나라 육해공을 모두 책임지고 있지 않습니까.”

       

       

       뭔가 엄청난 착각 요소가 있는데. 아냐, 됐다.

       

       

       “흠. 좋아요. 그럼 천중밍을 제가 만나 보겠습니다.”

       “폐하께서 말입니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 과연 그 쑨원이 보낸 자가 과연 내가 러시아를 다시 세웠듯, 중국을 바로 세울 수 있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이 무렵의 중국사에 대해 무지하다.

       

       이후 쑨원이 죽고 장제스가 국공합작하고 상해 임시정부를 돕고. 그런 기타 등등에 대해서 밖에 모르고 그 외에는 수박 겉 핥기 수준이다.

       

       그러니까. 내 판단 여하에 따라 중국은 실제 역사와 많이 바뀔 수도 있다는 말.

       

       즉.

       

       군벌 형태로 분열시킬 수 있다는 소리지.

       

       그래.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 * *

       

       

       천중밍은 예카테린부르크로 왔다가 여제가 모스크바에 머무는 중이란 소식에 다시 모스크바까지 열차를 탔다.

       

       숙소에서 막 짐을 풀려는 그때. 불청객이 나타났다.

       

       

       “당신이 천중밍이란 자인가?”

       “댁들은 누구시오?”

       “우리는 로마노프 황실의 공안 질서수호국 오흐라나다. 차리나께서 당신을 보고자 하시니, 조용히 따라오라.”

       

       

       차리나의 그림자. 오흐라나.

       

       천중밍은 적어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러시아 사정에 조금이나마 밝은 것은 일찍이 처참한 중화민국 사정으로는 결국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중국을 향해 대놓고 야심을 드러내는 일본이 아닌 러시아 쪽을 우군으로 삼으려고 최대한 러시아의 사정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

       

       

       오흐라나가 왔다는 것은 러시아의 성녀라는 차리나가 자신을 알아봤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게 아무도 모르게 향한 곳은 차리나가 머무는 크렘링 궁이었고. 곧 그는 자신보다 한참 젊어 보이는 여제를 알현했다.

       

       

       “천중밍이라고?”

       

       

       여리고 가는 목소리.

       

       저 목소리의 주인이 내전을 끝내고 러시아를 다시 멱살잡고 지옥구덩이에서 끌어올린 인물.

       

       천중밍은 바로 그 자리에서 온갖 예의는 다 갖추었다.

       

       

       “전러시아의 성녀. 동로마 제국의 황제 폐하를 알현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대가 광둥 정부의 사령관인가.”

       “예? 아닙니다. 저는 광동성장, 육군부장이지만 사령관은.”

       “연성자치론.”

       “!!”

       “북벌 지원을 위해 이곳에 왔지만, 솔직히 말하면 북벌이 내키지 않겠지.”

       “그.그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오흐라나가 거기까지 알아차리지는-않았을 것이다.

       

       실제 역사와 달리 천중밍은 연성자치론을 꺼내긴 했어도 살짝 꺼내기만 했을 뿐이고, 북양정부라면 모를까. 차르의 그림자가 중화민국 내부에 스며들지 않는 이상 그것을 알 리는 만무하다.

       

       일본 쪽에서는 대지진을 예견한 성녀라느니 황국의 우방이라니 그런 말도 있는데. 진정 성녀라 그런 것도 아는 건지.

       

       아니, 설령 진짜 성녀가 아니라 해도, 호법정부에도 오흐라나가 세력을 떨쳤다는 것이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이미 호법정부의 사정을 러시아 측에서 안다는 소리니, 결국 성녀에게 굴복하기에 충분했다.

       

       

       “당장 광둥의 지역개발을 하며 일단 힘을 기르고 싶은데, 쑨원이 광둥의 재정을 끌어다 북벌에 쓰려고 아등바등할 터. 이 와중에 군대까지 빼야 할 처지지. 그렇다고 쑨원에게 협력하지 않기에는 돤치루이가 걸리고.”

       “그걸 전부. 아시다니.”

       

       놀라는 것도 잠시. 차리나는 가는 손을 들어 천중밍의 말을 가로 막았다.

       

       

       “그래. 일단 쑨원의 뜻을 듣고자 한다.”

       “임시 총통은 러시아의 북만주 점령을 용인하지 못한다 하였습니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서나, 일본의 영향력이 중국에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적어도 일본과 협력하려는 돤치루이를 토벌하는데 도와줄 수 있다고. 제가 그렇게 주장하며 러시아에 왔습니다.”

       “그게 쑨원의 마음에 들었다면, 쑨원은 염치없는 작자로군. 레닌과 다를 바 없는 놈이야. 그럼, 이제 천중밍. 자네에게 발언권을 주지. 호법 정부의 뜻이 아니라, 천중밍 개인은 무엇을 바라나? 외국인으로서 쑨원의 북벌을 내가 막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네.”

       

       

       그래. 바로 지금을 기다렸다.

       

       차리나는 지금 자신을 시험하고 있다. 어떻게든 잘 보여야 할 것이다.

       

       

       “예. 북벌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럼 광둥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건가.”

       “송구스럽지만 그렇습니다. 그리고.”

       “흠, 병력은 무리지만. 군수물자 지원은 가능하지. 대전쟁과 내전에서 활약한 인물들로 광둥에 군사고문으로 보내주지.”

       “그렇다면.”

       “내가 보는 미래로 그대는 광둥 정부의 사령관이 충분히 될 수 있네. 다급하게 움직이면 그보다 더 빠르겠지만. 그리 되면 삼일천하에 불과할 것이네.”

       

       

       쑨원을 습격하는 건 내가 안다.

       

       그리고 그것이 오래 못 간다는 것도 알고.

       

       

       “제가 쑨원을 칠 것이라는 걸 알고 계십니까?”

       “그런 미래가 보였거든.”

       

       

       미래?

       

       

       ‘미래를 예지하는 성녀? 대지진의 예언도 사실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성녀의 미래에는 내가 광둥정부의 사령관이 된다는 것인가.’

       

       

       천중밍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자신만의 광둥정부를 세우는 것. 그리고 나아가 중화민국의 지도자가 되는 것.

       

       쑨원이 아닌 자신이 미는 연성 자치의 나라. 중국! 중화합중국!

       

       천중밍은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가, 이 젊은 여인이 자기 꿈을 이루게 해 줄 인도자로 여겨졌다.

       

       그렇다면, 붙잡는 것이 맞다.

       

       쑨원 같이 현실 파악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 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일러 주시지요.”

       “동방의 말에 와신상담이란 말이 있다 들었다. 내 그대에게 힘을 실어주지. 북벌은 천중밍. 자네가 주도하여 세력을 길러 장제스를 축출하라.”

       

       

       천중밍의 능력으로 장제스를 축출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쳐 내어서 중국의 일부는 장악할 수 있으리라. 아나스타샤는 그리 판단했다.

       

       쑨원이야 앞으로 2년 후면 간암으로 죽을 몸이다.

       

       실제 역사보다 더 힘이 들었을 테니 더 일찍 죽었을지도 모르고.

       

       그걸 모르는 천중밍은 의아한 표정을 했다.

       

       

       “쑨원은.”

       “쑨원은 그대가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명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날을 기약하게.”

       

       

       쑨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총통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입니까?”

       “오래가도 앞으로 2년 정도 남았군.”

       

       

       2년. 북벌 전에 죽어 주면 좋으련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

       

       만일 그것이 정말이라면, 기다리는 정도야 못할 것도 없다.

       

       자기가 알아서 죽겠다는데 굳이 무리할 필요가 있나.

       

       

       “우리 러시아가 그대를 지원하면 반드시 북벌을 주도해야 하고. 우리 러시아와 통하는 창구도 그대가 독점해야 할 것이네.”

       “예. 폐.하.”

       

       

       그래. 좋다. 그래야만 한다.

       

       러시아의 힘을 빌리려면 독점을 해야 한다.

       

       자신만이 러시아와 이어지는 창구를 둬야지.

       

       

       “명심하게. 내가 그대를 높여 불러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그래. 그렇다.

       

       통역관이 옆에 있기는 하지만 차르. 그러니까 이 차리나는 일개 군벌인 자신을 오흐라나로 직접 불러와 예우해주고 있었다.

       

       국가 지도자급으로 봐주고 있다는 소리.

       

       그렇다면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지 않은가.

       

       천중밍은 반드시 자신이 북벌을 주도하기로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와! 옆동네 6위!

    플러스 문제는 옆동네 60화 쯤에 결정될듯합니다.

    그때 쯤 되면 노피아에선 한 70화 거의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이게 지금 플러스 가기에는 옆동에서 매니지 담당분과 편결 관련으로 한 이야기가 있어서요.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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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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