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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못 믿겠다는 눈치네? 하긴, 이 갤러리는 탑주가 만든 거라는 소문이 무성하니까.”

        “설마 진짜인가요?”

        “글쎄, 거기까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내가 한 말은 엄연히 사실이야. 실제로 테스트 결과 차단사유에 해당하는 글을 작성해도 갤러리에서 활동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더라고.”

       

        ====

        마린이999(99.999)

        [우리 엄마가 내 첫 월급 신성학파에 헌금으로 갖다 바쳤는데 어떻게 해?]

       

        구내식당 코다리 vs 해물짬뽕파스타

       

        점심 추천좀

       

        — 닥전

        — 닥닥전

        — 이집 어그로 잘끄네

        — 코다리 아직도 나옴?

        ====

        ====

        머린이44(44.444)

        [고결(高潔), 무결(無缺), 태초의 섬휘(蟾輝), 분탕의 전일(專一)]

       

        악 눈부셔!

       

        — 그게 뭔데 씹덕아

         ㄴ 걍 꾸준한 어그로 글임

        — 너 루스리아지

        — 주딱은 뭐하나 이런 새끼 안 잡아가고

        ====

        ====

        말랑이888(8.8)

        [짤녀 예쁠수록 이번 마족 전담기구 테스트 쉽게 냄]

       

        (테이블에 팔을 기댄 고양이 사진)

       

        마린아, 이리 와서 좀 앉아봐라

       

        남들은 극채색에 지원하려고 수련의 층도 빨리 통과하고 23층 간다던데 너도 슬슬 탑을 올라야 하지 않겠니?

       

        — 아 내 알아서 한다구요

        — 내가 마족 잡으면 논문은 조상님이 장하다고 대신 써 주시냐

        — 그래서 짤녀는 어디갔죠?

        — 초전도체은발미소녀님 대미궁 단독콘서트 짤인 줄 알았는데

         ㄴ 그 고닉은 죽었어…….

         ㄴ 마탑에 무법자 들어왔을 때쯤 사악한 사칭한테 썰려서 탈갤하셨음

         ㄴ 그립도치…….

         ㄴ 슬픈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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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말랭이1(23.456)

        [??? : 파딱이 오늘 새벽부터 어그로 특별 단속을 실시한다는데…… 잡히는 거에요?]

       

        잡히겠냐? ㅋㅋㅋㅋ

       

        — 또또 주딱한테 관심 받으려고 어그로 끌지

        — 응 지금까지 그런 말 한 새끼는 다 잡혔어~

        — 얜 대체 뭐냐

         ㄴ 저 새낀 아주 유명한 가면분탕임

         ㄴ 가면 썼는데 어케 유명함? ㅋㅋㅋ

         ㄴ ㄹㅇㅋㅋ

        ====

       

        “글을, 참, 다채롭게, 쓰셨네요.”

        “그래? 이런 행위 자체에 흥미를 느끼진 않아. 다만 게시글을 분석해 유저들이 거부감 느끼는 패턴을 다분화시키니 반응이 좋더라고.”

        “그런 걸 전문용어로 긁힌다고 합니다.”

       

        클로에가 시험삼아 썼다는 게시글들을 보게 된 나는 이루말할 수 없이 분노했다.

        어그로, 컨셉질, 꾸준글 도배, 거기다 완장에 대한 조롱까지.

        계정 혹은 ip를 차단당하면 갤러리 활동이 불가능했던 기존과 달리 저 노트 하나면 누구나 훌륭한 분탕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본인에겐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단순히 흥미 본위의 연구목적이라는 점이 더욱 용서할 수 없었다.

       

        — 주ㄷ닥 ㄴㅏ 추ㅇㅜㅓ

        — 날ㅇㅣ ㄷㅏ ㅃㅏ졌ㅇㅓ…….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나는 끊이지 않는 분탕들과의 사투 끝에 싸늘하게 식어가는 살살이의 날을 어루만져 주었다.

        녀석은 원래도 차갑지만. 어쨌거나 저런 노트가 극채색 단원들에게 제공된다면 말 그대로 ‘대분탕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것만큼은 갤러리의 주인으로서 반드시 막아야 했기에 나는 우선 노트를 챙겼다.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한 가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나쁘지 않네요. 이 정도면 확실히 입단할만 한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따라 와.”

        “배에서 내리는 겁니까?”

        “아니, 나머지 인원들이 테스트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지. 시험은 2차까지 준비되어 있는데 그때까지 이런 방에 갇혀만 있으면 심심하잖아?”

       

        클로에는 뜬금없이 새하얀 가면 하나를 내밀었다.

        살펴보니 인식 저해 마법이 걸려 있었다.

        마족들에게 노려질 수 있는 극채색은 정보부처럼 구성원들의 신상과 소속을 숨긴 채 활동하는 편이 좋았다.

        이미 몇몇 간부들은 이름이 알려졌지만, 그 외엔 합격자들끼리도 비밀로 하려는 모양이었다.

       

        “이거 쓰고 옷도 옷장에 준비되어 있으니 갈아입고 와. 그 더러운 창은 적당히 침대 밑에 던져놓고.”

        “여긴 마족의 환영이 돌아다니잖아요.”

        “파티장까지는 안전구역이니까 신경 꺼. 난 이제 네 상사지 스승이 아니니까 질문도 그만하고.”

        “…….”

       

        잠자코 그녀가 나간 뒤 옷을 챙겨입고 가면을 썼다.

        시름시름 앓고 있는 살살이도 두고 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일단은 챙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꽤 아름다운 보검이라 예식용이라 생각했는지 클로에도 별 말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마법으로 이루어진 통로를 따라 걷자 화려한 파티장이 나왔다.

        벽 한쪽에는 마치 빔 프로젝터처럼 수정구에 투사된 지원자들의 모습이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극채색의 간부진인 백가의 마법사들이 파티장을 돌아다니며 나처럼 중간에 합격시킬 자들을 골라내었다.

        중후한 느낌의 마법사가 우리에게 다가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오, 클로에 교수!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소. 루스리아의 태양은 변함없이 눈이 부시군.”

        “그건 제 마법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스펠만 교수님? 이래봬도 단원들에게 제공할 물건이라 꽤 공을 들여서 인식 저해를 걸었는데요.”

        “하하, 걱정할 것 없소. 확실히 내 마력으로도 꿰뚫어보기 힘드니까. 뒤에 있는 친구가 조기 합격자인가?”

        “네, 아직 하층에 머물고 있지만 꽤 쓸만해 보이더라고요. 교수님께서는 아직이신가요?”

        “흐음…… 의장께서 같은 학파 소속은 추천하지 말라고 하셔서 고민 중이오. 손주 놈이 지원했다면 셀루시아의 원로들도 걱정 안 했겠지만 하필 얼마 전에 사고를 당해서.”

        “아, 마족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원인불상의 시신경 마비와 쇼크였던가요? 안 그래도 제가 이번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가 마녀들이 사용하는 주술의 유해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듣자하니 클로에는 극채색에 자신의 발명품들을 투자하는 대신 마족에 대한 연구 자료를 받기로 한 모양이었다.

        나는 대화가 길어지는 틈을 타 슬쩍 두 사람 곁을 벗어났다.

        벽에 비친 지원자들의 면면을 힐끗 보니 프리나는 세라와 아르투르와 함께 구명정에 도착해 그곳에 있던 나머지 인원들과 합류한 참이었다.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데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갤질…….’이라고 말하고 뒤늦게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마족들로 바뀐 환영은 기존보다 난이도가 높아 남은 항해 일수를 0으로 만드는 건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황.

        구명정에 탑승한 이들만으로 2차 테스트가 진행되기 전에 위치노트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비나 님, 여기 계셨군요.”

        “사가암~?”

       

        파티장을 돌아다니며 찾아낸 이는 다름 아닌 비나였다.

        가면을 쓴 마법사들이 가득했지만, 손님에게 주기 위해 따라놓은 샴페인 잔에 일일이 손가락을 담그며 술을 얼리는 기행은 그녀만이 하고 있었다.

        벌써 몇 잔 들이킨 것인지 알딸딸한 상태로 내가 준 위치노트를 받았다.

       빙그르르 도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며 클로에를 따라 이곳에 온 용건을 꺼내었다.

       

        “비나 님 제가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요.”

        “부탁이요?”

        “클로에 교수가 이번에 새로 개발한 위치노트를 극채색에서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보아하니 위험한 기능들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기능, 기능…….”

       

        그녀도 한 명의 유저라면 이해할 것이다.

        이 노트가 얼마나 악용의 소지가 큰지.

        예상대로, 설명을 들은 비나의 호수 같은 눈동자에 마치 돌이 떨어진 것처럼 한 방울의 파문이 일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곧장 그녀의 손에서 노트를 낚아챘다.

       

        “주세요, 주세요~!”

        “아니, 본인이 직접 쓰려고 하지 말고 금지시키자니까요? 이러다 갤러리 관리자가 알면 큰일나요.”

        “제 권력이에요~ 저만 쓸 거에요~.”

       

        차라리 비나만 쓰면 다행이었다.

        그녀가 작성하는 게시글은 아이디를 수차례 바꿔도 고유한 지문처럼 곧바로 티가 났으니까.

        내가 걱정하는 건 이 노트가 불특정 다수에게 풀리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녀를 설득할까 고민하던 도중 비틀거리던 비나가 내 발을 지그시 밟았다.

       

        “전 사감사감의 말은 안 듣기로 했어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흥이에요. 제게 케이크를 두 개나 받아놓고 모르는 여자랑 손을 잡고 다니는 이유가 뭔가요?”

        “모르는 여자가 아니라 선배이고 손을 잡은 이유는 그게, 학파 규칙이라서…….”

       

        토도도독.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얇은 장갑을 낀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보아하니 갤러리에 글을 올려 지금 한 말의 진위를 판별하려는 모양.

        익명이라는 점을 이용한 고민상담은 ‘고민상담 게시판’이나 ‘비밀 게시판’ 같은 곳에서 흔히 이루어졌다.

        곧바로 위치노트를 펼쳐 그녀가 쓴 글을 확인해 보니 벌써 댓글 하나가 달려 있었다.

       

        하필 이 중요한 순간에 올린 지 고작 10초도 안 지난 글에 답변을 쓰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어지간히 할 짓 없는 녀석이 분명…….

       

        ====

        메테오는얼음마법

        [제 조교가 다른 여자랑 단 둘이 있을 때 손을 잡았어요]

       

        솔직히 괘씸해요

        조교 말로는 학파 규칙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데 그냥 믿어줄까요?

       

        — 프리나나 : 학파 규칙에 써 있으면 고추도 넣을거냐고 물어 봐

        ====

       

        프리나나야, 제발……!

       

        재빨리 기존에 달려있던 댓글을 삭제하고 유동으로 적당히 봐주라는 투의 답변을 적었다.

        서비스로 ‘오직 당신 옆에만 있고 싶어한다’거나 ‘메테오가 얼음마법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는 말도 팍팍 넣어 주었다.

        다행히 술에 취해 있던 비나는 피곤한 눈을 비비느라 프리나가 쓴 것은 보지 못했다.

        발그레한 볼과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더없이 기분 좋은 감정을 내보였다.

       

        “음, 음, 좋아요. 사감이 부탁한다면 특별히 들어드리도록 할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대신 나중에 제 부탁도 하나 들어줘야해요, 이건 거래에요.”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확답을 들으며 갤러리에 대분탕시대가 열리는 사태는 막아냈다.

        하지만 아직 노트를 만든 장본인이 남아 있었다.

        연구가 목적인 클로에에게 어지간한 협박과 회유는 통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아예 살인멸구를 해야 하나?

        하지만 창은 조금 전 방에 두고 왔는데.

       

        — ㄴㅐㄱㅏ ㅈㅈㅣ를ㄹㅐ

        — 주ㄷ닥, 살(殺)!

       

        피를 묻히고 싶어하는 살살이를 달래며 고민하던 찰나.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조기 합격자와 구명정에 탄 인원이 거의 추려진 것 같으니 이제 마지막 테스트를 시작해 보죠.”

       

        파티장의 조명이 꺼지며 클로에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지금부터 저 폭풍우를 뚫고 찾아올 대상은 제가 평생토록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온 마족…… 아니, 오래 전 대륙에서 모습을 감춘 마(魔)의 근원을 품은 종족입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한 화에 밈이 몇 개가 들어가는 건지…. 갤러리물은 자료 조사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네요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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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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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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