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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빛이 사라지고 내 눈에 보인 것은.

       

       클라인 영감과 우리를 포위한 성기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림 같은 발 차기를 날리고 있는 알루어드도 함께.

       

       빠악 –

       

       머리를 맞은 다우논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다우논님!”

       

       “이…이게 대체…!”

       

       “여기가 어디오…저들은 또 왜…!”

       

       반응을 살피니 원래 워프하기로 했던 곳은 여기가 아닌 것 같았다.

       

       영감이 다른 곳으로 날려 버린 거겠지.

       

       우리를 포위 할 병력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이 모든 광경을 본 내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개판이네.”

       

       개판 오분전쯤 되는 상황이다.

       

       나를 끌고 온 자들의 목에 검이 들이밀어 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전투가 일어나나 싶더니 일방적으로 제압을 당해 버린 것이다.

       

       심지어는 검을 뽑지 못한 성기사도 보였다.

       

       다우논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저건, 잘했네.”

       

       입술이 터져서 바닥에 쓰러진 다우논을 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솔직히 매를 버는 놈이기는 했으니까 말이다.

       

       알루어드가 실실웃고 있던 게 이것 때문이었나보다.

       

       “좋냐?”

       

       “속이 시원합니다.”

       

       “근데 저렇게 때려도 돼?”

       

       “제가 그래도 교황 후보라 근신으로 끝나지 싶습니다.”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은데···.

       

       듣자 하니 두 세력간의 알력 다툼이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제압을 해도 되는 걸까?

       

       거의 전면전의 상황이었다.

       

       “반항하는 자들은 즉시 목을 베어라.”

       

       클라인 영감이었다.

       

       저번과는 달리 갑옷을 제대로 갖춰 입은 모습.

       

       진짜 성기사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이고…눈 아프네…”

       

       여기도 번쩍.

       

       저기도 번쩍.

       

       제대로 보이긴 하지만 쓸데없이 눈이 부셨다.

       

       “이거 좀 어떻게 안 되려나…”

       

       “크리스님은 이런 상황에도 침착하시군요?”

       

       “음?”

       

       심각한 상황이긴 했다.

       

       그런데 내가 이제 와서 이런 거에 무서움을 느끼겠는가?

       

       “내가 나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아 물은 빼자.”

       

       입이 방정이라고, 이러다 수전까지 격게 될지도 모른다.

       

       괜히 말했나···.

       

       주위에 있는 신관들이 서로 쓸데없는 말을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다.

       

       “이 일에 대해 충분한 설명해야 할 것이오!”

       

       “신탁을 받아야 하는 기간에 이런 행동이라니!”

       

       클라인 영감은 그들의 말에 무시로 대답했다.

       

       영감을 따르는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벌레를 보는 표정으로 그들을 묶고 있었으니.

       

       “으음…”

       

       기절해 있는 다우논을 지르밟으며 클라인 영감이 다가왔다.

       

       “가만히 있으랬더니, 결국 왔구나.”

       

       내가 할 말이다.

       

       성벽과 같은 사람이라 움직이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그새 또 역마살이 낀것처럼 돌아다닌 모양이다.

       

       “저번에도 그렇고 네놈과는 이상하게 얽히는군.”

       

       “저랑 얽혀서 좋을 게 없을 텐데 말이예요.”

       

       무당하고 얽혀봐야 좋을 게 없다.

       

       여전한 나의 생각이다.

       

       거기다 교단 중의 일부가 나를 이단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피식 웃으면서 한마디를 내뱉었다.

       

       “영감님도 이단의 길을 가시나요?”

       

       “안 그래도 의심을 받는 중이다. 나더러 이단과 함께 한다고 하더군.”

       

       크게 코웃음을 치는 영감.

       

       그런 말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이 영감은 눈이 부실 정도로 신실한 성기사니까.

       

       스스로가 더 잘 알겠지.

       

       “그러게 복채나 좀 제때 내시지… 구설수가 있을 거라니까…”

       

       “끄응…”

       

       잠깐 말을 멈춘 클라인 영감이 뻘쭘한 듯 고개를 돌렸다.

       

       “…교단의 사람이 다 저런 것은 아니다.”

       

       굉장히 민망해 하고 있었다.

       

       “타락한 자들이 저런 모습을 보일 뿐. 선한 성직자들이 더 많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굳이 딴지를 걸 이유가 없기도 했고.

       

       사실 나는 지금 다른 것에 더 정신이 팔려 있었다.

       

       “여기가 교단은 맞나보네.”

       

       가만히 클라인 영감을 쳐다 보니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다.

       

       “…”

       

       업들이 많이도 얽혀 있었다.

       

       나랑 이어진 것도 있고.

       

       다른 곳으로 이어진 것도 있었다.

       

       이렇게 할 일이 많은 사람이 또 있을까.

       

       “흐음…”

       

       “…왜 그러느냐?”

       

       “뭐 이렇게 바쁘게 살아요. 나보다 더 바쁘네.”

       

       흠칫.

       

       “…또 신탁을 받은 것이냐?”

       

       이게 자꾸 공수도 아닌 것이 공수 같은 것이 내려오고 있다.

       

       “이제 가시죠. 저 기다리고 있는 사람 있죠?”

       

       “…그건 또 어떻게 알았느냐.”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이렇게 노골적인 시선인데.

       

       기대감이 잔뜩 어린 것이 자식을 자랑하는 노인 같기도 했다.

       

       “거의 뭐, 팔불출이신데… 저 사람들은 뭘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따듯한 신의 미움을 샀을까.

       

       아예 교단으로 온 것이라 그런지, 워프하기 전보다 느껴지는 것들이 강했다.

       

       “얼른 가야겠네요.”

       

       나는 점점 느낌이 강해지는 곳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쪽인건 또 어떻게 알았느냐…?”

       

       “영감님, 되게 이쁨 받으시네요.”

       

       “음?”

       

       “할아버지가 엄청 신나셨네.”

       

       아닌 게 아니라 내 감정이 아주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무언가 못마땅 했는데 말이다.

       

       “영감님, 돈 있어요?”

       

       “…음?”

       

       “이거 자꾸…”

       

       점사가 터져 나오려고 한다.

       

       이게 상당히 웃긴 일이다.

       

       몸주신께 내려오는 공수가 아니라,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신령님이 신이 난 거다.

       

       덩달아 나도 신이 나고 있고.

       

       점사라는 것이 신령이 읊어 주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

       

       이번의 경우엔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말이 하고 싶었다.

       

       아마, 내 몸주신이 아니라서 이런 것이지 싶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정말 오래간만에 말을 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돈 있어요?”

       

       저번에 만났을 때는 신탁을 돈 주고 파냐며 길길이 날뛰던 클라인 영감.

       

       하지만 이번에는 별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십 실버다. 저번것까지 값을 치르지.”

       

       “수고 많았다네요.”

       

       “음…?”

       

       “이제는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편안한 노후는 아니겠어요. 그래도 이제 푹 쉬라네요.”

       

       “상관없다. 우리는 고난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니.”

       

       이런 태도 때문에 이쁨을 받는 것이겠지.

       

       나는 거침없이 발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이미 알루어드와 클라인 영감은 나를 안내한다고 하기보다는 뒤를 따르고 있었다.

       

       “혹시, 신의 말은 누가 듣나요?”

       

       “신탁이 아니면 성자와 성녀들이 계시를 받고는 하지.”

       

       “어쩐지…”

       

       성자와 성녀가 하이 엘프 같은 느낌의 위치인 걸까.

       

       슬쩍 세레나를 보니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부터 머릿속이 조용해진 것 같기도 하다.

       

       “왜?”

       

       계속해서 나를 살피는 세레나.

       

       무언가 낯선 것을 본듯했다.

       

       “…크리스, 왜 그렇게 걸으시나요? 그리고 왜 방울을…”

       

       “…..?”

       

       세레나의 말을 듣고 보니, 나는 방울을 잡은 채로 뒷짐을 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느릿하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걷는 중이었다.

       

       내 집 안방이라도 된 듯 편안 함이 느껴졌다.

       

       아니, 내 집이라기보다는 그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곳에 더 가까웠다.

       

       아무튼 내가 느끼기에도 평소와는 다름 걸음 걸이였다.

       

       “….”

       

       알루어드도 한마디를 덧붙였다.

       

       “혹시, 이곳에 와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

       

       “익숙하게 길을 잘 찾아 가셔서…”

       

       이쪽으로 가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길을 생각하며 걸은 것이 아니라 그냥 걸어 온 것이다.

       

       무언가를 느끼고 그런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다가 갈수록 감각이 잠잠하게 가라앉았다.

       

       “…부탁드리지도 않았는데 강신이라니…”

       

       도대체 방울은 언제부터 잡고 있었을까.

       

       “여기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아십니까?”

       

       “나 기다리는 사람이 나올 거 같은데?”

       

       그 사람을 생각하니 머릿속이 잠잠해졌다.

       

       익숙한 기분이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노기가 짙었다.

       

       “…누구인지도 아십니까?”

       

       순간, 내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눈 가려져 있는 놈 걷어줬더니, 이제는 다른 놈 입도 열어 주게 생겼구나.”

       

       “…크리스님?”

       

       움찔.

       

       알루어드의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세레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레나는 무언가를 짐작하는 듯 익숙한 표정이었지만, 클라인 영감은 대놓고 경악을 하고 있었다.

       

       “안 죽을 아이들이 죽었으니, 책임은 져야지.”

       

       언데드와 전투를 벌이던 병사들이 스쳐 지나갔다.

       

       명백하게 명이 남은 사람들이었다.

       

       이것 때문에 성기사들에게 얼마나 화가 났었던가.

       

       내 눈길이 알루어드와 클라인 영감을 향해 돌아갔다.

       

       흠칫.

       

       움찔.

       

       내림굿을 받기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반푼이가 나를 건드렸다가 오토바이에 치일 뻔한 일.

       

       저들에게 다가오던 횡액이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잘 맞이 해 주었으니, 한번은 넘어갈 것이야.”

       

       “…”

       

       “…..”

       

       뭐라고 해야 할까.

       

       신령님이 노하셨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치성을 드릴때부터 화가 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공수가 터져 나오는 일은 없다.

       

       거기다 지금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점사가 아니라 마치 꾸짖는 느낌이 아닌가.

       

       단단히 화가 나신거다.

       

       내 시야에 세레나가 담기고 나서는 마음이 편안 해졌다.

       

       “맺어 놓았으니, 걱정 말거라.”

       

       세레나가 나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니, 신령님께 고개를 숙인 것이다.

       

       “…”

       

       나는 걸었다.

       

       아주 여유롭고 편안 하게.

       

       화가 치미는 것과는 별개로 안정감이 들었다.

       

       눈치 볼 것 없다는 기분.

       

       지금 걸어 가는 곳은 상당히 외진 곳에 있었다.

       

       주변에서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문 앞을 지키는 기사 둘 빼고는···.

       

       클라인 영감이 그들에게 손짓하며 문을 열라 지시했다.

       

       하지만.

       

       내 입이 다시 벌어졌다.

       

       “필요 없다.”

       

       “…이 문은 그냥 열리는 것이 아니…오.”

       

       말없이 쳐다보는 내 앞에서 클라인 영감의 이마를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신성 마법이…”

       

       그게 무슨 상관이 있을까.

       

       문은 그냥 손으로 밀어 버리니 부드럽게 열렸다.

       

       “….”

       

       그리고 나는 보았다.

       

       가만히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이곳에 있는 누구보다 밝은 빛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곳으로 오는 동안 속삭이던 신이 자랑하고 싶어 하던 사람.

       

       알루어드가 내 앞으로 뛰어왔다.

       

       “교황 성하를 뵙습니다.”

       

       그리고 교황이 내뱉은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대의 방문을 오랫동안 기다렸소.”

       

       “….”

       

       “제대로 맞이하지 못해 미안하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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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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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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