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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텐트 밖으로 나간 연기는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땅에 곤두박질쳤다. 그리곤 마치 새싹이 자라나 나무가 되는 것처럼 땅에서 하늘로 피어오르며 사방으로 가지를 뻗었고, 나뭇잎 모양의 연기로 신사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숲과 같았다. 그리고 연기는 과실처럼 동그란 모양으로 땅에 구체를 떨어뜨렸는데, 그 구체는 신사의 기둥으로 향해 그곳에 흡수되었다.

         

       “—!”

         

       그 모습을 보며 밖으로 나온 용병은 뒤따라 오는 이들에게 무언가 소리치려고 했으나, 음소거라도 한 듯 입 밖으로 나온 소리가 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경외가 섞인 얼굴로 진성을 슬쩍 보더니, 용병들이 자주 사용하는 수신호를 이용해 그들을 이끌었다.

         

       진성과 용병들은 그 폭력적인 침묵 속에서 움직였다.

       그들은 코를 찌르는 지린내를 따라 시가들이 꽂힌 곳을 돌아다니며 불을 붙였고, 시가의 연기가 의식의 연기와는 다르게 바닥에 깔리며 안개처럼 자욱하게 신사를 뒤엎자 소리 없이 소드 오프 샷건(Sawed-off Shotgun)에 탄환을 장전하고 본전을 향해 움직였다.

         

       “–!”

       “-!”

         

       그렇게 움직이는 와중, 연기가 퍼지자 화재가 아닐까 놀라서 뛰쳐나온 사람들과 마주쳤다.

       사람들은 화재인 줄 알고 나왔다가 불이 붙은 곳이 아무것도 없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소리가 퍼지지 않는 지금의 상황과 완전 무장을 한 용병들의 모습을 보고는 상황 판단이 된 것인지 패용하고 다니던 칼을 뽑아 들었다.

         

       그들이 뽑아 든 칼에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의 색이 피어올랐다.

         

       검기(劍氣)라고 부르는 기술이었다.

         

       신사를 경비하기 위해 상주하고 있는 인물이라 그런 것일까?

       일정 수준 이상의 무인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검기를 뽑아낸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진성과 용병들을 상대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진성은 용병들을 향해 말했다.

         

       “쏴라.”

         

       오직 주술 의식의 주관자였기에 가능한 특권이었다.

         

       진성의 명령을 들은 용병들은 일제히 가지고 있는 샷건의 탄환을 무인에게 흩뿌렸다.

       소리 없이 날아간 탄환에 무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호신용 배리어를 작동시키고 그들에게 돌진했고, 용병들은 그 모습에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것인지 소리 없이 미친 듯 웃으며 계속해서 샷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샷건의 탄이 다 떨어졌을 때, 재장전 대신에 등에 메고 있던 이상하게 생긴 총을 뽑아 들어 그들에게 겨눴다.

         

       “—!”

         

       그러자 사방에서 그물이 하늘을 날았다.

         

       범죄자 포획용 그물총에서 튀어나온 그물은 면으로 공간을 차지하며 무인을 향해 날아갔고, 평범한 총알만을 생각하고 있던 무인들은 그 모습에 들고 있던 칼을 휘둘러 그물을 잘라내려 하였다.

       하지만 그물은 잘리는 경우도 대비했던 것인지 잘리자마자 끈적이는 파란색 점액을 흩뿌리며 무인의 몸에 달라붙었고, 어마어마한 접착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점액은 그들의 옷가지와 살에 들러붙으며 그들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무인이 잠깐 그물에 발이 묶인 사이 용병들은 능숙하게 샷건을 재장전했고, 일제히 그들을 향해 탄환을 쏘았다.

         

       흩날리는 쇠 구슬.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가시들.

       물체에 닿자마자 독을 뿌려대는 구슬까지.

         

       용병들이 쏘아대는 탄환은 끊임없이 무인들을 괴롭혔다.

       무인들이 사용한 호신용 배리어는 쇠 구슬에 갉아 먹혔고, 그렇게 갉아 먹힌 배리어의 틈 사이로 강력한 수면제가 발린 가시가 들어왔다.

       구슬에서 터져 나오는 독액은 기화되며 숨을 쉬는 것조차 조심하게 했다.

         

       “리세. 해라.”

         

       그리고 그렇게 용병들에게 무인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진성이 리세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리세는 무인들이 당하는 것을 차마 못 보겠다는 듯 눈을 질끈 감으며 모아두었던 신력을 방출했다.

         

       “-!”

         

       리세의 손을 떠난 신력은 망치가 되었다.

       대장장이가 모루에 망치를 내려찍듯 발이 묶인 무인들을 그대로 찍어누르며 그들의 뼈마디를 부수고 바닥에 바짝 엎드리게 했다.

       

       무인들이 바닥에 쓰러지자 용병들은 확인 사살을 하겠다는 듯 일제히 탄환을 장전하고 그들을 향해 탄을 쏘았다.

       그리곤 아까 바텐더라고 불렸던 용병이 등에 짊어지고 있던 박스에서 술병 하나를 꺼내 그들을 향해 던졌다.

         

       “—-!”

         

       바닥에 쓰러져 있던 무인들은 화염병의 불길에 몸부림을 쳤다.

       특히 기회를 노리고 쓰러진 척을 하고 있던 여력이 남아있던 무인들은 몸에 불이 붙는 상황에 경악하며 그것을 털어내려고 춤을 추듯 움직였고, 바텐더는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며 그물총을 그들에게 쏘았다.

         

       그물총은 불 때문에 당황하고 있는 무인들의 몸에 떨어져 그들의 움직임을 묶었고, 그들은 경악하며 그물을 힘으로 뜯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범죄자 포획용으로 만들어진 그물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고, 그들은 오직 몸이 타오르는 고통과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자신의 몸에 엉키는 그물에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끔찍한 광경에 리세가 경악하고 있자, 진성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검기를 뽑아낼 정도의 무인은 저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그 말이 옳다는 듯 용병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리세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산 채로 불에 타고 있는 무인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진성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잡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곤 소리가 나지 않는 것도 잊은 채 무어라 입을 열어 말을 하다가도, 이내 말이 전달되지 못함을 깨닫고 입을 다시 닫고 고개를 푹 숙였다. 진성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녀의 팔에 왼손을 가져가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팔에 문양을 그려주었다.

         

       그 문양은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는지 제대로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리세는 왠지 모르게 문양을 보고 있자면 마음에 안심감이 들고 지금 이 상황을 쉽게 이겨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리세가 진정하는 듯 하자 용병들에게 가자는 손짓을 했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무인들을 뒤로 한 채 본전으로 향했다.

         

       “옴 감 가나파타예 나마하(ॐ गम गणपतये नमः).”

         

       그리곤 본전에 도착하자마자 샷건에 탄을 장전했고, 굳게 닫혀있는 본전의 문을 향해 쏘았다.

         

       진성이 든 샷건은 화염방사기가 된 것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불을 뿜어내었다. 탄에 들어있는 지르코늄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 분말과 마법적 처리가 되어있는 인화성 물질이 결합해 만들어진 불꽃은 마치 용이 뿜어내는 불꽃처럼 문을 덮어버렸다.

         

       하지만 문은 방화 처리라도 한 것인지 쉽게 불타려 하지 않았고, 진성은 그것을 보며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말했다.

         

       “쏴.”

         

       용병들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샷건에 드래곤 파이어 슬러그 탄을 장전했고, 제각기 가지고 있는 소드 오프 샷건에서 불기둥을 뿜어내었다. 그리고 그 압도적인 불꽃의 폭력에 방화 처리가 되어 있던 문에는 불이 붙기 시작했고, 그것을 보며 소리 없이 미친 듯이 웃던 바텐더가 앞으로 나섰다.

         

       바텐더는 불룩하게 튀어나온 바지를 숨기지도 않은 채 흥분으로 가득한 얼굴로 수류탄을 까서 본전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서 던져진 백린 수류탄은 허공을 날아 본전의 지붕까지 올라가 터져나갔고, 기가 막히게도 백린 수류탄이 지붕에 도달하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던지는지 오직 지붕만을 불태웠다.

         

       그리고 지붕에 구멍이 뻥 뚫리자 화염병의 바닥 부분을 잡고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다.

       그는 불기둥을 뿜고 있는 샷건에 천을 갖다댐으로서 화염병에 불을 붙이고는 바닥을 잡고 투창을 하듯 지붕을 향해 집어 던졌는데, 방화에 일가견이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듯 지붕에 생긴 구멍에 쏙쏙 들어갔다.

         

       “ॐ-”

         

       진성은 타오르는 불꽃을 앞에 두고 호마행(護摩行)을 하는 승려처럼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신사를 장작 삼아 번뇌를 불태우고, 본전을 태우려 달려드는 불의 뱀을 지혜로 삼아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는 입고 있는 옷을 찢기 시작했다.

         

       찢긴 옷은 진성의 손을 떠나 불기둥에 둘러싸인 본전을 향해 날아갔고, 튀어나온 불똥이 옷감에 붙기 무섭게 화르르 불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찢긴 옷가지는 반짝이는 붉은색과 주황색으로 어떤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는데, 그 형상이 멀리서 보기에는 날갯짓하는 나방과 흡사했다.

         

       불나방은 허공을 날아다니며 지붕에 생긴 구멍을 향해 날아갔다.

       진성은 불나방이 구멍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드래곤 파이어 슬러그 탄을 잔뜩 허공에 띄운 뒤 바텐더에게 던져주었다.

         

       “던져라.”

         

       바텐더는 흥분이 가득한 얼굴로, 소리 없이 환희를 내지르며 제 손을 투석기처럼 사용해 지붕에 탄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탄이 지붕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불기둥이 솟구쳐오르기를 몇 번.

         

       본전의 문이 열렸다.

         

       “–!!”

         

       문이 열린 곳에서 나온 것은 제 키를 훌쩍 넘기는 거대한 활을 들고 있는 신관 요시아키.

       그리고 잔뜩 그슬린 채 노기를 띠고 있는 나루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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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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