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6

       “아…, 근데 이게 생각보다 별거 아닌 거라 제가 괜한 소리하는 건 아닌지….”

         

       작가가 주저하자 신PD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에이~ 왜 그래! 나 작은 것도 엄청 신경 쓰는 거 알잖아~ 주저하지 말고 그냥 말해 봐.”

         

       “그러면…, 예 알겠습니다. 이게 제가 맡았던 팀에서 있었던 일인데….”

         

       속닥속닥.

         

       작가는 자그만한 목소리로 자신이 봤던 일을 모두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를 들은 표정들은….

         

       “…….”

         

       “…….”

         

       모두 묘하게 굳은 채였다.

         

       지금 작가가 한 말이 허황되거나 쓸데없는 내용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해볼 만 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모두의 머릿속에는 터트려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읍…, 걔는 건들기 좀 빡센데….”

         

       신PD의 말마따나 지금 이야기 나온 참가자의 뒷배가 문제였다.

         

       아무리 나아아에서 제작진들이 왕이라고 하지만 왕 위에는 하늘과 신이 있는 법.

         

       그 참가자를 건드는 것은 나아아 입장에서도 하늘을 향해 도전하는 것이기에 건드리기 부담이었다.

         

       “…아무래도 확실한 명분이 없는 이상 그걸 내보내기는 힘들 것 같다.”

         

       “아…, 그러면 그냥 폐기할까요?”

         

       “아니? 그건 아니지.”

         

       작가의 말에 신PD가 한 번 씩 웃고는 손을 뒤로 넘겼다.

         

       “일단은 킵해 놔. 지금 당장은 쓸 수 없지만…, 언젠가는 터트릴 날이 오지 않겠어?”

         

       그리 말하는 신PD의 표정은 참으로 개구쟁이처럼 보였다.

         

       그런 신PD의 표정을 보고 작가들이 그 참가자를 향해 명복을 빌어 주었다.

         

       저것은…, 신PD가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짓고는 하던 표정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러면 이 건은 킵해두는 걸로 결론 내고…, 3화에 넣을 다른 아이디어는 없어?”

         

       “…….”

         

       “에잉, 쯧쯧. 쓸모들 없네.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3화는 그냥 유 설 하예린 라이벌 구도만 넣고 나머지는 팀 경연 위주로 구성하기로 하자고.”

         

       “…넵!”

         

       “아, 혹시 투표 현황은 어떻게 되고 있어? 볼 수 있나?”

         

       “아, 네. 선배님. 금방 보여드릴게요.”

         

       당연한 말이지만 나아아 1화가 나간 뒤로 시청자들의 투표는 계속되고 있었다.

         

       다음 주 촬영은 순위발표식부터 시작될 테니 제작진 입장에서는 미리 투표 현황을 파악해 둬야 촬영에 용이할 터.

         

       “여기서부터 100위인데….”

         

       “아래는 관심 없고 10위 부터 보여 줘.”

         

       “10위부터면…, 네. 여기입니다.”

         

       스윽-.

         

       신PD의 요청에 작가가 화면을 움직여 1위부터 10위까지의 현재 등수를 보여 주었다.

         

       “오, 아직 초반인데도 투표수가 많네? 좋아 좋아.”

         

       신PD는 흐뭇한 시선과 함께 밑에서부터 등수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멈칫.

         

       1, 2위 페이지로 넘어가기 직전엔 천하의 그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전체 득표수 중 4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투표량을 차지하고 있는 유 설과 하예린.

         

       과연 그 두 사람 중 누가 1위일지는 그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사항이니까.

         

       그리고 결과는….

         

       “호오….”

         

       근소하게 유 설이 하예린보다 우위였다.

         

       1위가 누구인지를 확인한 신PD는 클클 웃으면서 고개를 젖혔다.

         

       “이것 참. 예상이랑 똑같다 해야 할지…, 의외라 해야 할지…. 아무튼 재밌네.”

         

       “물론 이게 확정은 아닙니다. 이번 3회차 방송을 통해 바뀔 수도 있죠.”

         

       “그래, 그렇지.”

         

       신PD가 현재 득표수 2등을 하고 있는 화면 속 하예린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이어 나갔다.

         

       “햐…, 정말 생각도 못한 애가 톡톡히 효녀 노릇하고…, 정말 세상 일은 모를 일이야.”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예린은 광고주 쪽에서 강제로 꽂은 사실상 낙하산이나 다름없는 참가자였다.

         

       그런데 그런 하예린이 하늘이 내린 선물처럼 방송에서 활약하니 그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특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내 예상인데…, 이번 나아아 하예린 얘가 우승할 것 같아.”

         

       “…예? 근데 선배님. 아직 방송 초반인데다 하예린 얘는 연습생 경험도 부족한데 우승까지는 힘들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우승은 유 설이….”

         

       “하하, 그냥 재미로 해 본 소리야. 웃자고.”

         

       실제로 방금 발언은 그냥 신PD가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방금 말을 통해 작가들은 신PD가 하예린을 향해 상당한 호의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PD님 픽은 하예린인 건가.’

         

       신PD의 픽.

         

       그것은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그녀의 몫이었다.

         

       “자, 오늘 회의는 이걸로 마칠까. 나아아 3화는 1,2화랑 똑같은 스탠스로 가는걸로~ 그러면 이제 다들 편집실로 돌아갈까?”

         

       “수고하셨습니다.”

         

       신PD가 회의 끝을 선언하자 제작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익숙하게 편집실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자 용기 있게 손을 든 누군가가 있었다.

         

       “저…, 신PD님!”

         

       “음? 왜 그러니?”

         

       그녀는 바로 막내작가(신입, 여자, 25살, 작년에 졸업, 경력직 아님)였다.

         

       그녀는 선배들이 아무렇지 않게 편집실로 향하려 하자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 못 하고 손을 들었다.

         

       “그…, 지금 자정이 넘었는데 혹시 저희 퇴근은 안 하나요?”

         

       “…….”

         

       막내의 퇴근 발언에 선배들의 싸늘한 눈초리가 이어졌지만 신PD는 하하 웃으며 입을 열 뿐이었다.

         

       “아하하, 막내야. 퇴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다음 주 바로 방송인데 지금 퇴근하면 편집은 누가 하고 방송은 누가 내보네.”

         

       “그, 그러면 오늘은 야근하는….”

         

       “오늘은? 하핫, 얘 말하는 것 좀 봐? 이게 요즘 젊은 세대…, 그 뭐라 하더라. 갑자기 기억 안 나네?”

         

       “엠지세대요.”

         

       “아, 맞다 엠제트! 엠제트 세대라 그런가 아주 자유분방하네. 그 막내야. 지금 당장 집에 연락해서….”

         

       신PD는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5일치 속옷이랑 양말 보내달라고 해.”

         

       “…….”

         

       “겉옷은 괜찮아도 속옷은 주기적으로 안 갈아입으면 찝찝하더라.”

         

       그렇게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3화는 4일 밤을 연속으로 새운 제작진들의 땀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

         

         

         

       [한시우 : 예, 맞습니다. 1차 팀경연에서 여러분의 팀은 바로 같은 샌드위치를 택한 분들입니다.]

         

       [……!!]

         

       [동요하는 참가자들.]

         

       정말 다시 생각해도 팀 선정 부분은 아찔했다.

         

       단순 PPL이라고 생각했던 샌드위치가 사실은 팀 선정을 위한 장치였다니.

         

       [박유정(레비) : 어, 언니! 저희…!]

         

       [이혜정(키드쉽) : 예, 예린아! 유정아! 우리…!]

         

       [박유정(레비) : 와아-!!! 고등어 샌드위치 만세-!!!]

         

       화면에는 같은 팀이 돼서 기뻐하는 나, 박유정, 이혜정의 모습이 담겼다.

         

       나는 이를 보며 옆에 이지우가 띄어 놓은 시청자 반응들도 함께 보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부터 저 셋은 좀 친해 보이더라

         

       -고등어 샌드위치 그 괴식이 저 셋을 팀으로 묶어놨네

         

         

       참고로 방송 초반 부분에서 나는 고등어 샌드위치에 대한 논란으로 꽤 많은 분량을 받았다.

         

       [Q : 왜 하필이면 고등어 샌드위치를 고르신 건지?]

         

       [하예린(형제기획) : …맛있어 보여서요.]

         

       [하예린(형제기획) : 실제로 맛있습니다. 추천드려요.]

         

         

       -그웨에에에엑! 우웨에에에엑!

         

       -어떤 미친놈이 고등어로 샌드위치 만들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고등어 샌드위치까지 사랑하겠어. 예린이를 사랑한거지.

         

       -예린아 우리 결혼하면 밥은 내가 할게

         

       -억까 ㄴㄴ 고등어 샌드위치 맛있음 예린이가 맛잘알인거임

         

         

       고등어 샌드위치는 정말 맛있었는데…, 실제로 부잣집 아가씨 같은 이미지인 서유진도 고등어 샌드위치를 고르지 않았던가.

         

       [Q : 고등어 샌드위치 맛있었는지?]

         

       [서유진(SAV) : 풍미가 괜찮더라고요. 먹을 만 했어요.]

         

         

       -하예린에 서유진까지 ㅋㅋ 광고주 행복

         

       -당장 내일 으라차차 샌드위치에 고등어 샌드위치 먹으러 가겠습니다

         

       -쟤네 집 부자라던데? 서유진도 맛있다 한 거 보면 진짜 맛있나보다.

         

         

       [두 소녀의 선택을 받은 고등어 샌드위치! 과연 무슨 맛일까? 제작진이 직접 먹어 보았다.]

         

       [한 입을 먹은 후.]

         

       [제작진 : …와 맛있네요. 역시 으라차차 샌드위치.]

         

       [그렇다고 합니다.]

         

         

       -누가 봐도 무표정에 존나 맛없어 보이는데? ㅋㅋㅋㅋ

         

       -광고주 오열.

         

       -하예린 서유진이 맛있다는데 못생긴 애가 입맛도 까다롭네

         

         

       [남다른 취향으로 뭉친 고등어 샌드위치 팀!]

         

       [A 등급이었던 참가자가 둘이나 모였다?]

         

       굳이 따지면 원래 A 등급이었던 이혜정까지 합쳐서 우리 팀에는 A 등급이 셋이나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참 팀운이 좋았다.

         

       이를 시청자들도 느꼈는지 댓글창에서도 감탄의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와…, 근데 하예린에 서유진까지? 팀 엄청 좋네 ㄷㄷ

         

       -거기에 박유정이랑 이혜정 그리고 음…, 기타 등등도 있음!

         

       -운이 엄청 좋았네

         

       -이게 고등어 샌드위치가 만들어준 인연이다 이 말이야!

         

         

       하지만 시청자들의 기대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나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곡 선정 직후 리더, 센터 계급 장면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때 유진이가 리더랑 센터랑 다 하겠다고 하는 모습은 좀 비호감이었는데….’

         

       이를 과연 제작진 쪽에서 어떻게 편집했을지….

         

       나는 긴장을 놓지 않고 시청을 이어 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방송보는 파트가 아무래도 루즈한 것 같아서 한 번에 두 편 올렸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