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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0

    <560 – 그렇게 올라오는 거 아닌데(2)>

     

    페가수스 조련법으로 이미 한 방 먹어서 어지간해서는 참견하고 싶지 않은 히스클리프였지만, 정신나간 훈련을 보고는 도저히 참견 안 할 수가 없었다.

     

    “강자가 괴팍한 구석이 하나씩 있다지만 륭 노사는 조금 과하시군. 프리다이빙 암살술을 가르치다니.”

    “어중칠검은 이런 훈련 안 해요? 히스클리프 아저씨도 륭 노사처럼 나름 강한 사람이잖아요.”

    “안 한다. 우린 돈으로 신체개조하고 영약 먹고 맞춤형 무공과 마나연공법을 배운다.”

     

    절벽을 막 올라온 손오천이 세상 배신자밖에 없다는 얼굴로 히스클리프를 째려봤다.

     

    “거 더럽게 부럽네.”

    “혁명군 대장군이 할 소린가? 전대 혁명군은 돈이 많이 필요했을지 몰라도 이번 대 혁명군은 황제타도라는 비원도 이뤘다. 앞으로는 성장할 일만 남았지. 혁명군을 대표하는 무력인 너에게 주어질 지원은 어중칠검 못지않을 거다.”

    “오?”

    “심지어 우린 일곱이었지. 넌 혼자고.”

    “으하핫. 뭐야, 그런 거였나? 앞으로 금수저들 꼽주고 다니지 말아야겠군. 잘 부탁한다, 지젤. 이 몸을 다이아몬드 수저로 만들어라!”

    “지원이야 생각하고 있었지만, 너무 좋아하니 확 다른 고수를 고용하고 싶어지는군요.”

     

    물론 이 고생길을 함께 해온 손오천을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이는 지젤이었다.

    절벽을 기어오르느라 수고했다고 손수건까지 챙겨주는 사람이 손오천을 팽할 마음을 품고 있다면 그게 더 놀랄 일이었다.

     

    “그래서 륭 노사의 지나치게 위험한 훈련을 계속할 작정이냐?”

    “훈련은 위험해야 경험치가 쑥쑥 오르죠!”

    “오크노디 말이 맞아. 게다가 그렇게 많이 위험하지도 않잖아. 마법의 성질변환과 점성강화, 낙하물을 붙잡는 거미줄의 구조적 이해와 구현 능력, 전개 속도 숙달만 하면 되는걸?”

     

    …필요한 거 엄청나게 많네!

    황제의 어중칠검으로 암중에서 활약하는 일이 잦았던 히스클리프는 나름 적지 않은 암살자들과 싸워본 경험이 있었다.

    즈앙이 말하는 능력을 다 갖춘 암살자는 황제암살을 노리는 암살자 사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보통은 부족한 실력을 기습과 독으로 때울 생각을 하지, 현역 기사도 오금이 떨릴 짓을 하는 암살자는 정말 드물었다.

     

    “네 이놈들━━! 도대체 언제 내려올 작정이냐━━!”

     

    놀람도 잠시, 산천이 쩌렁쩌렁 울리는 마나가 실린 고함소리에 절벽에서 돌가루가 쏟아지고 지면이 드드득 흔들렸다.

     

    “헉! 노사님 화났다!”

    “금방 갔다올게.”

     

    오크노디와 즈앙은 다시금 페가수스에 탑승해서 프리다이빙 투척암살술을 펼치러 갔다.

    내려보기도 무섭다며 두 눈을 질끈 감고 뒷걸음질 치는 티토소가나 절벽을 오르느라 진이 다 빠진 손오천과 달리, 히스클리프는 절벽에 한 손을 박고 태연하게 밑을 내려다보았다.

     

    ‘연계 기능의 발동속도도 대단하지만 정교한 조준과 비행마법을 사용할 집중력을 남겨두는 노련함도 정말 대단하군.’

     

    뛰어내리면서 표적과 직선이 되기 전에 암살도구의 조준 및 투척이 본능적으로 이루어지고 표적사살 성공유무와 별개로 곧바로 비행마법을 시전해야 가능할 대단한 속도!

    선황의 무지막지한 강함을 고려하면 최강자급 고수들에게 통용될 위력은 아니지만 자신 정도의 고수라도 잠결에 저런 기습이 날아오면 모골이 송연해질 것은 틀림없었다.

    잠시 후, 내려간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었는지 절벽 아래에서 한 노인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재잘재잘.

    조잘조잘.

     

    무슨 할 얘기가 그리도 많은지 좌우에서 빙글빙글 돌며 수다를 떠는 오크노디와 즈앙의 입에 침묵마법을 건 노인이 히스클리프를 노려보았다.

    입을 열지 않았음에도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눈매와 찡그러진 눈썹, 화가 난 표정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그 성질머리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암살자는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한 줄만 알았더니 중검을 넘어선 패검을 구사하는 히스클리프조차 한 수 접어줘야 할 다혈질로 보였다.

     

    빙글빙글.

    뱅글뱅글.

     

    그런 성질머리 사나운 노인의 주변을 무언으로 빙글뱅글 돌며 몸으로 시끄럽게 굴던 오크노디와 즈앙이 한 손에 하나씩 머리를 붙잡히고 쾅 머리를 부딪치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 결과일지도 몰랐다.

     

    ‘아주 매를 버는군.’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두 꼬맹이를 마지 단검 띄우듯 제 뒤에 떠오르게 만들며 절벽에 발을 딛는 륭 노사.

    이어지는 그의 기예에 히스클리프는 깜짝 놀랐다.

     

    ‘절벽을 수직으로 걸어 올라오다니!’

     

    기의 수발이 얼마나 능수능란하고 실력에 대한 철저한 자기 확신이 있어야 저런 짓이 가능할까.

    적어도 히스클리프에게는 가능한 짓이 아니었다.

     

    “네놈들이냐? 내 어린 제자들의 친구 겸 보호자라는 것들이.”

     

    첫인상만큼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높은 소리로 귀를 찌르자 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음공의 달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힘이 실린 목소리에 귀청이 다 아팠다.

     

    “듣자 하니 내 교육방침에 대해 불만이 아주 많은 모양이더군.”

    “그렇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히스클리프는 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물러설 수 없었다.

     

    “제국의 아이들은 누구나 인격적인 대우를 받아 가며 대등한 인격체로서 보호 받아 성장할 의무가 있소. 당신의 학대에 가까운 고행은 제국의 정서 상 인정할 수 없소.”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군. 아주 신의 볼기짝도 찌를 기세야, 핏덩아. 인정 안 하면 어쩔 테냐.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힘으로라도 당신을 제압하고 아이들을 데려가겠소.”

     

    히스클리프의 당돌한 선언에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어중칠검과 대륙십대도적의 말예의 대결!

    최근, 대륙십대도적 여럿이 커다란 사건을 일으켰음을 알고 있는 이들은 특히나 눈이 반짝거렸다.

     

    ━━━

    대륙십대도적 서열 1위, 최강도둑 디스트로이어.

    카넬레 시 대격전에서 입은 치명상으로 절대적인 안정 및 정양이 필요.

     

    대륙십대도적 서열 5위, 거울도둑 릴리아.

    카넬레 시 대격전에서 혁명가에게 포섭되어 구 혁명군에 가세.

     

    대륙십대도적 서열 6위, 일초도둑 쇼겐.

    카넬레 시 대격전에서 혁명가의 조력자로 활동하나 디스트로이어의 진심모드에 초살당함.

     

    대륙십대도적 서열 7위, 신체도둑 미후라.

    카넬레 시 대격전에서 스파이 활동 도중 혁명가의 눈을 피하지 못해 사망.

     

    대륙십대도적 서열 8위, 비행도둑 라이젠.

    카넬레 시 대격전에서 지하수로의 겁화 및 유폭을 피해 인간이 발을 들여선 안 될 차원에 장시간 머물러 긴 시간의 정양이 필요.

    ━━━

     

    대륙십대도적 중 무려 다섯이 엮인 대사건인 <카넬레 시 대격전>!

    특히나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고수들을 한순간에 네다섯을 초살했다고 알려진 디스트로이어의 가공할만한 실력은 소문만으로도 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어중칠검 히스클리프.

    대륙십대도적 서열 10위, 목숨도둑 륭 노사.

     

    이름값은 앞선 이들과 비하여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선황의 실종과 함께 입지가 붕 떠버린 어중칠검과 대륙십대도적의 말예라는 사실이 두 사람의 실력을 높이 보기 어렵게 했다.

    아이들의 시선을 보면서 그런 일말의 회의감을 읽어낸 히스클리프는 더욱 굳건히 검을 움켜쥐었다.

     

    “곱게 쓰러뜨릴 실력차이가 아니니 더욱 아픈 꼴을 보게 될 거다.”

    “할 수 있다면 해봐라, 핏덩아.”

     

    륭 노사의 손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마력으로 빚어낸 실, 마력사가 펼쳐졌다.

    같잖은 잔재주나 부리기는.

    황녀암살자들이 사용하던 절삭력을 높인 마력사부터 즈앙이 선보인 점성이 높은 마력사까지, 마력사는 다루기도 힘들지만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극도로 강건한 신체는 종류를 따지지 않고 마력사의 영향을 무시하고 찢어발길 수 있다.

    히스클리프의 대검이 전방을 향해 크게 휘둘러지며 대기를 울부짖게 만들었다.

     

    <강력, 박살>

    <영역분해>

     

    마력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전개된 영역을 찢어버리며 만들어진 틈으로 돌진하는 히스클리프.

    하늘을 닫는 창살처럼 겹겹이 뭉쳐 모여들며 히스클리프를 조여드는 수많은 마력사.

    여럿이 뭉친 마력사는 하나였던 때와 다르게 쉽게 부수기 어려웠다.

     

    <물리저항>

    <충격흡수>

    <공격반사>

     

    귀찮고 성가신 방어력부터 피부에 퓻 하고 핏줄기가 튀는 반사까지, 한 걸음을 내딛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피로도가 뇌를,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 전부를 히스클리프는 한걸음의 전진에 실어서 나아갔다.

     

    <마력분산>

    <기척감소>

    <동시지배>

    <위해위산僞海僞山>

     

    히스클리프의 주변 모든 방위에서 인간의 형태로 뭉치며 일어선 수십 개의 분신들.

    모두가 동일한 양의 마력을, 각기 다른 자세의 투로를 뻗으며 암기를 쏟아냈다.

    수백의 병사들이 일거에 쓰러지고 수천의 돌격조차 무용지물이 될 일인군단의 위력!

     

    “어중칠검은 한 명이 하나의 군단이다.”

     

    그 모든 파상공세에 대한 방어를, 히스클리프는 일절 하지 않았다.

     

    파바바박!

    핏━, 핏━, 피슉━!

     

    혈인의 형상이 되어가면서도 자신의 단련으로 강화된 신체와 마나연단법을 믿고 나아간 그.

    그 또한 절벽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오크노디의 자기확신과도 같은 절대적인 신뢰를 제 방어력에 보인 채, 과감하게 힘을 모았다.

    그 결과, 그가 전방위로 휘두르는 대검은 분신들을 연달아 베어 넘길 수 있었다.

     

    <무쇠, 철벽>

    <충전, 증강>

    <회전, 분쇄>

     

    대단한 필살기는 없어도 누구보다 준수한 공방력 하나만으로 필살기 급 연계공력을 받아넘기며 반격까지 해내는 히스클리프.

    그의 노력과 재능, 제국의 지원과 연단법의 성취가 가장 수수하지만 평범한 수행의 성과를 대륙십대도적의 필살기조차 받아낼 수준으로 높였다.

     

    팟━!

     

    “그 많은 분신조차도 겨우 내게 손 하나 대고 쓰러질 정도에 불과하군. 받아낼 수 있겠나? 이렇게나 많은 기가 소모된 채로, 내 다음 돌진을.”

     

    항복을 권하는 히스클리프의 말에 륭 노사는 코웃음을 쳤다.

     

    “네놈은 노구가 목숨도둑이라 불리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륭의 손에 잡힌 자, 그 목숨은 이미 죽은 것이다.”

     

    기어이 매를 버는군.

    돌진자세를 취하던 히스클리프는 갑자기 발 밑이 허전해지며 몸이 뜨는 기분을 느꼈다.

     

    “?”

     

    눈이 커지고, 몸이 떨어지며, 비명이 나온다.

    이해는 빨랐다.

    별안간 그의 몸이 절벽 앞 허공에 내던져졌다.

     

    <분신생성>

    <위치전환>

     

    “노구의 손에 잡힌 자는 언제든지 노구의 분신과 위치를 전환할 수 있지. 절벽 앞 허공에 생성된 분신과도 말이다.”

     

    아아아악━

    으아아악━

    시바아알━

     

    절벽의 위에서 아래까지 수십 번을 연달아 떨어지는 히스클리프의 모습을 보며 구경꾼이 되었던 제자들의 건방진 자세가 어느새 두 손을 배 앞에 모으고 공손히 무릎을 꿇고 기다리는 자세가 되었다.

     

    “내 교육방침에 불만이 있는 놈이 더 있냐? 있으면 당장 튀어나와라. 저 꼴로 만들어줄 테니.”

     

    3초마다 한 번씩 추락하는 히스클리프의 모습을 보며 지젤과 손오천, 이사벨, 티토소가 일동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경험치는 힘들게 수련해야 오르죠.”

    “원래 원숭이수인은 지가 알아서 크고 그래.”

    “모험가도 야지에서 구르면서 컸어요.”

    “새, 생매장으로 훈련도 하는 사다코 교수님도 있는데 프리다이빙 절벽암살술 수련법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륭 노사보다 약한 사람은 륭 노사의 수련법에 불만을 표현할 수 없었다!

     

    “브론즈 교수님은 불만 없으세요?”

    “……”

     

    처음부터 없는 사람처럼 브론즈 교수마저 오크노디의 그림자 속에 숨어있는 마당이니 앞으로도 륭 노사의 교육방침에 흔들림은 없을 예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자가 악성향이 아니면 오히려 이상할 훈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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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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