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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1

    <561 – 그렇게 올라오는 거 아닌데(3)>

     

    세상에 정신 나간 훈련법은 많다.

    고행할수록 경험치는 더 많이 오르니까.

    강자의 훈련은 갈수록 처절해진다.

    강한 스승이 쉽게 제자를 두지 않는 이유도 같다.

    어렵게 굴려도 따라올 제자가 흔치 않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크노디는 륭 노사의 마음에 쏙 드는 새로운 제자였다.

     

    “아카데미에 즈앙을 보내기를 잘했군. 제자가 원 플러스 원이 되어서 돌아왔으니.”

    “저희 둘만 있는 거 아닌데요!”

     

    오크노디의 그림자가 한 템포 늦게 오크노디를 따라 손을 번쩍 들었다.

    륭 노사는 숨길 생각도 없어보이는 능청스러운 그림자를 보며 혀를 찼다.

     

    “배울 마음이 없는 것에게 가르칠 기술은 없다. 고행이란 절박한 자에게만 유효하지.”

     

    그런 의미에서 오크노디를 뒤따라 나타난 동료 겸 보호자들은 제법 의지가 괜찮았다.

     

    “제 발로 절벽에서 뛰어내릴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걱정 마라. 내 손으로 절벽에 던져줄 테니.”

    “늦지 않게 착지할 자신이 없다고? 걱정마라. 죽기 전에는 위로 다시 불러줄 테니.”

     

    반죽음 정도로 굴려도 아이고 엄마야 힝잉잉 앓는 소리만 나오지, 죽여달라고 애원하지도 않는 정신력을 보라.

    오래 써도 망가지지 않는 장난감처럼 강해질 이유와 굳건한 정신력을 모두 갖추었다.

     

    “네놈은 2대 혁명가라는 녀석이 혼자만 훈련에 빠져 심심하지도 않으냐?”

    “어르신이 필요로 할 훈련재료를 대신 공급해드리지 않습니까. 마침 여기 고수들에게 필요할 대용량 마력포션이 하나 더 있군요.”

    “음. 상인은 돈으로 싸우면 되니 구태여 몸을 번잡스럽게 할 필요가 없지.”

     

    젊은 녀석이 사회생활을 할 줄도 아는 깍듯한 태도도 마음에 들었다.

    2대 혁명가라는 녀석도 초대 혁명가처럼 시건방지게 개수작을 부리려고 들면 절벽에 스무 번쯤 던져주려고 했더니 곧바로 이것저것 물건을 쏟아내지 않던가.

     

    “쯧. 가르치는 재미는 있지만 아카데미도 이럴 땐 귀찮구나. 조금 재미가 붙었다 싶으면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가야 한다니. 휴학할 마음은 없느냐?”

     

    구덩이를 기어오르기 무섭게 다시 밑바닥으로 사라지는 히스클리프를 보며 모두가 정신없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카데미에는 다양한 분야의 고수들이 있어서 배움의 폭을 넓힐 수 있어요!”

    “노구의 가르침이 아카데미 교수들만 못하다고 여기는 건 아니겠지?”

    “전혀요! 덕분에 등반이랑 공포저항이랑 비행마법이랑 암살이랑 투척 기능이랑 이것저것 기능들이 잔뜩 어마어마하게 올랐는걸요!”

     

    의지가 있는 만큼 륭 노사의 위상전환의 도움 없이 훈련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크노디는 즈앙 이상으로 륭 노사의 가르침을 훌륭하게 따라왔다.

    감정을 죽이고 공포심을 거세해야 겨우 수련의 성과를 보기 시작한 즈앙과 달리, 좋은 스승을 두었는지 시작부터 진도를 쏙쏙 따라오지 않던가.

    부럽다.

    저걸 곁에 두고 가르칠 아카데미 교수들이.

     

    “제자의 성장을 스승이 되어서 막을 수는 없지. 이만 하산하여도 좋다.”

     

    혹여나 하산허가를 번복할라 우당탕탕 허겁지겁 우르르르 천령산맥을 내려가는 녀석들.

    특히나 <예의범절>을 가르칠 교본으로 삼은 히스클리프의 도주속도가 가장 극적이었다.

     

    “자네는 잠시 남게.”

     

    히스클리프가 들었다면 거품을 물고 까무러칠 소리지만 다행히도 륭 노사의 분신과 교체되어 그의 앞에 불린 것은 오크노디의 그림자였다.

     

    “건방지게 노구의 앞에서 같잖은 재주로 알짱거리는 것도 넘어갔다.”

    “…”

    “재단의 메이드에게 꼬리를 흘리고 잡것들을 같이 찾아오게 만든 것도 봐주었다.”

    “……”

    “나이도 어린 새파란 것이 머리 박고 인사를 올리지 않는 무례도 눈감아주었지.”

    “………”

    “대신, 하나만 말해라.”

     

    그림자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갱신된 랭킹보드의 순위. 거기에 저 어린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그림자가 나뭇가지 하나를 손에 쥐고 돌벽에 글씨를 적어 내려갔다.

     

    ━━━

    [랭킹보드]

    *제국령 982년 1월 1일 자 업데이트

    *대륙십대도적

    서열 1위, 미식도둑 네오무 마스이세오.

    서열 2위, 최강도둑 디스트로이어

    서열 3위, 기능도둑 오크노디.

    서열 4위, 정의도둑 브론즈 디 아스트라다.

    서열 5위, 거울도둑 릴리아.

    서열 6위, 대의도둑 지스엘레 마스이세오.

    서열 7위, 비밀도둑 셰이드.

    서열 8위, 군단도둑 매스각키 히우그마그.

    서열 9위, 목숨도둑 륭.

    서열 10위, 패기도둑 손오천.

    ━━━

     

    목록을 본 륭 노사가 미간을 사정없이 구겼다.

     

    “엉뚱한 녀석들이 올라갔군.”

    “…”

    “실력도 없으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간 녀석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서열쟁탈전.”

    “그 무거운 입도 기어이 한 번은 열리는군.”

     

    오크노디의 그림자에서 망토 자락이 슥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망토를 꾹꾹 눌러 담은 그림자가 옷깃을 여미며 말했다.

     

    “그러니 아카데미가 더 안전하다. 본관과 같은 실력자들도 대거 있지.”

    “근데 왜 반말이냐, 이 싸가지없는 어린놈이.”

    “…….”

    “즈앙은 맡겨두겠다. 네 제자 오크노디에게 가르친 것을 봐서라도 단단히 지켜야 할 거다.”

    “믿고 맡겨도 좋다.”

     

    끝까지 반말을 내뱉은 브론즈 교수의 그림자가 스르륵 사라졌다.

    륭 노사는 저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위해 수십 번쯤 불러들이려다가 관뒀다.

    가뜩이나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시기다.

    보호자를 너무 오래 떼어두는 짓은 현명하지 못하다.

     

    “힘을 꽤 많이도 소진하셨군.”

    “어린 것들이 워낙 잘 배워야지.”

    “남 걱정을 할 때가 아님은 몰랐나?”

    “흥. 검을 들고 찾아올 적부터 네놈의 최후는 정해졌다. 가능하겠나? 한 번도 내 손에 잡히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것이.”

    “확신이 섰기에 찾아왔다. 그뿐이다.”

     

    모두가 떠나간 절벽 위.

    뒷짐을 진 륭 노사의 뒤로 빠르게도 그의 자리를 노리는 도적이 나타났다.

     

    ‘서열쟁탈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아카데미에 머무를 몇 년. 그 이름을 지킬 실력을 쌓지 못하거든 너희는 반드시 죽을 거다. 강해져라. 그리고 초조해하지 마라. 때를 기다리는 거다, 즈앙.’

     

    못다 한 말, 암살자에겐 약점이 될 감정들을 속으로 눌러 삼킨 채, 륭 노사는 실을 짜왔다.

    감정을 벼려낸 실들을.

    거미처럼 매일 같이, 꾸준히.

    아이들의 훈련을 봐주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양의 마력사가 지면을 타고 새어 나왔다.

    거대한 절벽의 면을 가득 메울 정도의 마력사가 일어나는 순간, 산봉우리와 절벽이 무너졌다.

    떠나간 아이들의 훈련은 애들 놀이였음을 알리듯이 재해가 펼쳐졌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랭커들과는 급이 다른, 오직 실력만으로 랭킹에 오른 실력자의 혈전이었다.

     

     

    * * *

     

     

    륭 노사와 함께 보낸 시간은 정말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훈의 성과가 너무 좋지 않나요? 타고난 도둑뇬도 이 정도로 성취를 빼먹지는 못할 겁니다!]

    [암살 경험치+300]

    [투척 경험치+300]

    [비행마법 경험치+240]

    [도약 경험치+225]

    [곡예 경험치+222]

    [조준 경험치+200]

    [등반 경험치+174]

    [등산 경험치+174]

    [반사신경 경험치+130]

    [공중곡예 경험치+120]

    [집중력 경험치+115]

    [매달리기 경험치+116]

    [추적 경험치+100]

    [호흡 경험치+100]

    [찾기 경험치+100]

    [훔치기 경험치+100]

    [오르기 경험치+84]

    [참기 경험치+80]

    [공포내성 경험치+75]

    [길들이기 경험치+45]

    [정신력 경험치+40]

    [협박 경험치+33]

     

    방학이벤트는 가성비가 좋다.

    아카데미에서 교육받는 기간이 일 년에 8개월인데 그 절반인 4개월이 방학이다.

    당연히 그만큼의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법칙은 없지만 고인물은 가성비를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즈앙루트는 아예 돌입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한번 들어왔으면 호감도 관리를 위해서라도 방학을 한 번은 같이 보내야지!’

     

    그렇다고 보통 이렇게까지 효과가 좋지는 못하다.

    방학을 함께 보내며 알콩달콩 훈련 데이트로 보내는 시기는 보통 3학년 여름방학 이전까지.

    그때까지의 성취에 비례해서 얻어가는 훈련도의 크기가 다른 만큼, 보통은 이렇게 강해지진 못한다.

     

    혁명가 조기격퇴.

    황제선위.

    언더월드 개방.

     

    온갖 대형이벤트의 스노우볼이 크게 구른 결과라고 보아야 하는 상황!

     

    “뭔가 억울해. 오크노디한테 스승님을 빼앗긴 기분이 들어.”

    “기분 탓일 거야!”

    “오크노디가 훨씬 더 강해졌지?”

    “기분 탓일 거야!”

    “한 번만 더 기분 탓이라고 하면 확 뽀뽀할 거야.”

    “기분 탓…. 아, 아니야! 방금 건 무효!”

    “훗. 오크노디는 그렇게나 나랑 뽀뽀하고 싶어? 흐응~ 그랬구나~”

    “우우, 즈앙이 비겁하게 함정을 팠으면서.”

     

    아무튼 이제는 아카데미로 돌아갈 시간이다.

    보람찬 발걸음을 옮기려던 우리는 텅 빈 마나전송소를 보고 멈칫했다.

     

    “응? 여기 왜 사람이 없어요?”

    “…잠시만 기다려보죠.”

     

    지젤이 굉장히 찔리는 구석이 많다는 얼굴로 통신마도구를 들고 부지런히 사방팔방 교신을 돌리며 인력을 수급하려 애쓰기 시작했다.

    이러다 겨울방학 끝나기 전에 복귀까지 늦는 거 아니야?

    나야 포인트가 많아서 괜찮은데 NPC 친구들은 좀 마음 아픈데!

     

    “돌아가는 길이 막혀서 고민이라면 파파에게 손을 빌리는 건 어떻습니까?”

     

    방법을 고민하던 내게 긴장감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흰 셔츠가 잘 어울리는 잘생긴 파파가 전송소 안 휴게실에서 인사를 건넸다.

    통신을 돌리던 지젤과 재료로 할 요리가 뭐 있나 주방을 빌리려던 이사벨, 피로에 지쳐 패잔병처럼 흐물거리던 모두가 기겁했다.

     

    “오랜만에 부녀 사이에 오붓한 대화라도…”

     

    쿵.

    문짝을 닫은 티토소가가 힝잉잉스러운 눈으로 떨며 말했다.

     

    “너무 무서워서 문을 닫아버렸어! 힝잉잉. 오크노디, 나 어떡해? 나처럼 못된 아이는 혼내준다면서 막 무서운 짓 하는 거 아니야?”

    “일단 그 목소리는 안에 다 들렸을 거야!”

    “히끅.”

     

    허접소가가 딸꾹질을 했다.

    굳이 내가 한 말이 아니라도 조만간 티토소가가 딸꾹질을 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스르륵.

     

    기다렸다는 듯이 전송소 곳곳에서 나타나는 투명망토를 걷은 잠복 병력.

    수많은 <암살메이드>가 우리를 반겨주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얼떨결에 도둑이 되어버린 매스각키와 손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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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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