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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1

        

        

       리세는 서버의 응원을 등에 업은 채 진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무엇을 주문하겠냐는 질문을 받자….

        

       ‘스크루 드라이버?’

        

       …자연스럽게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칵테일을 떠올려버렸다.

        

       바(Bar)에서 이성을 유혹할 때 으레 주문하는 술.

       달콤한 맛 때문에 술술 넘어가지만, 목 넘김이 편한 것과는 별개로 도수가 의외로 높아서 방심했다가는 그대로 술에 취해버리고 마는 술.

       그래서 술 자체가 ‘내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어버린 바로 그 칵테일을 말이다.

        

       하지만 리세는 자신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런 칵테일’을 떠올렸다는 사실에 얼굴을 살짝 붉혔고, 스크루 드라이버를 시켜달라고 말하는 대신에 이렇게 말했다.

        

       “그으, 칵테일에 대해 잘 모르니까. 신주님이 정해주세요….”

        

       결국 선택권을 진성에게 넘겨버린 것이다.

        

       그리고 리세에게 선택권을 넘겨받은 진성은 슬쩍 바를 훑어보고는, 블랙 러시안 한 잔과 골드 메달리스트를 시켰다.

       무난하면서도 인기가 많은 칵테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칵테일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생과일이 갈리고, 시럽과 주스가 첨가된다. 거기에 코코넛 크림이 들어가고, 블렌딩이 되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잔에 따른 뒤 과일이 꽂히면서 한 잔의 칵테일이 완성되었다.

       보기만 해도 싱그럽고 달콤한 느낌을 주는 칵테일이 완성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칼루아, 보드카, 얼음. 이렇게 셋이 가볍게 담기면서 블랙 러시안 또한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칵테일은 각자의 앞으로 이동했다.

        

       블랙 러시안은 진성의 앞으로.

       골드 메달리스트는 리세의 앞으로.

        

       “와, 이거 이쁘네요….”

        

       리세는 칵테일을 보자 눈을 빛냈다.

       그녀가 받은 칵테일은 정말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가 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니, 그녀가 받은 것뿐만 아니라 진성이 받은 것 역시 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곳이 영화 촬영지로 선택된 이유가 있다고 말하기라도 하듯, 정말로 고급스러운 모습이었다.

       블랙 러시안은 가게의 조명의 빛을 받아서 영롱한 보석 같은 느낌을 주었고, 골드 메달리스트는 정말 영화 안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리세는 이 아름다운 칵테일들을 남기고 싶다는 충동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그것을 찍었다.

        

       자기 칵테일은 칵테일이 메인으로, 영화 촬영지였다는 증거가 배경으로 은근히 보이도록.

       그리고 진성의 칵테일은, 칵테일을 찍기는 하되 진성의 상체가 사진에 담기도록.

        

       그렇게 리세는 사진을 찍었고, 슬쩍 진성을 바라보았다.

       진성은 리세에게 얼른 마시라는 듯 눈웃음을 짓고 있었고, 리세는 그 눈웃음에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가 슬쩍 웃음을 지었다.

        

       살짝 미소를 짓자 입꼬리가 올라갔고, 눈이 호선을 그렸다.

       사람이 많은 여행지가 아니었기에 귀와 꼬리는 내지 않은 상태였지만, 만약 그게 눈으로 볼 수 있는 상태였다면 필시 귀가 쫑긋거리고 꼬리가 흔들리고 있었겠지.

        

       리세는 즐거운 마음과 설렘을 담아 천천히 칵테일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한 모금 했을 때 느껴지는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에 눈을 슬쩍 크게 뜨면서, 칵테일의 맛만큼이나 달콤하게 느껴지는 지금의 분위기를 즐기며 진성을 바라보았다.

        

       리세는 이 공기가, 이 분위기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

        

       좋은 분위기.

       정말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런 느낌이다.

        

       그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콰앙-!

        

       그렇게 리세가 이곳이 영화 속 풍경처럼 느껴진다고 그렇게 생각했을 때.

       바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마치 문을 깨부수기라도 할 것처럼, 엄청난 굉음이 터진 것이다.

        

       흠칫.

        

       리세는 분위기를 완전히 박살을 내버리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마치 먹이를 먹다가 굉음을 듣고 화들짝 놀라 펄쩍 뛰는 새끼 여우같이 말이다.

        

       아니, 비유로 새끼 여우를 들기는 했지만- 실제 비유와 현실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뻔하기도 했다.

       그녀의 머리 위로 여우 귀가 튀어나올 뻔했으니 말이다.

        

       리세는 방심하고 있다가 화들짝 놀란 까닭에 굉음을 듣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신력을 끌어올릴 뻔했고, 신력이 끌어올려짐과 함께 자연스레 신력으로 이루어진 귀와 꼬리를 형성할 뻔했다.

       하지만 진성이 태연하게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막 형성되려던 여우 귀와 꼬리를 그대로 흐트러트리고, 신력을 다시 몸 안으로 갈무리하였다.

        

       그리곤 누가 무슨 이유로 바의 문을 때려 부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 쪽을 바라보았다.

        

       “제니-!”

        

       굉음 후에 등장한 범인은 동양인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청바지와 후드티를 입고 있었는데,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곳곳이 구겨지고 찢겨 있었으며, 어디 쓰레기더미에서 한차례 구르기라도 한 것인지 오물이 묻어있었다.

        

       게다가 그 오물의 냄새가 얼마나 강렬한지, 남자가 등장하자마자 바 전체에 코를 찌르는 쓰레기 냄새가 퍼져나가기까지 하였다.

        

       “윽.”

        

       “이건 무슨 냄새야…?”

        

       당연하게도 바에 있는 다른 손님들은 코를 부여잡거나 인상을 팍 찌푸렸다.

       코를 잡아도 틈새 사이로 들어오는 이 끔찍한 악취는, 도저히 태연한 표정으로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제니-!”

        

       하지만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건 남자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세차게 두리번거리면서 ‘제니’라고 불리는 사람을 찾아 헤맬 뿐이었다.

       다급해 보이는 얼굴로 ‘제니’라는 이름을 크게 소리치고,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찾는 얼굴을 발견한 듯, 반색하며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려 하였다.

        

       그리고 그 방향에는 리세와 진성을 안내해주었던 동양인 여성 서버가 있었다.

       그녀는 불쾌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한숨을 푹푹 쉬면서 남자가 자신에게 오는 것을 막았다.

        

       “거기 멈춰.”

        

       그녀는 손을 뻗어 멈추라는 제스처를 한 뒤,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여긴 왜 온 거야?”

        

       “아니, 오빠한테 말투가 그게 뭐야? 미국 물 먹었다고 너 요새 버릇없이 말하던데….”

        

       “여긴 왜 온 거냐고.”

        

       제니라고 불렸던 여성은 이를 빠득 갈며 말했다.

        

       “너 또 카지노 간다고 돈 빌리러 온 거야?”

        

       “아, 그건 아니야. 돈 빌리러 온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게…!”

        

       “그러면 왜 온 건데? 직장에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나가서 이야기하자. 손님들 불쾌해하시니까.”

        

       제니는 자신의 오빠…. 아니, 걸어 다니는 오물 덩어리나 다름없는 빌어먹을 원수에게 얼른 밖으로 나가라고 손짓했다. 거칠게, 단호함마저 느껴지는 손짓으로 말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나가려 들지 않았다.

        

       “아니, 제니. 들어봐. 내가 온 건 돈 빌려 달라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내 말 안 들려?”

        

       “아니, 들어보라고! 지금 급하다니까?”

        

       나갈 생각을 하지를 않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짜증을 내는 여동생.

        

       그렇게 둘은 바 안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실랑이에 지친 것인지, 남자는 이내 제니에게 접근한 뒤 팔을 뻗었다.

       여동생의 팔을 붙잡고 강제로 밖으로 끌고 나가기라도 하려는 몸짓이었다.

        

       하지만 제니는 자기 몸에 오물을 덕지덕지 묻힌 오빠가 닿는 것조차 역겨운 것인지 진저리를 치며 뒤로 물러났고, 남자는 그런 여동생의 태도가 짜증 난 것인지 슬쩍 얼굴을 찌푸렸다가, 이내 바 밖에서 들리는 쿠웅-! 쿠웅-! 하는 육중한 소리에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와, 왔어. 제니! 빨리 나가자고! 나 좀 도와줘!”

        

       “뭐? 뭐가 와? 잠깐만…. 도와달라니, 너 무슨 짓 한 거야?!”

        

       제니는 남자의 심상치 않은 모습에 직감했다.

       이 원수 같은 놈이 무슨 일을 벌인 것이 분명하다고.

        

       ‘갱단한테 돈이라도 빌렸나?’

        

       원수 같은 그녀의 오빠는 미국으로 유학을 오자마자 카지노에 빠져서 온갖 사고를 일으키고 다닌 전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 비슷한 일을 벌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들자 그녀는 제발 범죄 조직과 얽힌 것이 아니기를, 그래도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는 법이라고 했던가.

        

       문밖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녀가 상상도 하지 못한 존재였다.

        

       쿠웅-!

       쿠웅-!

        

       육중한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

       그것은 괴물이었다.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CAUTION’이라는 글자와 미끄러지는 사람 형태의 픽토그램이 크게 그려져 있는 노란색 주의 경고 표지판이 박혀 있다. 그리고 노란색 표지판 곳곳에는 핏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무언가가 울룩불룩 징그럽게 튀어나와 있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나무뿌리 같아 보이지만 주기적으로 약동하는 것이 외계의 기생생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사람 팔뚝만 한 굵기의 나무뿌리를 배배 꼬아서 만든 것 같은 몸이 있었는데, 그 형태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크레파스를 손에 꼬옥 쥐고 대충 사람의 형상을 그린 것과 흡사했다.

        

       하지만 그 어설프기까지 한 모습이 현실로 튀어나오자, 그것은 기괴함이 되었다.

       괴기스럽고, 보는 것만으로 불쾌한 골짜기를 자극한다.

       거기에 저 맥동하는 몸 사이사이로 보이는 금속을 보라.

       쇠 파이프를 비틀고 찢고 찌그러뜨린 채 뼈대로 삼은 듯한 저 모습은, 저 나무뿌리가 가진 힘을 짐작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나무뿌리의 끄트머리로 가면, 이제 현실적인 위협이 느껴진다.

       저 괴물은 양손에 보도블록을 들고 있었다.

       인도에서 막 캐온 것처럼 보이는 그것은 사람 머리통 하나를 깨부수기 충분한 크기와 무게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나무뿌리들이 칭칭 감겨 해머와 같은 형상을 이루고 있기까지 했다.

        

       흉기.

       흉기를 든 괴물.

        

       제니는 떡 하니 등장한 괴물의 모습에 눈을 크게 뜨고 원수를 바라보았다.

        

       “너, 뭔 짓 한 거야?”

        

       “아니…. 그게. 그, 내가 말이야.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닌데….”

        

       “뭔 짓 한 거냐고!”

        

       “아니, 그게 말이지…. 몇 판만 더하면 크게 딸 것 같은데 돈이 없어서…. 그래서….”

        

       제니는 강하게 자신의 오빠를 다그쳤다.

       그러자 저주받아 마땅한 도박중독자는 그녀의 기세에 눌려서 횡설수설했다.

        

       “야, 너 지금 상황 심각성이 이해가 안 돼? 너 지금…!”

        

       제니가 자신이 한 일을 쉽게 털어놓지 않는 남자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껴 빽 하고 소리를 지르려 할 때.

        

       “너! 감히 나한테 사기를 치고, 도망까지 쳐?!”

        

       피해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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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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