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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2

    그렇게 시작된 토레프 거리의 탐문.

    하지만 루크와 시에나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들은 한가지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중심가를 가고 싶다고? 외부인에게 해줄 말은 없으니 썩 사라져!”

    “우리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협조하진 않겠어.”

    “처음 보는 녀석들 같은데,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여기서 나가는 게 좋을거야.”

    “더이상 우릴 괴롭히지 말고 내버려둬!”

    -쿵-!

    “윽!”

    “하하…….”

    낡고 오래된 문의 경첩이 위태로운 소리를 내며 삐걱거릴 정도로 강한 힘과 함께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던 루크와 시에나는 얼빠진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전혀 말이 안통하네.”

    “…그러게나 말일세.”

    현재 그녀들이 하고 있는 행동에서 예상할 수 있다시피, 앞서 이야기한 난관이란 바로 ‘길 찾기’ 였다.

    사실, 루크와 시에나는 거리에 들어선 뒤에 금세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들이 길을 잃은 원인이 루크나 시에나가 단순히 길치인 탓은 결코 아니었다.

    오랜 순찰경력이 있는 경찰과 과거 수십년간 파티의 안내자 역할을 자처하던 마법사는 도저히 길치가 될래야 될 수 없는 조합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물론 와본 적이 없는 길이니 처음엔 조금 헤멜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길을 찾기 못할 정도는 아닐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이 길을 잃은 데에는, 마땅한 이유가 존재했다.

    “아직 잘 모르겠어?”

    “그게, 아무래도 천이나 임시 건축물로 가려진 부분이 너무 많아서…….”

    준비해온 지도가, 실제 거리의 형태와는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사실, 최신 위성사진이니만큼 정확도 자체가 낮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사진이기에 알 수 없는 것도 너무 많았다.

    ‘화물’은 커녕, 사람 둘 지나가기에도 꽉 찰 정도로 협소한 도보를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위에서 내려다 볼 때는 길처럼 보였던 길도 맞는 길이 아닌 경우도, 그 반대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길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제멋대로 지어진 무허가 건축물들이 난무하는 토레프거리였기에, 단순히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론 알 수 없는 통로가 수두룩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는 이렇게나 난잡한 길을 현지인들은 대체 어떻게 찾아서 다니는 것인지가 더 신기할 지경이다.

    아니, 애초에 길을 잘 찾아 다니긴 하는걸까?

    글쎄, 알 수 없는 일이다.

    시에나가 한탄처럼 중얼거렸다.

    “다들 왜 그렇게 외부인을 경계하는 거지?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루크도 그걸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역시 물어볼 수는 없겠지.

    방금 전으로 벌써 8번째 문전박대를 당한 루크와 시에나는 이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본다는 선택지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더이상 문을 두드린다고해서 나와주는 사람도 없었고.

    루크의 친화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이미 마음이 꽉 막힌 적대적인 이들까지 호의를 품게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대체 그들이 어떤 이유로 저렇게 외부인을 경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격한 반응으로 미루어보아 설사 지금 그 이유를 안다고 해도 이제서 그들의 오해를 풀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루크는 지도를 보고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하아. 이래서야, 오늘 안에 포인트에 도착할수나 있으련지….”

    그러자 문득 시에나가 말했다.

    “역시 돈을 주고서라도 길을 안내해줄 가이드를 찾아야할까? 어떻게 생각해?”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그런 사람을 대체 어디서 구하나?”

    시에나의 말대로 가이드를 구한다는 것 자체는 꽤 좋은 생각이었지만, 현실성은 없었다.

    만약 돈을 주고서라도 가이드를 구할 수 있다면야 몇번이고 그리 하겠다만, 외부인이라면 모든 걸 덮어둔 채 배척하는 이곳에서 대체 무슨 가이드를 찾을 수 있을까?

    애초에, 정식적인 가이드교육을 받지 않은 가이드가 제대로 중심가를 향해 자신들을 안내해 줄지도 의문이다.

    막말로, 돈만 받고 엉뚱한 곳을 안내해줄 수도 있는 게 아닌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면 쥐들에게는 좋겠지만, 정작 쥐에게는 그 방울을 달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곤경에 처한 누군가가 급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고서야, 사람들은 우리의 말도 들어보려 하지 않을텐데 말이야.”

    당장 여기서 누구에게 무슨 말이라도 붙여보려면, 그 정도의 긴박함이라도 있어야 할 판이다.

    그리고, 그 때였다.

    “응?”

    골목 어귀에서 문득, 어떤 작은 형체가 벽을 타넘으며 달려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건 로브를 뒤집어 쓰고 커다란 가방을 멘 작은 사람의 형체였다.

    그러나 루크는 로브에 가려진 그 작은 형체가 아이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드워프이기 때문인지를 알아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작은 형체는 뒤를 돌아보며 달려오느라 길에 서있던 루크를 차마 보지 못했는지, 루크와 크게 부딪히기 직전에야 경악하며 외쳤다.

    “비켜, 비켜요!”

    그의 외침에 루크는 곧장 시에나의 뒤로 몸을 피해 길을 비켜주었지만, 비좁은 통로는 루크가 피한다고 해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협소했다.

    따라서 부딪히지 않으려면,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그 형체도 마찬가지로 피해줘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을 채 가누지 못하여 루크와 부딪히고 말았다.

    -팍!

    “으앗-!”

    결국 그는 부딪힌 충격으로 거의 바닥에 구르다시피 성대하게 넘어졌다.

    그는 이내 짜증이 난다는 듯이 루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외쳤다.

    “아니, 거기 그렇게 멍하니 서있으면 어떡해요!!”

    “으음, 미안하네.”

    사실상 자기가 달려와 부딪힌 거지만, 루크는 일단 사과를 건넸다.

    일단 그 형체에서 들려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들어보니, 드워프는 아니었다.

    드워프는 보통 변성기가 지나면 남녀할 것 없이 중후한 저음의 목소리를 갖고 있으니까.

    뭐, 아직 어린 드워프일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 경우도 그가 성인이 아니라는 건 마찬가지이다.

    이제 루크는 어째서 그 아이가 이 좁은 통로를 그렇게 빠르게 달리고 있었던 건지 궁금해졌다.

    애들은 원래 아무데서나 달리는 것이 보통이긴 하지만, 그 아이의 달리기엔 무언가 절박함이 묻어나오는 중이었으니까.

    “저기…….”

    하지만 루크가 뭐라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그 아이가 달려왔던 방향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자식, 어딜 도망쳐!”

    “감히 우리 물건에 손을 대?! 거기 서!”

    “앗, 큰일났다!”

    그러자 아이는 이럴 때가 아니라는 듯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갑작스레 몸을 일으킨 아이는 순간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긴 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듯 가방을 고쳐메고는 말했다.

    “다음에는 길에 멍하니 서있지 마세요! 방해되니까!”

    루크는 그렇게 사라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시에나와 잠시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시에나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루크야 너, 진짜 신기한 재주가 있다. 말하는 대로 상황이 만들어지네?”

    그에 루크도 대답했다.

    “나도 정말 놀랐네. 어쩌면, 이 또한 운명의 인도일지도?”

    그렇게 한차례 농담을 나눈 루크와 시에나는, 아이를 뒤따라 달려오는 이들을 막아섰다.

    “뭐야, 너희들? 본 적 없는 얼굴인데, 그 꼬마랑 한패냐?”

    “다치기 싫으면 어서 비켜!”

    사내들은 그렇게 위협했지만 이미 좁고 답답한 거리에서 시간을 낭비하느라 스트레스가 꽤나 쌓여있던 그녀들에게 그 말은 위협은 커녕, 그저 쌓인 감정을 해소할 당위성밖에 부여하지 못했다.

    “자, 어디 그때 날 살린 실력 좀 볼까?”

    “그대야말로 부상도 있는데 너무 무리하지 말게.”

    —-

    어느 한 골목길, 도망쳤던 아이는 바닥에 흙과 함께 널부러져 있었다.

    아이는 고개를 돌려 마구 헤집어진 채 바닥에 버려진 가방을 보며 한탄했다.

    “으윽, 젠장…….”

    분명 잘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여기서 이미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아마도 그들은 처음부터 자신을 여기로 도망치게해서 잡을 속셈이었던 모양이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거라곤 아픔과, 빈 손이다.

    아이는 그 사실이 너무 분해서 울음이 날 뻔 했지만, 너무 지쳐서 울 힘도 없었다.

    그 때.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자신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까 꽤나 잘 싸우던데? 그런건 예르나가 알려준거니?”

    “아니, 옛 친구가. 어때, 꽤 괜찮지 않았나?”

    “으, 으음……. 그렇구나. 그 친구란 애, 좀 굉장하네.”

    아이는 아직 끝난게 아니라는 생각에 한껏 긴장이 되었지만, 이어서 어차피 더이상 빼앗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오. 여기에 있었구나. 찾았잖느냐.”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방금 전 자신과 부딪쳤던 그 여자와 일행이었다.

    “…….”

    역시나 본 적 없는 얼굴.

    외부인이 분명했다.

    그러면 어차피 그녀도 다 같은 한패겠지.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를 향해, 아이는 퉁명스레 대꾸했다.

    “또 뭐에요. 전 이미 개털이라고요. 그 사람들이 다 가져갔어요.”

    아이가 퉁명스레 대꾸하자, 금발의 여성은 흙과 발자국으로 덮인 아이의 로브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막다른 길에 매복중인 다른 동료라, 고전적인 수법이지.”

    “그러게, 생각보다 빈틈없는 사람들이었나보네.”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그녀의 반응은, 아이에겐 마치 자신을 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뭐죠? 다들 절 놀리러 온건가요?”

    그러자 그녀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웃어보였다.

    “아니란다, 난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거야.”

    “……도움이요?”

    아이는 설마 그녀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탓에 꽤 놀란 모양이었다.

    금발의 여성은 이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일어나거라. 다치진 않았니?”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거리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자신에게 도움이라니?

    아이는 혹시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 처음으로 그녀를 제대로 바라보았다.

    ‘…….’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손을 잡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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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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