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63

    <563 – 그렇게 올라오는 거 아닌데(5)>

     

    랭킹보드에서 이름을 지우고 안전을 확보하도록 안전을 ‘선물’하겠다.

    파파의 진의를 알아차리자 티토소가가 눈물이 쏙 사라진 얼굴로 안도했다.

     

    “휴! 머예요. 진짜 큰일 나는 줄 알았잖아요! 그런 좋은 일을 하시려는 거면 진작 말해주시지.”

    “하하하. 티토소가 양이 원체 귀여워서 말입니다. 재단장학생들의 정기보고서에 적힌 것보다 쉽게 속고 놀리는 재미도 있더군요.”

    “우우, 또 속은 거야…? 너무해요……. 오크노디도 매일 놀렸는데 오크노디 파파한테도 놀림당했어!”

     

    화목해진 분위기 속, 이사벨은 경계심을 내려놓지 않고 물었다.

     

    “애초에 그 랭킹보드라는 게 대체 뭔데요? 나도 모르는 곳에 왜 지들 멋대로 내 이름을 올려요?”

    “일종의 인기투표라고 생각하십시오. 한 분야를 통틀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열 사람을 골랐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문제는 여러분이 너무 큰 사건과 얽혀서 유명해졌다는 사실이죠.”

     

    모두의 얼굴에 굉장히 짐작 가는 바가 많다는 난처함이 퍼졌다.

    물 마시다가 그릇을 엎지른 개도 이렇게까지 눈치를 보지는 않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실력에 자신이 없으면서도 명예를 지키는 사람들은 곤란한 일을 겪기 쉬워요. 티토랑 이사벨은 얼른 무거운 짐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날 고르지 않은 이유도?”

    “즈앙은 베프니까 내가 잘 알아. 전투력은 믿을 수 있으니 어디 가서 기습 좀 당한다고 대륙십대도적의 이름을 빼앗기지는 않을 거야!”

     

    이사벨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난 도적 짓은 하나도 안 했는데?”

    “아. 이사벨 양은 천하십대숙수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랭킹 10위, 암흑숙수 이사벨. 혁명군을 중심으로 이름이 알려지며 천하에서 열 번째로 유명한 숙수가 되었지요.”

    “하아. 모험가도 아니고 숙수로 이름을 먼저 올리다니.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도 혼란스러워.”

    “거 싫어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아무튼 네 명예를 노리고 덤벼들 적한테서 목숨 건사하기도 힘들어보인다고 쥐방울이 정한 건데.”

    “어?”

    “너 약하잖아, 이 소리 들은 거랑 뭐가 다르냐?”

     

    가슴 밑으로 팔짱을 끼던 이사벨의 팔에 힘이 꾹 들어갔다.

     

    “아까 오크노디도 말했지. 이건 착한아이를 고르는 명단이고, 착한 아이는 시키는 대로 순순히 따르는 아이라고. 만일 그런거라면 오크노디, 넌 사람 잘못 골랐어.”

     

    이사벨의 등 뒤에서 식칼케이스가 저절로 열리더니 1번부터 9번까지 다양한 종류의 식칼들이 저절로 뽑혔다.

     

    “질기고 단단한 몬스터요리를 대량으로, 매번 다른 조리법도 건드려가면서 내 요리실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기나 해?”

    “헉! 언제 염동마법까지 배웠어요?”

    “독학으로.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야. 난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지 않다는 거지.”

     

    즉석에서 세 개의 도마로 감자와 양파, 고기를 동시에 썰어 냄비와 프라이팬에 놓고 물이 저장된 마도구로 물을 채워 휴대용 화력마도구로 불을 올리는 이사벨!

    타다다다닥 귀를 즐겁게 만드는 속도와 정교한 솜씨에 이어서 맹렬한 속도로 김을 뿜어대는 냄비와 프라이팬을 보고 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시간가속!”

    “정답이야.”

    “우왕. 그 비싼 마법을 어떻게 걸었어요?”

    “지젤은 돈이 많아.”

     

    지젤이 머쓱해하며 코를 슥 훔쳤다.

     

    “개인적인 투자입니다. 이사벨 양이 요리사로서 능력이 뛰어날수록 곁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늘어나지 않습니까. 학업과 요리를 동시에 잡도록 약간의 도움을 제공했지요.”

     

    모두가 지젤의 선구안에 감탄하는데 갑자기 내 눈에만 파파가 뻘쭘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이 가져가야 할 감사와 존경, 감탄의 시선을 지젤이 분산하니 마뜩잖은 것처럼 보이는 기분!

     

    “파파도 충분히 대견해요!”

    “하하. 말만이라도 고맙군요. 이래서 다들 딸 키우기 좋아하나 봅니다.”

     

    분위기가 유해지자 다들 은근슬쩍 파파의 앞에 줄을 서고 물어보았다.

     

    “거 실례지만 나는 머하는 랭킹에 들었는지 들어도 되겠수까?”

    “손오천 군은 대륙십대도적 서열 10위 패기도둑입니다.”

    “저는요? 저는 빛도둑이에요?”

    “티토소가 양은 대륙십대성녀 서열 5위 광휘성녀에 이름을 올리셨군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어느 교에도 속하지 않은 혁명군 광휘성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상하군. 어중칠검은 대륙십대검객에 이름을 올리기엔 부족할 텐데.”

    “히스클리프 씨는 대륙십대호위 서열 9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선황 대신 새로운 황제의 호위로 중용받은 점이 높이 참작되었군요.”

    “그럼 나도 대륙십대도적이야?”

    “즈앙 양은 대륙십대암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기존 대륙십대암객 중 몇 명이 선황암살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름값을 못했기에 자연스럽게 순위가 오른 셈이지요.”

     

    다들 경험치도 이래저래 오르고 명성도 쭉쭉 오른 탓에 농쭉한 성장을 이루었나보다.

    참고로 게임고인물 사이에서 농이란 개작농의 농과 쭉이란 키 쭉쭉 크고 싶다의 쭉이기에 농쭉은 작은 것이 커진다는 의미의 농쭉이다.

    나중에 즈앙이랑 티토소가랑 모브한테도 알려줘야지!

     

    “지젤은 안 물어봐?”

    “아, 저는 괜찮습니다.”

    “괜찮겠어? 어느 분야에서 네 이름을 노리는 사람들이 덤벼들지도 모르는데.”

    “그건 이사벨의 말이 맞다. 샌님 녀석, 혁명군의 인맥과 넘쳐나는 부, 잘생긴 낯짝, 좀 치는 성적, 배려심 넘치는 성격 빼면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리 건방지게 구는지 모르겠군.”

    “갑자기 엄청나게 안심이 되는데?”

     

    이사벨은 손오천이 지젤의 반만이라도 닮으면 좋겠다고 구박했지만 나는 반대로 손오천의 말에 부쩍 공감이 갔다.

     

    “솔직히 지젤은 방금 말한 거 빼면 아무것도 아닌 한 주먹거리잖아요!”

    “좀 약해보이긴 해.”

    “자, 잘하면 내 조명대로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다코의 제자들에게도 한 소리를 듣자 지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제가 잘못한 듯하니 저는 어느 랭킹에 이름을 올렸는지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물론 대륙십대거상 서열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혁명군이라는 정의를 판매하여 제국민들이 이를 성공적으로 구매한 위업이 만인의 인정 받았으니, 능히 거상이라 이름을 올릴 만하지요.”

     

    전투력만 따지자면 티토소가에게도 얕잡혀 보였던 지젤이지만 알고 보니 굳이 무력을 키울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대단한 거물이 되었던 지젤!

    딜각을 잘못 잰 허접소가가 히에엑! 소리를 내며 열심히 조명대를 깜빡거렸다.

     

    “티토. 조명대는 왜 깜빡거리는 거야?”

    “사죄의 의미로 순수함과 순결함을 상징하는 하얀 빛을 켜고 있어!”

    “그렇구나!”

     

    다들 선물의 실체를 알고 나니 겁먹었던 때와 달리, 마음이 변했나 보다.

    열심히 상의하더니 모두가 만장일치로 파파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저희는 모두 아버님의 선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호오. 진심이십니까? 앞으로 여러분은 제국의 선황이 얼마나 귀찮은 적들에게 시달려왔는지를 몸소 체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연찮게 명예만 얻었을 뿐인 애송이들을 노리는 업계 고참이나 증명을 원하는 신예들, 명예를 탐하는 조직들의 습격을 받겠죠.”

    “저희는 세계제일의 교육기관인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배움을 받고 있습니다. 한 분야의 세계제일이 되어 졸업해야 할 몸으로 경쟁을 두려워해선 안 되겠죠.”

     

    지젤은 어른스럽게 표현했지만 허접소가는 그런 검소함 따윈 쥐뿔도 없었다.

     

    “애초에 성녀 그거 별 것도 아니던데요! 용사파티에도 하나 있었는데 제 조명대로 머리를 깡 때리면 풀썩 쓰러질 것처럼 약해보였어요!”

    “하하하. 참수의 골고다의 성녀 유피를 그렇게 표현하다니, 참 흥미롭군요. 제 딸이 곁에 두는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헤헤. 제가 쫌 강하죠?”

     

    곧 죽어도 강하다고 대답하지는 않는 파파의 상냥한 침묵을 티토소가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근데 파파는 저희가 양보한다고 하면 그 자리를 어떻게 가져갈 생각이었어요?”

    “물론 여기 온 메이드들에게 인수인계를 맡길 예정이었습니다. 벨라는 암살에 능하고 하란도 나쁘지 않습니다. 스팅은 요리에 일가견이 있죠.”

    “지젤의 상술이랑 티토소가의 성녀스러움은요?”

    “불행 중 다행히도 암살 메이드 사이에는 상재에 박식한 사람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기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호위로도 물론 쓸만하죠.”

     

    마음만 먹으면 십대시리즈의 랭킹에 이름을 올리기 충분한 실력자들이 잔뜩 존재하는 암살메이드들!

     

    “저런 굉장한 사람들이 어째서 암살메이드지…?”

    “쥐방울과 쥐방울단짝을 보면서도 암살자들이 무섭다는 생각은 줄곧 해왔지만 이렇게 보니 암살메이드도 오지게 무섭군.”

    “티토소가도 일단은 암살메이드 교육 받고 있는데요!”

     

    손오천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사죄의 눈뽕 좀 그만하라며 지젤에게 반강제로 사과를 받아내는 티토소가와 심심함을 견디다 못해 전송소 벽에 손가락을 콕 넣어 구멍을 뚫는 벨라를 쳐다보았다.

    저게 저렇게 진화할 수가 있다고? 그렇게 질문하는 시선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솔직히 나도 자신이 없기는 한걸!

     

    “그럼 아카데미까지 가는 전송마법진을 가동해드리죠. 원하는 것을 얻은 여행은 언제나 즐거움이 따르죠. 여러분도 그런 여행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파파가 전송마법진에 손을 올리고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하, 억까 패턴이구나?

    나는 곧바로 이동할 모두와 나란히 손을 잡은 뒤에야 파파의 손을 잡아주었다.

    파파가 용케 함정을 눈치챘다는 것처럼 하하 웃더니 전송마법진의 모든 잠금장치 및 경보 술식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모조리 해제되었다.

     

    “적어도 제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답니다.”

     

    파파의 혼잣말과 함께 새카만 나뭇가지가 무언가의 형상을 이루는 모습이 보였다.

    응?

    지구본…?

    잘못 본 건 아닌지 긴가민가하는 와중에 전송마법진이 발동했다.

     

    ‘몬가 찝찝하네!’

     

    아무튼 지나간 일이다.

    마법진의 빛이 사라진 뒤, 우리는 기프트 아카데미 지부 전송소에 도착했다.

     

    “오크노디네 파파는 예전보다 훨씬 더 친절하고 멋진 분이셨네!”

     

    파파가 그렇게 막 엄청 착한 사람은 아닌데, 왜 이리 순순히 보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지.

    돌아온 탕아가 된 우리들 앞에 몇 명의 사람들이 모습을 내비쳤다.

     

    “잡았다.”

    “아니 이게 진짜 된다고?”

    “인생은 역시 날먹이지.”

     

    상대는 교수도 교관도 동기들도 아니었다.

     

    “엥? 선배님들이 왜 여기 계세요?”

     

    휴학생 전용구역에 죽치고 있어야 할 선배들이 아카데미 앞 전송소에 죽치고 모여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진짜 착?한 파파와 똑똑한 선배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